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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C급 경제학자’랍니다

생태경제학자 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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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간된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지승호 인터뷰, 시대의창, 2008)는 일종의 ‘해설집’이다. 그의 입을 통해 그의 신상에 관한 것 일부와 그가 펴낸 책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는 ‘C급 경제학자’를 자처한다.

나는 그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다. 이름이 비슷한 스페인(어)문학 연구자(우석균)의 존재는 그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켰다. 우석훈, 나는 그가 의사나 보건학자인 줄 알았다. 그는 식품학자나 먹을거리 전문가일 수도 있었다. 그가 친환경적이리란 추측은 옳았다.

친환경은 이제 불확실한 표현이다. (부녀회의 허락을 얻어 아파트 단지 안에 온종일 간이점포를 연 과일장수는 딸기 모둠 뒤에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써 붙였다. 그러나 딸기는 친환경 작물이 될 수 없다. 과일장수의 의도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했다는 뜻이겠지만, 딸기는 자라는 데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부터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먹을 때마다 멈칫한다.) 다시 말한다. 그는 친생태적이다.

최근 출간된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지승호 인터뷰, 시대의창, 2008)는 일종의 ‘해설집’이다. 그의 입을 통해 그의 신상에 관한 것 일부와 그가 펴낸 책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는 ‘C급 경제학자’를 자처한다.

“A급은 이론을 만드는 사람들이고, B급은 이론을 수정하는 사람들이고, C급은 이론을 적용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국제기준으로 볼 때 저 같은 사람들이 C급이죠. 제가 무슨 이론을 만들거나 수정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책?독서?출판에 관한 것 두 가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좌파랑 우파랑 다 동의하는 것은 지금의 10대는 책을 엄청 읽게 된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거든요. 자기들이 원하는 책을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책이든지 10대는 책을 많이 보게 되어 있거든요.”

 

 

먼저 나는 무엇을 하게 되어 있다는 투의 기계적 사고에 질린다. 내가 들은 바로는 적어도 고등학생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의 얘기다. ‘영악한’ 최상위권 학생들은, 딥다 두꺼운 책(얇은 책 또한) 나도 안 읽고 너도 안 읽은 건 분명하니 논술은 수능시험 끝나고 50여 일간 빡세게 준비하면 된다고 한단다.

3년 가까이 대학에서 그래도 고등학교 때 상위권이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교양강좌를 한 분의 지적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학생들의 독서능력(文解力, literacy)이 형편없다고 한다. 그건 중?고등학교 시절 읽은 게 보잘 것 없어서라고 한다.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강화하면 달라질 거다. 과연 그럴까? 각 시도 교육청 관계자들은 일제고사를 치러 중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까지 시험점수로 줄을 세우려 안달이지 않은가. “책이라는 매체가 20대가 데뷔하기에 가장 크게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그의 시각에도 섣불리 동의하기 어렵지만, 20대에게 A4 용지 100쪽짜리 글을 써서 책을 내라는 그의 요구는 약간 ‘낭만적’이다.

내가 보기에 누구나 책을 쓸 수 있지만 아무나 그럴 순 없다. A4 용지 100쪽(글자 크기 10포인트)은 만만한 분량이 아니다. 200자 원고지로 900~1,000매, 단행본으로 275쪽 안팎이다. 이만한 책을 쓰려면 경험이 풍부하거나 책이라도 읽어야 한다. 20대가 책 안 읽는다는 건 그도 동의한다. 나는 20대의 경험치에 대해선 잘 모른다. 물론 생각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필설로 그걸 구현하는 것은 손쉬운 과제가 아니다.

나는 작년 하반기 화제를 모은 『88만원세대』(박권일 공저, 레디앙미디어, 2007)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출간 석 달 만에 1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는 출판사의 보도자료를 받고서도 ‘그러나 보다’ 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별다른 감응은 없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나의 직계가족 중에 20대가 없어서다. 조카 녀석이 고3이 되었지만, 복잡다단한 대입제도에 무관심인 거나 마찬가지랄까. 옛말대로 ‘한 치 걸러 두 치’다. 또한 나는 한데 뭉뚱그려 후려치는 식의 ‘세대론’에 공감하지 않아서다. 특히, 일본의 ‘전공투’ 세대 같은 표현엔 멀미난다.

