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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타이베이!

타이완 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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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이 신념이며, 아침이 맛있고, 스쿠터가 방귀를 뿡뿡 뀌며, 차가운 공기를 마실 수 있고, 폐가 시원해지며, 담배가 생각나는 도시.


타이베이는 인천에서 약 2시간 반 정도 걸리는 가까운 이웃 도시 중의 하나다.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관문인 타오위엔(桃園) 공항은 우리의 인천공항이나 도쿄의 나리타공항에 비하여 매우 소박하다. 그래서일까. 공항에 도착하여 짐 검사를 한 후에 입국장을 빠져나오면, 어떻게 가야 하나 궁리를 할 필요도 없이, 바로 코앞에서 소도시의 시외버스 터미널마냥 느긋하게 손님을 기다리는 리무진버스를 발견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게 된다. 이 공항버스는 웬만한 타이베이의 어디든 떨어뜨려 주는 매우 편리하고도 편안한 버스로, 덕택에 무사히 타이베이의 시내에 내릴 수 있었다.

타이베이에선 스쿠터가 왕이다.

그러나 당황스럽게도 나는 내리자마자 두 번씩이나 캑캑거렸으니, 한번은 씽씽 달리는 스쿠터의 시커먼 방귀 때문이고, 또 한번은 뜨거운 습기와 짬뽕이 된, 찌는 듯한 더위 때문이었다. (훗날 이 캑캑은 베트남의 하노이 여행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고 생각되었지만.) 평소 더위를 심하게 타는 나로선 타이베이의 남은 여정이 심하게 걱정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사방에서 들려오는(아니 ‘쏟아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만다린(중화권의 표준어) 4성(만다린의 발음할 때는 높낮이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된다.)의 돌비서라운드 12채널 사운드가 가뜩이나 겁먹은 내 정신을 쏙 빼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무시무시한 정글의 밀림 속에 홀로 갇혀버린 듯한 불안감! 바로 그것이었다. ‘아뿔싸! 꼼짝없이 당했구나, 이젠 맹수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구나~’ 엄청난 후회가 몰려왔다. 그런데……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났다. 가쁜 숨을 천천히 내쉬며 정신을 가다듬으니 놀랍게도 타이베이의 거리는 훈훈한 음식 냄새로 가득했다. 곧 정글에는 평화가 오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쪄낸 듯한 고기만두의 구수한 냄새, 프라이팬에서 볶은 뜨거운 야채 냄새, 숯불에 구운 오리고기 냄새, 갓 튀겨낸 닭다리 냄새, 향긋한 돼지고기 조림 냄새 등등. 아직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앞으로 고파질 배를 생각하니 입가에 촉촉한 행복이 퍼지는 것이었다.

뜨거운 한낮이었지만 선글라스는 필요 없었다. 인도에는 하늘을 막아 주는 지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아마 땡볕과 언제 내릴지 모르는 소낙비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행 도중에는 무척이나 비가 자주 내렸지만 우산을 살까 말까 한참 고민을 하기도 했다.

길거리에 내어 놓은 식탁들, 자꾸만 앉고 싶네~

시원한 노천식당에서의 즐거운 냠냠

인도에는 별의별 물건들을 죄다 꺼내 놓았다. 의자는 기본이고 세숫대야와 빨래판, 탁자, 제단 등 어떤 가게 앞에는 설거지 그릇까지 꺼내 놓았다. 더우니까 시원한 밖에서 닦으려는 모양이다. 요렇게 길을 내 집 앞마당마냥 쓰니까 대부분의 가게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 문짝을 뜯어낸 채로 길에다 식탁을 차리고 손님들을 맞는다. 그래서 요런 가게 앞을 지날 때는 요리조리 슬쩍슬쩍 피하면서 조금은 불편하게 지나갈 수밖에 없다. 뭐, 좋은 점도 꽤 있다. 가게를 들어갈 때 귀찮게시리 문을 열고 닫을 필요가 없어서 편했고, 밖에 앉아 먹으면 시원한 것이 마치 야외에 소풍 나온 기분이 들었다. 타이베이의 열린 가게! 얼마나 멋진가. 그런데 모두 열린 게 아니고 닫힌 가게도 있으니 세련되고 좀 비싸 보이는 가게는 죄다 문을 꽁꽁 닫아 놓았다.(안에서 에어컨이 빵빵 돌아가기 때문에.) 아무튼 취향껏, 주머니 사정껏이다.

