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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혈액형이 있다!

사건의 현장은 몇 년 전 일본 도호쿠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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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의 현장을 조사하던 수사관들이 피해자가 베고 있던 베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피해자의 혈액형과는 다른 AB형의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식물도 혈액형이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런데 미국의 과학수사 드라마 의 길 그리섬 반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볼 뿐이다.”

생각하지 않고 본다는 것은 섣부른 선입견을 가지거나 속단하지 않고, 엄격하게 관찰하고 조사한다는 뜻인데, 그 엄격한 관찰을 통해 재미있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사건의 현장은 몇 년 전 일본 도호쿠 지방. 살인사건의 현장을 조사하던 수사관들이 피해자가 베고 있던 베개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피해자의 혈액형과는 다른 AB형의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피해자가 베고 누워 있던 베개에서 발견된 AB형 혈액형의 주인은 피해자나 피의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의 주인은 바로 베개 속에 들어 있던 메밀껍질이었다.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

여기서 잠깐, 혈액형을 알아내는 방법을 살펴보자.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혈액에 응집소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항A 응집소를 떨어뜨렸을 때 혈액이 뭉치면 A형, 항B 응집소를 떨어뜨렸을 때 혈액이 뭉치면 B형, 둘 다에 반응하면 AB형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메밀껍질은 항A와 항B 둘 다에 반응하기 때문에 마치 AB형 혈액이 검출된 것처럼 보인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호기심 많은 과학자들은, 사람을 위한 혈액형 조사 방법을 식물들에게 적용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약 10%의 식물에서 혈액형 반응이 나타났다. 상록수는 A형, 무와 동백은 O형, 줄사철나무와 꽝꽝나무는 B형, 메밀과 자두는 AB형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식물들에게도 혈액형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그렇다면 여기서 엉뚱한 상상력을 한번 동원해보자. 수혈이 필요한 O형 환자에게 무즙을 주입하면 괜찮을까? 늘 혈액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의 사정을 생각하면 반가운 상상인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어려울 듯하다. 식물들은 혈액형 검사에 반응한 것일 뿐, 실제로 우리에게 필요한 혈액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이 혈액형 반응을 보인 것은 식물 속에 들어 있는 당단백질*이란 물질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혈액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 식물에게는 전혀 없기 때문에 ‘식물 수혈’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궁금증이 하나 있다. 식물들도 혈액형에 따라 성격 유형이 다를까? B형인 자두는 자기중심적이면서 창의적이고, A형인 상록수는 소심하면서도 섬세한 성격일까? 혈액형별 성격 유형이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에게 물으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물론 그럴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겠지?

*당단백질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결합한 복합 단백질. 보통 단백질보다 탄수화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식물인간’은 잘못된 표현이다

TV나 라디오 등을 통해 접하는 소식 중에서, 사고나 병으로 꼼짝 못하고 누워 지내야 하는 가족이나 연인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사람들의 사연에 종종 우리는 감동한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고,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는 사람 곁을 한결같이 지키는 사랑은 작은 일을 갖고도 이별부터 들먹이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이렇게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을 가리켜 흔히 ‘식물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식물인간이란 뇌는 살았지만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거나 반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인데, 과연 식물들도 인간들의 이런 표현에 대해 동의할까?

식물인간이란 표현은 식물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반응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왜냐하면 식물도 동물처럼 쉼 없이 환경에 반응하고, 공격자로부터 자기를 방어하며, 활동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식물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면 잘 자라고 병충해도 적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식물들이 좋은 음악에 반응해서 면역력이나 방어력을 높여 자신을 튼튼히 지키는 물질을 내뿜기 때문인데, 반대로 식물들이 싫어하는 자극을 주면 그에 대한 식물들의 반응 역시 확실하다. 옛날 우리 어른들이 웃자란 곡식을 보면 아침마다 장?로 쓸어주곤 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식물은 자극을 많이 받으면 에틸렌*이라는 물질을 활발하게 분비하는데, 이 에틸렌은 길이 생장을 억제하는 대신 부피 생장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특성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곡식의 줄기가 튼튼해져서 태풍이 몰아쳐도 버틸 힘이 생긴다. 선조들은 에틸렌이라는 물질이나 부피 생장이라는 단어는 몰랐지만, 오랜 경험으로 식물들의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식물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버드나무의 한 종류는 메뚜기 떼가 몰려오면 잎사귀들을 축 늘어뜨려 아주 맛없어 보이게 한다. 괜히 먹음직스럽게 보였다간 당장 메뚜기 떼에게 뜯기고 말 테니까.

이렇듯 식물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혹은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세계와 교감하고 자기를 보호하는 법을 찾아낸다. 요란스럽지 않게 자기를 지켜내는 법, 지혜롭게 갈등을 피해가는 법, 그러면서도 꽃과 열매로 자기를 멋지게 드러내는 법은 우리가 식물들에게 한 수 배워야 할 지혜가 아닐까?

*에틸렌
과일이나 곡식의 성장을 촉진하는 식물 호르몬. 특히 사과는 다른 과일에 비해 에틸렌이 40배나 많아 과일을 빨리 상하게 하므로 따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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