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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요리의 세계 -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먹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동물들과는 달리 요리를 해서 먹습니다. 특히나 불을 이용해 조리를 합니다.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은 요리가 인간을 진화시킨 원동력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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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폴란 저/조윤정 역, 『잡식동물의 딜레마』, 다른세상. 2008년 1월
안혜령 저, 『농부의 밥상』, 소나무, 2007년 2월
마이클 E. 오크스 저/박은영 역, 『불량 음식』, 열대림, 2008년 9월
피터 바햄 저/이충호 역, 『요리의 과학』, 한승, 2002년 7월

올 봄에는 광우병 쇠고기로 인하여 전국이 들끓었습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먹어야 하지만, 오히려 생존을 위해 먹는 것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이 가을 멜라민으로 인해 다시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거리가 늘어났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먹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동물들과는 달리 요리를 해서 먹습니다. 특히나 불을 이용해 조리를 합니다.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Richard Wrangham)은 요리가 인간을 진화시킨 원동력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요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음식과 요리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먼저 잡식동물로 인간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말하고 있는 『잡식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 2008년)에서 시작을 하겠습니다. 두 번째 만날 책 『농부의 밥상』(소나무, 2007년)을 통해 우리의 소박한 전통 음식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음식이나 영양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상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불량 음식』(열대림, 2008년)을 함께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요리의 과학』(한승, 2002년)은 과학으로 바라본 요리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인간이 먹을거리를 취해온 역사를 보면 오랜 기간에 걸친 수렵과 채집을 통해 음식을 획득했으며,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 전부터 농경과 목축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선조들은 어떤 음식은 먹어도 되는 것인지, 어떤 것은 먹으면 안 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식을 쌓았을 것이다. 어떤 모험심 많은 사람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가운데에서 생명을 잃었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아주 유익한 것을 찾아냈을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간은 먹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왔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먹기 위해서 사는 것일까. 아니면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일까. 아마 사람마다 이에 대한 입장이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두 경우에서 공통적인 것은 ‘먹는다’는 것이다. 매일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은 고민에 빠진다. 오늘 무얼 먹을까?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다는 것은 우리를 더욱 피곤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소와 같은 채식동물은 항상 먹을거리가 한정되어 있다. 또한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도 자신이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잡식동물인 인간은 여러 가지를 먹을 수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는 책부터 만나보자.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인간을 포함한 잡식동물은 무엇이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필연적으로 음식? 관련된 모든 위험에 노출되? 있으며, 이로 인해 먹을 것을 발견할 때마다 이것을 먹어도 될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잡식동물의 딜레마’다. 이 책은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이 된다. 즉, 어떤 음식을 우리가 먹어야 건강에도 좋고, 또 자연도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풀려고 하는 저자는 음식사슬, 즉 먹이사슬을 따라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난다.

일단 우리의 식탁을 모두 점령하고 있는 옥수수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옥수수는 스테이크가 되는 수송아지의 사료이다. 또 닭과 돼지, 칠면조, 양, 메기, 탈라피아, 그리고 심지어는 연어가 먹는 사료이기도 하다. 연어는 원래 육식 어종이지만 양식업자들이 옥수수를 먹도록 유전자를 조작했다. 계란도 옥수수로 만들어진다. 원래 유제품은 풀을 먹고 자란 소에서 생산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유와 치즈, 요구르트도 보통 평생을 실내에서 묶여 지내며 옥수수를 먹고 자라는 홀스타인종의 소에서 생산한다.
치킨 너겟을 먹을 때 함께 마시는 거의 모든 청량음료 역시 옥수수 덩어리다. 따라서 치킨 너겟을 먹으면서 음료수를 마신다면 여러분은 옥수수에다 옥수수를 먹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 이후 수퍼마켓에서 파는 거의 모든 탄산음료와 과일 주스는 고과당 옥수수시럽으로 단맛을 내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음료의 주성분은 물을 제외하면 옥수수 감미료이다. 청량음료 대신에 맥주를 집어든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옥수수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맥주 역시 옥수수에서 정제한 포도당으로 발효시킨 알코올이기 때문이다. (34~35쪽)


이렇듯 옥수수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많은 것들에 들어 있다. 미국에서 옥수수는 거대한 농장에서 단일 작물로 경작되고 있다. 수확된 옥수수는 이렇게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잡식동물의 딜레마』 저자 마이클 폴란

