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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앨범 발매를 앞둔 작곡가

유영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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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에 출시될 유영석의 트리뷰트 앨범에는 김건모, 유희열, 조규찬, 홍경민, 김연우, 이수영, 유리상자, 커먼 그라운드, 슈퍼주니어의 규현, 윈터플레이 등이 참여한다.

젊은 세대에게 유영석은 어디서 한번 들어봤음직한 정도의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대중가요의 마지막 전성기라고 할 1980년대 말을 지나 1990년대 초중반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당대를 풍미한 최고의 음악 작가’이자 ‘대중 스타’였던, 아주 친숙한 이름이다. 그룹 ‘푸른하늘’ 활동을 하면서 그가 써낸 곡들 「겨울바다」, 「눈물나는 날에는」, 「우리 모두 여기에」, 「꿈에서 본 거리」, 「오렌지 나라의 앨리스」, 「사랑 그대로의 사랑」, 「자아도취」 등은 매혹 멜로디의 극치를 선사하며 음악 청취자들을 홀렸다.

‘푸른하늘’에 이어 1990년대 중반 김기형과의 듀오 프로젝트였던 ‘화이트’ 시절에 발표한 「W.H.I.T.E.」, 「7년간의 사랑」, 「네모의 꿈」 등 역시 그 시대 젊음의 기억에 또렷이 새겨져 있다. 그때 어린 시절을 보내며 가수의 꿈을 키운 아이들에게 유영석은 거의 절대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 ‘유영석의 키드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선배에게 곧 헌정 앨범을 바친다고 한다. 내달에 출시될 유영석의 트리뷰트 앨범에는 김건모, 유희열, 조규찬, 홍경민, 김연우, 이수영, 유리상자, 커먼 그라운드, 슈퍼주니어의 규현, 윈터플레이 등이 참여한다.

6월16일에는 ‘유영석 헌정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렸다. 객석에서 후배들의 헌사를 들어야 할 주인공인 그가 이날 맡은 역할은 다름 아닌 행사의 사회자. 행사 두 시간 전에 만난 그는 “아마 헌정을 받은 주체가 앨범을 프로듀스하고 기념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크게 웃었다. 왜 그가 나서서 헌정 앨범의 프로듀서를 맡고 공연의 MC로 분했는지 궁금했다.

지금까지 헌정 앨범을 받는 가수가 많지 않다. 부담은 되지 않았나.

처음 헌정 앨범을 제작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작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아직 현역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무슨 헌정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참여 면면들을 살펴보니 ‘그들이 나의 지난 음악들에 대한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곡들을 보완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수들도 참여하지만 프로듀서인 만큼 내 스스로도 곡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기존의 헌정은 추억이나 향수가 크게 담겨 있지 않다. 직접 프로듀스까지 한다면 내가 간직하고 있는 추억과 더불어 참여 가수들의 재해석이 더해져 좋은 앨범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일반적인 헌정 앨범 제작 방식과 같이 가수들 각자가 음원을 만들어 녹음한 것을 모으는 방식을 고려했지만 나는 작업실에 가수들을 불러 함께 작업을 했다.

그렇다면 이걸 트리뷰트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

(웃으며) 세미 헌정 앨범이다. 작곡자로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기존의 팬들이 들었을 때를 전제해서 주체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원곡보다 좋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지금까지 녹음 상황을 봐서는 개인적으로 헌정 앨범의 수록곡이 원곡보다 낫다고 본다.


헌정 앨범에는 몇 곡이 수록되며 선곡은 누가 했나.

스무 곡을 수록할 예정이다. 두 곡은 연주곡으로, 직접 연주한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제작자가 원했던 것과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과 겹치는 게 많은 편이었?. 그런 곡들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가수는 대표적인 곡들을 많이 부르고 싶어 했다. 내 노래들은 듣기에 편안할지 몰라도 사실 생각보다 부르기 어렵다. 김연우 씨 같은 경우는 「눈물 나는 날에는」을 부르면서 녹음을 마친 후 본인에게 라이브를 시키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웃음)

왜 부르기 어려운가.

먼저 당김음을 가리키는 싱커페이션(syncopation)이 많아서 그렇다. 정박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이 부분은 어려움으로 남을 것이다. 내 노래를 할 때 싱커페이션을 구사하지 못하면 제대로 맛을 살릴 수 없다. 그 다음으로는 음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곡들이 치기가 있거나 부족한 점이 있어 이번 헌정 앨범을 통해 보완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곡들이 그러한가.

사운드와 편곡 측면에서 부족했다는 의미다. 「꿈에서 본 거리」「눈물나는 날에는」 등이 될 것이다. 악기 구성이 촌스럽고,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작곡은 좋았지만 편곡이 별로였다. 당시 편곡은 밴드와 함께 아날로그 방식으로 했다. 그때는 최선을 다한 작업이었지만 지금 들어보면 리버브도 많은 것을 비롯해서 미흡한 대목들이 발견된다.


가수들이 재해석한 곡 가운데 ‘이건 참 흡족하다’ 생각든 곡이 있나. 새롭게 발견한 곡도 있을 것 같고.

