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월트 디즈니의 세월을 이겨낸 초심 “99도와 100도의 차이”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1도를 버텨 낼 의지와 끈기를 가져라.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99도와 100도는 천양지차다.

생쥐 한 마리로 세계를 제패한 사나이가 있다. 오늘날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설령 있다 해도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한 번쯤 보았을 것이다. 그의 이름은 바로 월트 디즈니다.

월트 디즈니는 세계 애니메이션의 역사이자 어린이 제국을 대표하는 이름이지만, 원래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라고는 불운밖에 없던 한 젊은 남자의 이름이었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01~1966)

월트 디즈니를 생각하면 언제나 이사야 벌린의 유명한 수필 『고슴도치와 여우』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성격이 전혀 다른 동물을 재미있게 분석한 이 수필은 재주에 관한 흥미로운 사색을 담고 있다.

잘생긴 여우는 아는 것도 많고 재주가 넘칠 뿐만 아니라 고슴도치를 기습할 복잡한 전략을 무수히 짜낼 줄 아는 교활함까지 갖추고 있다. 반면 고슴도치는 호저와 작은 아르마딜로를 합성해 놓은 것처럼 촌스러운 동물이다. 한마디로 부족하고 덜떨어진 존재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몸을 말아 날카로운 무기로 만드는 것뿐이다.

갈림길에서 여우가 함정을 파 놓고 기다리면 고슴도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말아 작은 공으로 변신한다. 이 공 둘레에 난 작은 가시들을 보여 주는 것이 고슴도치가 가진 유일한 무기다. 그러나 그 무기의 위력은 대단하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인간을 ‘여우형’과 ‘고슴도치형’으로 분류했다. 여우형 인간이 박학다식과 다재다능을 추구한다면, 고슴도치형 인간은 한 우물만 끝까지 파려 드는 외골수다.

짐 콜린스는 인류를 한 단계 발전시킨 역사상의 위인들은 대부분 고슴도치형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고슴도치 콘셉트’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프린스턴 대 마빈 브레슬리 교수는 역사적으로 큰 발자취를 남긴 사람들은 똑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세계를 단순화한 사람들이라고 설파했다.

300번의 거절에도 흔들리지 않은 집념

디즈니 제국을 건설한 월트 디즈니는 시카고에서 태어나 열네 살에 캔자스시티 미술 학교에 입학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한창일 때는 프랑스의 적십자사 앰뷸런스 운전기사로 일하기도 했다. 귀국 후 스물한 살의 애니메이터 월트 디즈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열망으로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해 영화 제작사마다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를 채용하겠다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만화 영화 제작자로서 그의 기술은 이미 수준급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월트 디즈니는 얼마 안 되는 저금을 찾아서 카메라 한 대를 빌려 삼촌의 차고에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이후 남캘리포니아 사막의 군인 병원에서 결핵으로 사경을 헤매던 형 로이를 부추겨 ‘디즈니 브러더스’라는 영화사를 차렸다. 그리고 당시에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쉽지는 않았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 <앨리스의 모험>을 만들었을 당시 월트 디즈니는 영화 배급업자들에게 ‘새롭고 진기한 만화 시리즈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시작되는 편지를 보냈다. 주위 사람들은 그를 보고 미쳤다며 손가락질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300번이 넘는 거절도 그의 집념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집요한 설득 작업 끝에 6편을 주문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월트 디즈니가 일궈 놓은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눈치 챈 한 배급업자가 은밀히 디즈니 사의 직원들을 포섭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 디즈니 사의 가장 유망한 작품인 <운 좋은 토끼 오스왈드>의 판권을 가로채 갔다. 계약이나 실무에 서투르던 월트 디즈니는 대낮에 눈 뜨고 도둑맞은 꼴이었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가난한 스튜디오에서 다음 작품에 투자할 돈은커녕 생계까지도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지만, 월트 디즈니는 꿈을 잃지 않았다.

