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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함께 구경하실래요? - 사계절 출판사 탐방기

자유로를 달려 파주 출판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이채쇼핑몰 가는 길에 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 헤르만 하우스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그 옆에 사계절 출판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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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장난감보다 먼저 만나는 것이 뭘까요? 그것은 아마도 ‘책’이 아닐까 싶네요. 엄마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책을 손에 들고, 태어나서는 글자도 알기 전부터 그림책을 물고 빨며 지내고, 글자를 알게 된 다음부터는 끊임없이 책의 홍수 속에서 아이는 다양한 정보와 지식의 세례를 받으며 자라나지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마음의 양식이고, 정신의 스승이며, 때로는 음악이 되고, 때로는 좋은 친구도 되고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인생이 된다는 책을 도대체 누가 어떤 과정으로 만드는 것일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도 늘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사계절 출판사’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서 아이들과 함께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어요.

지금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사계절 출판사지만 처음 출발은 진보적 사회이념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인문사회과학 출판을 기치로 1982년 6월 1일에 설립되었다고 하네요.

2004년 12권의 책으로 완간된 『한국 생활사 박물관』을 비롯하여 유아들에게 인기폭발이며 우리 집에서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은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초등생들에게는 황선미 작가의 베스트셀러인 『마당을 나온 암탉』, 청소년들에게는 『1318문고』『반갑다 논리야』, 어른들에게는 벽초 홍명희 님의 『임꺽정』 등이 사계절의 대표적인 인기 도서입니다.

이렇게 제목만 들어도 귀에 익은 멋진 책을 만들어 온 사계절 출판사에서 2006 가을 앤드루 클레먼츠의 장편동화 『작가가 되고 싶어』라는 책을 만들면서, 책을 읽고 ‘정말 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궁금증을 갖는 독자들에게 출판 현장의 경험담과 제작과정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책은 어떻게 탄생할까?’라는 체험학습코너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진행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또 아이들과 함께 신청을 해보았어요.

체험은 주로 평일에 이루어진다고 하여 아이들 수업이 제일 일찍 끝나는 수요일로 날짜를 잡았네요. 학교를 마치자마자 가방을 둘러매고 파주 출판단지로 가는 길, 아이들은 자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만드는 곳을 직접 방문한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자유로를 달려 파주 출판단지 안으로 들어가면 이채쇼핑몰 가는 길에 다리가 있고 다리를 건너 헤르만 하우스 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그 옆에 사계절 출판사가 있습니다.

출판사 앞마당에서

주차장으로 쓰이는 작은 마당에는 나란히 심어 놓은 예쁜 가을꽃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네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이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화단 옆 커다란 그네였어요. “와, 똥벼락이잖아?” 그네 옆에 아이들 키보다 더 크게 만들어 놓은 『똥벼락』의 한 장면이 그려진 책 모양 조형물 앞에서 ‘누구 키가 더 크네, 더 작네’ 재잘거리며 놀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면서 “오늘 체험학습하러 오셨지요?” 하고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분이 계셨지요. 바로 사계절 마케팅부 과장 최영미 님이셨어요.

아이들과 함께 1층 안으로 들어가니 벌써 강의 준비도 해놓으시고, 아이들을 위해 간식도 준비해 놓으시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맛난 과자와 음료수로 잠깐 출출하던 배를 채우고 나서 본격적으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는 ‘1부, 편집자와 함께 기획에서 편집까지 과정을 들어보는 시간’과 ‘2부, 책 제작 과정을 견학해보는 시간’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1부 강의를 맡으신 최일주 님은 『알면궼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라는 책을 만드신 분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알면서도 모르는 나무 이야기』라는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아주 생생하게 들려주셨어요. 어떻게 작가를 섭외하고 어떻게 작가에게 원고를 받고 그림을 그리고 표지를 선택하여 책으로 만드는지 말이죠, 이 책은 특히 자연의 실제 모습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했기에 그림 작업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고 해요. 인터넷이나 도감 등을 보고 그리는 것은 사실과 많이 다를 수 있기에 직접 글에 나타난 나무의 모습을 관찰하러 들로 산으로 또는 집 앞에서 사진기를 들고 사진도 찍고 관찰도 하면서 하나하나 직접 실물을 보고 그려나가게 되어서 많은 수고가 있었다고 하네요. 아이들에게 그때 그려진 도토리, 소나무, 느티나무 등의 멋진 원화를 직접 보여주기도 하셨고요. 이렇게 ‘기획 단계 -> 원고 작업 -> 디자인 작업 -> 제작 -> 마케팅’으로 나뉘어 이루어지는 책 만드는 과정을 하나의 책을 예로 들어 재미있게 배워보았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나서 질문 시간에는 그동안 책 만드는 과정에서 궁금했던 점을 이야기하고 대답을 듣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책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요
실제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질문과 답변을 하며 책 만드는 과정의 궁금증을 알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잠시 쉬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사계절 출판사 건물을 탐방했답니다. 겉에서 보는 출판사 건물의 이미지와 다르게 출판사 내부에 숨어 있는 공간과 편집부 사무실 등을 돌아보았는데요,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더 흥미로웠나 봅니다.

