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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이종필

과학적 사고가 절박한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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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의 저자 이종필 박사는 대통령이 알아야 할 지식과 식견 중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과학’을 꼽아 청와대를 향해 강의해 주고 싶어 하는 이다.

미국에는 대통령을 위한 과학 강좌가 있다 한다. “그래?” 하고 말아버릴 수 있는 이야기다. 남의 나라 이야기.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양한 학문을 섭렵해왔다. 고려와 조선의 왕들도 경연(經筵)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신하들과 협의했다. 경연은 실제로 군주의 독단을 막는 장치로 훌륭히 기능했다. 물론 군주와 대통령을 일직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라고 전문적 식견이나 학문적 소양을 지닐 필요가 없는가 하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 전문적 식견이나 학문적 소양은 사고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눈이 밝을수록 좋다.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의 저자 이종필 박사는 대통령이 알아야 할 지식과 식견 중에서 자신의 전문 분야인 ‘과학’을 꼽아 청와대를 향해 강의해 주고 싶어 하는 이다. 과학이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는 ‘과학적 사고’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물리학자다. 물리학자라고 하여 알아듣지도 못할 과학 이야기만 늘어놓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과학적 사고’라는 건 그야말로 생각하는 방식의 문제라서 정작 저자의 책은 출판사의 홍보 글에서 보이듯 ‘인문*사회*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정치, 문화, 사회, 인간 등 한국사회 전반을 분석한 교양서’기 때문이다.

그 점은 강연에서도 재확인됐다. 그는 우리나라의 복지, 정치, 군사, 문화에까지 어찌나 관심과 분석이 꼼꼼한지, 어느 청중은 결국 “이 많은 관심과 참여 의지가 물리학을 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으세요?”라는 내용의 질문을 하고 말았다. 저자는 실제로 시간이 참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일과 시간이 아닌 때를 이용해,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글 기고나,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것이 그 연장선일 것이다. 책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를 낸 것 또한 그중 하나일 것이다. 또, 책을 내고 겸해서 하는 저자 강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을 줄여서 말하면 ‘과학자가 할 수 있는 운동’쯤이 될까. 아, 물론 여기서 ‘운동’이란 저자가 학생 시절에 몸담았던 사회 변혁을 위한 운동, 운동권 출신이라고 할 때의 그 운동이다.


과연 그는 독자를 상대로 하는 강연을 “양극단이라 할 수 있을 ‘운동 물리학’에 대해 처음으로 섞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면서 처음부터 운동을 언급했다. “게다가 운동과도, 물리학과도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그것도 술자리도 아닌 데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건 처음 시도라, 술자리처럼 편한 자리가 아니어서 긴장된다는 말, 그럼에도 새로운 형태의 만남이 즐겁다는 말과도 통하는 것이려니 하고 받아들였다.

운동가 겸 과학자의 눈으로 세상 읽기

이처럼 학문과 사회를 연계하기 위해 노력 많이 하는 그를 ‘운동하는 과학자’라 불러도 크게 잘못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 운동하는 과학자는 과학이 뭐기에, 과학적 사고가 대통령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토록 도움이 되며,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것일까?


“과학이란 자연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인간 지식의 총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당연하겠지만 이 말을 포함해 강의의 많은 부분을, 그는 책에 있는 내용을 풀어 설명하였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이 자연의 극복 혹은 자연과의 조화로 이루어져 왔다고 하면, 자연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인간 지식의 총체인 과학은, 그야말로 생존 및 생활의 필수 요체가 되는 셈이다. 어느 삶도 과학에서 비껴나 있지 않다는 선언이랄까.(과학science이라는 말은 뉴턴 시대에 생겨났지만 여기서 과학은 그 용어에 국한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은 늘 일부 사람들의 것으로 오해를 받아 왔다. “과학적 이론이나 발견, 혹은 그에 대한 신념 때문에 목숨 거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종교나 사상을 위해서라면 수천 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무수한 사람들이 기꺼이 피를 흘리지 않았던가.”라고 저자는 책의 서문에 적었다. 우리들 대부분도 이런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간다. “그게 문제다.”라고 저자는 외친다. 우리 생활과 사회를 과학화하지 않았기에 “과학자인 황우석 교수보다 비과학자인 PD수첩이 더 과학적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비과학적인 한국은 문명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한 사회가 문명화된 곳이라고 자부하려면,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독자적이고 자생적인 통찰력이 있어야 할 것”이란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본은 문명국이고, 한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문명의 반대를 ‘야만’이라고 흔히 말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야만국이라는 말과 별 다르지 않은 이야기다. 조금은 충격적인 발언들. 이를 방증하기 위해 그는 책 서문에 있는 말을 강연에서도 강조했다. “우리가 한반도의 대기 상태를 우리의 위성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한국전쟁의 전문가는 시카고 대학에 있고 고구려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중국에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수종(樹種) 분포 조사는 일제강점기의 연구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과학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다섯 가지