어느 날 그의 앞으로 가로질러 간 생쥐 한 마리가 그에게는 행운의 여신이 되었다. 찍찍대는 얄미운 생쥐를 보고 새로운 캐릭터 ‘미키 마우스’를 떠올린 것이다. 커다란 펄 단추가 달린 붉은 벨벳 바지를 입고, 큰 신발을 신었으며, 손가락에 4개의 장갑을 낀 한 마리의 생쥐는 그렇게 탄생했다.

월트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가 비행기를 타고 벌이는 여러 모험을 그린 <못 말리는 비행사>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교활한 여우들한테 당하고 눈물을 삼키며 미키 마우스를 새로 만들 때만 해도, 이 작은 생쥐가 역사상 길이 남을 금자탑을 쌓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 후일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월트 디즈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성공할 때까지 일을 제외한 어떤 것에도 신경을 꺼라. 먹고, 자고, 꿈꾸고, 걷고, 말하고, 사는 것 외에는 아무것에도 눈을 돌리지 마라.”

디즈니 사는 이제 스포츠 팀부터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권을 소유하고, 연간 25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 제국이 되었다.

1995년에는 캐피털시티스-ABC 언론사를 사들였으며, 폭스 패밀리라는 케이블 채널도 소유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는 꿈의 궁전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테마파크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디즈니랜드다.

테마파크는 지금도 다른 나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 옆에 새로 세워진 ‘도쿄 디즈니 시’는 바다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디즈니랜드 파리’ 옆에 세워지는 ‘디즈니 스튜디오 유럽’은 할리우드의 모습을 프랑스에 선보이게 된다.

세월을 이겨 내고 국경도 넘어선 초심

2005년의 한 통계 자료를 보면 월트 디즈니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연간 1,400만 명의 관람객이 디즈니월드를 찾았고, 디즈니랜드 파리에는 300만 명, 도쿄 디즈니랜드에는 520만 명이 몰려들었다. 뿐만 아니라 5000만 명이 디즈니 음악을 들었으며, 8000만 명이 디즈니 관련 장난감을 구입했고, 1억 명이 매주 디즈니 만화를 시청했으며, 2억 4000만 명이 디즈니 영화를 보았고, 8억 명이 만화책이나 만화 잡지를 읽었다. 코닥 사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화되는 사진의 5퍼센트는 디즈니랜드에서 찍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디즈니의 일생은 ‘20세기 최고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불린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킨 그였지만, 처음 지닌 목적만큼은 잊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동심이었다. 월트 디즈니는 고슴도치처럼 오직 중요한 것 하나에만 매달렸다. 회사의 일관된 핵심 가치를 지킨 것이다. 그것은 어린이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었다. 그 목적 하나를 위해 세월을 이겨 내고 국경도 넘어섰다. 그에게는 간절한 동기였고, 정신적?지적 자산이었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든 지 60년이 지난 1995년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에도 그는 자랑스럽게 “이 아이디어는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가져다주기 위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디즈니 사는 만화 영화 제작을 계속하고 있다.

2004년 디즈니랜드의 브랜드 가치는 271억 달러로 세계 6위, 서비스 부문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해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디즈니 혁명’이라고 불렀다.

젊은 시절 하는 일마다 행운이 따라 주지 않던 월트 디즈니가 어떻게 이런 거대한 성공을 거두었을까? 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교활한 여우를 이기는 단순한 고슴도치

월트 디즈니는 초지일관 어린이에게 미소를 심어 주기 위한 경영 철학을 고수했지만, 때때로 자신의 사업을 정직한 어른들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본질을 훼손하지는 않았다. 본질적 가치 위에 고객을 확장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모험 정신과 판타지아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간직한 모든 사람을 위해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것을 그는 ‘정직한 어른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공감할 수 있는 어른들을 그의 마케팅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는 핵심 역량에 바탕을 두고 고객을 만족시키고 소비자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월트 디즈니는 본질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응용을 통해 새로운 분야로 핵심 역량을 확대해 갔고, 그러면서 충성 고객을 어린이에서 어른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었다.