현대의 식물 대량생산 시스템은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한 시스템과는 전혀 다르다. 이를테면, 윤작을 한다든지, 여러 작물을 함께 심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우리의 농업 선조들은 땅의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고 또 병충해에도 걸리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산업화된 농장에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단일 작물을 재배하고 많은 수확을 올리기 위해 화학 비료를 쓰고 또 살충제를 만들었다. 게다가 채소를 수확, 건조, 수송하는 데는 화석 연료를 엄청나게 쓰고 있다. 그러니까 환경오염 문제부터 시작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풀을 먹도록 진화된 반추위를 가지고 있는 소에게 곡물인 옥수수를 먹이로 하고 있으니, 이는 자연의 메커니즘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좁은 우리에서 옥수수를 먹이고 또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먹이고, 지방이나 영양분을 위해 동물성 단백질을 먹이면서 광우병 같은 문제가 생겨났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안은 있는가? 유기농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기농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저자가 방문한 유기농 농장의 모습을 한번 보자.

6월 셋째 주초에 겨울 동안 가축에게 먹일 건초를 만들기 위해 풀을 잘랐는데, 그전에 이미 소가 두 차례 풀을 뜯어먹었다. 소가 풀을 뜯은 뒤에는 매번 하루 정도 사이를 두어 수백 마리의 산란계를 들판 위에 풀어 놓는다. 목초지로 나온 닭들은 소와 풀을 위한 몇 가지 생태학적 서비스를 제공한다. 닭들은 소똥 속에 있는 맛있는 유충과 벌레를 잡아먹고, 그 과정에서 거름을 뿌리고 기생충을 제거한다. 닭들은 농장의 청소부였다. 그 덕분에 소들을 위해 화학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이때 닭들은 소떼가 뜯어 먹고 난, 가장 좋아하는 짧은 풀들을 갉아먹으면서 수천 파운드의 질소를 방목지에 뿌려놓는다. 나중에는 이런 닭들로부터 영양이 풍부하고 맛 좋은 계란이 생산된다. 목초지는 몇 주 정도 그대로 두었다가 다시 소들을 방목한다. 수송아지 한 마리는 하루에 2~3파운드의 속도로 이런 푸릇푸릇한 풀들을 소고기로 바꾸어 놓는다. (165쪽)

위의 인용문에서 나타난 유기농은 ‘초 유기농(beyond organic)’이라고 표현한다. 이에 비해 유기농으로 재배된 사료를 먹여 기르는 경?는 그냥 ‘유기농’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기농이라는 것 역시 자연의 논리가 아닌 산업화의 논리가 그 안에 있다. 많은 이익을 올리기 위해 소나 닭은 그대로 우리 안에 가두어 두고 먹이만 유기농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 경우 과연 유기농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아니면 다른 단어를 다시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유기농도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인데…….

이 책의 끝부분에 가면 저자는 수렵 채집시기의 사람들처럼 직접 사냥을 하기도 하고 야생 버섯을 채취하면서 자연의 신비와 그들의 공생관계를 만난다. 그리고 자연에서 얻는 그것들을 요리하여 지인들과 함께한다. 저자는 이것이 딜레마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산업화로 인해 망가진 우리의 밥상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우리나라 유기농 농부의 밥상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유기농 대표 농부 10집의 밥상을 찾아서

산업화된 농업은 우리의 삶의 터전인 땅도 또 먹을거리도 망쳐놓았다. 먹을거리의 양은 늘렸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우리의 건강을 해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방식의 농업이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연 농업과 유기농 농업으로 전통적인 농업 방법을 고수하며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해 자신의 밥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생명에 대한 사랑, 이 마음이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으니, 첨단 기술과 거대 자본의 힘을 입은 물질문면이 세계를 휩쓰는 오늘날에도 삶의 근본으로서의 농사를 우직스럽게 지키고 있다.” 그들은 사람이란 존재가 자연계의 한 구성원에 불과하고 자연계 안의 다른 생물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업적인 목적 때문에 자연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유기농을 하고 있는 10명의 농부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란 자연 그대로에 가깝게 경작을 하고 있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수확한 농작물을 가장 자연스럽게 음식으로 만들어서 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오래전 인간의 삶의 모습을 재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농사만 짓고 있는 것도 아니고 산과 들에 있는 각종 야채나 나물들을 밥상으로 올리고 있다. 이러한 삶이 바로 여유 있는 삶(Slow life)이고 풍요로운 식탁(Slow food)인 것이다.