저자의 책이나 강연의 주제는 “제발 좀 과학적으로 사고하자. 특히, 대통령 이하 중요한 자리를 점하는 사람들과 소위 전문가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면 부작용이 너무 클 것이므로.

그러면서 저자는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로 ‘과학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 다섯 가지’를 열거하며 설명해 주었다. (책에서는 이 부분이 ‘과학의 아름다움을 떠받치는 다섯 가지’로 쓰여 있다.) 다섯 가지란 일관성consistency, 보편성universality, 필연성inevitability, 단순성simplicity, 미세조정의 부재no fine-tuning다. 대충 훑어보아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알 만하다. 보편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그는 ‘법(칙)’ 즉 law에 대해 환기시켜 주었는데, 만유인력universal law of gravitation처럼 그야말로 보편적이어서 어느 경우에나 충족될 때 우리는 universal하다고 하고 law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법은 보편적이지 않고, ‘이현령비현령’이라며 그는 불법을 저지른 재벌들의 사진을 몇 장 보여주었다. 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는 단적인 예를 제시한 셈이다.


그는 또 황우석 사태 때 나온 조선일보의 정반대 논리를 펼치는 기사 두 개를 나란히 보여주면서, 모순되기 이를 데 없는, 비일관성의 전형적 사례를 제시했다. 나머지 세 가지에 대해서도 비슷한 형식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실, 강연을 들으면서 미세조정의 부재 등에 대해서는 잘 이해되지 않았고, 우주상수 등의 과학 용어는 책에 있는데도 난해하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학창 시절에 이미 수학과 과학을 포기해 버린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그가 무얼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잡혔다. 그리고 과학으로 사회를 설명하는 저자의 논리에는 분명 매력적인 요소가 많음도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곱씹으면 상당히 과격하게 느껴지는 발언들도 거슬리지 않았다. 이를테면, 그는 대한민국을 ‘매트릭스’로 단정하고, 실제 세상real world를 볼 수 있는 방법으로(적어도 그중 유력한 대안으로) 과학적 사고를 제시했다. (그가 ‘I'm your energy.’라는 귀여운 광고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도 다수의 약자들이 소수의 강자를 위한 배터리의 역할을 하는 듯한 느낌 때문이라 하는데, 매우 신선한 발상이었다.) 그는 또한 서울대의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는 센 이야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충격요법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절체절명의 기로에 있기 때문이라 했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절박한 메시지였다. 더구나 비과학적 사고로 일관하며 살아온, 그리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는 청중의 한 명에게는 더 그랬다. 그러나 점차 저자의 메시지에 동화되어 간 것도 사실이다. 나중에 과학적 사고와 사회 사이의 관계를 찬찬히 생각해 보고 나서 더 긴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저자였다.


꽤 길어진 강연이 끝나고 조금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으로 정리해본 강연의 중심 내용은 이렇다.

‘과학적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관성consistency, 보편성universality, 필연성inevitability, 단순성simplicity, 미세조정의 부재no fine-tuning를 확보하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우리는 전쟁의 위험에 직면해 있고, 끊임없이 자연 및 환경의 재앙과 맞닥뜨리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흐름에서 물러설 수 없는 도전선상에 서 있다. 기초과학의 토대를 닦는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위정자의 과학적 사고는 생존의 필수 덕목이다.’

이 메시지에 백 퍼센트 공감하느냐는 차치하고,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 개개인 그리고 오피리언 리더들, 그리고 위정자들, 그리고 대통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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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이종필> 저12,820원(5% + 2%)

입자물리학자인 저자가 인문·사회·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정치, 문화, 사회, 인간 등 한국사회 전반을 분석한 교양서. 과학을 '설명해야 하는 대상'에서 '세상을 보는 렌즈'로 옮겨온 저자는 과학자가 생각하는 합리성의 잣대로 사회현상을 바라본다. 그는 과학을 험한 정치판에, 복잡한 경제나 미묘한 문화판에 가져와서 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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