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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문학캠프] 2008 YES24 문학캠프 - 통영으로 남해로!

뜻 깊은 여행, 아름답고 아름다웠던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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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작가와 함께한 문학캠프였기에 그 의미가 깊었고 또한 미처 알지 못한 우리나라의 풍광들은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첫째 날 - 하동을 거쳐 통영으로

그동안 문학캠프 기간마다 비가 내렸단다. 올해는 달랐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이었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솜사탕 같은 구름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물론 그 덕분에(!) 그늘만 벗어나면 '엄청나게' 뜨겁고 '믿을 수 없게' 더운 날이었지만 말이다.

내가 탄 1호차는 기자들과 작가, 출판사 관계자들이 탄 버스였다. 어부지리로 관계자가 된 탓에 동행이 없었다. 해서 가면서 읽자고 챙겨온 책이 무려 세 권이었는데 아는 얼굴을 만났다. 결국 읽은 책은 단 한 권. 여행을 떠날 땐 한 권의 책이면 충분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심윤경 작가와 김선우 작가는 문학캠프 내내 독자들과 동행을 했다. 심윤경 작가는 워낙 관심 있고 좋아하는 작가였기에 참석할 것이라는 공지를 보고 마음이 설렜다. 하지만 극A형의 소심함 그 자체인 나는, 내 건너편 자리에 앉은 심윤경 작가를 보고도 말 한마디 제대로 붙이지 못하고 일정을 마쳤다. 핑계를 대자면 읽은 책이 달랑
『서라벌 사람들』 한 권뿐이므로 할 말이 없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김선우 작가의 경우는 다른가? 그렇지도 않다. 김선우 작가야말로 그날 처음 뵈었으며 시인이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무용가 최승희를 소재로 첫 소설책 『나는 춤이다』를 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읽은 시집도, 이번에 출간한 책도 마냥 미뤄두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말 한마디 붙일 수 있었겠는가? 겨우 눈인사만…….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한 버스는 네 시간 남짓 달려 하동에 도착했다. 길면 긴 시간이었지만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는데 그건 1호차 가이드를 맡은 이유미 님 덕분이다. 하동에 도착할 무렵 ‘화개장터’를 보여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대신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본인이 말했듯이 그 노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오로지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노래를 불러주었던 거다. 대단한 프로 정신! 덕분에 1호차는 얼마나 즐거웠는지. 멋쟁이, 이유미! 다시 만나보고 싶은 가이드.

독자들이 재현한 『토지』 속으로

시원한 재첩국을 점심으로 맛있게 먹은 후 소설
『토지』의 무대이기도 한 평사리 최참판댁으로 떠났다. 평사리 마을과 백운산, 섬진강과 악양이라 불리는 넓은 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에 최참판댁은 위치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정경은 상상도 못한 채 올라갈 생각을 하니 끔찍해졌다. 밖으로 나오자 훅~ 느껴지는 뜨거움! 예상대로 ‘엄청나게’ 뜨거운 햇볕이 나를 투덜이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하여 수려한 경관을 확인하자마자 투덜거림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평사리에서 내려다본 악양 들판. (사진: YES24 윤형순)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은 것은 아주 오래 전이다. 내게 있어 『토지』는 어린 시절의 서희와 최참판댁을 지키려는 서희의 기억이 제일 많다. 그런 만큼 내게 있어 『토지』는 평사리의 토지인 셈이다.

『토지』에 등장하는 물레방앗간. (사진: YES24 윤형순)

소설 속 한옥 14동을 모두 구현한 최참판댁은 조선 후기 우리 민족의 생활 모습을 잘 조성하고 있었다. 안채 주인이 사건 전개 과정에 따라 바뀌는 상징적 공간인 안채를 비롯하여 최씨가(家)가 몰락하고 최참판댁을 차지한 조준구가 잠시 머물렀던 사랑채,
『토지』에서 그 당시 민중의 생활상과 계급구조를 잘 보여주었던 행랑채 등 의미 있는 공간들을 둘러보며 소설 속 장면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최참판댁 전경. (사진: YES24 윤형순)

