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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신 팬미팅] ‘지은 : Hidden Track’ 오지은 팬미팅&팬사인회

오지은, 친구의 친구에게 들려주는 사소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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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새 앨범 <지은>을 낸 오지은. 그와 함께 지난 20일 홍대 부근의 클럽 ‘타’에서 ‘열린 음악회’, 아니 ‘열린 토크쇼’가 펼쳐졌다. ‘예스24와 함께하는 인디 신 팬미팅 2탄’으로 열린 오지은 팬미팅 & 팬사인회. 작은 무대와 작은 객석이 어우러진 이날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동네 언니를 필두로 옹기종기 모여 얘기를 나누는 인디 반상회랄까.

올해 한국 문화예술계 열쇳말 중의 하나, ‘인디’. 물론 이전에 없던 것이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지만, 인디라는 레떼르를 단 작품 혹은 인사의 존재감이 부쩍 커졌다. 영화계에서 <워낭소리> <똥파리> 등 인디 영화의 약진이 눈부시고, 음악계라면 장기하, 오지은 등 인디 뮤지션의 활약이 대단하다.

물론 인디라는 이유가 간택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좋은 작품과 활동이기에 우리의 오감이 즐겁고 즐길 뿐. 그런 한편으로 거대 자본이나 상업적인 천박함과 타협하지 않는 활약이 주는 청량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더불어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 야망과 탐욕이 미덕인 시대, “야망 따윈 필요 없어!”라며 자신의 페이스로 ‘더 많은 것’이 아닌 ‘더 즐겁거나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그들의 태도. 때로는 불온하기에 더 매력적인 인디의 존재. 또 인디는 문화예술의 다양성 혹은 삶의 다양성을 증명하고 만끽할 수 있는 기제다.

그런 다양한 이유로 인디가 호명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인디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다. 중국의 인디 영화감독 웨이아팅(<해바라기 씨> <햇살의 맛> <너와 나>)의 이 말. “독립(인디) 영화의 독립이라는 단어는 제작이나 투자의 독립, 감독의 생각, 사상의 독립을 말하는 거지 관객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리하여 관객 혹은 청자들로부터 독립하거나 외떨어지지 않은 한 뮤지션과 마주했다. 지난 4월 새 앨범 <지은>을 낸 오지은. 그와 함께 지난 20일 홍대 부근의 클럽 ‘타’에서 ‘열린 음악회’, 아니 ‘열린 토크쇼’가 펼쳐졌다. ‘예스24와 함께하는 인디 신 팬미팅 2탄’으로 열린 오지은 팬미팅 & 팬사인회. 작은 무대와 작은 객석이 어우러진 이날 행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동네 언니를 필두로 옹기종기 모여 얘기를 나누는 인디 반상회랄까.

신고선수(채널예스 인터뷰 <평범함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상냥한 사람의 음악, 들어보실래요?> 참조)에서 이젠 올스타로 뽑힌 ‘홍대 여왕’(뮤지션 유희열의 표현) 오지은의 단독 진행으로 전개된 수다의 기록. 궁금했던 당신에게만 살짝 들려주는 이날의 스케치. 우리 지은 언니가 반갑다면 스크롤의 압박 따위는 잊으시라.

꾸밈없이 뻔뻔한 홍대 여왕의 등장

“우와~” “예쁘다~” “오~” 하는 함성이, 감탄이 발사된다. 그야말로 홍대 여왕의 등장에 어울리는 감탄사? 그리고선 여왕의 짧은 인사말. “이런 행사, 좋긴 한데 당혹스러워요. 사실 팬미팅 추첨을 통해 서로 안고, 생뚱맞게 「텔 미」를 부르고, 자동차 키를 받는 그런 것은 우리에게 먼 얘기고. (웃음) 오지은을 아는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그런 자리라고 생각해 주세요. 예스24에 감사해요. 이번 자리를 ‘히든 트랙’이라고 했는데, 왜 그동안 이야기하지 않은, 말로 표현해 보지 않은 것을 해볼까 해요. 인터뷰는 인터뷰적으로 하니까 제 걸 꺼내려고 해도 잘 안되기도 하고. 오늘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뭐랄까, 캐주얼하게, 뽀대 안 나게 진행해 볼게요. (웃음)”