서울이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듯, 타이베이도 동과 서도 나뉜다. 나눔의 의미를 새것과 오래된 것, 편리하고 불편함, 세련미와 고즈넉함 등등이라 한다면(사실상 뉴타운으로 거듭나는 강북은 이미 강남과의 비교가 무색해졌지만) 타이베이의 서쪽 지역은 강북이고, 동쪽 지역은 강남이다. 그래서 똥취(東區:동구)라고 하면 길이 널찍하고 반듯하며 최신 유행의 세련되고 현대적인 쇼핑몰이 집중된 동쪽 지역을 일컫는다. 반면 서쪽 지역엔 시먼띵(西門町:서문정)을 중심으로 오래된 구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좁은 도시지만 타이베이의 도시 발달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뭔가 새로 지을 때는 그냥 옆에 있는 노는 땅에 짓는 것뿐이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부술게, 새 집 다오.’가 아니고 ‘헌 집 옆에 새 집 지어주렴.’인 셈이다. 그렇다 보니 구시가지인 서쪽 지역은 그 옛날의 풍광과 운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개발은 똥취 구역에서 시작되어 확장되어 간다. 이리하여 타이베이의 역사는 연대기별로 쌓이고 쌓여 옛것과 새것이 함께 어우러져 가는 재미난 도시가 되어 간다는 말씀.

스따루의 작은 카페

걷다 보니 어느새 국립타이완대학이 있는 꽁꾸안(公館)역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타이완 제일의 대학가답게 길은 드넓고 키다리 야자수가 쭉쭉 뻗어 있다. 살짝 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니 울창한 나무숲 사이사이로 젊은 연인들이 앉아 있는데, 훔쳐보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하고 있다. 벤치 위에서 뿐만 아니라 아예 돗자리를 펴놓고 껴안고 있는 남녀 학생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솔직한 그들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조금은 부러운 마음을 뒤로 하며 꽁꾸안의 뒷골목을 걷는다. 대학가일 뿐만 아니라 타이베이 외곽 지역의 관문인 꽁꾸안은 식당들과 다양한 가게들로 즐비한 곳이다.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오후라 거리는 매우 한가하다. 오후 3~4시 경은 이른바 준비 시간이다. 대부분의 식당들은 숨가쁜 점심시간을 보내고 이맘때부터 느긋하게 쉬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슬슬 저녁 시간을 준비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는 깊은 낮잠에 빠진 것 같다. 오가는 사람들도 뜸한 것이 괜스레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진다.

꽁꾸안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이번엔 사범대학이 있는 스따루(師大路)에 도착한다. 이곳의 어학당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만다린을 배우려는 세계 각국의 학생들로 붐빈다. 그래서인지 거리는 더욱 개방적이며 자유로워 보인다. 다양한 국적의 식당들이 골목 가득 들어차 있고(우리나라의 분식집도 있다!) 여성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카페들이 골목과 골목 사이에 사뿐히 자리를 잡고 있다. 수많은 학생들이 좁은 골목길을 드나들지만, 누구 하나 타인을 힐끔거리지 않는다. 흔한 탓일까, 노랑머리 외국인들조차도 쳐다보지 않는 그네들은 참말로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타이베이 사람들은 실속을 꽤 중시한다. 즉, 생활의 중심은 실용이다. 그러다 보니 겉만 뻔지르르하고 속은 텅 빈 ‘속 빈 강정’을 멀리한다. 그러므로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외모에 돈을 쓰고 치장에 시간을 들이는 것은 엄청 비실용적인 것이다. 고로 이들의 외모는 매우 소박하다. 한창 멋 내고 싶을 법한 여학생들을 보면 극명하게 알 수 있는데, 그들은 거의 화장도 하지 않고 옷도 싸구려 같은 것들만 입고 다닌다. 그들에게 실용은 학업이며, 외모는 맨 나중이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맨얼굴에 그저 티셔츠에 반바지 그리고 편안한 슬리퍼 차림이고, 남학생은 더벅머리에 꾀죄죄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짠돌이는 아니다. 돈을 쓰긴 쓰는데 대부분 책을 사보거나 여행, 그리고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어떤 친구들은 용돈을 모아 주식투자까지 손을 대기도 한다.

