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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북살롱]노희경과 배종옥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

나는 나의 열정을 쓰다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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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지 13년이 지난 노희경, 그동안 다작이랄 만큼 많은 작품을 했단다. 일을 많이 한 셈이지만 일을 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 배종옥 역시 그랬다. 선택한 일에 애정을 갖고 즐겁게 일을 할 때 행복하다고.

오래전 드라마 <거짓말>을 보던 때가 생각난다. 드라마 속 대부분 삼각관계에서는 누구 한 사람이 꼭 악역을 맡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무리 보아도 ‘나쁜’ 사람이 없었다. 회사 동료이며 유부남인 준희를 사랑하는 성우, 그 둘의 사이를 알고도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아이를 낳으면 보여 달라고 말하던 아내 은수. 성우와 은수 사이에서 어쩔 수 없는 감정에 마음 아파하던 준희. 그동안 보았던 드라마들하곤 차원이 달라도 아주 달랐다. 그래서 <거짓말>을 볼 때마다 시청자인 나조차도 그들의 사랑에 동화되어 마음이 아팠다.

<거짓말>에 출연해 성우 역할을 했던 배종옥은 이 드라마로 멜로 배우로서의 자리에 올라섰다고 했다. 또 <거짓말>은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 제2의 터닝포인트를 알려주었다. 그때 주성우를 사랑했던 시간과 주성우로 살았던 시간은 순수했으며 그의 모든 것을 바쳤던 드라마였기에 가장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듯 한 사람의 배우에게 제2의 터닝포인트를 제공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시청률은 낮으면서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인기(!) 있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 그동안 써온 글들을 모아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매우 의미심장한 제목을 달고 책을 펴냈다. 그리고 ‘향긋한 북살롱’ 2월의 초대 손님으로 나왔다. <거짓말>과 <바보 같은 사랑>,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했던 배우 배종옥과 함께.

그들의 실물은 처음 보았다. 노희경은 사진에 나온 것처럼 무척 말랐지만 활짝 웃는 모습은 더 예뻤고, 배종옥은 화면 속에서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나오자마자 노희경은 “키가 작아서 안 보일까봐 이런 데 나오면 항상 걱정”이라는 말부터 꺼냈고, 배종옥은 “주가 아니라 객으로서 친구가 책을 내니 덩달아 이렇게 바쁘기도 처음이다. 오늘 이 시간이 여러분의 삶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 인사말에 노희경은 배종옥이 어딜 가더라도 잘 차려 입지 않는데 그녀랑 다니면서 유난히 차려입는다며 오히려 노희경이 객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또 ‘이런 행사를 책을 펴내고 몇 차례 가졌는데 사람들이 올까?’ 싶은데도 오는 걸 보니 신기하다고도 했다.


나는 나의 열정을 쓰다듬어 준다

제목이나 소재, 배우의 인물 설정을 정한 후에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

노희경 : 제목은 정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지만 정하고 나면 편하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경우 제목을 정하지 않고 시작했는데 힘들었다. 또 인물 설정에 있어서는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준영 역할은 송혜교가 한다는 언질이 있었다. 그래서 송혜교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생각하며 글을 썼다. 배우가 정해진 후에 글을 쓰면 글쓰기가 훨씬 편해진다. <거짓말>에 출연한 배종옥의 경우는 원래 성우 역이 아니었다. 나중에 배종옥이 하게 되었는데 그녀는 그녀 특유의 말투가 있으므로 대본을 배종옥이 소화하기 쉽게 수정해서 넣어줬더니 편안해했다.

경험하지 않은 모티브는 어떻게 구하는가?

노희경 : 주로 사람들과 이야길 하면서 구하는 편이다. 나이가 있기 때문에 경험하지 않은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또 어렸을 땐 유년의 경험이나 연애사, 즉 친구나 언니 혹은 내가 경험한 것 등등 이리저리 연결해보면 꽤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가 안 가면 상대가 느낀 것을 잘 물어보고 그 사람은 왜 이해하는지 알려고 한다.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에 취재의 중요성을 알았다. 그래서 요즘 취재를 열심히 하고 있다. 멜로인 경우에도 사랑했을 때 뭐가 좋았는지,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물어본다. 지금까지 50여 건 했는데 혼자 쓰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배종옥 : 부연설명을 하자면 노희경은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현실에 있었던 이야기처럼 잘 지어낸다. <거짓말>에서 은수하고 준희가 살던 미국의 어느 빌라 앞에 호수가 있었다. 그 배경을 어찌나 잘 묘사를 했던지 드라마가 끝날 즈음에 그곳에 가봤냐고 물었었다. 그랬더니 “없어.”라고 대답하더라. 근데 어떻게 썼냐고 물으니 그냥 썼다고 했다. 그런 게 작가의 역량이 아닌가 생각했다.

