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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는 바로 이런 것이다!! - 퀸시 존스(Quincy Jones) <Back On The Block>(1989)

‘흑인 음악계의 대부’로 칭송 받는 퀸시 존스는 1980년대 MTV가 낳은 히트 상품 마이클 잭슨을 최고의 자리에 등극시킨 거물 프로듀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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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아침, 믿어지지 않는 소식이 온 지구를 애통으로 뒤덮었습니다. ‘팝의 황제’라 불리던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몇 해 전부터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고 복귀 콘서트도 계획한 터라 조금만 더 기다리면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20세기 팝 역사 중 한 편이 없어진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가수, 댄서, 작곡가로서 훌륭한 능력을 지닌 마이클 잭슨은 3연타 명반 <Off The Wall>, <Thriller>, <Bad>로 20세기를 수놓은 최고의 뮤지션이 되었죠. 그와 함께 이 세 장의 앨범을 프로듀싱한 이가 올해로 76세가 된 흑인 음악의 거장 퀸시 존스입니다. 마이클 잭슨을 언급하면 퀸시 존스 이야기가 나올 만큼 둘은 음악적으로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에게 ‘팝의 황제’라는 칭호를 달게 해준 명인 퀸시 존스의 앨범을 통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음악 감독인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퀸시 존스(Quincy Jones) <Back On The Block>(1989)

‘흑인 음악계의 대부’로 칭송 받는 퀸시 존스(Quincy Jones)는 1980년대 MTV가 낳은 히트 상품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최고의 자리에 등극시킨 거물 프로듀서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 동안 재즈와 팝계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며 대가의 면모를 보여준 그가 지금껏 후배 음악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스타 제조기’로 불린 것이나 음반을 제작할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감히 따를 수 없는 비범한 편곡 솜씨로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킨 것이 말해준다.

1970년대부터 굵직한 팝 스타들의 앨범을 직접 제작하며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줬던 그의 재능은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했다. 에티오피아 난민 구제를 위한 자선 레코드 <We Are The World>를 비롯해서, 팝 역사상 가장 성공한 솔로 앨범으로 찬사를 받은 마이클 잭슨의 <Off The Wall>, <Thriller>, <Bad>를 제작,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프로듀서로 명성을 쌓아올렸다. 마이클 잭슨이 ‘킹 오브 팝’이라는 수식어를 단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하지만 퀸시 존스가 휘날린 ‘음(音)의 예술’은 자신의 작품집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디스코와 뉴 웨이브가 대세를 장악하던 1981년에 발매된 <The Dude>는 디스코와 팝, 재즈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를 보여주며 그의 이름을 만방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자신이 설립한 독립 레이블 퀘스트(Qwest)를 통해 8년 만에 선보였던 솔로 프로젝트 <Back On The Block> 역시 ‘크로스오버의 정체성’과 ‘돌아온 퀸시 존스’를 알렸던 회심의 역작이었다.

재즈 비밥 전통에 신(新) 감각의 랩을 가미시킨 이 음반은 존스의 지휘 아래 당대의 엘리트 뮤지션들이 초빙되어 화려하게 한바탕 축제를 펼쳤다. 래퍼 아이스 티(Ice-T), 멜리 멜(Melle Mel), 빅 대디 케인(Big Daddy Kane), 그리고 쿨 모 디(Kool Moe Dee)는 오프닝을 맡은 타이틀 「Back on the block」에서 팝과 힙합의 크로스오버를 거침없이 선언했다.

소울의 거장 레이 찰스(Ray Charles)와 샤카 칸(Chaka Khan)은 브라더스 존슨(The Brothers Johnson)의 곡을 커버한 소울 팝 「I'll be good to you」에서 듀엣으로 멋진 호흡을 과시했다. 또한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에 참여하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시다 가렛(Siedah Garrett)은 「I don't go for that」「One man woman」에서 리드 보컬을 담당하며 존스의 가장 큰 부름을 받았다.

펑크(Funk)와 아카펠라가 뒤섞여 기분 좋게 흐느적거릴 수 있는 펑카펠라(Funkappella)곡 「Wee B. doin' it」에서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이 몸으로 만들어내는 천재적 소리 또한 일품. 글렌 발라드(Glen Ballard)가 작곡한 대곡 성향의 「The place you find love」는 팝과 가스펠의 화려한 교향악을 방불했다.

재즈와 랩을 완벽하게 퓨전시킨 「Jazz corner of the word」에 뒤이어진 연주곡 「Birdland」는 조 자위눌(Joe Zawinul)의 신서사이저 연주가 아주 돋보였다. 물론 재즈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디지 글레스피(Dizzy Gillespie)의 트럼펫과 제임스 무디(James Moody)의 색소폰, 조지 벤슨(George Benson)의 기타,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zgerald)와 사라본(Sarah Vaughan)의 보이스 역시 한데 어우러져 일렉트릭 사운드와 재즈가 만난 드라마틱한 특별함을 전해줬다.

「Setembro (Brazilian wedding song)」에서 아카펠라 그룹 테이크 식스(Take 6)는 환상적 하모니를 선물했고, 「Tomorrow (A better you, better me)」에서는 퀸시 존스의 눈에 뛰어 12살의 어린 나이에 거장의 앨범에 참여하게 된 테빈 캠벨(Tevin Campbell)이 깨끗한 미성의 목소리로 ‘제2의 마이클 잭슨’ 노선을 따르고 있다.

얼마 전 영국의 음악전문지 『Q』는 “현재 68세의 노병은 아직 죽지 않았다. 만약 이제 그가 마지막 작품을 발표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우려의 목소리는 기우이다. 그의 삶이 계속되는 한 그는 80세까지 음악작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바칠 것이다.”라는 기사를 소개했다. 노익장 퀸시 존스의 음악적 열정과 에너지에 바치는 충심의 헌사였다.

자신의 손자 격인 어린 10대부터 환갑을 넘긴 노장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세대 간의 벽을 허물어뜨린 <Back On The Block>은 신구의 조화를 이뤄냈고, 팝, 소울, R&B, 펑크(Funk), 랩, 재즈에 이르는 장르의 퓨전을 멋지게 소화해낸 성찬이었다. 퀸시 존스라는 유능한 프로듀서이기에 가능했던 팝의 진정한 크로스오버였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예전의 「Rock with you」「Billie Jean」처럼 참신하고 통통 튀는 그의 편곡을 기대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분명 시대적 감각이나 대중성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수많은 아티스트를 호령(號令)하는 ‘파워 맨’으로서 그가 지닌 존재감이 특별한 것은 권위 있는 그래미상으로 확실한 보상(?)을 받았다는 점이 웅변한다.

1980년대를 마무리하면서 발표한 그의 야심작 <Back On The Block>은 이듬해인 1990년 그래미상에서 최고의 영광인 ‘올해의 앨범’을 포함해 무려 7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이 보살펴 준 제자가 상업적인 측면에서 앞질렀다면, 그는 대중적 인기가 침범할 수 없는 존경심을 얻었다. 그게 바로 퀸시 존스가 오랫동안 흑인음악의 대부로서, 팝계의 가장 성공한 프로듀서로서, 지금까지 최고의 자리에 우뚝 솟아있는 이유이다.

글 / 김獨 (quincyjones@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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