비 오는 날, 딴수이의 연인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타이베이 외곽 지역의 풍경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강가의 마을 딴수이(淡水)로 가는 길은 매우 쉽다. 그냥 타이베이의 지하철인 MRT의 8개 노선 중 하나인 ‘딴수이선’을 타고 종점인 딴수이까지 가면 되기 때문이다. 며칠간 땡볕이 지루하더니 딴수이로 놀러가는 날엔 아침부터 하늘이 흐렸다. 가뜩이나 매연 때문에 뿌연 타이베이의 하늘은 더욱 시커메졌다. 딴수이선의 전철은 시내의 지루한 땅굴 속을 다니다 도심을 벗어날 즈음 바깥으로 나온다. 어느덧 차장엔 서리가 끼고 시뿌예진다. 나는 손바닥으로 창문을 문지르고 바깥세상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한두 방울씩 굵은 비가 떨어지면서 바깥풍경은 점차 투명해지고, 산 아래 마을에서는 하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종점을 앞둔 오후의 전철은 더할 나위 없이 한산하다. 딴수이역을 두어 정거장 정도 남기고 무작정 내려 본다. 전철의 플랫폼도 이미 바깥이기 때문에 즉시 차가운 공기가 폐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온다. 아니, 차다 못해 뭐랄까, 무더운 한여름 산골 깊숙한 계곡의 뼛속까지 차가운 약수를 마시는 느낌이다. 요 며칠 사이 퀴퀴한 매연으로 가득했던 폐가 시원하게 씻겨 내리는 기분이다. 세상에 살면서 이렇게 속이 맑았던 순간이 또 언제였을까. 문득 이미 오래전에 끊었던 담배가 갑자기 생각난다. 아마 지금 깊숙이 빨면 깨끗이 청소된 폐 속에서 담배 연기가 참말로 맛나게 느껴지리라. 어느새 무더위는 한 방에 사라지고, 차갑게 식은 팔뚝을 비비면서 ‘세상에! 그 지독한 매연의 타이베이에서 이렇게 정화될 수 있다니!’라고 감탄한다. 참으로 놀랍고도 신비한 경험이었다.

타이베이 제일의 야시장 스린예스(士林夜市)의 먹거리 장터

스린예스의 저렴한 쇼핑 거리

해님이 곯아떨어지면 늘어진 오후도 슬슬 물러갈 채비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어둠뿐. 그냥 숙소로 돌아가야 하나. 나그네의 외로움이 밀려온다. 그러나 타이베이의 하이라이트는 밤이었다. 한낮에 썰렁했던 가게들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고 어디선가 노점상들이 찾아오면서 거리는 기지개를 편다. 이런 광경은 이른바 ‘예스(夜市)’라고 하는 야시장이 들어서는 모습이다. 한밤중의 시장이라 좀 음란하거나 무서운 것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예상외로 타이베이의 야시장은 매우 건전하고 재미난 시장이다. 앞서 타이베이 시민들은 실용적인 것을 최고로 친다고 했는데, 바로 이곳 ‘예스’에서 싸고 품질 좋은 물건들을 판다. 이렇게 타이베이엔 대규모의 야시장에서부터 동네의 조그만 야시장까지 한밤중의 시장 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으며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야시장은 크게 먹거리와 놀거리 그리고 살거리로 나뉘고, 그중 제일 인기 있는 것은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샤오차이(小菜)’라고 하는 간식거리다. 이렇게 한밤중에 먹으니 타이베이 시민들은 죄다 뚱땡이일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모두들 날씬하기만 하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생각해 보니 나도 그 옛날 타이베이에서 2년 남짓 살았을 때, 내 인생에서 가장 날씬했던 것 같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무더위’ 때문일 것이다. 더우니까 뚱뚱해지면 몸뚱이가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는 것 같이 불편할 테니 말이다. 게다가 타이베이 시민들은 술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술은 마시면 뜨거워지니 더위와 상극이라 자연스레 멀리하는 모양이다. 물론 안주도 적게 먹을 테고. 더우니까 아무래도 자꾸 움직이게 되어 살이 찌지 않는 게 아닐까 한다.(가만히 앉아 있으면 궁뎅이에 땀이 나잖아요.)

청핑서점의 철푸덕 소녀

타이베이 시민들이 먹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지만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따로 있다. 놀랍게도 이 작은 도시에는 서점이 매우 많고 매우 훌륭하다는 사실. 아니 더워 죽겠는데 웬 책? 타이완은 세계에서 1인당 책 출판수가 제일 많은 나라라고 한다. 그만큼 인구수에 비해 많은 책이 나오며 수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뜻이다. 타이베이의 대표 서점 청핑슈띠엔(誠品書店)은 타이베이 시민들의 책 사랑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곳이다. 올나이트 영업을 하는 청핑서점은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인하여 24시간 꼬박 문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마치 호텔처럼 세련되고 깨끗하며 시원한 에어컨이 펑펑 나오는 이 대형 서점엔 정말 없는 책이 없을 정도로 책의 숲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고급스럽고 품위 있게 꾸며진 곳에서 또 한 번 놀랍게도 타이베이 시민들은 아무데서나 철퍼덕 궁뎅이를 깔고 앉아 마치 자기 집 안방처럼 편안하게 책을 본다. 그런데도 서점의 점원 누구 하나 손님들의 편안한(?) 책 보기를 방해하거나 제재하는 일이 없고, 코딱지만큼도 눈치 주는 일도 없으니 ‘기업의 사회 환원이라는 것이 참으로 가까운 데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가난한 학생에게도 열정만 있다면 모든 책이 그의 것이 되고, 돈 있는 자만 사서 보라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서점. 그곳이 바로 타이베이에 있다.

