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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가 마련된 일탈’로의 초대

드렁큰 타이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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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Good Side>가 제 원래 모습이지만 자신을 규정짓는 한계가 될 수도 있어서 두 개의 모습으로 나눠서 표현해봤어요.

데뷔 10년을 맞이했고 개인적으로는 15년째 활동하는 드렁큰 타이거(타이거 JK)가 더블 앨범으로 여덟 번째 작품을 발표했다. 우선 더블 CD라는 점이 압도한다. ‘힙합 신의 큰 형님’으로 통하는 존재답게 27곡이 수록된 음반은 양으로도 방대함을 자랑한다. 연일 디지털 싱글이 쏟아지고 어느 정도 위치를 선점한 선배 가수들도 정규 앨범 내기를 꺼릴 만큼 음반 시장의 불황이 계속되는 시기에 더블 앨범을 냈다는 것은 그의 음악에 대한 고집과 우직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안에서는 이런 문제가 음악인들을 고단하게 만들고 있는 가운데, 밖에서는 몇몇 명성 높은 프로듀서들이 힙합을 리듬과 비트 제일주의의 무도회장 BGM 장르로 만들며 자기 뱃속 채우기에 몰두하는 중이다. 아니, 이제는 그 신종 플루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음악계를 감염시킨 지 오래다. 이런 내외 환란에도 드렁큰 타이거는 힙합의 정수에 충실한, 그러면서도 다양성을 갖춘 음반을 내놓았다. 실로 전자음 일색의 소비적 음악이 판을 독식한 형국. 그는 “댄스, 일렉트로니카를 섞지 않아도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앨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이번 앨범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방대한 양이다.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녹음 시간은 4개월 정도, 처음 구상을 시작한 것부터 치면 1년 반은 되는 것 같아요. 믹스다운은 한 달 반 정도 걸렸고요. 되도록 외부에 알려지지 않기 위해서 007 작전처럼 최대한 비밀리에 작업을 해왔어요. <Feel Good Side>가 재정상 한계였는데, 끝낼 수가 없더라고요. 일이 이렇게 크게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웃음)

7집 때는 비교적 단정한 느낌이었는데 앨범 재킷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번에는 다소 불량한(hood) 콘셉트를 내세웠다. 힙합이 가지고 있는 저항성의 복원에서인가?

흘러가는 트렌드에 대한 반발이 어느 정도 있었어요. 재즈 힙합, 철학적인 힙합 등 힙합에도 많은 종류가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장르에 기생하기도 하고 진화하기도 해요. 하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확실히 퇴보된 느낌이 들어요. 여러 가지 스타일이 공존해야 진화인데, 그런 점에서는 요즘 들어서 아쉬움을 많이 느껴요. 일부 힙합 마니아들로부터 일관성이 없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지만, 저라도 다양성을 취급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그리고 제 또래의 사람들이 힙합 음악을 몰래 듣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요새도 힙합 들어?”라는 말을 들을까 봐 그런가 봐요. 그런 사람에게 힘을 주고 싶었고 긍지를 심어 주고 싶었어요.

두 개의 사이드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떤 게 본모습인가?

<Feel Good Side>가 제 원래 모습이에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모습이 제 모습이 되기는 싫었어요. 결혼을 하고 조단을 낳게 되면서 이전에 거의 없었던 방송 쪽 인터뷰도 받았어요. 외부로 보이는 이미지도 좋아지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관심도 많이 받으니 밝아지게 됐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한테는 이미지라는 게 도움도 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어요. 본모습은 이렇지만 저 자신을 규정짓게 되는 한계도 될 수 있어서 두 개의 모습으로 나눠서 표현해 봤어요. <Feel Good Side>를 먼저 제작하고 나중에 <Feel Hood Side>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Feel Good Side>를 작업할 때는 술술 진행되었어요. 미래가 임신하고 배가 부르면서 산통을 느낄 때 제 일기로 쓴 거거든요. 「축하해」가 그런 곡이에요.

많은 곡들이 훌륭하지만 <Feel Good Side>에서는 「숫자놀이」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네! 저도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인데요, 주위에서 별로 언급을 안 해주시네요. 이 곡이 좋다고 하시는 분은 (임진모) 선생님과 저희 아버지밖에 안 계세요.(웃음)


윤미래와 작업한 타이틀곡 「True romance」가 일반적인 사랑 노래가 아니라 음악에 대한 열정에 관한 노래더라.