꾸밈없는 자리로 하겠다는 말이렷다. 사실 오지은이 그렇다. 18시간을 자도 자학하지 않고 행복해 할 뿐인 그다. 새벽 3시에 라면을 먹어도 그저 맛있기만 하고, 어깨가 뻐근해질 때까지 게임을 해도 다만 뿌듯해할 뿐인 그가 아니던가. 웬만해선 길티를 안 느끼는 뻔뻔한 뇨자가 바로 오지은 아니던가. 그의 유일한 길티플레저라면 공포의 7시간 웹 서핑 정도? 그런 그이기에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 아니겠어?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올라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시작하겠단다. 170여 개나 되는 질문에 답하겠다는 야심찬(!), 전무후무한 얘기를 꺼냈다만. 글쎄, 일단 지켜보자. 손발이 오그라드니까 질문에 포함된 상찬은 일단 발설하지 않고, 그는 질문과 답을 잇는다. 참, 그는 세상에 살짝 삐친 상태라고 했다. 그것도 감안해서 봐 주시라. 비슷한 맥락의 질문과 답변은 함께 묶었다.

노래하는 지은


- 노래 부를 때, 어떤 생각을 하나요?

“아무 생각 안 해요. 텅 빈 상태로. 텅 빈 그릇을 채우는 것처럼 가사에만 집중해요.”

- 즐겨 듣는 음악이 있다면? 가장 감동받은 책은?

“매일 다른데, 지금은 피치카토 파이브(주. 코니시 야스하루와 마키 노미야로 구성된, 60~70년대 복고 사운드를 중심으로 시부야 케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일본 밴드. 2001년 해체됐음.)를 즐겨 들어요. 아무래도 지금 세상에 살짝 삐쳐서 그런 것 같아요. (웃음) 또 일본의 여자 아이돌 그룹인 퍼퓸의 「스위트 도너츠」도 좋아요. 평소에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안 듣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마구 들었는데, 작업할 때 내 얘기를 해야 할 때 누구의 뭔가를 빌려오는 것은 맞지 않아서요. 그래도 요즘은 흡수의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음악을 들어야 하는.

책은 앨범 만들 때부터 잘 안 보고 있는데, 이틀 뒤 2주 여행을 가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포켓본을 사서 여행 중에 읽을까 생각 중이에요. ‘가장’이라는 말이 참 어려운데, 요즘 『쿠루네코』(주. 고양이 네 마리와 동거 중인 30대의 여성 프리랜서 디자이너 쿠루네코 야마토가 키우던 고양이들을 다른 가정에 입양시키기 위해 블로그에 만화 연재를 시작했고, 단행본으로도 나왔다.)라는 만화를 즐겨 봐요. 참, 『토성맨션』(주. 오지은이 번역한 만화) 2권도 나왔어요. (웃음)”


-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

“정말 많아서 이걸로 밤샐 수도 있어요. (웃음) 어릴 때 클래식 영향도 있었고. 비틀즈, 카펜터스, 음악 하는 자세는 너바나. 마이클 잭슨이 죽었을 때, 커트 코베인(주. 너바나의 리더)이 죽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몇 억 명을 즐겁게 해주고 위로해 줬는데 자신은 너무 괴로워하고. 그런데 난 그러고 싶진 않아요. (웃음) 어릴 땐 비틀즈를 자주 들었는데, 폴 매카트니가 부른 「실리 러브 송(Silly Love Song)」을 좋아해요. 거대 담론이 아닌 작은 사랑을 다뤘는데, 그렇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지.”

- 어떻게 노래를 만들어요?

“나도 신기해요. 어떻게 노래를 만드는지. 다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최근에 가장 많이 생각하거나 조금씩 생각하는 것을 쓰거나 그것을 갖고 있다가 어느 날 멜로디를 붙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붙여요.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도 듣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에 일관성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우습고. 그냥 노래가 되는 신기한 순간을 즐기는 것 같아요.”

- 기타 잘 치죠? 기타를 배우고 싶은데, 쉬워요?

“외국어랑 비슷해요. 앞에는 조금 어렵고 뒤는 조금씩 쉬워져요. 제가 사실 기타를 못 치는 사람인데, 3개월 정도는 지루해요. 그 시간을 견디면 오지은만큼 깔 수 있어요. (웃음)”


- 언제 공연을 처음 했어요?

“유치원에서 김완선 노래를 불렀어요. 500원을 준다고 해서. (웃음) 노래는 말할 수 있을 때부터 불렀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클래식을 좋아하셨는데, 그걸 듣고 다음날이면 따라 부르기도 하고.”

- 일본에서 공연한 적은? 길거리 공연을 한 적 있나요?