이곳저곳, 구석구석 서희의 흔적을 찾으며 둘러본 후 150여 명의 독자들이 안채 마당으로 모였다. 연극을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어느 조에도 속하지 못하고 단지 1호차였던 나는 각 조별로 연극을 한다기에 ‘웬 연극?’ 했다. 단체로 온 팀을 제외하면 각 조들은 그날 처음 만나 겨우 안면을 익힌 분들이었다. 더구나 네 시간가량 차 안에서 기획을 했을 텐데……. 설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라웠다. 얼마나 멋들어지게 연기를 하는지 처음엔 YES24측에서 각 조마다 연극배우들을 심어놓은 줄 알았다.

초등학생들이 보여준 걸쭉한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 연기는 물론이고, 앙칼진 목소리로 “찢어 죽이고 말려 죽일 테야. 내가 받은 수모를 하난들 잊은 줄 아느냐?” 외치며 여우주연상(!)을 획득하고
『토지』 세트를 챙긴 여학생, 열 명의 서희와 열 명의 길상이 나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의성이 돋보였던 연기 등등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어쩌면 그리도 척척 호흡이 맞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득 ‘저 하늘에서 왕초보 연기자들의 연극을 감상하셨을 박경리 선생은 얼마나 즐거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원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 (사진: YES24 윤형순)

여우주연상을 받은 회원.
앙칼진 서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사진: YES24 윤형순)

회원들의 열성적인 연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사진: YES24 윤형순)


세 작가의 작품에 관한 사심 없는 이야기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이번 코스와 반대로 남해를 거쳐 통영으로 여행을 온 적이 있었다. 첫날 숙박할 예정인 충무 마리나 리조트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바로 바다로 나 있는 커다랗고 넓은 창 때문이다. 창을 통해 들어오던 바다의 풍경은 감탄사를 아끼지 않게 만들었다. 여행은 제쳐두고 그곳에 가만히 앉아 지나다니는 배와 유유히 흐르는 구름, 가끔씩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어도 전혀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을 가진 곳이다.

숙소에 도착하여 씻을 겨를도 없이 저녁을 먹고 잠시 산책을 하다가 강연이 있는 세미나 실로 향했다. ‘2008년 네티즌 추천 한국의 젊은 작가’로 뽑힌 정이현 작가가 합류했다. 손택수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의 주제는 “작품 속 여성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였다. 우연하게도 세 작가의 최근 작품엔 고대, 근대, 현대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신라의 연제태후, 무용가 최승희, 지극히 평범한 동시대의 여성 오은수. 그들은 작품 속에서 어떤 여성으로서 구현되고 또 그 정체성은 어떻게 형상화 되었는가? 짧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서라벌 사람들』에 등장하는 연제태후는 어느 것에도 속박되지 않을 만큼 자의식이 강하다. 요즘 가치관으로서는 놀라운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그 자유로운 사고에서 현대성을 발견한다. 『나는 춤이다』의 최승희는 어떤가? 실존인물이며 시대를 앞선 여성의 대표주자이다. 그 시대에 이미 월드 스타였고 세계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경험을 가진 당대 최고의 화려한 삶을 살았던 여성이다. 하지만 분단 상황에 의해 북으로 간 후엔 남쪽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그런 만큼 그녀의 삶에 대해 말하는 책은 찾아볼 수가 없지만 보수적인 근대 사회에서 그녀는 여자가 아닌 예술가로서 성공한다. 또한 『달콤한 나의 도시』에 오은수를 등장시킨 이유는 현실을 살아가는 동시대 여성들의 고민을 모순된 현대인의 모습을 통해 윤리란 무엇인가? 역설적으로 묻고 싶었다고 한다.