전남 벌교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는 벼를 지극한 정성으로 기르고 있다. 또한 그의 아내는 밥상을 차리는 데에 있어서도 지극정성이다. 아내가 밥상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한번 들어보자.

몸이 안 좋거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할 때 만든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은 음식 해 본 사람은 누구라도 경험한 바가 있을 것이니, 그이는 나아가 식구들 몸과 마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음식을 할 때면 늘 밝은 마음을 가진다. 부엌 또한 늘 밝아야 한다고 집 동쪽에 자리 잡게 하는 것도 그런 이치에서다.

그렇게 준비한 밥상을 보도록 하자.

깻잎짠지를 빼놓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 깻잎짠지를 하려면 우선 깻잎을 따 손질하는 것부터 일이 시작된다. 가을에 따면, 낮에는 손질할 시간이 없어 밤에 꾸벅꾸벅 졸면서 ‘깐족거린다’, 한 잎 한 잎 차곡차곡 정리한다는 말이다. 깐족거린 깻잎을 적당량씩 실로 꽁꽁 묶어 항아리에 넣고 돌로 꼭 눌러 놓고는 물을 부어 삭힌다.

필자는 이 부분을 읽으며 이 아름다운 우리말을 만날 수 있었으며, 또 음식 만드는 법까지 수록되어 있어서, 독자들은 저자의 글 솜씨에도 반하지만 직접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전통적인 농사방법과 밥상 차리기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되며, 또 자연과 우리 몸이 하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벌교 농부 강대인 씨의 밥상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음식이 우리 몸에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가 음식에 ?해서 가지고 있는 편견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사과는 과연 우리의 건강에 좋을까?

‘매일 사과 한 개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다. 사과가 우리 몸에 좋다는 말인데, 과연 이것이 진실일까?

사과는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로서 최고의 우량식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영양학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는 잘못된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사과에게 최고의 식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는지가 궁금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살펴보자 “이야기나 시, 우화, 신화에서부터 종교서적에 이르기까지 사과만큼 자주 등장하는 과일이 없다.”고 말한다. 즉, 사과는 사람들에게 아주 친숙한 식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 중서부 지방을 여행하며 사과를 심고 가꾸었다고 알려져 있는 조니 애플시드의 이야기는 노래나 영화에서도 소개가 되었기에 미국인들에게 사과는 긍정적인 평판을 받아왔다. 그렇지만 20세기에 들어와서 비타민이라는 물질이 알려지게 되었고, 이에 따르면 사과는 명성에 비해 영양 성분은 많이 함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사과는 건강에 좋다는 생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이 사과에 대해 극단적인 호감을 지니는 근원은 비타민의 발견 이전의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기에다 자연식품이라든가 신선함, 지방 없음 등 20세기에 새로이 첨가된 특징들이 일반인의 의식에서 사과의 결점을 벌충해 주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과대평가(?)를 받아온 사과

이번에는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지방’을 보자. 지방은 비만과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지방(Low fat)이나 반지방(Anti fat)에 열광한다. 특히나 젊은 여성의 경우에 지방은 혐오의 대상이다. 그러나 지방은 우리 몸에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지방이 악평을 받고 있는 이유는 정치가들과 식품 산업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지방에 대한 평가는 양측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일부 지방의 소비는 오히려 건강에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방의 역할이나 효과에 대해 좀 더 확실히 알려면 연구가 필요한데, 이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포화지방의 소비가 정말로 때 이른 죽음의 원인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면 건강한 지원자를 양껏 불러 모아서 무작위로 그룹을 나눈 다음 정기적으로 신체검사를 하며 사망할 때까지 모니터링하면 된다.” 그렇지만 이 방법은 자체적으로 큰 결함이 있어 실행하기에는 너무 어렵다고 한다. 즉, 수천 명의 지원자를 모으기도 어렵고, 연구 기간도 몇십 년은 소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연구비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실험을 어렵게 하는 부분은 윤리적인 측면에 있다. 즉, 포화지방이 몸에 유해하다는 전제로 이런 실험을 한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지방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설탕이나 소금, 햄버거 등에 대해 우리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인 요리를 과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과학으로 풀어본 요리