“있어요. 22살(만 20살)에 음악을 더 이상 안 하겠다고 생각하고 삿포로에 간 적이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했는데 즐겁지도 않고 왜 하나 싶어서 갔었죠. 그렇게 삿포로에 갔는데, 음악을 더 달게 들었던 시절이에요. 돌아와 다시 음악을 하면서 삿포로는 못 가겠더라고요. 그렇게 못 가다가 2집을 내기 직전에, 이제는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정체성을 인정해 줬을 때 삿포로에 다시 가서 포크 음악 클럽에 갔어요. 무작정 주인을 찾아가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공연을 하면서, 2집을 만들면서 이런저런 딜레마가 있을 때인데, 그곳 사람들한테 위로를 받았어요. 그렇잖아요.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마음에 있는 깊은 이야기를 하는 때가. 그때가 그런 순간이었어요. 길거리 공연은 안 해봤어요. 100퍼센트로 공연하고 싶어서요. 길거리 공연을 하면 음향도 열악하고 잡생각도 많이 들 것 같아서요. 물론 길거리에서 하면 낭만도 있고 어울리는 장르가 있지만 길에서는 아직 안 해봤어요.”

- 자신이 아닌 다른 소재로 가사를 쓴다면.

“최근에 만든 노래가 있어요. 아는 동생의 짝사랑을 다뤘는데, 제목은 ‘아저씨 미워요’. (웃음) 동생이 나이 많은 아저씨와 연애를 하는데 그 아저씨가 꼭 여우 같아요. 노래는 발랄한데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이에요. 제 얘기가 아닌데 일어날 법하고 일어날 것 같은 노래도 하고 싶어요. 전혀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노래를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 목 관리는 어떻게 해요?

“안 하는 것에 가깝긴 한데요. 안 좋다 싶으면 오미자차를 마시고, 공연을 해야 하면 창법을 바꿔요. 목이란 악기는 살아있어서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삑사리 나거나 음악이 떨어지면 안 되지만 그걸 초월할 수도 있어요. 노래 연습은 중2~중3 때 하루 2시간씩 열심히 했는데, 그때 한 걸로 지금 벌어먹고 사는 거예요. (웃음)”

- 이 사람과 듀엣하고 싶다는 가수가 있어요?

“음, 무척 많은데…… 한 명 꼽으라면 이 분은 모를 텐데, 이승렬. 꼭 같이 해보고 싶어요. 혼자서 용쓰는 걸 그만 하고 싶기도 하고. (웃음)”

- 오지은에게 ‘노래’ 또는 ‘음악’이란.

“안 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했잖아요. 묘한 불편함이랄까. 첫 시련이 24살 때였는데, 나모 모르게 곡을 쓰고 있었어요. 극한 순간이나 어려움이 닥칠 때, 누군가는 소주나 수다, 잠 등 다양한 것이 있을 텐데 저는 노래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또 나를 위해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위로가 되는 그런 것이 신기하고. 계속 그러고 싶어요. 음악은 곡 쓰고 다듬고 레코딩 하고 노래하는 공정인데, 굳이 꿈이란 말을 부여하고 싶진 않아요.”

살아가는 지은


- 현재 삶의 낙은?

“이틀 뒤 가는 홋카이도 여행 스케줄을 분초 단위로 짜는 것. 철도 노선을 보면 정말 좋아요. 일본에는 철도덕후(철덕후)가 있다는데, 세상에서 제일가는 진상 덕후라죠? (웃음) 저는 철덕후라는 생각은 없고, 그저 철도를 탈 뿐! 주변에서는 본격 철도덕후 인증 여행이냐고 하기도 해요. (웃음)”

- 어떻게 하면 ‘대인배’가 될 수 있을까요?

“음, 대인배는 호방한 것보다는 눈에 안 띄게 다른 사람들 입장을 읽어서 처신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1집 때 ‘사운드 니에바’(주. 오지은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인디 레이블) 할 때는 간단했는데, 2집(주. 2집은 음반 기획사인 해피로봇과 계약을 맺고 발매했다.)을 내고 나를 둘러싼 세계가 너무 커져버리더라고요. 방송은 물론 공연도 커지고. 생각해야 할 것이 100배나 커졌어요. 비유하자면, 졸업 앨범을 찍을 때 주변을 챙겨주기 힘든 그런 느낌이랄까.”

- 어디서 영감을 얻어요?