노희경 : 안 가본 곳은 상상을 한다. 만약 그 빌라에 ‘골든레몬타임’이라는 허브가 자란다면 그 글을 쓸 때 내 책상에 선물 받은 ‘골든레몬타임’ 허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 화분에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좋다는 메모가 꽂혀 있었다. 그걸 보면서 “사랑이 우울할 때는 잎을 따 먹어라.”는 대사를 쓰기도 했었다. 근데 실수를 한 적도 있다. <거짓말>의 대본을 쓸 당시에 뉴욕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뉴욕이 배경인 부분이 있었다, 뉴욕에 관해서는 뉴욕에 사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 이야길 듣고 대본을 썼다. 대사 중에 ‘아시안 거리’라는 말이 나왔다. 근데 친구가 뉴욕엔 ‘아시안 거리’가 없고 차이나타운이 있다는 얘길 해주었다. 하지만 차이나타운보다는 ‘아시안 거리’가 훨씬 어감이 좋았다. 그래서 ‘아시안 거리’가 있든 말든 썼다. 나중에 뉴욕에 갈 기회가 생겨 가보니 대본처럼 운치가 있는 게 아니었다. 사실 주변 사람들이 지어내도 정도껏 지어내라고 하여 요즘은 자제를 하는 편이다.


아름다운 대사를 쓰는 비법은?

노희경 : 아름다운 대사를 쓰려고 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주변에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 행동하고 안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저 사람은 말만 먹고 사나 싶은 생각을 한다. 글도 그렇다. 진심에서 나오는 말이 가장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런 말은 마음에 와 닿는다. 연기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대사보다 마음이다. 대사가 좋다는 말을 들으면 말만 잘한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작가는 대사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듣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가끔 말을 함부로 할 때가 있다. 상대방에게 상처도 준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 ‘쉽다’는 말에 화를 내는 게 나온다. 그런 것들이다. 저런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상처를 받겠구나. 나도 상처를 받았었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이런 것은 아름다운 대사라기보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적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종옥 : 노희경의 대사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다. 그때 마침 노희경이 곁에 있었기에 “글은 잘 써!” 하는 말을 했다. 진심이었다. 가슴 울컥하고 감동했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노희경은 잠깐 깊은 생각을 한 후에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지금 쓰고 있는 글에 진심이 뭔지 곰곰 생각하고 써.” 하더라. 그 얘길 듣는 순간 내가 표현하고 싶어 했던 감정과 나의 말이 잘못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그래 이 친구가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진즉에 고민해서 하는 말이니까 내 말이 어떻게 들으면 그녀를 비하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예전에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친구와 싸우는데 친구가 “너 지금 연기하니?” 하더라(웃음). 난 진지했는데 친구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니 화가 났다.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의 직업을 두고 함부로 막말을 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작품을 보면 불륜에 대해서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 만약 노 작가의 미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다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노희경 : 어려서 엄마가 아버지랑 사는 걸 보며 이해를 못 했었다. 아버지는 많은 불륜을 저지르셨지만 엄마는 헤어지지 않고 타협하며 살았다. 그게 비겁하게 보였다. 근데 살면서 나도 배신하거나 배신당하는 경험을 했다. 지금은 어떤 생각이 드느냐면 동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처음엔 마음이 아플 것이다. 하지만 쉽게 되지는 안 되겠지만 ‘아, 그럴 수 있겠구나. 흔들릴 수 있겠구나. 다른 사람이 1순위가 되고 내가 2순위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너무 속상하고 화도 나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싫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었다. 결혼이라는 약속만 없었다. 그러니 결혼이라는 제도에서만 문제라고 볼 순 없다. 사람 마음이 변한 것을 어떻게 하나?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것 같은데 문학적으로 그 시절이 노희경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노희경 : 가난하지 않았다면 작가가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가난한 동네는 소재거리가 많다. 만날 문제들이 일어난다. 또 그냥 싸우지 않는다. 던지고, 머리 뜯으며 싸운다. 사는 게 각박하니 그렇다. 오빠들도 그렇다. 말싸움보다 치고받고 싸운다. 여자아이들은 극악하다. 가난하니까. 먹고살기 힘드니깐.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싸운 것이 재밌었다. 코끝이 찡할 때도 있고 아이들에게 가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아팠던 기억이 많지만 그게 참 좋다. 나이가 들어 사는 게 심심하다는 친구들을 가끔 본다. 그런 말을 들으면 왠지 안쓰럽다. 세상에 재미없는 것만큼 안쓰러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재미있게 살고 또 긍정적으로 보고 좋은 방향으로 끄는 것은 그 사람의 몫이다. 가난이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가난하다고 속이는 것은 중학교 때뿐이었다. 내가 글 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처를 더 포장해서 말한 적은 있어도 숨긴 적은 없었다.