네. 그 앞에 삽입된 랍티미스트(Loptimist) 스킷이 모티브를 준 곡이에요. 실제 상황을 토대로 녹음한 것이고요. 랍티미스트라는 친구가 언더그라운드에서도 유명하지만 세계로 뻗어나가는 상황이에요. 굉장한 인재인데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많이 어려워했어요.

실제로 어머니의 대화를 녹음한 건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스킷을 들으면 알 수 있겠지만 어머님께서 저와 작업한다는 사실을 안 믿으시다가 녹음이랑 믹스다운 끝내고 인증샷을 찍어서 보내드리고 나서야 믿으셨어요. 「True romance」가 원래 타이틀곡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에 뜨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타이틀이 되었어요. 인터넷도 잘 안 하시는 분인데 직접 컴퓨터 하시면서 확인하시고 문자도 보내주셨어요. 어머님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만으로도 많이 뿌듯했어요.

「True romance」라고 지은 것은 일종의 연막작전인 셈이다.

네. 이 바닥에서 음악을 사는 사람, 파는 사람, 또는 장사꾼 마인드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국에는 부부 생활처럼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 노래의 이야기예요. 재밌는 게, 저는 아무리 활동해도 가요 차트에 오른 적이 없는데 <뮤직뱅크>에서 순위권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받았어요.

4집 <뿌리>에는 「슬픈 기타줄」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번에도 「6번 줄 없는 통기타」라는 기타 관련 노래가 있다. 기타에 대한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건가?

기타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기타리스트로서 유명하지 않아도 조용한 클럽에서 연주하시는 분들을 보면 무척 부러워요. 밥 말리(Bob Marley)를 좋아하고, 레게를 좋아하고 그런 면을 보면 알 수 있죠. 「6번 줄 없는 통기타」는 힙합과 레게를 접목시키고 싶어서 나온 노래예요. 아침에 조단이랑 <케로로>를 같이 보고 기저귀 갈아 주다가 얼굴에 오줌 맞다 보면 슬픈 노래가 안 나와요. 슬픈 노래가 필요했는데 마침 기타의 6번 줄이 끊어져 버린 거예요. 줄이 끊어진 채로 썼는데 분위기 자체가 어울리는 거 같아요. 여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Feel Good Side>는 상당히 대중적이다.

저도 힙합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굳이 댄스, 일렉트로니카를 섞지 않아도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앨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그쪽 장르를 무시한다거나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힙합으로도 대중성을 보여줄 수 있어요. 옆집 아주머니들도 1번부터 끝까지 다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사이드에서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곡은 무엇인가?

「힙합간지남」을 꼽고 싶어요. 우선 라이브 공연 때 재밌는 것을 해보고 싶어서 만든 곡이에요. 가사를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약간 비꼬는 내용이거든요. ‘메타형의 빠돌이 내 나이에 Hip hop 넘버원’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우리나라 힙합 마니아들 사이에서 일명 ‘힙합 1세대’를 존중해 달라는 말이 나오면 유교 마인드, 혹은 꼰대 마인드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힙합 선구자에 대한 존경의 문화가 성립되어 있는데 우리는 약간 그런 면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쉬워요.

