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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맛]My funny valentine, 사랑에 빠지다

초콜릿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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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이 혀끝에서 달콤하게 녹아 내리며 씁쓸하기도 하면서 달콤하고, 그리고 뒷맛은 텁텁하지만 다시 먹고 싶은 그 느낌은 어쩐지 사랑과 닮아 있다.


뉴욕의 겨울은 무척이나 파고드는 날카로운 바람으로 '시린 옆구리'를 더욱 차갑게 만들어주곤 한다. 그렇기에 뉴욕이 낭만의 도시이고 연애의 도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새벽 6시 43분,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학교로 향하던 발걸음에서 느꼈다. 이렇게 추운 거리도, 만약 누군가가 옆에 함께 걸어준다면 이토록 시리지는 않을 것만 같았다.

학교 가까운 곳으로 얻은 아파트에서 학교로 향하는 걸음은 겨울에는 정말 얼굴이 찢어질 것만 같은 차가움을 동반했다.. 여름날에는 즐거운 나만의 15분의 등굣길은 겨울에는 털모자와 털목도리를 칭칭 감고서도, 앞을 보려고 내놓은 눈가의 틈새로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눈물이 맺히고 그 눈물이 학교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얼음이 맺힐 것 마냥 변했었다.

눈이 펑펑 오는 날의 새벽, 저 건물들 사이사이로 학교로 향한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있는 건 아니지만, 뉴욕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제일 많은 만남과 연애가 그리고 헤어짐이 있는 도시일 것이다. 그건 차가운 겨울바람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바람은 차갑고, 그 차가움은 외로움으로 번진다. 2월에 들어설 무렵이면 바람의 핑계는 광고와 프로모션에 의해 비의도적으로도 더 강해지고 마는데, 사람들은 더욱 따뜻함을 갈망하며 데이트와 헤어짐을 반복하는 지도 모른다. 아직은 문을 열지 않은 Soho의 상점들 셔터 사이로 보이는 빨간 발렌타인데이 장식을 보면서 왠지 모르게 공기가 더 차갑게 느껴지는 새벽이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 Kate Paperies의 디스플레이

발렌타인데이의 의미는 뉴욕과 우리나라간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초콜릿으로 고백하는 날이지만, 뉴욕에서는 남녀가 서로에게 고백을 하는 날이며, 혹은 오히려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남자가 애인에게 선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선물은 초콜릿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로맨틱한 저녁식사도, 아기자기한 선물로도 그날을 달콤하게 채우기도 한다.

발렌타인데이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로마의 발렌타인 사제St. Valentine가 황제 클라이디우스의 결혼금지령을 반대하기 위해 순교하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그 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념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기원은, 영국에서 새가 짝을 짓는 날을 2월 14일로 믿었기에 그에 따라 발렌타인데이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이다.

Godiva의 발렌타인데이 스페셜 초콜릿. 빨간 하트 케이스는 발렌타인데이 시즌에만 판매한다.

어느 것이 맞는 기원이던지 간에 초콜릿과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 발렌타인데이는 1950년대, 일본의 한 유명한 제과회사가 '발렌타인데이, 하루라도 여자가 자유롭게 고백하자'라는 문구와 함께 초콜릿을 광고한 것에서부터 초콜릿과의 연관성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음달, 같은 14일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보답으로 사탕을 선물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기원이 되어 화이트데이가 생겨났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는 일본과 우리나라?이고, 세계 다른 나라에는 화이트데이는 없다.

La Maison Du Chocolat의 발렌타인데이 스페셜 초콜릿. 발렌타인데이에만 나오는 특별한 초콜릿만 담겨있다.

제과회사의 마케팅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그것이 초콜릿이라는 상품의 매력 때문에 이렇게 까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초콜릿에는 최음 효과가 있다고 믿어왔으며,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빈은 약용으로도 이용하기도 했다. 또한 고대 멕시코에서는 카카오빈을 신의 열매라고 부르며 화폐로까지 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당시 초콜릿은 우리가 현재 먹는 초콜릿과는 매우 달랐는데, 요즘 가장 쉽게 맛볼 수 있는 밀크 초콜릿은 1876년 스위스에서 처음 만들어 진 것이다.

초콜릿을 종류별로 맛을 평가하는 수업이었는데 비슷비슷해 보이는 초콜릿은 모두 맛이 미묘하게 달랐다.

초콜릿은 카카오 열매에서 얻는 카카오 매스에 카카오 버터와 설탕, 밀크, 각종 향신료와 첨가물을 혼합하여 만드는 것인데 카카오 매스의 함량이나 밀크와 설탕의 양에 따라 맛이 매우 달라진다. 물론 카카오 열매의 종류와 질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므로, 얼마나 좋은 열매를 맺는 농장과 계약을 하고 어떤 비율과 어떤 기술로 만드느냐에 따라 초콜릿 회사의 맛의 차이가 시작된다.

DEBAUVE & GALLAIS는 우리나라에도 청담동에 플래그샵이 자리잡고 있다. 고전적인 스타일로 봉봉과 동전모양의 피스톨이 유명하다.