김선우, 정이현, 심윤경 작가와 독자들의 만남. (사진: YES24 윤형순)


이어
『토지』와 박경리 선생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서 세 작가의 의견을 들었다. 심윤경 작가는 중 3때 『토지』를 읽었단다. 주로 러브라인 중심으로 읽었는데 책을 읽고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걸 써 보고 싶었다고 한다. 정이현 작가는 대학 때 『토지』를 읽었는데 도스토옙스키 버금갈 정도로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남성이 주인공이던 과거의 대하소설과 달리 서희라는 매력적인 인물의 인생을 그려낸 작품이었기에 『토지』를 여성문학이라는 범주에 넣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김선우 작가는 선생을 떠올리면 원주 토지 문학관에서 글을 쓸 때 직접 밭에서 가꾼 야채를 뽑아 반찬을 준비해 후배들 뒷바라지하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했다.

각기 다른 세 작가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도 많이 지났다. 하지만 피곤할 텐데도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던 독자들의 모습이 보며 한국문학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여행의 첫날은 으레 그렇듯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잠이 들 줄도 모른다. 더구나 바로 앞이 바다이고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떠 있을 것만 같은 낯선 곳에서의 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한국의 나폴리 ‘통영’, 청마 유치환의 고향이었으며, 음악가 윤이상이 돌아오고 싶어도 올 수 없었던 곳이?고, 백석의 시비가 세워져 있으며 박경리 선생의 작품인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곳, 그곳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흘러갔다.


둘째 날 - 한국의 나폴리 통영, 예술과 문학의 도시

아침에 일찍 눈을 뜬 덕분에 리조트 뒤쪽 바다를 끼고 나 있는 산책길을 걸었다. 동이 틀 무렵이었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배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었으며, 낚시꾼의 움직임 없는 낚시질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순간이었을 거다. 우연히 바라본 바다 저 끝 산봉우리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 것이. 해가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장관이었다. 주변의 모든 풍경이 일순간 그림이 되었다. 그 모습에 흔한 감탄사마저 잊은 채 셔터를 눌러댔다. 황홀한 여행의 둘째 날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이날은 박경리 선생의 생가와 묘소, 그리고 충렬사를 거쳐 한산도를 유람선으로 한 바퀴 돌고 해저터널을 본 후에 남해로 넘어가는 일정이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통영에 관한 정보가 있었지만 같이 다닌 문화해설가의 설명으로 통영의 정보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충무공 이순신의 위패가 모셔진 충렬사에서 묵념을 올리고 있다.
(사진: YES24 윤형순)

첫 번째 장소는 충렬사였다. 이곳은 이순신 장군의 위패가 봉인된 사당으로 조선 후기 대원군이 전국에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 유일하게 보존토록 한 서원이다. 사당 안에 들어서자 잘 가꾸어 놓은 조경이 눈에 들어왔다. 동백나무에 열매가 열리는지 몰랐던 나는 김선우 작가가 동백기름 만드는 그 열매라고 말해주어 그제야 아하!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있는 동백나무는 1985년 1월 14일 경상남도 기념물 제74호로 지정되었다. 추정 수령(樹齡)은 약 400년이며 전설에 의하면, 이 나무가 예부터 꽃이 유난히 붉고 탐스러워 충렬사 인근 부락에서 풍신제(風神祭)를 지낼 때 처녀들이 아침 일찍 명정(明井)샘의 물을 길어 이곳의 동백꽃을 물동이의 맑은 물에 띄워가곤 했다고 한다. 산책하듯 사당을 돌아본 후 가까운 곳에 있는 박경리 선생의 생가로 향했다.

고 박경리 선생의 생가. (사진: YES24 윤형순)

박경리 선생의 생가는 충렬사 건너편에 있었다. 소설에서 ‘서문고개’라 불리고 있는 이곳을 현지인들은 ‘뚝지먼당’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김약국의 딸들』에 보면 아편쟁이 남편한테 매 맞고 도망 온 셋째 딸을 친정어머니가 매번 고개 너머 살림집으로 데려다 줄 때 넘는 고개가 나오는데 바로 이 고개 ‘뚝지먼당’이다. 고개 너머 골목길엔 소설 속 김약국의 집이었던 ‘하동집’이 있었고 그 집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선생의 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그 집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어 외관만 보았지만 그 골목길은 선생이 살던 그 시절 그대로 멈춰버린 듯했다. 과거로의 여행, 골목 어디에선가 김약국의 딸들이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집. (사진: YES24 윤형순)