배종옥 : 노희경은 <거짓말>을 통해 알았다. 그녀는 자기가 어렸을 때 잘 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무런 자격지심이 없었다. “우리 집에선 그랬는데 말이야.” 하며 자연스럽게 얘길 한다. 그녀를 보면 많이 가진 나보다 적게 가진 그녀가 풍요롭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많이 가졌다고 좋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많이 갖지 않아도 갖지 않은 것 중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안다. 가진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노희경에게 많이 배웠다.

마지막으로 해 본 연애는 언제인가?

노희경 : 요즘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도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30대 초반까지 나의 고민은 연애를 그만 해야겠다는 것이었다. 내 주변이나 가족의 연애를 보면서 그만 하고 싶었다. 내 나이 마흔에는 좀더 새로운 고민을 하고 싶었다. 가족과 친구가 풀지 못하는 것들을 건강하게(!) 고민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연애를 해도 그 사람 쫓아가서 일을 저지르진 않는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근데 난 세상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인 줄 알았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동료들하고 “사람 마음이 왜 변하는 거야? 요즘 연애가 젤 재미있나 보다.” 하고 얘기하는 것과 일하는 것이 연애하는 것보다 재밌다. 재미, 재미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잘 놓아주는 방법은 무엇인가?

노희경 : 방법이 없다. 실망해서 바로 돌아서면 깨끗하지만 미련이 남은 채로 끝나면 그렇다. 끝내려고 해서 끝내기도 하지만 끝내려고 하다가 악수를 두는 경우를 본다. 그냥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사랑했다면 1년 가지고 안 된다. 사랑한 만큼 시간이 걸린다. 못 잊으면 어떤가? 평생을 못 잊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면 어떤가 싶다.

힘든 일이 생기면 어떤 생각으로 힘을 얻는가?

노희경 :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또 상대가 나를 기분 나쁘게 했을 때 바로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편이다. 기분이 나빴으니 고쳐달라거나 그러지 말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를 하고 내 말을 들어준다. 그리고 막막하거나 힘이 드는 일이 생기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찾아서 왜 그런지 풀려고 하는 편이다.


지금, 내 삶에서 제일 젊은 순간을 사랑하라!

<바보 같은 사랑>은 기억에 남는 좋은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배종옥 : <거짓말>을 하고 두 번째로 하게 된 드라마가 <바보 같은 사랑>이었다. 그 드라마에서 옥희 역할을 했는데 그 사랑으로 인해 많은 공부를 했다. 옥희는 순수하고 맑고 거짓이라고는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순수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다녔다. 그들이 어떤 웃음을 짓고 어떤 몸짓과 말투를 가지는지 공부하고 고민하며 진지하게 배웠다. 그렇게 투자한 드라마가 <바보 같은 사랑>이다 그런 만큼 내 작품 연보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노희경 :<바보 같은 사랑>에서 배종옥은 옥희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직접 취재를 하며 연기 공부를 했다. 사실 배종옥은 똑똑한 이미지가 강한 편이라 바보 같은 역할이 안 어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종옥은 자기 안에 있는 약간은 바보 같지만 맑은 부분을 잘 끌어냈고 옥희에 대한 설정도 훌륭했다. 특히 안짱다리는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는 반듯한 배종옥이 어눌한 말투와 안짱다리로 새 인물을 창조하는 걸 보며 연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소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미를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가?

배종옥 : 난 공식석상에서 잘 안 웃는다.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종옥아,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처럼 웃으면 안 되겠니?” 하셨다. 배우는 고독하고 외로운 직업이다. 집에 가면 다음 날 촬영 준비를 하느라 곰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걸 어머니는 화가 난 줄로 아셨다.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근데 내가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딸을 보니 ‘나도 어머니한테 저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많이 미안했다. 예전에 사람을 보면 무조건 웃는 것을 과제처럼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자꾸 웃어보니 진짜 많이 웃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웃는 모습도 좋아졌던 것 같다.