<Feel Hood Side>에서는 어떤 곡들이 잘 나왔다고 생각하나?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곡은 랍티가 쓴 「짝패」고요, 영어라서 좀 그렇지만 「Rest in peace (Question)」가 필요한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의도적으로 튕긴 노래가 있지 않나? 「숫자놀이」는 후드 사이드에 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이것은 어디에서 밝힌 내용은 아닌데요, <Feel Good Side><Feel Hood Side>에 의도적으로 성격이 다른 트랙을 하나씩 삽입했어요. 굿 사이드에서는 「숫자놀이」이고, 후드 사이드에서는 「주파수」예요. 「숫자놀이」는 ‘대놓고 퇴보해 보자’라는 생각을 갖고 1990년대 힙합 황금기의 프리모(DJ Premier)식의 스타일로 비트를 구성했어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철학도 없고 과학이나 학문도 없고 자신에 대한 지식이나 진리도 안 남아 있고 좀비들처럼 움직이지만 그 사람들보다 더 죽어 있는 지금 아무것도 없어(No more philosophy no olgoy no knowledges are left deader than zombies)’라는 펀치 라인이에요. 랍티미스트 얘기하면서 언급했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을 그나마 대중적인 저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하고 싶었어요. 「주파수」를 들으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대중과 마니아들 사이에서 어정쩡한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에 투명인간이라는 표현을 썼고, 그러한 맥락에서 화나(Fana)는 미확인 MC로 표현했죠. 「숫자놀이」는 중요한 놀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굿 사이드에 넣었어요. 「주파수」는 깊게 빠지는 사람들을 놀래려는 목적이었어요. 이것 때문에 구성이 산만하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힙합이 급속도로 유입된 탓일까? 형식은 빠르게 받아들였으나 정신과 중심이 되는 부분은 같은 빠르기로 오지 않은 것 같다. ‘디스(diss)’는 있지만, ‘존경(respect)’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어쩌면 우리나라 힙합의 현실이다. 말로는 리스펙트 한다 해놓고, 정작 행동은 안 따라 주는 경우가 많다. 드렁큰 타이거의 신보에 수록된 「힙합간지남」은 계통에 대한 인식의 부재를 꼬집는 곡이다.

<Feel Ghood Muzik: The 8th Wonder>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발견과 견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선배들이 있기에 ‘힙합의 대부’라는 표현을 한사코 거부하고 그냥 ‘힙합 전사’로 불러 달라는 드렁큰 타이거는 이번 앨범에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실력자로 통하지만 주류에서는 지명도가 낮은 래퍼, 프로듀서를 대거 초청했다. 음악적 재능이 아무리 출중해도 대형 기획사에 편입되지 않으면 대중에게 노출되지 못하는 대중음악 시스템에서 능력 있는 후배 뮤지션들이 더 많은 이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줬다. 나름 선배로서 소임을 다하려는 노력이다.

2년 만의 앨범인데, 비트 구성을 왜 남에게 다 맡겼는지?

결국에 전반적인 앨범 작업은 저에 의해서 완성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앨범 작업을 하면서 왠지 이번 정규 앨범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들어 봤을 때 다행이라는 느낌을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비트는 이런 것인데, 그 점을 신경 써서 곡을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위임한 것이죠.

패밀리 앨범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감히 제가 무슨 누구를 발굴하는 입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위치에서는 그걸 해 줘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정글엔터테인먼트에서 충분히 가능하지만 랍티나 콰이엇이나 화나나 양갱 같은, 주류에서 생소할 수 있는 인물들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했어요. 이게 마지막 정규 앨범이라고 보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제가 지하 스튜디오에 LP판이 꽤 많은데, 가끔씩 그 음반들을 보고 ‘사기를 잘했다’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거든요. 이번 작품이 그런 느낌의 앨범이 됐으면 해요.


형으로서 참여한 뮤지션들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팔로알토(Palo Alto)는 한국 힙합에 대한 긍지가 강한 친구예요. 굉장히 성실하면서 실력과 인간성을 겸비한 친구죠. 또 한국 힙합의 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계속적인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아요. 그리고 한국어로도 충분히 미국 래퍼들이 추구하는 랩의 수준을 따라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랍티미스트는 한마디로 괴물이에요. 하루에 1분도 안 잘 정도로 광인에 가까워요. 샘플링 감각이 탁월하지만 「True romance」를 만들기 위해서 기타 공부를 했어요. 세션에 플루트를 연주한 독일 아저씨(Guenther Schmitz)가 있는데 이것도 랍티미스트가 페이스북(Facebook)을 돌아다니면서 섭외한 거예요. 음악 편곡을 하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곡에 어울릴 만한 뮤지션을 세계적으로 물색하는 노력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해요.


콰이엇과 테크비츠는 어떠한가.

콰이엇(The Quiett)은 일반적으로 샘플링 감각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역시 성실한 친구예요. 곡을 하나 부탁하면 끝까지 남아서 마스터링 작업하고, 곡의 순서까지 심혈을 기울일 정도로 열성적이에요. 프로듀서에게 같은 곡을 틀어줘도 콰이엇이 뽑는 샘플링은 뭔가 달라요.