1층 로비에서 사계절 책을 읽는 아이들
사계절 출판사 내부 탐방을 시작하며 사계절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듣는 아이들

‘사계절은 성장의 의미를 생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 앞에서 ‘시대정신을 담는 책,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계절의 마음을 전해들은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출판사 내부를 탐방하기 시작했습니다. 2층에는 아동 대상의 책을 만드는 편집부와 디자인팀의 사무실이 있었어요. 아이들은 사무에 방해가 될까 봐 조심조심 까치발을 하고 여기저기 바쁘게 움직이는 분들 사이를 신기한 듯 지나다녔어요. 원화와 여러 가지 자료를 보존하는 방도 보고, 3층 청소년 대상의 책을 펴내는 편집실에서는 최영미 과장님 자리에 가서 앉아보기도 하면서 ‘미래의 편집자’ 꿈을 키워보기도 했답니다.^^ 출판사 건물 층마다 있는 예쁜 휴식공간은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엄마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어요. 특히, 3층에 있는 멋진 공간은 하얀 파라솔과 함께 차 한 잔 마시며 심학산을 조망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다들 부러워하기도 했지요.

실제 편집자의 책상 앞에 앉아 보고 즐거워하는 미래의 꼬마 편집자
곳곳에 마련된 휴식 공간, 아이들이 잠시 쉬는 시간 즐겁게 대화하고 있다
‘건짱방’의 모습

그러나 아이들에게 제일 인기 만점인 공간은 바로 4층 ‘건짱실’과 ‘잠방’이었어요. “건짱이 뭐에요?” 하고 묻자 아이들은 “건빵 친구?”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곳은 다름 아니라 책을 만드는 일을 하다가 지친 몸을 단련할 수 있는 트레이닝실이었어요. “아하~ 건짱~ 몸짱보다 건짱이라는 말이 훨씬 듣기 좋아요. 역시 출판사다운 이름이에요.” 여러 가지 운동보조기구가 있는 방의 한쪽 벽면에는 ‘태극기세’ ‘금강도대’ ‘나찰의’와 같은 태극권의 순서가 적힌 종이도 보이더라고요. 그 옆에는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일의 속성상 밤을 새워 일을 해야 하는 작가분들이 이곳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시기도 한다고 해요. 그런데 4층 가운에 넓은 마루를 깔아 놓은 외부 공간을 보자, 아이들은 “와~ 커피프린스 같다” 하네요. <커피프린스 1호점>의 주인공인 한열 군의 옥상 집처럼 느껴지는 재미난 공간이었거든요. 이런 공간 속에서 책을 만드는 분들이 어제처럼 부러운 적이 없었답니다.^^

사계절 아동·청소년 출판 담당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들

이렇게 요기조기 버릴 것 없는 공간을 탐방하고 나서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이번에는 2부 제작사 견학을 위한 준비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사계절 총무부의 제작관리를 맡고 계시는 박흥기 님께서 글과 그림이 완성된 원고가 어떻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는지 실제 원고가 인쇄된 종이 한 장을 가지고 오셔서 아이들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어요. 큰 종이를 접으면 16페이지가 나오는데 이렇게 16페이지 단위로 책 내용을 접어서 모아 책을 묶고 표지를 붙여서 책을 만든다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인쇄소에선 여러 가지 기계가 위험하니 주의사항도 듣고 근처에 있는 제작사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천일문화사’와 ‘북웨어’라는 곳입니다.