작가 조경란은 소설 『혀』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의 오감을 모두 동원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물론 사람들이 생각할 때에 기본적으로는 미각을 활용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게 미각만 이용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한번 보자.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데에는 모든 감각이 총동원된다. 사람들은 그릇에 담긴 음식을 보고 맛있는 식사를 기대한다(시각). 음식이 나오면, 식욕므 더욱 자극하는 냄새를 맡는다(후각). 음식을 입 안에 넣은 다음 먼저 혀로 맛을 느끼고(미각), 음식을 씹으면서 코에 있는 후각기관으로 맛을 더욱 돋워주는 냄새를 느낀다(촉각과 후각). 음식을 씹을 때 나는 소리도 식사의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다(청각). 실제로 입 안에서 초콜릿이 부서지는 소리나 돼지고기가 씹히는 소리는 음식의 전체적인 맛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청각).

이렇듯 음식은 먹는다는 것은 우리 몸이 살아있다는 것을 온전히 느끼는 행위다. 그런데 음식은 요리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요리의 핵심은 바로 ‘불’일 것이다. 다른 동물은 불을 활용할 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신화에서 이야기 하듯이 프로메테우스에게서 배웠는지 모르지만, 언제가부터 불을 이용해 왔다. 불을 이용해 요리를 하면 음식은 어떻게 변할까? 이에 대해 본문의 표현은 이렇다.

음식을 가열하여 조리하는 것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를 다양하게 만든다. 그냥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 음식도 가열해 조리하면 소화가 잘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날감자를 먹으면 위장에서 날감자의 녹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데,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녹말이 변성을 일으켜 소화가 가능하다. 어떤 음식에는 독소가 들어 있는데, 이런 독소도 열을 가하면 파괴된다. 이렇게 음식을 요리하는 것은 식중독의 위험도 줄여준다.

그러니까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불을 이용한 요리 과정은 인간에게 먹는 즐거움과 아울러 먹을거리의 폭도 넓혀주었고, 나아가 자연이 제공하는 영양분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을 준 것이다.

학자들은 인간이 원래는 채식동물이었으나, 나중에 육식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인간은 고기를 먹을 때 열을 이용해 조리를 한다. 물론 고기를 날것으로 먹기도 하지만 보통은 익혀서 먹는다. 고기를 조리하는 목적은 적당한 결(질감)과 향미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기는 근섬유, 결합 조직,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근섬유는 섭씨 4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단백질 분자가 변성을 일으켜 근육이 수축되면서 고기는 더 딱딱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고기는 열을 가할수록 가열 정도에 따라 더 질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고기에 포함된 지방 성분은 조리 과정을 통해 많은 향기를 나게 한다. 부엌에서 고기 굽는 향기가 난다면 이는 과학적으로 보았을 때 지방이 익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은 질긴 근섬유에 가까이 붙어 있으면 먹을 때 고기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렇기에 고기 속에 지방이 적절히 섞여 있어야 좋은 고기로 판정을 받는 것이다. 지방에 적절히 섞인 마블링은 고기의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육식의 대표적인 음식 스테이크

이번에는 생선에 대해서 알아보자. 갓 잡은 생선에서는 비린내가 나지 않지만, 생선은 보통 비린내가 난다. 이는 화학반응의 결과라고 한다. 즉, 생선의 몸에 있는 효소와 세균의 활동 때문에 이런 비린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생선을 얼음 속에서 보관하면 효소와 세균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어서 생선을 신선하게 만든다.

물고기의 근육은 일반적으로 포유류의 근육에 비해 훨씬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육류를 조리 할 때보다 조리 시간을 짧게 해야 하며, 또 생선은 섬세한 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향기가 강한 소스를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생선을 회로 먹을 경우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보다는 간장에 살짝 찍어 먹어야 고기의 은은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육류와 생선 이외에도 빵, 소스, 케이크, 페이스트리, 수플레, 초콜릿 등 다양한 음식에 담겨져 있는 과학적 의미를 밝혀내고 있어 아주 재미있다.

위에서 살펴본 몇 권의 책으로부터 우리는 음식이나 이를 만드는 행위인 요리가 단순히 인간의 생존을 위한 것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오감에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그렇기에 건강한 먹을거리는 우리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음식이나 영양 성분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많은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건강하고 좋은 음식은 농부의 밥상에 올려지는 슬로 푸드(Slow food)나 로컬 푸드(Local food)인 것이다. 또 음식 요리 속에 담겨있는 물리나 화학의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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