테크비츠(Techbeatz)는 샘플을 전혀 안 쓰는 신기한 친구예요. 이번 앨범에 라킴(Rakim)이 피처링한 「Monster」를 만든 친구인데, 자기가 전부 작업한 곡이에요. 피처링한 외국 래퍼들도 참여하고 나서 무슨 샘플을 썼냐고 물어볼 정도였는데, 사실은 미디로 일일이 찍어서 플레잉한 루프인데 샘플링 한 것처럼 느껴진 거죠.


앤과 더블 드래곤도 참여했다.

앤(Ann)은 비트를 상당히 잘 만들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독특한 음악 세계에 빠져 있는데, 네오 소울 쪽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미국에서 음악 학교를 다녔고, 오케이 플레이어(OK Player)와 루츠(Roots)의 퀘스트러브(Questlove)와 현재 교류하고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아티스트예요. 이번 앨범 「Question」이라는 곡에 참여했는데, 사실 이 곡은 앤 아버지의 죽음이 모티브가 되어서 영감을 준 곡이에요. 저 혼자 풀어 나가기에는 아쉬워서 곡의 마지막 부분은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 보라고 공간을 내줬어요.

더블 드래곤(Double Dragon)은 남자 쌍둥이 팀입니다. 트렌디한 비트를 잘 뽑아내요. 미국 힙합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은 곡을 만들어 내요.


아내 윤미래의 목소리를 평가한다면.

미래는 저에게 특히 더 냉정해요. 넘버원 팬이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한 비평가죠. 이번 앨범에는 자기가 참여하고 싶은 곡에만 참여한 거예요. 육아 문제 때문에 많이 참여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예를 들자면 랩은 이 곡, 노래는 이 곡에만 참여한다고 미리 정해 놓고 작업했어요. 코러스 부분은 도와주는데 피처링은 정말 냉정해요. 「True romance」에서도 이전과는 다르게 일반 대중가요 창법으로 불렀는데, 작업 끝나고 물어보니 이미 저의 의도를 간파하고 그렇게 의도해서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힙합 커뮤니티에서 라킴에 대해 실망했다는 마니아들의 이야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종의 취향 차이인 것 같아요. 상투적인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라킴이 맨 처음에 해준 랩 파트는 말 그대로 진리였어요. 그런데도 라킴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를 요구하면서 랩을 많이 바꾸었어요. 어찌 보면 피처링 참여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는데, 한글 단어를 랩에 집어넣고 단순히 첨가하는 것만이 아니라 랩 플로우나 메시지와 일맥상통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영적인(spiritual) 느낌까지 받았어요. 그래서 이전부터 존경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가 이번 작업을 통해서 더욱 늘어났어요. 결과론적으로 이번 라킴의 플로우가 평이하게 전개된 것이 사실이지만, 같이 작업하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안타깝죠. 물론 청취자에게 저의 감흥을 강요할 수 없고, 나만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도 없는 거지만 퇴보했다는 주장까지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어요. 사실 「Monster」에서는 로스코 우말리(Roscoe Umali)가 최고였는데, 별로 언급하는 사람이 없어요.

비지(Bizzy)는 타이거 JK의 분신처럼 느껴질 정도로 랩이 비슷했는데 이번에는 스타일이나 톤이 많이 바뀌었다. 특별히 요구한 게 있었나?

제가 요구한 것은 없어요. 장터에서도 공연을 하고, 판문점에서 거제도까지 안 가 본 데가 없어요.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서 공연한 적도 있고, 심지어는 마이크가 나간 상황에서 공연한 적도 있어요. 그렇게 공연을 하고 몸으로 느끼면서 스타일이 바뀌더라고요. 그러면서 톤에 변화를 주는 등 나름의 기교를 완성했다고 할까요? 마치 득음한 것처럼요. (웃음)

중저음의 톤을 지닌 팔로알토와 화나와의 합작은 톤의 밸런스를 위한 의도적인 구도인가?

랩 톤의 밸런스라기보다는 방법론의 밸런스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 친구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예전 저의 스타일로 돌아가 랩을 시도해 봤고요. 화나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친구예요. 제가 한국 힙합 팬이라서 (앨범을) 다 사서 듣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화나의 「Rhymonic storm」을 듣고 나서 ‘얘는 돌아이다’라고 느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누구는 라임 떡칠이라고 하는데, 화나는 라임을 많이 써도 그렇게 티가 안 나게 랩을 하는 독특한 친구라서 좋아해요.

