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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만약 내 손에 ‘죽음의 노트’가 쥐어진다면?

정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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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에서 만화가 동시에 나오는 게 아니라서, 다음 권을 기다리는 독자들은 웹상에서 일본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용을 묻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리고 유명한 만화책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먼저 발표된 부분의 스캔본이 번역되어 퍼지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에서 만화가 동시에 나오는 게 아니라서, 다음 권을 기다리는 독자들은 웹상에서 일본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용을 묻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리고 유명한 만화책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먼저 발표된 부분의 스캔본이 번역되어 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만화, 『데스노트』는 이례적으로 시작부터 화제를 모으며 웹상에서 많은 스캔본들이 돌아다녔다.

제목 그대로, “데스노트”는 죽음의 노트를 뜻한다. 얼굴과 실명을 알면 누구라도 이름을 적어 죽일 수 있는 살인노트. 사신이 인간계에 떨어뜨린 노트를 주인공이 잡게 되고, 그 이후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죽음의 노트라니. 상상력이란 참.


 

생각해보자, 내 손에 그런 노트가 쥐어진다면? 개인적으로 죽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참, 죽이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니 왠지 살벌한 느낌마저 든다. 나조차 제대로 못 챙기는데 누구를 죽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이 다들 나 같지는 않을 테니, 노트로 많은 사람 죽일 사람도 있을 거다. 목적은 다들 다르겠지만 말이다.

만화의 주인공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명석한 두뇌에 정의감 넘치던 그에게 있어 데스노트는 좋은 도구였다. 그는 자신의 “정의”에 맞춰, 하나하나 사람들의 이름을 노트에 적어나가게 된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 만화를 아직 안 읽으신 분들에게 실례일 테니 말이다.

데스노트라. 주인공처럼 노트를 이용할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사라져야 할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진리와,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있는 사람들. 선과 악,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주인공이 그랬듯,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노트에 진리가 아닌 것, 사라져야 할 것, “악”을 적어넣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노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절대성의 신봉자들이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절대성을 믿는 사람들. 모든 것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을 믿어왔던 사람들이다. 주인공에게나, 그들에게 있어 처단해야 하는 “악”은 확실히 저편에 보이는 것이었다.

여기에 사신은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진다.

“죽은 뒤에 가는 곳이 어딘지 아나? 그것은, 무無야.”

절대성은 세계를 나누는 데에서 출발한다. 한 가지의 개념에 절대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들은 반대 개념 역시 만들어낸다. 무無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것은 상대성을 의미한다. 아무것도 없기에 이름 지을 수 없는 것, 그것이 상대성이다. 이것일 수도 있지만, 저것일 수도 있고, 저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일 수도 있다. 이름이 없기에 무엇으로 불러도 그것은 이름을 가진다.

상대성의 망치는 때론 위험하고, 때론 유익하다. 상대성은 기존의 개념을 파괴한다. 사회에 서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개념들, 당연하다고 여기며 절대성을 부여해왔던 많은 것들을 상대성의 망치는 허물어버린다. 일부일처제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 당연하다. 그러나 어떠한가. 중동 지역에서는 일부다처제가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진다. 차이를 인식하는 데에서 상대성은 시작된다. “그럴 수도 있다”라는 것.

더 크게, 심오한 가치들에 대해서도 이 질문은 적용된다. 나라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던 안중근 의사, 그는 일본에서는 테러리스트이다. 살인자 안중근. 테러리스트 안중근.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는가?

더 나아가보자. 식인 행위는 어떤가? 혹은 가정해보자. 만일 살인이라는 악의 극단에 있다고 여겨지는 행위가 선은 아닐지라도 악은 아닌 문화권 혹은 문명이 있다고 해보면 어떤가. 근원적으로 정신이 육체에 갇혀 있으므로, 절대성 역시 보장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말로 절대적인 것은 무엇일까. 철학자들, 아니 인간이라면 인식하거나 못하는 동안에도 무의식적으로 계속 물어왔을 것이다. “절대적”인 하나를 말이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신이라고 했고, 어떤 이들은 이성이라고 했다.

상대성은 위험하다. 신념이야말로 인간을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다. 상대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허무주의를 가져온다. 가려진 북극성은 방위를 잃게 하는 법.

그러나 절대성 역시 완전하지 않다. 그것은 상대성에 너무도 많은 허점을 보여준다. 어느 시대에 절대적이라 믿어졌던 것이 공간과 시간을 달리해 절대적이지 않은 것으로 변하곤 한다. 절대성은 ?직성과 통한다. 한 가지 가치에 집착했던 많은 것들이 무너졌다.

우리시대에 우리가 북극성으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마르크스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진실이라 말한 바 있다. 그것은 시대의 암묵적인 동의가 아닐까. 우리는 시대에 귀 기울여야 한다.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결국 몰락을 가져올 뿐이다. 시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무엇도 옳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가짐을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북극성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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