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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

인간의 비합리성도 예측가능하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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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간의 비합리성이 예측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은 시작은, 그래서 사람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약하고 자주 틀린다고 가정한다.

정통 경제학은 인간이 완벽하게 합리적이라는 전제하에 연구를 진행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인간은 정말, 늘 이성적이고 합리적일까. 당연,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자신과 타인의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종종 맞닥뜨린다. ‘미친 놈’ 소리를 듣더라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때론 내리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다면 이성적 인간(호모 사피엔스)은 그저, 자위하기 위한 소리?

문제가 또 생긴다. 그렇담 우리가 알고 배운 경제학 이론들. 소용없는 짓 아닌가. 전제가 너무 경직돼 있지 않나. 일상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경제학의 예외로 인정하기엔 범위가 너무 넓은 것 아닌가. 모든 경제학은 죽었다? 물론, 그렇진 않다. 인간이 그렇다고 항상 비합리적이진 않으니까.

그렇다면 인간의 비합리성은 즉자적이고 충동적인 걸까. 예측할 수 없는 어딘가의 영역인 걸까.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경제학자가 있다. 댄 애리얼리 듀크대 교수. 그는 인간의 비합리성이 예측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의 시작은, 그래서 사람은 매우 비합리적이고 약하고 자주 틀린다고 가정한다. 그리하여, 매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내리는 모든 ‘상식 밖의 결정’들을 모델화했다.



 

 

이것을 그는 책으로 펴냈다. ‘예측가능하게 비합리적인(Predictably Irrational)’이라는 제목으로. 한국판 제목은 『상식 밖의 경제학』(댄 애리얼리 지음|장석훈 옮김/청림출판 펴냄). 책에 따르면,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일정한 패턴과 일관성이 있단다. 그래서 그는 책을 쓴 목적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데 있다.”(p.7)

그의 이론은 최근의 금융위기와도 맞물려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스톡옵션 등 파생상품이 매우 복잡해, 사기를 쳐도 괜찮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발생했다”고 위기요인을 분석했다. 또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이 의회 증언. “나는 모든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똑똑함과 논리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 모인, 그 월가의 개망신. 애리얼리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자유 시장에 맡기면 모든 것이 최적으로 배분되고 훌륭한 결과를 낳는다는 믿음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자유 시장 경제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 한계가 확인된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이런 인간의 예측가능한 비합리성을 이론화한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 교수의 특별강연이 열렸다. ‘서울디지털포럼 2009’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그는 일상적인 비합리성과 행동경제학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부한 것으로, 경제 주체의 복잡한 심리와 행동에 집중한다. 정통 경제학의 단순 가정을 거부한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등, 행동경제학은 학계의 새로운 연구 영역이다.

어디에나 있는 일상적인 비합리성


그는 열여덟 살에 당한 불의의 사고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그네슘 화약 폭발로 단 몇 초 만에 당한 3도 화상. 그의 오른 얼굴과 두 손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 돌이킬 수 없는 사고였지만, 3년 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서로 다른 행동을 관찰하면서 성찰한 것이 책과 이론을 지은 계기가 됐다.

입원 당시 그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상처 부위를 감싼 붕대를 떼어낼 때였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천천히 떼어내는 것과 빨리 떼어내는 것. 병원 간호사는 재빨리 과감하게 떼어냈다. 아픈 와중에도 그는 빨리 떼어내는 게 정말 고통을 줄이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바 없는 간호사들의 이 방법. “어째서 그 간호사들이 이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덜 고통스러운, 붕대를 효과적으로 떼는 방법이 뭘까. 결론?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있어서만큼은 간호사들이 제대로 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살살 하는 것이 빨리 떼어내는 것보다 훨씬 고통을 덜 준다! “생각해보면 간호사들은 정보도 많았고 경험도 많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틀릴 수 있었을까. 이상했다.”

그는 여기서 하나의 명제를 끄집어냈다. “문맥이나 맥락을 없애버리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환자들이 고통에 비명을 지를 때 간호사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통.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환자들이 느끼는 고통만큼이나 그들도 참고 견디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이런 경험을 통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있었다. “경험이 풍부한 간호사들도 환자들을 돌볼 때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일반인들도 자신의 행동이 낳은 결과를 잘못 알고 그로 인해 틀린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고통의 문제에서 벗어나 연구 범위를 확장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실수를 저지르는 사례들을 연구하기로 한 것이다.”(p.14)

개인적으로 당한 큰 불행이, 결론적으로 그가 이론을 형성하고, 우리는 그것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인도한 셈이 됐다. 어쩌면, 이 또한 삶의 비합리성?

우리는 제도나 환경에 따라 의사결정을 한다


그는 또 다른 예들을 들면서 그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했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동영상에서는 흰 티셔츠와 검은 티셔츠를 입은 각 세 명의 사람들이 공을 패스하고 있었다. 애리얼리 교수는 흰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패스를 몇 번이나 하는지 굉장히 중요하니 세어보라고 했다. 주의 깊게 잘 보라는 말과 함께.

15번~18번 혹은 다른 숫자를 들먹이던 그의 결정적 한마디. “고릴라가 지나갔는데, 봤나?” 다시 본 영상. 검은 고릴라의 탈을 쓴 사람이 지나갔다. 하지만, 애초 그의 주문인 흰 티셔츠와 패스 횟수에 주목하던 사람들로선 그 사실을 주목하지 못했던 것이다.