“각종 실연이죠. 요즘은 평화로워서 창작 활동이 잠잠해요. (웃음) 3집에는 어떤 음악이 담길지 모르겠는데, 경험이 음악을 만든다는 명제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 그걸로 브랜드화 하고 싶지도 않고요.”

- 음악이 너무 솔직해서 아프기도 했는데, 그런 아픈 사랑을 했나요? 일본어는 어떻게?

“일단은 경험이고요. 일본어는 무라카미 류의 『교코』를 일본어로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어요. 막상 일본어로 읽으니 꼰대 같았어요. (웃음) 일본에 간 건, 쓰리고를 맞아 제적돼서 갔어요. 그 김에 고생하면 정신 차리지 않을까 했는데, 고생하고 정신 차렸어요. (웃음)”

- 왜 세상에 삐쳤어요?

“일기장(지은닷컴, www.ji-eun.com)에 과한 것도 쓰고,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여주는 느낌이었는데, 누가 그걸 보고 좋지 않은 얘길 했어요. 마음을 봤으면 좋겠는데, 다른 걸 보고 멋 내기 위해 그런 말을 썼냐는 식도 있고. 저는 약간 실험하는 마음이었어요. 쇼 비즈니스와 뮤직 비즈니스 사이의 실험. 1집에서 용기와 확신을 얻고 노력은 했는데. 솔직한 사람보다는 솔직한 듯한, 털털한 듯한 사람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세상에 삐쳤어요. 그래도 뭐, 이번 홋카이도 바람에 날리고 오려고요. (웃음)”

- 가족이나 친구들은 뭐라고 불러요?

“친오빠는 저를 금치산자라고 불러요. (웃음) 친구들은 내 귀여운 강아지라고도 부르고.”

- 음악 이외의 특별한 것이 있다면?

“일상이 특별하지 않아요? 오래 봐서 지겨운 남친이나 업데이트 안 되는 쇼핑몰처럼. (웃음) 참, ‘요즘 애들 싸가지 없지 않다’는 말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같은 수업을 듣는 나이 어린 친구에게 시험 범위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알려주니 옆에 있던 한 친구가 ‘너 진짜 착하다.’고 그러더라고요. 마초 폭발이죠. (웃음) 제가 마초에 꼰대예요. 00학번인데, 캠퍼스는 09학번이 주인이잖아요. 그래서 ‘그림자처럼 다녀야한다.’ ‘저들의 맑은 공기를 해치면 안 돼.’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어요.”


- 연애 스타일은 어때요?

“음, 지은 양은 1기랑 2기로 나눌 수 있는데, 1기 때는 마지노선이 없었어요. 만나서 헤어지고 나면 혼자 살림을 벌써 차렸어요. (웃음) 사귀고 너랑 나랑 결혼하면 어쩌고저쩌고. 지금은 2기인데, 있는 듯 없는 듯해요. 쓰나미 말고 바다에 발바닥이 닿을 듯 말 듯한 그런 연애를 하고 있어요. 이런 것에 생각이 많은 게 의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노래까지 나오고. (웃음)”

- 연애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해요?

“연애를 한다는 건, 여자 남자 공통된 건데, 못 해본 사람들은 엉뚱한 사람을 좋아해요. 나한테 나쁜 남자, 나쁜 여자 같은. 회사의 같은 부서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남자가 진국일 수 있어요. 주변 자원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웃음) 더 나은 내가 되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 연애해야 돼요.”

- 청순, 애교, 섹시 중 자신 없는 것이 있다면?

“잡지 촬영하면 부족장 포스가 나와요. 사진 나오면 ‘얘, 누구야?’ 싶기도 하고. (웃음) 애교는 자신 없고. 섹시는 앨범 재킷 속지에 누워 있는. 청순은 1집에 있고. (웃음)”

- 무엇 때문에 인디에 빠져 있나요?

“인디에 빠져 있진 않아요. 한국의 ‘인디’는 신기한 것도 있는데, 좀 복잡해요. ‘홍대 신’이라는 것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대형 기획사를 싫어하는 게, 그들은 프린세스 메이킹을 하고 싶어 해요. 옛날에 (대형 기획사에) 몸담은 적이 있는데, 그때 제 몸무게가 45kg이었는데 43kg까지 빼라는 거예요. 막 싸우고. 미친 거 아냐? 또 아는 연예인 언니가 스캔들이 터졌는데, 내쳐지는 걸 봤어요. 그래서 모든 걸 자기가 진행하지 않으면 토사구팽 당하지 않을까, 모든 걸 내가 공정하지 않으면 남 좋은 일 시킬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을 것 같은데…….

