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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증거보다도 중요한 진짜 비밀은 - 『비밀』

『비밀』을 그린 이유에 대해 시미즈 레이코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죽은 후 그 진실을 알기란 너무나 힘들기에 ‘적어도 만화 속에서만큼은 흑백이 확실한 세상을 그리고 싶어서’라고. 하지만 언제나 흑백이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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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아이』, 『월광천녀』의 시미즈 레이코가 그린 『비밀』은 미국 대통령이 암살을 당한 후, 범인을 찾기 위해 대통령의 뇌를 들여다보는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너무나도 성실하고 인간적이었던 대통령은, 죽으면서 하나의 비밀을 남겼다. 그가 반드시 지키려고 했던 소중한 비밀을, 죽음의 진실을 찾겠다는 명목으로 많은 사람이 보고 세상에 퍼뜨린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처참하게 짓밟힌다. 내가 죽은 뒤에, 내가 절대로 숨기고 싶은 비밀이 밝혀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미 죽은 뒤니까 아무래도 좋은 걸까? 하지만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 하나 둘은 있을 것이다. 그런 비밀들이, 내가 죽은 뒤에 마구 파헤쳐져 누군가에게 보인다면 아마도 참담한 기분이 들 것 같다. 내 모든 것이 발가벗겨진 듯한,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비밀』을 그린 이유에 대해 시미즈 레이코는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죽은 후 그 진실을 알기란 너무나 힘들기에 ‘적어도 만화 속에서만큼은 흑백이 확실한 세상을 그리고 싶어서’라고. 하지만 언제나 흑백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시미즈 레이코 역시 그런 아이러니를 잘 알고 있다. 때로는 그냥 비밀로 남겨두는 것이, 더 좋을 때도 많다. 그래서 『비밀』의 이야기는, 지켜져야만 하는 비밀을 어쩔 수 없이 보아야만 하는 자들의 애환으로 점점 흘러간다. 과학 경찰 연구소 법의 제9연구실은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하여 증거를 찾아내는 곳이다. 첫 에피소드에서는 미리 뇌에 칩을 넣고 있을 때 영상을 재현할 수 있지만, 2060년이 된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는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하여 5년 전까지의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과학적으로도 그럴 듯해 보이는 『비밀』이지만, 왠지 공포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섬뜩한 느낌이 든다. 제9는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죽은 사람의 뇌를 본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들이 봐야 하는 영상은, 끔찍하게 살해당한 자 혹은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 경찰의 총에 맞아 죽거나 자살한 범인들의 과거다. 그들이 보아야만 하는 것은, 연쇄살인마가 저지른 모든 범죄다. 어떻게 사람의 팔다리를 자르고, 배를 갈랐는지, 그들은 모두 보아야 한다. 영화로 보는 살인마의 악행이 아니라, 그들의 악행에 정말 참여했던 것처럼 생생하게 모든 것을 느껴야 한다.

또한 뇌에는 ‘사실’이 그대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주관적 기준으로, 세상을 다르게 해석한다. 똑같은 바다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평범한 외모라도, 연인이라면 더욱 예쁘고 사랑스럽게 뇌에 기억된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은 금단현상을 보인다. 영화 <사생결단>을 보면, 금단현상을 보인 여자가 자신의 몸 위를 수많은 벌레들이 뒤덮는 망상에 사로잡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의 눈에는 정말로 벌레들이 보인다. 그들의 뇌에는, 망상이 보이는 것이다. 그들의 뇌를 보는 사람 역시, 그들의 악몽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무섭고, 더욱 리얼한 악몽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9에는 아무나 있을 수 없다. 정직하게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제9에 적합하지 않다. 살인자의 광기에, 악몽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누군가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자라면, 그만큼의 악몽과 두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비밀』에는 제목 그대로 많은 비밀이 나온다. 자신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타인의 비참한 죽음을 무시해버린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에 타인에 대한 감정을 잃어버린 소녀도 있다. 사자의 뇌를 들여다보는 『비밀』은, 그들이 남겨 놓은 혹은 지키고 싶었던 비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미즈 레이코는 담담하면서도 격정적으로, 그들의 비밀을 보는 그들에 대해 말해준다. 각각의 사건들은 너무나도 끔찍하지만, 그 사건들에 얽힌 사람들의 ‘비밀’은 은근하게 가슴에 울린다.

『비밀』을 4권까지 보면서, 이상하게도 가장 가슴에 남아 있는 비밀은 희생자가 기르던 개의 기억이었다. 비참하게 살해당한 소년. 그는 앞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증거도 남기지 못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의 곁에 있었고, 함께 죽은 맹도견의 뇌에서 비밀을 찾아낸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증거를 보았는지도 나오지만 진짜 비밀은 개가 보았던 소년의 모습이었다. ‘지프가 보고 있던 일상은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히라이를 보고 있다……. 너무나 행복하고…… 전부가 상냥함과 애정으로 가득 넘치고 있어서…… 정말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다면 정말로 세상이 이렇게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개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가진 뇌의 비밀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뇌는 그렇게 인식할 것이고, 그렇게 조금씩 세상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비밀
시미즈 레이코 글, 그림 | 서울문화사 | 2003년 08월

미스테리, SF를 넘나드는 Shimizu Reiko의 걸작. 죽은 자의 뇌를 통해 사건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독특한 설정 하에 이야기는 진행된다.「법의 제9연구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호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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