생가를 둘러보고 우리는 박경리 선생의 묘소가 있는 양지농원으로 향했다. 두어 시간 차이를 두고 한 사람의 생과 사를 추억한다는 것이 꽤 아이러니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 하루 동안은 오롯이 그 생애를 돌아볼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 양지농원은 박경리 선생이 지난 12월에 찾아보고선 이곳에 살고 싶다고 말한 곳이라고 한다. 그 바람을 농장 주인이 들어준 것인데 묘소 부지로 1,000여 평의 땅을 기증했다. 최참판 댁에서 바라보는 풍광도 아름다웠는데 이곳에서 어떤 경치를 보셨기에 선생이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궁금했다. 과연, 묘소가 있는 언덕까지 올라가 보니 그 정경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고 박경리 선생의 묘소에서 바라본 정경. (사진: YES24 윤형순)

묘소에 도착하여 참배를 한 후 회원 중 한 사람이 선생의 시를 낭송했고 각 조의 조장들이 헌화했다. 묘소에는 그 흔한 비석 하나 없이 생전에 소박했던 선생의 모습 그대로였다. 묘소로 오기 전엔 뭔가 무겁고 엄숙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선생이 편안하게 잘 계신 것 같아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아마도 이곳을 찾은 독자 모두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고 박경리 선생의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의 시 한 수를 낭송하고 헌화했다. (사진: YES24 윤형순)

점심을 먹은 후엔 한산도를 유람하는 배를 타기로 했다. 점심으로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멍게비빔밥’을 먹었는데 비린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나는 그걸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고심이었다. 다행히 밥과 멍게가 따로 차려져 있어 비비지 않고 따로따로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은 어찌나 식성이 좋으신지 쓱싹쓱싹 비벼서 잘도 드시더라는. 여행의 기본은 뭐든 잘 먹는 것인데…….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운 점을 뽑으라 하면 바로 이 유람선이라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거제도에서 유람선을 탔을 때는 갑판이 있는 배였고 어느 정도까지 가면 배가 멈췄다. 그럴 때면 모두 갑판으로 나와 그곳에 얽힌 설명을 들었었다. 하지만 이번 유람선은 그저 피곤한 몸을 누이기 위한 잠자리에 불과했다. 배의 모터소리에 설명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으며 갑판이 없어 밖으로 나가도 위험해보였다. 뭐, 덕분에 잠은 잘 잤지만 말이다.^^;

유람선을 타고 유람(!)을 하고 난 후 다음 목적지인 남해로 향했다. 남해는 친구와 함께 남해대교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있었고, 창선?삼천포대교가 완성되기 전에 완성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근처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온 경험이 있었다. 해서 완성된 창선?삼천포대교를 꼭 보고 싶었다. 다리를 건너면서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섬들을 보았다. 독특한 풍경이었다.

두 번째 숙박 장소는 남해 스포츠 파크였다. 광양제철 건립 시 준설한 실트질 준설토로 매립된 서상매립지에 갈대가 무성하고 황폐화되어 있던 것을 군민과 관광객의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운동휴양지로 개발한 곳이다. 국내 프로팀들이 겨울철 전지훈련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근사한 바다를 배경으로 야구장과 축구장 및 기타 스포츠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해질 무렵 도착하니 고즈넉하고 운치가 있어 꼭 외국의 리조트를 온 것만 같았다. 물론 어설픈 야자나무가 그 상상에 일조를 하긴 했지만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고 깨끗하고 시설 좋은 리조트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전날보다 넉넉한 시간이 있어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세미나실로 향했다. 황석영 선생의 강연은 벌써 세 번째이다. 그런데도 들을 때마다 즐거웠다. 강연 장소마다 조금씩 주제가 다르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달라서일 것이다. 이 날은 다른 때와 다르게 나긋나긋한 김선우 작가의 사회로 황석영 선생의 작품에 대한 강연이 있었다.