“전 <라디오 스타>가 정말 좋아요. 이상한 얘긴데, 진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유일하게 나가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이에요. 날 어떻게 깔지 궁금해요.”

- 부러운 사람 있어요?

“일본 배우인 아사노 타다노부의 부인인데, 뮤지션인 ‘차라(Chara)’요. 정말 부러워요. 엄청 사랑받으면서 애 셋을 키우고, 귀엽고 주름도 없어요. 신이에요. (웃음)”

- 20대를 지나오면서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 제가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인데, 물론 내년에 또 만으로 스물여덟이 되겠지만. (웃음) 모든 충고는 같잖지만 지금 20대에게 조금은 할 수 있는 말이 생겼어요. ‘이것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그게 차단되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아버지가 라인을 잘못 타셔서 좌천당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굳이 출세가 아니더라도, 아파트 평수가 작아도 기운차고 행복한 아버지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까 그건 사치스러운 질문이 아니에요. 뭘 해야 내가 좋고, 내가 좀더 잘 할 수 있고, 덜 스트레스를 받는지 그런 것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너무 빨리 요령 안 부렸으면 싶고, 쉴 때 쉬면서 좀더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고민을…….”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역시나, 170여 개의 투구(질문)는 무리다. 그의 매니저들이 뒤에서 알게 모르게 사인을 보내면서 오지은의 투구 수를 측정하고 있던 터. 가끔 그들의 사인을 훔쳐보면서, 곧 9회말 경기가 끝나겠거니 했다. 오지은은 아직 150km를 넘나드는 광속구를 던지고 더 던질 힘이 남아 있어 보였으나, 투수의 어깨를 염려한 감독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을 터. 관중은 아쉬워도 충분히 경기를 즐겼으므로 오케이.

‘친구의 친구를 만난 느낌’으로 ‘화장도 안 하고 멘트도 안 짜고’ 이루어진 이날의 행사. 자주 팡 터지고, 때론 멍 때리면서 ‘만사를 연애로 해석하는’ 오지은의 직구와 변화구에 맞춰 호흡한 경기였다. 대부분의 진지를 솔직함과 유쾌함으로 버무린 오지은의 투구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연말엔 아마 ‘골든 글러브’를 노려도 되지 않을까. 요즘 잘 부르지 않았지만 참 좋아하는 노래라는 「두려워」에 이어진 마지막 노래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를 끝으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누구 하나가 아닌, 우리 모두가 승리투수가 됐던 이날의 기록도 이것으로 거의 끝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났다고 다시보기를 멈추지는 않는다. 진정한 야구팬은 집에 돌아가 다시보기를 돌려 보고 그날의 경기를 복기하면서 짜릿해 하는 법.

그리하여,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뮤지션 레니 크라비츠가 그랬고,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인 요기베라가 그랬듯이. “It Ain't Over 'Till It's Over.” 말인 즉슨, 나머지 질문은 지은닷컴(www.ji-eun.com)의 ‘간혹에세이’에 올리겠다고 오지은이 공언했다. 물론 언제 올라올지는 몰라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끝날 때까지 우리의 반상회는 끝난 것이 아니다. 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 산책을 해도 좋겠다. 폴 오스터나 알랭드 보통처럼 문장력과 재치가 앞서는 것보다 애니 프루처럼 뭔가 뭉근한 정서를 좋아하는 그의 음악을. 그나저나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언제나 그랬듯, 별은 내 가슴에. ^.^

P.S. <라디오 스타>(MBC)와 ‘LG 트윈스’ 야구단에 고하자면, 지금 세상에 삐쳐 있는 오지은에게 <라디오 스타> 출연과 시구를 허하라. 그리하여 그 삐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시라. 혹시 아나? 오지은이 야구장에서 시구한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여 LG 트윈스가 가을 야구를 할 수 있게 될지. 물론 난 장담 못한다. 난 그저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를 바라는 자이언츠 빠돌이일 뿐이니까.^^; 아울러, 오지은의 출연은 고품격 음악 방송 <라디오 스타>의 품격을 더 높여줄……까 역시 나는 장담 못하지만, 김구라와 오지은의 구라빨 배틀을 한번쯤은 보고 싶다규! 아, 그리고 나도 정말 좋아하는 이승렬. 부디 두 사람의 듀엣이 이뤄지는 그날이 오길.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앨범이든 콘서트든 이 몸은 달려가리다. 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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