유리상자가 부른 「내게 영원히」다. 사실 ‘푸른하늘’ 6집 활동 때 이 노래를 밀고 싶었지만 뜨지 못했다. 이번에 유리상자가 듀엣으로 부르는데 (박)승화 씨 보컬에 전에 없던 ‘뽕기’가 발생했다. 덕분에 노래가 더 구슬퍼졌다. 이전보다 편곡도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세준, 박승화 씨가 나보다 더 자세히 나의 노래를 알고 있는 것 같다.

대표곡 「겨울바다」, 「사랑 그대로의 사랑」은 누가 부르는가.

「겨울바다」는 뮤지컬 배우 이소정 씨가 부르려고 계획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고민이 많다. 인순이 선배에게도 의뢰해보고, 신인이 부르는 것은 어떨까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낭송을 해야 하는 「사랑 그대로의 사랑」은 아나운서 정지영 씨가 맡았는데 잘했다. 정지영 씨가 해석을 다르게 해와 조금 고민이 됐고 녹음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나 정지영 씨가 포인트를 잘 잡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듀오 ‘화이트’ 시절에 사랑받았던 「네모의 꿈」, 「W.H.I.T.E.」, 「7년간의 사랑」도 들어가나.

조규찬 씨가 부른다. 「W.H.I.T.E.」도 들어가는데 현재 편곡 중이다. 자화자찬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W.H.I.T.E.」는 원곡이 너무 좋다. 「W.H.I.T.E.」「겨울바다」는 녹음이 가장 마지막에 이뤄질 것 같다. 「그대도 나 같음을」은 박정현 씨가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7년간의 사랑」은 슈퍼주니어의 규현 씨가 부르기로 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을 아는 사람들은 유영석의 음악에 많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앨범 작업에 참여한 후배 가수들이 음악적 경배를 보내던가.

거의 대부분 그러더라.(웃음)


솔직히, 무시하거나 안중에 없었는데 새롭게 발견한 가수가 있는지.

무시했으면 콜하지 않았다. 그래도 뽑아야 한다면 조규찬 씨. 편곡 실력이 그야말로 짱이다. 그리고 아까도 말한 김연우 씨. 노래를 참 잘한다. 윈터플레이도 「꿈에서 본 거리」를 정말 잘해 왔다고 생각한다. 녹음하면서 서너 차례 이주연 씨와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내 말을 모두 받아 적어가며 작업에 열과 성을 다해서 매우 감동 받았다.

헌정 앨범이 어떤 계기가 되길 바라는가.

과거를 청산하고 이제 새롭게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 자신, 과거에 흩뜨려 놓은 것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왠지 헌정 앨범이 있으면 더욱 자유롭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앨범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오늘 하는 것은 조금 이른 것 같기도 하다. 행사의 게스트로는 누가 나오는가.

윈터플레이, 커먼 그라운드, 김연우, 홍경민, 슈퍼주니어의 규현 외 몇 팀 더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본인의 앨범을 자주 듣나.

거의 안 듣는다. 그렇지만 지금 작업하고 있는 헌정 앨범은 남한테 준 곡 같아서 자주 듣고 있다. 너무 좋고 자랑스럽다. 얼마 전 별밤(MBC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처음으로 「눈물나는 날에는」을 틀었는데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런 반응을 기대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프로듀싱을 했다. 이런 기라성 같은 참여 가수들을 누가 컨트롤하겠는가. 작곡가가 와서 제어할 수밖에 없다.(크게 웃으며) 특히 김건모 씨.

지금은 노래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 활동 당시 ‘내 앨범이지만 이 앨범은 참 잘 만들어졌다!’ 하는 게 있다면 어떤 앨범인가.

세 장이 있다. 화이트 시절의 1집과 2집. 푸른하늘의 2집이다. 순수함이 있었다. 참, 하나 더한다면 푸른하늘의 6집을 빼놓을 수 없다.

다분히 디즈니 풍의 영화음악을 실험했던 화이트 시절 것을 먼저 골랐는데 유영석 씨의 음악 혈맥에는 디즈니를 동경하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

7~8살부터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며 자랐다. 자연스럽게 만화영화에 깔린 디즈니의 배경음악도 듣게 됐다. 한마디로 경이로운 수준의, 모든 것이 있는 음악이다. 개인적으로 디즈니 음악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한 것 같다. 그래서 푸른하늘 때가 아니라 화이트 때 시도해 본 것이다.

작곡자로서 본인의 ‘베스트곡’을 네 곡 가량 꼽는다면.

「W.H.I.T.E.」, 「네모의 꿈」, 「사랑 그대로의 사랑」 그리고 「겨울바다」를 꼽아야 할 것 같다. 「겨울바다」는 좋고 나쁨을 떠나 이 곡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피부병처럼 늘 내 곁에 붙어 있는 곡이다.

노래를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인가.

2005년 <First Emotion>을 발표한 것이 마지막이다. 노래 안 한 지 3년 됐다. 성대결절 이후 목 상태가 더 나빠져 지금 상황으로는 노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제 노래는 안 할 것이다.



인터뷰, 정리: 임진모
사진: 이희승

2009/06 임진모 (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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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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