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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담긴 마음을 전하는 일 - 『소믈리에르』

‘가격도 빈티지도 상관없는, 그 와인만이 갖고 있는 마음. 그걸 전달하는 것이 소믈리에르가 할 일’임을 『소믈리에르』는, 아라키 조는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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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르』를 읽게 된 것은 아라키 조 때문이다. 아라키 조가 스토리를 쓴 『바텐더』를 보았을 때의 감흥을 잊을 수가 없었다. 술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술을 만들어내고 마시는 사람들의 희로애락까지 탁월하게 그려내는 『바텐더』에 감동했다. 그래서 다시 아라키 조가 쓰고, 카츠노리 마츠이가 그린 『소믈리에르』를 보게 되었다.

와인 만화라면 이미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신의 물방울』이 있다. 하지만 『신의 물방울』은 아무리 읽어도 나에게는 별다른 공명을 주지 못했다.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고, 그 맛이 어떻다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정도다. 최고의 와인을 찾기 위한 배틀로 이루어지는 구성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믈리에르』『신의 물방울』과는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 최고의 와인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마음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와인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전해준다.

“글라스 안에 사람의 마음이 없다면… 포도에 대한, 포도를 키워주는 대지에 대한, 대지를 가꾸는 농부의 땀에 대한 상상력이 없다면, 그리고 시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직이 속삭이는 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말을 나누는 겸허함이 없다면, 와인은 그저 발효시킨 포도주스에 불과하죠.”

『소믈리에르』는 부모를 잃고 스위스의 시설에서 자라난 이츠키 카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존 스미스라는 독지가의 도움으로 대학 양조과를 졸업한 카나는 아이들과 함께 포도를 재배하며 와인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갑자기 존 스미스에게서 요청이 들어온다. 시설에 대한 지원을 계속 받고 싶다면, 도쿄에 있는 레스토랑 ‘에스푸아르(희망)’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천재로 불렸던 소믈리에 카타세 죠의 밑에서 일하게 된 카나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되면서 더욱더 소믈리에르의 길로 정진하게 된다. 소믈리에는 포도주를 관리하고 추천하는 직업이나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고, 소믈리에르는 여성 소믈리에를 말한다.

『소믈리에르』는 ‘모든 와인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퀴베 데 푸(바보의 와인)’라는 와인은 ‘손으로 딴 포도와 야생 효모만을 사용한 양조’로, 갓 딴 포도로 만든 보졸레 누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스타 아니스향과 다크 프루츠의 맛’을 가지고 있다. 이 와인에 ‘바보의 와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싸고 금방 마시는 와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산지 보졸레와 가메이라는 품종에 집착하면서, 너무도 성실한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성실하게.’ 20세기 초 보르도 지방을 대표하던 샤토의 하나인 샤토 오 바이이는 한동안 쇠락의 길을 걷다가 1955년 샌더스 가문이 오너가 된 후로는 명성을 얻는다. 그러나 소유주의 손녀 베로니카는 상속세를 견디지 못해 매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베로니카는 새로운 오너 밑에 들어가 고용 매니저로 일했다. 작은 프라이드보다는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샤오 오 바이이는 지금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와인이 되었고, 오너를 비롯해 종업원들은 그녀를 샤틀렌(여성주님)이라고 부른다. ‘플라워즈 샤도네이 앤드린 게일 퀴베’는 한류가 지나가 포도 재배가 쉽지 않은 캘리포니아 지방에서 신념을 굽히지 않고 수작업으로 생산해낸 와인이다. 이 와인에는 부부의 애정과 강한 신념, 역경을 넘어선 기쁨 그리고 서로의 가족에 대한 감사가 담겨 있다.

『소믈리에르』는 와인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그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엮어낸다. 그들은 단지 맛 좋은 와인을 마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와인에 담긴 마음, 즉 용기나 진정한 프라이드 등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고 집착하는 이유일 것이다. 단지 점수를 많이 받은 와인이라고 해서, 비싼 와인이라고 해서 모든 이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비싼 와인은 저가 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어떤 맛이 있고, 품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소믈리에르』에서 추천하는 와인은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다. 만 원대에서 4, 5만 원대의 와인들이 주로 소개된다. 그리고 그 와인들이 어떤 향취와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 말해준다. 비싼 와인을 마신다고, 그 맛만을 느끼는 것은 진정한 미식가가 아니다. 카타세 죠는 말한다. “와인은 돈과 시간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애정이죠.” 그 애정이 있어야만 ‘지금 이 순간 마시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와인의 마음’을 알게 된다. ‘가격도 빈티지도 상관없는, 그 와인만이 갖고 있는 마음. 그걸 전달하는 것이 소믈리에르가 할 일’임을 『소믈리에르』는, 아라키 조는 알려준다. 단언컨대 아라키 조의 내공이 『신의 물방울』의 아기 타다시보다는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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