천일문화사

천일문화사는 이레출판사, 21세기북스, 사계절 등등 굵직굵직한 출판사들의 제작을 도맡아 하는 전문인쇄제작업체랍니다. 천일문화사의 담당자분이 나오셔서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인쇄의 과정을 이야기해 주셨어요. 한 장 한 장 커다란 종이에 찍혀 나오는 책 원본과 옆에 쌓아 놓은 인쇄된 종이를 보면서 “우와…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하며 신기해했지요. 2절에서 6절 등의 큰 종이에 인쇄를 하고 그것을 접어 16페이지짜리로 만들고 17/33/49 등 16쪽씩 묶어 책을 찍을 분량만큼 쌓아 놓으면 기계가 각각 한 장씩 아래서 빼내어 페이지 수를 맞춰 쌓으면 그것에 표지를 붙이고 1m가 넘는 커다란 절단기를 사용해서 책 옆과 위, 아래를 잘라주면 바로 책이 완성된다고 해요. 인쇄기에는 총 4가지의 물감이 들어 있었는데 C(사이언, 파랑에 가까운 하늘색), M(마젠타, 빨강에 가까운 체리핑크색), Y(옐로우), K(검정에 가까운 카키색)등 4개의 판이 돌아가면서 색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하자, 아이들은 4가지 색깔만으로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색을 내는지 그저 신기해하기만 ?답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인쇄하고 제작하는 과정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인쇄기 앞에서 인쇄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는 아이들
바쁘게 움직이는 인쇄소 풍경
인쇄된 종이가 책이 되기 위해 각 과정별로 움직이고 있네요

책 속에 보면 출판사 소개나 도서 소개가 적힌 얇은 책자가 끼워져서 오지요? 그 옆에서는 그런 작은 인쇄물을 만드는 분들이 보였는데 모두 기계 옆에서 수작업도 같이 하고 계셨어요.

인쇄 작업이 겨울에는 좀 낫지만 여름에는 덥고 소음도 많고 냄새도 심해서 힘든 작업이라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드신 분이 많고 또 숙련된 손길이 필요하기에 모두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이 있는 분들이라고 하네요.

인쇄소를 나와 바로 옆 북웨어에 가보았습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책에 옷을 입히는 곳으로 책 표지에 코팅처리를 해서 물에 젖거나 잘 훼손이 안 되도록 하는 곳이랍니다. 커다란 기계 옆에는 우리가 주방에서 쓰는 것과 비슷하지만 매우 커다랗게 생긴 비닐랩이 걸려 있었고 랩과 함께 표지가 될 종이가 나와 코팅이 되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북웨어에서 책의 표지를 코팅하는 기계
함께 간 친구들과 북웨어 앞에서

이런 인쇄 과정을 보고 또 그 안에서 수고하는 과정을 보면서 ‘세상 어떤 것 하나도 수고롭지 않은 것이 없고 또 다른 사람에게 감사하지 않을 것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선물도 받았어요!

사계절 출판사 탐방을 마치고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는데 출판사 측에서 아이들에게 모두 각자의 이름이 예쁘게 적힌 종이가방을 하나씩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 안에는 아이들의 나이에 꼭 맞는 사계절의 여러 책이 들어 있었는데 오늘 배운 출판 과정을 통해 아마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책들이 소중하게 느껴졌으리라 생각되네요.

“엄마, 지난번에는 책이 어떻게 서점에서 독자에게 배달되는지 알아보았잖아.”
“그렇지.”
“그리고 이번에는 책이 어떻게 해서 기획되고 쓰이고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았잖아?”
“그렇지.”
“그럼 마지막으로 책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그리는지 작가를 만나보면 되겠다.”
“뭐? 하하하.”

이렇게 해서 뜻하지 않게 책의 탄생 과정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네요. 다음 기회에는 정말 아이들이 쇁아하는 책을 쓰는 작가를 만나보러 가야 할 것 같네요. 이런 계획을 세우면서 파란 가을 하늘과 심학산의 운치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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