뉴욕은 맛의 중심지답게 여러 초콜릿회사가 맛을 자랑하고 있는데,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을 대표하는 초콜릿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고급초콜릿 시장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Godiva를 비롯하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Lindtz, 마리 앙투아네트가 즐겨먹었다는 왕실 납품 초콜릿인 DEBAUVE & GALLAIS, 초콜릿뿐 아니라 다양한 초콜릿 케이크로 유명한 La Maison Du Chocolat를 들 수 있다.

다양한 크기의 키세스. 맨 왼쪽에 가려진 봉투가 우리가 보통 먹는 키세스의 큰 봉지다. 가장 큰 키세스는 거의 수박만했다.

또한 M&M's와 HERSHEY'S의 플래그 스토어가 있는데 마치 놀이공원의 한 부분인 것만 같이 화려한 볼거리와 재미가 곳곳이 숨어있다. 두 곳이 서로 건너편에 위치해있어 초콜릿을 좋아한다면 한번에 둘러보기 좋다. HERSHEY'S에서는 히트상품을 다양한 모양으로 바꾸어 전시하고 있는데, 다양한 크기의 키세스와 키세스 모양의 쿠키틀, 빵틀부터 허쉬 초콜릿 바 모양의 쿠션까지 온통 초콜릿에 관련된 볼거리로 가득하다.

다양한 색색까지 M&M's로 가득한 2층. 사진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옆쪽 벽에는 파스텔 색의 M&M's가 색색으로 벽을 메우고 있다.

건너편 M&M's에는 캐릭터를 이용한 더 다양한 물건이 ??한데, 발렌타인데이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할로윈 등에 캐릭터들을 꾸미고, 인형부터 옷, 모자, 가방부터 액세서리까지 1, 2층을 가득 메우고 있다. 또한 다양한 M&M's의 색을 마음대로 원하는 만큼 받아서 살 수 있는데, 어릴 적 한가지 색만 골라먹었던 생각이 나서 그 때의 나였다면 핑크색만 크게 한 봉지 샀을 것만 같다.

소호를 걷다보면 chocolate bar간판이 하늘과 어울리는 파란색 간판과 함께 눈에 띈다.

또한 뉴욕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초콜릿으로 Maribel Lieberman이 만든 Marie Belle가 있다. Soho의 Broome St과 Madison Ave에서 만날 수 있는 이 초콜릿가게는 처음 보면 초콜릿이라기 보다 그림 같아 먹기에 아까울 정도로 예쁜 색깔과 디자인을 자랑한다.

다양한 종류의 초콜렛 그림과 초콜릿 사진. 가볍게 맛보기 좋은 크기부터 100개들이 선물 상자까지 다양하게 판매한다.

하나의 일러스트 같은 초콜릿은 섬세하고 정교하게 초콜릿 위에 프린트되어 있는데 각각의 맛이 모두 달라 맛보는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다. 맛도 평범한 카라멜이나 코코넛뿐 아니라 카다맘, 소바, 라벤더, 사프란 등 신기한 맛을 블루박스에 담아 판매한다. 아쉽게도 실내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되어있어 포장해 나온 초콜릿의 사진밖에 없지만 화려한 실내 또한 초콜릿 까페 같지 않게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패셔너블하면서도 트랜디한 맛을 놓치지 않는 뉴요커들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듯 했다.

발렌타인데이 스페셜 캐릭터 인형. 유혹하고 있는 초록 M&M'의 눈빛이 귀엽다.

발렌타인데이의 기원이 초콜릿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왠지 사랑을 떠올리면 초콜릿이 연상되는 건 닭과 달걀의 문제일 것이다. 초콜릿이 혀끝에서 달콤하게 녹아 내리며 씁쓸하기도 하면서 달콤하고, 그리고 뒷맛은 텁텁하지만 다시 먹고 싶은 그 느낌은 어쩐지 사랑과 닮아 있다.

초콜릿회사의 상술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초콜릿을 즐기며 달콤함에 빠져보는 것도 2월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달콤함을 나누어도 좋겠고, 아직 못 만났다면 사랑의 설레임을, 행여 헤어짐이 있었다면 그 외로움을 초콜릿으로 메워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차가운 새벽공기가 잘 어울리는 Chet Baker의 My Funny Valentine의 마지막 가사처럼 달콤한 초콜릿을 맛볼 때마다 발렌타인데이와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을 하는 것도 좋겠다. 결국 내가 2월, 차가운 새벽의 얼음내음을 초콜릿과 Chet Baker로 녹이며 뉴욕과 사랑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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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원

대학 시절 4년간 심리학을 공부하며 내 자신에 대해, 인생의 맛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끝에 결정한 요리 유학은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홀로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며 뉴욕과 함께 농밀한 데이트를 보냈던 1년이었다. 객관적인 시간으로는 1년이라는 것은 결코 길지 않지만 주관적인 시간으로는 10년과도 같이 지냈던 그 해를, 함께 가지 못했던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을 모자란 글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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