무엇보다 40대 초반의 지방대 국문과 출신에겐 88만원세대가 새로울 게 없어서다.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20년간을 향유했던 지금의 40대와 50대가 20대에 누렸던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와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제적 활동의 기회는” 우리에겐 남의 일이었다. 우리들 가운데 다수는 학원가에 일자리를 잡았고 일부는 아예 취업을 포기한 상태였다.

백수생활 3년 만에 운 좋게(우리 나이 서른에 가까스로) 얻은 잡지사 기자 일은 내 적성에 딱 맞았다. 하지만 대우는 매우 박했다. 88만원세대의 월평균 수입이 세금을 떼기 전의 액수라면, 내 평균 월급은 세금을 떼고 나서 88만원보다 몇 만원 더 많았을 따름이다.

40대 혹은 50대 여성들의 “고등학교 진학은 선택받은 소수들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에서 40대와 50대를 하나로 묶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2007년 기준, 40세 여성과 59세 여성의 고등학교 취학률 편차가 꽤 큰 까닭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취학률 통계는, 통계 부실의 오명을 입증하려는 듯, 중구난방이다.

들쑥날쑥한 통계는 40대와 50대 여성의 고등학교 취학률이 생각보다 낮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통계수치를 적용하더라도 40대 여성의 고등학교 진학이 ‘선택된 소수’에게 주어졌다는 주장은 무리가 따른다. 2007년 기준, 만 42세 여성의 고등학교 취학률은 49.1%(1981년)다.

오히려 1960년대 태어나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이 선택받은 사람들에 가깝다. 그 시절 대학생의 ‘규모’는 전문대학생을 포함해 어림잡아 1백만 명이다(‘백만 학도’). 학년별 25만 명은 높게 잡은 숫자이나, 이것을 해당 연령에서 대학생의 비율로 따지면 꽤 낮다. 1981년 대학교 취학률은 남녀 통틀어 14.7%다. 나는 386세대의 동질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뿌리와이파리, 2005)를 읽다가 찌푸린 날이 많았던 작년 가을의 어느 오후, 상경 길 올림픽대로변 시외버스에서 목격한 장면이 떠올랐다. 서울 한복판을 중심으로 먹장구름 아래 희부연 ‘서울형 스모그’ “먼지구름”이 끼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수도권 쓰레기매립지가 엎드리면 코 닿을 곳에 있는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우석훈은 전국에서 생태적으로 안전한 곳은 다섯 군데쯤 될 거라 한다.

『88만원세대』와 동시에 출간된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조직론으로 본 한국 기업의 본질적 위기와 그 해법』(박권일 공저, 개마고원, 2007)은 『88만원세대』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 두 권은 우석훈이 박권일과 함께 펴내는 ‘한국경제 대안 시리즈’의 일부다. 그는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를 현재로선 자신의 최고작이라고 자평한다.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녹색평론사, 2006)는 ‘한국경제 대안 시리즈’의 예고편 격이다. 『도마 위에 오른 밥상』(생각의나무, 2006)은 그의 ‘첫 책’ 『음식국부론』(생각의나무, 2005)의 개정판이다. 그는 『세계화 시대의 다국적기업』(블라디미르 앙드레프 지음, 문원출판, 1999)을 우리말로 옮기기도 했다.

사실, 나는 우석훈의 정책 실무 경험엔 매력을 못 느낀다. 국가의 정책을 개선한다, 시스템을 바꾼다 하여 뭐가 달라지고 나아질까? 이 나라에서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들은 너나없이 제멋대로 사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우석훈이 펴낸 책 중에선 재기발랄한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생각의나무, 2007)가 내 취향에 딱 맞다(이 책을 읽은 내 느낌은 <한겨레> 2008년 1월 12일자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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