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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시작되는 마을

볼리비아 루레나바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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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레나바께. 소금 사막을 찾아 떠난 내 여행의 중간에 있는 마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마존이 만들어지는 야꾸마 강의 알레한드로 목장에서 보낸 사흘.



볼리비아의 아마존은 브라질의 아마존과 다른 종류의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이 만들어지는 아마존입니다. 볼리비아의 두 강 베니와 야꾸마가 모여 흘러 브라질의 아마존이 되는 것입니다. 안데스 산맥의 높은 곳을 따라 달리는 죽음의 도로와 우주선 정거장이 있는 마을 사마이빠따를 지나 루레나바께로 향했습니다. 루레나바께는 야꾸마 강가에서 가장 커다란 마을입니다.


루레나바께를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조네스 항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버스보다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입니다. 30분의 비행과 30분의 롤러코스터 라이딩과 서너 번의 번지점프 드롭을 하늘 위에서 경험하면 루레나바께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가장 높은 마을에 당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을 중앙에 있는 낡은 식당에서 아마존의 재료로 만든 이탈리아식 피자를 주문합니다. 내 목적지는 야꾸마 강 상류의 알레한드로 목장입니다. 앞으로 사흘 동안 레시피를 갖춘 음식은 기대할 수 없으므로 천천히 꼼꼼하게 피자를 즐깁니다. 그리고 보트에 오릅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온 소방관 크리스와 그의 과테말라 아내 실비아가 여행 동료입니다. 크리스는 모든 문장에 “갓뎀”을 넣어 말하는 독특한 재능을 지녔습니다. 어색하거나 저속하지 않은 절묘한 타이밍에 “갓뎀”이 등장합니다. 거북이를 발견한 크리스가 “샌드위치처럼 수십 마리가 겹쳐 있어, 갓뎀. 앞에 놈을 쓰러뜨리면 전부 다 뒤로 뒤집어질 거라고.” 하며 떠들자 곤란한 표정의 실비아가 말합니다. “그렇지, 갓뎀? 거북이가 말이야, 갓뎀, 전부 뒤집어지면 갓뎀, 정말 우스울 거라고, 갓뎀. 그런데 말이야, 갓뎀, 크리스, 갓뎀, 그게 왜, 갓뎀, 할 일이지, 갓뎀?”

크리스가 대답합니다. “놀랍고 말고! 쓰러진 거북이들 말이야, 누가 도와주기 전에는 한 마리도 일어나지 못할 거라고. 저건 정말이지 위험한 자세란 말이야, 갓뎀.”

실비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합니다. “봤지? 내가 노력하지 않는 게 아니야. 힌트를 줘도 모를 정도로 크리스의 상태는 심각해. 그러니 듣기 거슬리겠지만 테오가 좀 참아주겠어?”

별 상관없습니다. 웃으며 대답합니다. “오케이, 실비아. 노 프러브럼이야, 갓뎀.”


알레한드로 목장까지는 보트로 세 시간을 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야꾸마 강의 동물을 살피고 독특한 굴곡의 나무를 감상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악어들이 보트 옆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일만 빼놓고 대부분의 풍경은 시간이 흐르는 걸 잊게 합니다.


보트를 몰던 알레한드로가 건너편 강가를 가리킵니다. “저게 까삐와라야. 세상에서 가장 큰 쥐.”


“까삐와라? 쥐? 쥐라고, 저게?” 다들 놀란 얼굴로 까삐와라를 살핍니다. 몸의 절반 정도 되는 머리에 짧은 다리. 설치류의 본분에 맞게 코끝을 심하게 움직이는 모습.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습니다.

“까삐와라가 있어서 악어들이 굶지 않는 거야. 악어들이 굶지 않으니까 사람도 거북이도 거북이 알도 안전한 거야. 까삐와라는 야꾸마 강을 지키는 수호자들인 거지. 어때. 든든해 보이지 않아?”

참 미안하게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든든하게 우리를 지켜줘, 하고 부탁할 수가 없습니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생긴 것만큼이나 곤란한 생명체들입니다. 까삐와라. 야꾸마 강의 선한 수호자들.


알레한드로의 목장에서 온 종일 말을 탔습니다.

말을 타고 돌아와 올리비아가 만들어 준 빵을 먹었습니다.
깊은 정글을 산책하고 돌아와 화덕에 구운 오리를 먹었습니다.
땅에 쏟아진 별처럼 아름답다는 악어들의 눈동자를 봤습니다.
십여 마리씩 떼지어 헤엄치는 분홍돌고래들을 봤습니다.
목장의 나무 위에는 투칸 네 마리가 앉아있고 돼지와 닭들은 해먹 아래에 모여 있습니다.
낮잠을 즐깁니다.
시간이 오래 흐릅니다.

루레나바께. 소금 사막을 찾아 떠난 내 여행의 중간에 있는 마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마존이 만들어지는 야꾸마 강의 알레한드로 목장에서 보낸 사흘.


테오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
10년 넘게 은행원들과 대기업 은퇴자들의 퇴직 이후를 설계해주는 리타이어먼트 컨설턴트로 일해 왔으나, 아프리카에서 5년, 남미에서 1년을 산책한 후 ‘프로페셔널 컨설턴트’가 아닌 ‘시인을 꿈꾸던 소년’이 되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다. 떠남이 아니라 향함의 여행을 이야기하는 작가. 테오 에세이가 전하는 '당신의 먼 곳에 관한 이야기'들이 떠날 수 없는 자리에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선물이 되어 주고 있다.
하늘을 마주하고 잉카 문명 위에 서다
김지희 | 즐거운상상

볼리비아
조성철 사진/박후기 글/백영승 그림 | 꿈소담이
핵심 중남미 100배 즐기기
전혜진,김준현 공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안데스에 남긴 선교의 발자국
박종무 저 | 쿰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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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글,사진10,800원(10% + 5%)

아주 오래전 잉카 제국의 일부였으며 오랫동안 에스파냐의 지배를 받았던 남미의 비밀스러운 나라 볼리비아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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