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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음악이란 무엇인가?

영원한 포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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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분위기에서 각광을 받은 노래들은 과거 민주화 투쟁 시절에 시위대가 노래한 운동권 가요들이 많지만 음악적으로 분류하자면 포크(Folk)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 전파에서 외면당한 포크가 댄스음악이나 ‘후크 송’을 누르고 홀연히 부상한 것이다. 아마도 신세대들한테는 모처럼 포크 음악의 진정성과 접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포크 음악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 높이 타오른 추모 열기를 반영한 노래들은 이전의 음악과는 판이했다. 영결식 후 노제에서 불려 전 국민을 울먹이게 한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안치환의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윤도현의 「후회 없어」와 「너를 보내고」 등을 어찌 소녀시대의 「Gee」,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와 비교할 수 있으랴. 역시 노제 때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는 라디오 방송 횟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상록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때 기타를 치며 불렀으며, 취임식장에서도 불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새삼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추모 분위기에서 각광을 받은 노래들은 과거 민주화 투쟁 시절에 시위대가 노래한 운동권 가요들이 많지만 음악적으로 분류하자면 포크(Folk)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그 동안 전파에서 외면당한 포크가 댄스음악이나 ‘후크 송’을 누르고 홀연히 부상한 것이다. 아마도 신세대들한테는 모처럼 포크 음악의 진정성과 접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포크 음악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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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사실 국내에서도 포크는 19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에게는 주요 음악 문법으로, 당대의 김민기, 양희은, 송창식, 윤형주, 김정호, 어니언스 등이 부른 노래는 모두 포크송이었다. 1980년대에는 학생 시위대와 노동 현장에서 불리는 운동권 가요의 바탕을 이루는 동시에 남자 듀엣 해바라기가 말해주듯 주류에서도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이후 음악의 주도권이 랩과 댄스음악으로 넘어가면서 급속도로 퇴조하면서 젊은 세대와 멀어졌던 것이다.

포크는 한마디로 민중 음악이다. 민초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 구전되어 불린, 매스 미디어 이전의 ‘민요’인 것이다. 우리한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미국의 포크는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19세기에 싹터서 광산과 철도 노동자들 사이에 구전 가요로 발전했다. 미국의 백인 민요라는 점에서 컨트리음악과 혼동되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이다. 우선 1940년대 현대화한 포크 즉 모던 포크(Modern Folk) 소생의 선구자라고 할 리드벨리(Leadbelly)부터가 흑인 블루스맨이라는 점이 그 단서다.

만약 미국 백인의 민요를 컨트리음악이라고 하고, 흑인의 민요를 블루스라고 할 때 컨트리와 블루스는 곧 포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모던 포크 단계에 들어오면서 컨트리나 블루스와는 다른 별도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민중의 의식을 직설적인 노랫말로 표출하면서 컨트리 또는 블루스와 경계선을 긋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포크가 컨트리의 흐름과 흑인 블루스의 맥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밥 딜런(Bob Dylan)

리드벨리와 함께 공연하기도 한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는 모던 포크 형식이 정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두 사람은 1950년대에 미국의 구전가요 채집은 물론, 창작 포크를 시도해 포크의 부흥기를 열었다. 모던 포크란 바로 구전 가요 전승 단계에서 벗어나 그 기초 속에서 새로이 쓰인 포크를 말한다. 구전 가요로서 포크는 작곡자가 상당수 미상이지만 모던 포크는 작곡자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어서 피트 시거(Pete Seeger)가 있던 그룹 위버스(Weavers)와 「Tom Dooley」, 「Green back dollar」로 1950년대를 석권한 3인조 킹스턴 트리오(Kingston Trio)는 포크를 널리 대중화한 그룹이었다. 하지만 포크가 갖는 고유한 성격인 프로테스트(protest), 즉 ‘저항’적 성격 때문에 ‘좌파’ 음악으로 낙인찍히는 고초를 겪었다. 포크가 통기타에다 하모니카를 부른 단순한 구조라는 것은 그만큼 노랫말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 노랫말에 왜곡된 시대와 현실을 담아 저항성을 드러내면 보수층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밥 딜런(Bob Dylan)과 존 바에즈(Joan Baez)는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 집권기와 시점이 맞물린 모던 포크의 대중화에 결정적이고 지대한 역할을 했다. 특히 밥 딜런은 포크의 위대한 전설로서 대중음악사에서 영국의 비틀스와 더불어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밥 딜런의 노래들은 지구촌 대학생과 지성들을 ‘저항의 띠’로 엮었다. 그는 또한 자신의 포크에다가 비틀스가 들고 온 로큰롤을 결합한 포크 록(Folk rock)을 창시해 1960년대 전 세계 청춘의 음악적 코드로 정착시켰다.

조니 미첼(Joni Mitchell)

우리에게는 누구보다도 인기가 높았던 사이먼 앤 가펑클을 비롯해 버즈, 「California dreaming」이라는 곡으로 유명한 마마스 앤 파파스, 영국의 도노반은 모두 밥 딜런의 영향 아래 포크 록을 구사했다. 1970년대 초반 일제히 등장한 싱어송라이터들, 예를 들어 조니 미첼, 캣 스티븐스, 주디 콜린스, 돈 맥클린, 제임스 테일러도 모두 밥 딜런의 포크에 음악적 영감을 받았다. 작곡가 겸 가수를 의미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은 대체로 포크인 경우가 많다.