예컨대 1934년에 도널드라는 이름의 오리가 탄생했다. 도널드 덕은 미키 마우스보다 더 흥미로운 성격으로 묘사됐다. 미키 마우스는 보이 스카우트와 같은 ‘좋은 녀석’의 캐릭터로 굳어졌기 때문에 옳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되면 바로 반감을 샀다. 조금이라도 삐딱한 모습이 보이면 온갖 불평을 담은 편지들이 스튜디오에 쇄도했다. 이는 고객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었다.

반면 도널드 덕은 인간의 양면적인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캐릭터로 창조되었다. 덕분에 도널드 덕은 성질을 부릴 수도 있고, 화도 낼 수 있었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도널드 덕은 관료주의에 반대해 꽥꽥거리며 불평하고 ?현실적 규정을 이리저리 피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종국에 가서는 애국심에 불타 국방의 임무를 완수하는 미국 병사들의 모습을 그려 내기도 했다. 고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마지막 1도를 버텨 낼 수 있는 힘

아무리 여우가 교활한 재주를 부려도 이기는 건 고슴도치다. 고슴도치는 여우같은 재주도 없고 모든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아주 단순하게 대응한다. 제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단순화해 우직하게 대응한다. 재주도 없고 부족하므로 오히려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고 우직하게 세상을 헤쳐 나가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한 가지 불변의 목적과 가치를 여러 가지 형태를 띤 모든 사업에 스며들게 했다. 한 가지 핵심 가치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디즈니 사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사업에서 성공하려거든 우직하리만치 단순하게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정진해야 한다. 중도에 어려움에 봉착하더라도 방법을 달리해야지 목표를 바꾸어서는 안 된다.

일이 잘 안 풀려 고민될 때는 월트 디즈니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미련하고 우직하게 한 가지 목표에만 집착하는 고슴도치가 재주 많은 여우를 이긴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스스로를 재주 많은 여우보다는 부족한 고슴도치처럼 다듬어라. 목표를 두었으면, 1퍼센트의 잠재력만 발견해도 밀고 나가라. 스스로 발견한 1퍼센트의 잠재력은 위기 상황에서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평소에도 위기가 온 것처럼 집중하고 몰두하면 자연스레 비등점에 오른다. 비등점은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1도를 버텨 낼 의지와 끈기를 가져라. 99도와 100도는 천양지차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88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나를 뛰어넘는 도전

<여현덕> 저10,800원(10% + 5%)

『나를 뛰어넘는 도전』은 부족함을 경쟁력으로 바꾼 사람들로부터 그 비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다. 부족함이 동기가 되어 새로운 자원을 만들고 마침내 성공 DNA와 희망 DNA를 내면화하면서 성공의 법칙을 만든 감동 스토리를 담고 있다. 부족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강한 도전 의식과 끈질긴..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의 대표작

짐 자무시의 영화 〈패터슨〉이 오마주한 시집.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 첫 완역 출간되었다. 미국 20세기 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은 비트 세대 문학 선구자,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번역되었다. 도시 패터슨의 역사를 토대로 한, 폭포를 닮은 대서사시.

본격적인 투자 필독서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경제/재테크 최상위 채널의 투자 자료를 책으로 엮었다. 5명의 치과 전문의로 구성된 트레이딩 팀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최신 기술적 분석 자료까지 폭넓게 다룬다. 차트를 모르는 초보부터 중상급 투자자 모두 만족할 기술적 분석의 바이블을 만나보자.

타인과 만나는 황홀한 순간

『보보스』,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신간.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심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꿰뚫어본 데이비드 브룩스가 이번에 시선을 모은 주제는 '관계'다. 타인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순간을 황홀하게 그려냈다. 고립의 시대가 잃어버린 미덕을 되찾아줄 역작.

시는 왜 자꾸 태어나는가

등단 20주년을 맞이한 박연준 시인의 신작 시집. 돌멩이, 새 등 작은 존재를 오래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시선으로 가득하다. 시인의 불협화음에 맞춰 시를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자. 죽음과 생,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우리를 기다린 또 하나의 시가 탄생하고 있을 테니.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