“시각은 우리 눈의 가장 큰 일부분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시각은 생리학적인 메커니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을 통해 이런 예측가능한 실수가 나타난다.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금융에서 실수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는 유럽의 한 지형도를 알려준다. 유럽의 오른쪽에 있는 나라에서는 장기기증 희망자가 많은 반면, 왼쪽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단다. 왜 그럴까. 무슨 차이가 있어서! 문화적 관대함의 차이? 유사한 국가들이 갈라져 있는데도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장기기증 절차에서 그것을 파악했다. 왼쪽 나라들은 ‘참여를 원하면 체크하라’는 문항이 있다. 이 경우, 사람들이 체크를 않는다고. 반면 오른쪽 나라들은 ‘체크를 하면 장기기증 프로그램 참여 않게 됩니다’라고 돼 있다. 그러면 체크를 않고 저절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애리얼리 교수의 결론. “따라서 (참여도의 차이는) 신청 양식의 차이로부터 기인한다. 우리는 아침부터 의사결정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다. 제도나 환경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미끼’에 낚인다

출처: //blog.naver.com/nayana0725

“우리의 선호를 우리 스스로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버전.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의 정기구독 유형에 대한 실험 결과를 보여줬다. 이코노미스트의 온라인 구독은 59달러, 인쇄매체만 구독하면 125달러, 온오프 두 개 모두 했을 경우도 125달러. 누구나 가질 법한 이 의문. “두 번째 옵션을 왜 집어넣었을까.”

그는 궁금해서 해당 매체에 전화를 했다. “도대체 왜 이리 했느냐고 웹 사이트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아직 기다리고 있다. (웃음) 3년 전, 실험을 했다. MIT 학생들 100명에게 (어떤 정기구독 유형을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대다수는 온오프 함께 받는 것을 선택했다. 그 어느 학생도 인쇄매체만 받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옵션이 있다면 없애야 되지 않겠나. 그래서 이 옵션을 제거한 상태에서 다시 물었다. 결과는 달랐다. 온라인 구독하겠다는 사람은 크게 늘었고, 온오프 패키지 정기구독은 크게 줄었다. 결론은, 가운데 옵션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다른 옵션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니까, 이것이 그가 책에서 말한 미끼효과. “그 잡지의 영업사원들은 온라인판과 오프라인판 2개만 제시하면 사람들이 망설일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두 가지 정기구독을 패키지로 만든 세 번째 선택항목을 집어넣으면 사람들이 그것을 택하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p.37)

또 다른 버전의 실험. ‘톰’과 ‘제리’라는 매력적인 두 사람의 사진을 찍고, 원판 제리에서 좀더 못생긴 형태로 수정한 ‘제리-1’을 함께 제시해서 누구랑 데이트할 것인지를 물었다. 많은 사람들은 제리를 고른다. 왜? 비교대상이 있는 제리로 사람들의 눈길이 간다는 것이 그의 실험 결과였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혹시 헌팅 하러 가면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하다. 좀더 못생긴 사람이랑 가야 한다. 나랑 같이 헌팅 하러 가자고 하면, 내가 못생긴 사람이구나 생각해야 한다. (웃음)” 같은 말의 다른 판본. “당신이 독신이라고 치자. 앞으로 있을 독신자 모임에서 매력적인 데이트 후보감들에게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 색깔이나 체형, 얼굴 생김과 같은 기본적인 신체적 특성이 당신과 비슷한, 하지만 당신보다 좀 덜 매력적인 친구를 데려가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p.42)


그는 강연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혼란스럽고 쉽게 흔들린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이 있기도 하지만, 실패를 어디서 하느냐를 이해한다면 성공을 어디서 할 수 있을지도 깨달을 수 있다. 직관을 의심하라. 실수를 확인하지 않으면 실수는 거듭하기 마련이다.”

더불어, 나는 남재일 교수의 이 말을 생각했다. “합리성은 효율적 생산을 위한 도구적 가치이지 삶을 위한 가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합리성을 인간 삶의 전부를 지배하는 본원적 가치로 전제하는 것은 아마도 고용자의 시선으로 사람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고용자의 눈은 애초에 제도 속의 인간이 아니라 제도의 효율적 작동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고용자도 아니면서 고용자의 눈을 가진 사람들. 어찌 보면 그들이야 말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다 놓쳐버리는 가장 가련한 외눈박이일지도 모른다.” 상식 밖의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

덧붙여 부록이라면, “최근 북한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그의 ‘합리적인’ 답변. “2분도 안 되는 시간에 북한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먼저 농을 던진 그는, 좋지 않은 시기에 핵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상당한 소용돌이가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행동은 공포감 조성을 위한 것이며 그런 공포를 조성하면 뭔가를 하려는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도 공포 때문에 멈추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다. 즉, 북한이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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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저/<장석훈> 역11,700원(10% + 5%)

지금까지의 자본주의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는 전제 아래 움직여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란 종종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불완전한 존재로, 이러한 행동은 우리의 일상과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한다. 아마존 비즈니스 베스트셀러 1위에 랭크되었던 화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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