반전과 인권 운동을 중심으로 부상한 포크는 하지만 1975년 월남전 종전 후에는 저항의 대상이 사라지면서 힘을 잃었고 1980년대 중후반에는 브루스 스프링스틴, 트레이시 채프먼, 수잔 베가 등이 맥을 이어갔으나 대세를 장악하지는 못했다. 한국에서 포크는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말까지 20년 간 젊은 세대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뜨와 에 무와, 라나에 로스포, 트윈 폴리오 등 낭만적인 포크와 한대수,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등의 비판적 포크가 함께 1970년대 초반 개화해 청년들 모두가 통기타를 들었다.

1970년대에는 김정호, 송창식, 이장희, 이정선, 조동진 등이 다양한 포크 스타일을 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고, 정태춘과 함께 1980년대에는 상기한대로 노래 운동으로 계승되었다. 1999년 한국 포크 30주년을 맞이해 일각에서 공연과 음반을 통해 포크 부활의 기치를 들어 올렸으나 힙합과 록에 젖은 신세대들에게 그 숨결이 파고들지는 못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포크가 부활할지 여부는 국내 음악계의 지속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포크의 영원한 명곡들>

1.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 Pete Seeger
꽃은 어디로 갔나? 아가씨가 땄고 아가씨는 청년한테로 갔고 청년은 전쟁터로 끌려가 무덤에 묻혔고 거기서 꽃은 핀다는 지극히 윤회(輪回)적 내용이지만 실은 반전의 메시지다. 원래 오랫동안 구전되어온 민요를 피트 시거가 채집, 새로운 가사를 붙여 1964년 음반으로 발표했다. 포크의 영원한 클래식!

2. Blowin' in the wind - Bob Dylan
1963년에 발표된 반전(反戰)가로, 이 노래 하나로 밥 딜런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저항의식을 일깨웠다. 국내에서도 「바람만이 아는 대답」으로 번안되어 여러 가수들이 부른 비판적 포크의 고전이다.

3. Like a rolling stone - Bob Dylan
통기타 음악에 머물던 포크가 전기기타와 드럼 즉 록을 만나 ‘포크 록’ 유행의 계기가 된 기념비적인 곡. 20세기의 어떤 책, 영화, 미술 작품보다도 젊음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노래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록 전문지 『롤링스톤』 2004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곡’ 조사에서 이 곡을 당당히 1위로 선정했다. 1965년 전미 차트 2위를 차지했다.

4. River in the pines - Joan Baez
‘여자 밥 딜런’으로 불린 존 바에즈의 여러 곡 가운데 국내에서 유독 사랑받은 1965년도 곡.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로 제목이 번안되었다. 아름다운 멜로디이지만 메리와 결혼한 찰리라는 남자가 급류에 휘말려 죽은 구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 애청된 존 바에즈의 다른 노래로는 「Donna donna」와 「우린 승리하리라」로 번안된 「We shall overcome」이 있다.

5. El condor pasa (If I could) - Simon & Garfunkel
원래는 18세기 페루의 민요를 폴 사이먼이 영어 가사를 붙여 개작했다. 국내에서는 「철새는 날아가고」로 번안되어 1970년대 라디오를 완전 잠식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1970년 마지막 앨범 에 수록되어 있다. 애상조의 아름다운 선율이 압권이다.

6. California dreaming - Mamas & Papas
1960년대, 영국에는 비틀스가 있다면 미국에는 마마스 앤 파파스가 있다고 할 정도로 영국에 눌린 미국의 체면을 살려준 그룹이다. 통기타의 낭랑한 포크가 아니라 대중적으로 정제된 포크, 이른바 포크 팝을 구사했는데 우리에게도 엄청난 사랑을 받은 이 곡이 대표적이다. 1966년 4위에 올라 골드 레코드를 기록했다.

7. Heart of gold - Neil Young
히피 이미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닐 영은 캐나다 출신으로 1945년생이다. 하모니카와 통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이 곡은 1972년 발표되어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변하지 않는 숭고한 마음을 갈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8. American pie - Don McLean
8분이 넘는 긴 곡이지만 1972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빅히트를 거두었다. 이제 음악계에 순수성이 사라졌음을 개탄하는 듯한 내용이지만 정확한 의미 파악은 쉽지 않다. 마돈나(Madonna)가 2003년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돈 맥클린의 또 다른 명곡은 같은 앨범에 수록된 빈센트 반 고흐 헌정 곡 「Vincent」다.

9. Bird on the wire - Leonard Cohen
캐나다의 음유시인으로 수년 전 캐나다 언론이 나서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대하자는 제안을 했을 만큼 캐나다에서 추앙되는 인물이 레너드 코헨이다. 낮은 음조로 세상의 혼탁과 부조리, 소외를 묘사하는데 「전선 위의 참새」로 번안된 이 곡도 마찬가지다. 1990년 멜 깁슨과 골디 혼이 주연한 영화의 제목이 되기도 했다.

10. Talkin' bout a revolution - Tracy Chapman
1980년대에 포크의 부활을 알린 흑인 처녀 트레이시 채프먼의 대표곡은 1988년 데뷔 앨범의 「Fast car」지만 포크의 진정성은 같이 수록된 이 곡에 있다. 흑인 차별이 여전했던 미국 사회에서 혁명을 얘기하자는 포크의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곡이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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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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