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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그리는 '세련된 현실'은 촌스럽다

막 이언희 감독의 신작 <어깨너머의 연인>을 보고 오는 길인데, 결말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냥 그랬습니다. 진짜 진지한 무엇이 되기엔 내용이 없고 그렇다고 스타일리시한 눈요깃감이 되기엔 스타일의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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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이언희 감독의 신작 <어깨너머의 연인>을 보고 오는 길인데, 결말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냥 그랬습니다. 진짜 진지한 무엇이 되기엔 내용이 없고 그렇다고 스타일리시한 눈요깃감이 되기엔 스타일의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더군요. 전 전작인 <아이엔지>가 몇 배는 더 좋았습니다. 각본은 덜컹거리지만 더 좋은 영화라고도 생각하고요.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의 한 장면

그러나 <어깨너머의 연인>의 평을 쓰기 위해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닙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영화의 특정 장면이에요. 영화를 보면, 중후반까지 계속 서울 강남의 다양한 바나 스튜디오를 오가던 주인공들 중 한 명이 시골집을 방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엄마와 할머니가 주인공을 맞아주고 막 찐 옥수수를 가져다주면서 결혼 계획이 있느냐는 식의 엄마 질문을 던지죠. 그때까지 <섹스 앤 더 시티> 식 선언조 대사들만 낭송하던 주인공은 거기서 잠시나마 진짜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마 이 장면이 나온 것도 번지르르한 서울 강남에서 벗어나 주인공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한 핑계였겠죠.

굉장히 전형적인 공식이지만 전 그래도 묻게 됩니다. 도대체 왜? 왜 이러기 위해 꼭 서울에서 벗어나야 할까요?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시골은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자기가 살던 곳에서 벗어났을 때 잠시 정신적인 무장해제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러나 왜 ‘서울에서 벗어난다’가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걸까요?

<어깨너머의 연인>의 다른 장면들을 보면 짐작이 갑니다. 이 영화의 다른 부분에서 주인공들은 제대로 된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해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에 맞추어 사는 꼭두각시입니다. 그들은 그게 무척 진지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죠. 그리고 그건 ‘도회지의 세련된 삶’을 그린 많은 판타지 로맨스들이 대부분 그렇듯 가짜입니다. 이들의 삶이 실제 이상으로 세련되어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겪게 되는 삶의 고통과 고민이 전형화된 롤플레잉에 의해 희석되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이들의 공식에 따르면 시골이 더 인간적인 게 아니라, 도시 안에서 주인공들에게 인간적인 행동을 하게 할 만한 핑계를 만들 수가 없는 겁니다. 그럼 일관성이 깨질 테니까요. 그래도 시골로 가면 핑계가 생깁니다.

여기서 짜증이 나는 건, 이런 식의 ‘인공적인 세련됨’보다 현실 세계의 더 객관적인 묘사가 관객들에게도 더 세련되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도 당연한 것이, 이런 영화들을 보는 관객들 대부분은 대도시의 삶이 어떤지 알고 있고 무엇이 허상인지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게 마련이니까요. 영화가 표면의 이미지만 따라간다면 일단 공허해 보이고 그다음으로는 흉내처럼 보입니다. 두 번째는 치명적이죠. 쿨한 사람들은 절대로 흉내를 안 냅니다. 쿨함이란 자기 내부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인공적인 세련됨으로 장식된 쿨한 도회지 로맨스’를 표방하는 작품은 시작부터 촌스러워질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어깨너머의 연인>도 그랬지만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도 만만치 않았죠. 그 영화는 처음부터 코미디로 만들었으면 딱 좋았을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우리에게 확 와 닿지가 않습니다. 아까 우린 ‘대도시의 삶이 어떤지 알고 어쩌고…’라고 제가 말을 했죠?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 관객들이나 텔레비전 드라마 시청자들은 정작 이런 작품들이 나올 때 그 촌스러움을 인지하지 못하는 척합니다. 그런 그들이 사는 실제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아무리 그 ‘조작된 세련됨’이 촌스러워도 견딜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 여기서부터는 정말 단어 정의가 꽈배기처럼 배배 꼬이기 시작하는군요. 하긴 요새 같은 세상에 무엇이 세련된 것이고 무엇이 촌스러운 것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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