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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왜?’를 던져본 적이 있는가?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가 사망했다.. 그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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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성공의 열풍 시대입니다. 성공成功, 공을 이룬다는 의미의 이 두 글자 한자어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때로는 한 인생의 핵심 테마로, 때로는 모든 이가 추앙하고 동경해 마지않는 주제로 다채롭게 변주되며 고개를 내밉니다.

스티븐 코비 사망

 

바야흐로 성공의 열풍 시대입니다. 성공成功, 공을 이룬다는 의미의 이 두 글자 한자어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때로는 한 인생의 핵심 테마로, 때로는 모든 이가 추앙하고 동경해 마지않는 주제로 다채롭게 변주되며 고개를 내밉니다.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여덟 글자짜리 질문에 대한 답변만 해도 수만 가지가 넘고, 그 답변 하나하나가 모두 책 한 권씩이 되어 나타납니다. 출판계로만 국한해도, 지금의 성공 이야기는 분명히 과도한 면이 있습니다.

성공이라는 분야에 관해 나온 책 중 가장 유명한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원제는 재미있게도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입니다. ‘성공’이란 단어가 아니라, ‘무척 효율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이라는 내용이 원서의 내용을 가리키는 제목입니다.

책의 제목을 접하면서 우리는 이미 하나의 대전제이자 경고판을 만나게 됩니다. ‘Highly Effective’라는 형용사를 ‘성공하는’으로 번역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이라는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해야만 이 책이 주는 의미에 더 근접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세계 질서의 변방에서 ‘경제성장!’이라는 구호를 걸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국가 중심의 효율성 제일주의 정책하에 수십 년을 걸어온 산업사회 한국의 문화 인프라는 ‘무척 효율적인 사람들’을 ‘성공하는 사람들’로 번역하며, 이는 효율에 대한 이야기 전반은 한국이라는 틀에 들어오면서 이른바 ‘성공’이라는 가치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저자 스티븐 코비는 한국에서 ‘성공’으로 통하는 ‘효율적인 사람들’이 지닌 보편적인 습관을 일곱 가지로 정리하는데, 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내 안에서부터 시작하는 자기주도적 인생관을 가진다.
2. 자기주도의 삶을 생각함으로부터 목표, 결과를 바라보는 태도를 만든다.
3. 목표에 가깝고 실천 가능한 순서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순서대로 일하고 살아간다.
4. 윈윈 모델을 만들어 가는 관계를 구축한다.
5.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먼저 듣고(이해하고) 말한다(이해시킨다).
6. 이를 통해 나와 상대의 관계를 α가 있는 시너지 관계로 변환시킨다.
7. 이 모든 것을 끊임없이 쇄신하며 나아간다.

이 일곱 가지의 습관은 1번부터 7번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효율적인 삶을 만들어 나가는 기초가 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일곱 가지의 무척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생활 태도는 경제적 이익이나 권력관계에 대한 실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 선이 아닌 도덕적 정언명제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며,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의 보편적인 생활방식에 대한 일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리뷰하기 앞서, 이 책의 장르에 대한 정의가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 책은 위에 언급한 일곱 가지 습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학적인 방법을 따르는 엄밀한 책이라기보다는 도덕과 가치에 기초한 일종의 잠언과 같은 형태에 가깝습니다. 과학적인 방법이라면 저 일곱 가지의 명제를 도출하기 위한 사전 조사와 논리, 통계에 근거한 작업에 대한 증명이 필요하겠지만 그 부분은 언급되고 있지 않으며, 굳이 저 일곱 가지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여러 가지의 대응 명제가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경전이나 반드시 지켜야 할 그 무언가로 볼 필요는 없으며, ‘이런 일곱 가지 습관을 지키는 것도 성공이라는 가치에 도달하는 한 방법일 수 있다'라는 정도의 수준에서 읽어야 합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반드시 성공과 연결되지 않는 이 맹점은 사실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성공’이라는 가치가 원문에 잘 드러나지 않고, 궁극적인 목표인 ‘성공’에 대한 정의가 불확실한 것은 책이 말하는 습관 중 두 번째, ‘목표를 세우고 움직여라’라는 명제와 일치하지 않는 치명적 오류를 드러냅니다. 이러한 오류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지 저자가 제시하는 흐름만을 따라갈 경우에는 성공에 대한 열망과 동경暫 마치 맹목적인 사이비 종교의 그것과 같은 개념으로 독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책을 읽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 혹은 ‘효율적 인생’이라는 책의 주제에 대해 독자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책과 대화하려는 자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 관련 도서를 읽을 때는 ‘왜?’라는 질문이 베개나 과자보다 먼저 준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습관, ‘목표 설정’에 대한 준비 없는 성공도서 독서는 무의미합니다. 이미 그러한 독서행위 자체가 그 습관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가 빠지면 그 순간부터 독서는 시간 낭비가 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한 직장인이 있는데, 그의 목표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입니다. (이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사실 제 목표도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자기주도적인 삶의 자세를 포기합니다. 상사가 이랬다저랬다 하면 다 따라하고, 이익에 따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합니다. 시류에 재빠르게 영합하고 눈치 잘 보고 줄 잘 서서 그는 높은 자리로의 승진과 그에 따르는 훌륭한 연봉을 얻어냅니다. 그는 이제 잘 먹고 잘 삽니다. 그의 입장에서 인생은 실패일까요? 분명히 성공입니다. 하지만 그의 삶에는 ‘자기주도적’이라는 스티븐 코비의 제1명제가 빠져 있습니다. 만일 ‘왜 자기주도적 삶을 사는 게 성공에 중요한가?’라는 질문 없이 이 책을 접하게 되면 저렇게 생뚱맞은 예제 앞에서 책의 교훈은 무용지물이 됩니다.