늘어진 지난밤을 보냈다면 아직도 이불 속에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타이베이의 아침은 매우 일찍 시작된다. 꽤 이른 시간인 5~6시쯤 사람들은 눈을 뜨고 거리로 나온다. 도대체 잠도 없는지, 왜들 이리 부지런한 것일까. 크고 작은 공원에선 벌써부터 시민들이 나와서 온갖 운동을 한다. 러닝셔츠 차림의 할아버지는 멋진 폼으로 태극권의 각종 동작을 취하고, 할머니 역시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아침 체조를 한다. 저쪽 편에는 카세트라디오를 켜놓고 쌍쌍이 블루스를 땡기는 아줌마와 아저씨들도 있고, 어떤 총각은 홀로 열심히 악기를 연주한다.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그 모습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무언가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그것은 바로 ‘건강’과 더불어 좀 어려운 말로 ‘삶에의 의지’라고 할까.

아침에 먹었던 해물죠우(粥:죽)

운동 후의 아침은 꿀맛이라 하지 않았던가. 부지런한 타이베이의 식당들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게다가 선택의 여지까지 남겨 두니 여행자에겐 얼마나 고마운지. 고소한 죠우(죽)를 파는 죽집에서부터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더우장(콩국물)과 요우티아오(튀긴빵과자). 물만두와 찐빵을 팔거나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서양식 햄버거와 샌드위치, 커피와 우유를 파는 집까지. 게다가 이곳에서 파는 모든 음식들은 모두 즉석에서 신선한 재료로 바로바로 조리되니, 아침부터 꿀맛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아내가 늦잠을 자도 엄마가 깜박해도 아침과 도시락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도시 타이베이. 이렇게 엄마들이 가사 일에서 해방되어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고, 이에 사회의 생산성은 더욱 높아진다. 엄마가 행복하니 가정도 행복해지고, 돈도 많이 버니 생활도 풍요롭다. 이제 타이베이엔 더 이상 남녀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성뿐만 아니다. 나는 부녀(父女)간에 함께 술을 마시고 딸에게 담뱃불을 붙여 주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믿기지가 않았다. 이렇게 부모와 자식 간에 거리낌이 없으니 ‘대화’란 것이 오간다.

더 나아가 타이베이엔 나이와 성별, 계층을 떠나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도 평등에 관한 강한 신념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신념을 뒷받침해 주는 것은 서민 생활의 지표인 ‘물가’다. 일단 물가가 굉장히 싸다. 언제가 나는 누군가에게 우리나라가 어느 해부터인가 타이완보다 1인당 국민소득을 앞질렀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더 잘 산다고!’ 하며 조금 뻐기는 듯한 인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타이완의 물가는 우리의 70퍼센트 수준이므로, 국민소득 대비 물가를 감안한다면? 수치적인 것을 떠나도 도시 타이베이는 서민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저렴한 음식과 편리한 대중교통, 주거 환경 등은 서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최소한 먹고 살 수는 있도록 만들어 놓았으니.


평등이 신념이며, 궁색하지 않은 서민들, 아침이 맛있고, 스쿠터가 방귀를 뿡뿡 뀌며, 콧구멍이 막히고, 땀방울이 질질 흘러도, 비를 흠뻑 맞으며, 차가운 공기를 마실 수 있고, 폐가 시원해지며, 담배가 생각나는 도시. 바로 우리의 이웃에 있다. “니하오, 타이베이!”

현태준
『현태준의 대만 여행기』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우리나라 장난감 수집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대만에서 2년 동안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신식공작실’을 만들어 종이장난감이나 액세서리 등을 개발하는 일을 했다. 35살 때 우연한 계기로 만화 작업을 하게 되었고, 그후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도 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장난감 수집가이자 연구가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뽈랄라 대행진』 『아저씨의 장난감 일기』 『뿌지직 행진곡』 『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 등이 있다. 홈페이지는 //www.hyeon.net이다.
대만 Taiwan

편집부 저 | 시공사/시공사브랜드전(기획사)

대만 TAIWAN

링리 베이츠,크리스 베이츠 공저/이정은 역 | 휘슬러
타이베이 Taipei

조현숙 저 | 중앙북스(books)

지하철로 즐기는 세계여행 타이베이
세계 여행 마니아들 저/내일여행 해외여행팀 감수 | 명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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