황석영 작가가 『바리데기』의 한 부분을 낭독하고 있다.(사진: YES24 백영호)

2008년 네티즌 추천 필독서로 선정된
『바리데기』와 신간인 『개밥바라기별』의 한 부분을 손수 낭독해주시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선생은 한 작품이 끝나면 그 작품에 대해선 싹 잊어버린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런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많은 작품들을 써낼 것이라고도 하셨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회원들은 황석영 작가의 유쾌한 강연에 즐거워했다.
(사진: YES24 백영호)


황석영 선생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은 앞서 두 번의 강연에서 확인한 바 있었지만 역시, 두 시간을 훌쩍 넘는 동안 유쾌하고 때론 진지한 작품 이야기로 전혀 피곤해하지 않고 청년과도 같은 노익장을 과시했다.(오히려 독자들이 더 피곤해 했을 정도!) 연륜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닌 모양이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카리스마와 강연을 이끌어가는 말솜씨는 황석영 선생이 대작가임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해주었다.


셋째 날 - 여행의 끝, 다시 일상 속으로

마지막 날이다. 그다지 빡빡하지 않는 일정이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을 구경한 후 은모래 비치라 불리는 상주해수욕장을 들렀다가 점심을 먹고 서울로 귀경하는 일정이었다.

그곳으로 가는 동안 버스는 해안도로를 달렸다. 통일 전망대에서 포항까지 이어진 7번 국도를 여러 번 다니면서 해안도로는 역시 동해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가천마을로 가는 남해의 이 도로는 동해의 그 어떤 도로보다 아름다웠다. 또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동해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큰 배들, 복잡하지 않은 도로와 높고 푸른 하늘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남해 다랭이 마을의 풍경. (사진: YES24 윤형순)

가천 마을에 도착하여 다랭이 논을 돌아보았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곳이다. 선조들이 농토를 한 뼘이라도 더 넓히려고 산비탈을 깎아 곧추 석축을 쌓고 계단식 다랭이 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삶의 애환은 그렇다 치고 바다와 산, 다랭이 논이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그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난번에 왔을 때 반대편으로 내려와서 ‘암수바위’를 보지 못했다. 대신 <맨발의 기봉이>를 촬영한 폐교에 들렀었다. 그 폐교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어우러진 다랭이 논이 무척 아름다웠던 게 생각나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학교를 둘러보고 거름 냄새를 맡았으며(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풍기던!) 논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소인 상주 은모래비치 해수욕장으로 갔다.

상주해수욕장은 ‘은모래비치’라는 별칭답게 백사장의 모래가 부드러웠으며 2Km 남짓한 백사장은 동남아 그 어느 해변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마음 같아서는 늦게 올라가도 좋으니 이곳에서 한나절 수영이나 하며 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법!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중에 꼭 한번 다시 내려오리라 다짐을 했다.

마지막 행사로 독서 퀴즈 대회를 열었다. 원래는 첫날 최참판댁에서 하려던 것인데 독자들이 너무나 열정적으로 연극 공연을 한 덕분에 이날로 미뤄진 것이다. 소나무가 우거진 그늘에 모두 모여
『토지』『달콤한 나의 도시』『개밥바라기별』『나는 춤이다』『서라벌 사람들』『바리데기』『김약국의 딸들』 그리고 작가들? 관한 퀴즈를 풀었다. 다들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인 것은 익히 알았지만 이 퀴즈 대회를 보고 새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들 얼마나 그 책들을 좋아하고 작가들을 사랑하는지 한 문제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정말 대단한 독자들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려운 문제도 척척 맞히는, 역시 YES24 회원들! (사진: YES24 윤형순)

그리고 퀴즈 대회가 끝난 후 백사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2008년 제5회 YES24 문학캠프”는 막을 내렸다. 어쩐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얼굴을 익힌 사람들과 이제 친할 만한데 헤어진다는 게 섭섭하기도 했지만 여행의 끝은 늘 돌아오는 것!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작가와 함께한 문학캠프였기에 그 의미가 깊었고 또한 미처 알지 못한 우리나라의 풍광들은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2008 YES24 문학캠프 여러분, 다시 만나요~! (사진: YES24 백영호)


※ 더 많은 사진과 못 다 한 이야기는 2008 YES24 문학캠프 공식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08 YES24 문학캠프 공식 블로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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