라킴 때문에 라카(Rakka)의 참여와 랩이 묻히는 것 같다.

저도 이만큼 파장을 일으킬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어차피 라카의 랩은 완전히 발라버렸어요. 실력이 조명 받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기회로 라카와 친구가 됐지만 저도 신기하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 좋아하는 팬의 입장이었는데 친구가 됐으니까요. 앞으로도 미국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종종 보여드려서 힙합 신을 술렁이게 하고 싶어요. 어쨌든 논란거리를 제공한 것만 해도 성공한 것 같아요.

「힙합간지남」이 방송 불가 처분을 받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금지가 될 거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요. ‘간지’가 일본어잖아요. 짐작은 했어요. 하지만 방송사 자체 심의 규정이 있어서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제 앨범에 조만간 ‘청소년 유해매체’라는 딱지가 붙게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유해매체’라는 얘기는 성인은 유해매체를 즐겨도 된다는 논리가 아닌가요? 다르게 보면 성인은 유해매체에 빠져 있는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되고요. 이런 규제와 기준은 부모님의 조언과 지도를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방송사의 심의 규정이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규제의 선을 밟는 건 음악 하는 사람들의 몫이고 선을 조금씩 밀어가는 게 저희의 일인 것 같아요. 「Monster」의 뒷부분에 ‘발라버려’라는 멘트로 발라버린 것도 표현의 자유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안에 담긴 메시지를 간파하지 못하고 랩 스킬로만 평가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점도 있어요. 힙합 음악끼리는 그런 게 있잖아요. 우리만 아는 표현, 메시지를 알아차리고 낄낄거리는 은근한 재미. 그런 의도를 알아차릴 줄 알았는데 아쉬워요.


드렁큰 타이거를 힙합의 세계로 끌어당긴 앨범 몇 장을 꼽는다면.

상당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우선 N.W.A의 <Straight Outta Compton>을 꼽겠어요.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듯이 있는 그대로의 거리의 언어를 해도 되는구나.’라는 충격을 준 앨범이에요. 다음은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The Low End Theory>입니다. ‘힙합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꼭 갱스터가 될 필요는 없구나. 가사가 이렇게 문학적이어도 된다.’라는 느낌을 준 앨범이에요. 그리고 밥 말리 전 앨범은 저에게 충격적이었어요. 비록 장르는 레게지만 힙합에서 느낄 수 있는 태도(attitude)가 녹아 있는 앨범이에요. 밥 말리는 힙합 이전에 사랑, 저항, 억울함 등 모든 것에 대해 노래한 혁명가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Souls Of Mischief)의 <93 'til Infinity>도 좋아해요. 단어를 가지고 이렇게 장난을 치면서 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 앨범이에요. 그리고 슬릭 릭(Slick Rick)의 <The Great Adventures Of Slick Rick>은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앨범이에요. 슬립 릭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흘러내리는 랩은 라임을 썼는지 안 썼는지도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훌륭해요. 그리고 스릴 넘치고 섹시하고 멋있는 곡이 많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갱스터 스타일로 센스 있게 만들어진 닥터 드레(Dr. Dre)의 <The Chronic>도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 앨범, 대중들이 어떻게 들어줬으면 하나.

‘Feel Ghood muzik’이라는 타이틀이, 고민을 많이 해서 붙인 것이거든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항상 올바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이탈하고 싶은 느낌을 내고자 ‘h’를 넣었어요. 미국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처럼 힙합은 사회에서 원하는 외모, 모습이 아니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음악이에요. 꼭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다는 거죠. <Feel Good Side>를 듣고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좋겠고, <Feel Hood Side>를 통해서는 일탈의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번지점프처럼 순간적인 일탈을 즐기지만 안전장치가 마련된 줄이 있듯이, ‘안전장치가 마련된 일탈’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인터뷰: 임진모, 이종민, 홍혁의, 한동윤
사진: 김선미
정리: 한동윤

2009/07 한동윤 (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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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드렁큰 타이거 8집 - Feel Ghood Muzik : The 8th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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