하지만 ‘왜?’를 들고 있는 독서라면 다릅니다. 그의 독서는 매우 보편적인 가치만을 말하는 저자의 안전망을 넘어서 날카로운 예지를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자기주도적이어야만 성공하지? 그렇지 않은 성공의 사례도 많지 않나?’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책을 읽으면, 저자가 절대 말하지 않았던 성공이라는 개념이 서서히 나타날 것입니다. 스티븐 코비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의 성공은 단순히 개인적인 욕망의 달성이 아니라 개인과 그 개인이 관계를 맺는 집단 혹은 사회, 국가와 나아가 전 세계가 주어진 삶을 더욱 효율적이고 이타적으로 사용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인간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점은 ‘왜?’라는 질문을 가진 독자에게만 드러납니다.

이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만 적용되는 방식은 아닙니다. 모든 성공 관련 도서는 기본적으로 대단히 기본적이고 도덕적인, 형이상학 세계의 이야기만 안전하게 다루고 있으며 이를 대중이 알기 쉬운 보편적인 용어를 사용해 쉽게 풀어냅니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가치를 쉽게 풀어내기에 대부분의 책은 굳이 상황을 상세하게 논증할 필요도 없으며 결국 책 안의 세계에서만 의미를 갖는, 닫힌 의미 체계로만 남게 됩니다. 이를 뛰어넘어 성공도서 독서를 독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저자가 방치하고 있는 치열함을 독자가 메워 주어야 하는 부가적인 업무가 필요합니다.

스티븐 코비
(Stephen R. Covey, 1932~ )
‘왜?’라는 질문을 통해 무분별한 성공 신화의 빈틈을 스스로 메워 나갔다면, 그다음 생각해야 할 것은 ‘성공’이라는 단어가 지닌 기본적인 속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성공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모두가 성공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성공의 정의가 어쨌든 간에, 그 성공은 ‘남보다 나은’이라는 상대성을 포함합니다. 이는 돌려 말하면 ‘성공한 사람’이라 부를 수 있는 숫자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성공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코비가 위에서 말한 일곱 가지 습관을 모두 지킨다면 누구나 100% 성공에 이를 수 있을까요?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해도 이는 성공이 아닌, 성공을 위한 조건 충족까지만 담보합니다. 코비가 제안한 뒤로 유명해진 ‘사명선언서’의 사례를 유심히 보면 모두 자신의 비전을 ‘몇 년 안에 세계 최고의 XXX가 되겠다’로 잡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그 비전과 비슷한 비전을 가진 사람 몇백 명이 모인다면 그중에 단 한 명만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 최고일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비전 달성에 실패한 인생이 되고 맙니다. 성공은 그렇게 불공평하고 상대적이며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성립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단지 도덕적이고 지고지순한 가치만을 충족한다고 해서 다가올 수 있는 개념은 아닙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대한 호평과 찬사, 몇백 쇄를 이어 온 판매 부수로 증명된 인기에 억지로 반대표를 던질 수는 없습니다. 그의 책이 틀린 말을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지만, 책 스스로도 여러 가지 뉘앙스를 통해 인정하고 있듯이 그의 책이 100%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코비는 단지 성공에 관한 사례 중 하나를 들었을 뿐이며, 그것은 독자의 성공과는 거리가 먼, 마치 해외 토픽에서 소개되는 사례 정도의 의미에 머무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그러한 책 자체의 위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전제를 갖출 때에 비로소 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책입니다. 성공에 이르는 방식이 수만 가지가 넘을 텐데 굳이 일곱 개에 모든 인생을 거는 것은 오히려 성공의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족쇄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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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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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저/<김경섭> 역16,110원(10% + 5%)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개정증보판. 출간 후 10년이 지난 오늘, 이 책은 인생의 지침서로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대기업 CEO부터 청소년까지, 국경과 세대, 지위를 초월하여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성공학의 명저로, 우리 시대 지성인들에게 변치않는 삶의 좌표를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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