미를 유지하는 비결은…(그녀는 이 부분에서 많이 웃었다. 노희경이 말하기를, 좀 웃기지만(!) 최근에 배종옥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화면보다 실제로 보면 더 예쁘다는 말을 듣는다. 그건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 것 같다. 늙지 않는 비결이라면 아마도 그것 같다. 배우니까 당연히 마사지를 하지만 그 저변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려는 마음. 마음이 편해지면 얼굴도 좋아진다.


확신과 믿음에 차 있는 모습이다. 당당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결은 무엇인가?

배종옥 : 어떤 것을 선택할 때 감정적으로 선택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많은 실패가 있었고 선택한 후에는 선택했기 때문에 옳든 그러든 밀고 나갈 때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을 안 할 수는 없다. 일단은 하고 난 후에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은 모르겠지만 내 선택에 있어 당당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노희경 : 배종옥의 성격이 그런 편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선택에 있어 실패를 하면 남 탓, 자기 탓을 하며 시간을 보낼 텐데 그녀는 안 그런다. “이번엔 실수했어. 그럼, 다음에 안 하면 되지 뭐.” 한다. 실수를 깨닫는 순간 반복하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을 빨리 얻는 것 같다.

연기할 때 열정이 느껴진다. 그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배종옥 : 작품을 선택할 때 나는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너 이걸 꼭 하고 싶어?” “이 작품을 해서 뭐가 좋은데?” 묻고 답이 나오면 선택한다. 선택한 후에는 좋았던 부분에 포인트를 맞추고 작품이 끝날 때까지 그 작품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사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 삶이나 작품을 선택할 때도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하는 것보다도 내가 그 작품을 하고 있는 순간 내 선택이 틀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 연기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는 힘과 이유는 무엇인가?

배종옥 : 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그런 조건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얘길 듣게 한 것 같다. 20대에도 잘(!)나갔었지만 그때에도 강수연의 정열, 배우로서 이글거리는 끼가 없었다. 선천적인 끼를 가진 배우가 부러웠다. 김희애나 전인화 같은 미모도 없었다. 그런 배우들 사이에서 미모도 선천적인 기질도 없는 데다 성격도 융화적이지 못한 내가 살 길은 무엇이고, 나는 어떤 연기를 하고 싶으며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런 고민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서 노희경도 인정해 주는 편이다.


평소 드라마를 안 할 땐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가?

배종옥 : 드라마를 안 할 땐 긴 여행을 가거나 넋 놓고 잠만 자며 내게 여유를 주려고 노력한다. 드라마를 즐겁게 하기에 드라마가 끝나면 잊기 위한 공백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은 완전히 잊고 자유인이 되려고 노력한다.

인생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배종옥 :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나이를 더 먹는다. 그건 기정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제일 젊고, 지금이 제일 안 아플 때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그래, 지금이 최고구나. 앞으로 지금처럼 몸도 안 아프고 행복한 날이 언제 있을 것인가?’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면서 좀 자유롭게 된 것 같다. 여러분도 그랬으면 좋겠다.

노희경 : 많은 젊은 친구들에게 말하지만 가능성에 대해 모른다. 아이들은 뻑 하면 자기 비하에 맛을 들인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자기 비하에 빠져 못 나오는 사람이 많다. 그런 에너지로 즐겁게 살 수 없다. 그럴 땐 자기한테 질문해서 움직여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떠들고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볼 때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나의 행복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을 준다. 그러니 그렇게 살면 좋겠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울 자격이 있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아름다운 두 사람의 세상 이야기가 끝났다. 중년의 나이로 들어선 두 친구의 모습이 매우 유쾌한 시간이었다. 작가인 노희경의 말들도 마음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배우로서 많은 대사를 소화해내서일까? 배종옥의 아름다운 말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드라마 작가로 데뷔한 지 13년이 지난 노희경, 그동안 다작이랄 만큼 많은 작품을 했단다. 일을 많이 한 셈이지만 일을 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 배종옥 역시 그랬다. 선택한 일에 애정을 갖고 즐겁게 일을 할 때 행복하다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미소는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둘 다 늘 그렇게 시청률보다는 사람들의 마음 살짝 건드려주는 작가와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진으로 보는 노희경, 배종옥의 향긋한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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