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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각색하는 가장 좋은 방법

제가 처음 읽은 『프랑켄슈타인』은 어린이를 위한 영어 교재로 재구성한 얄팍한 컬러 책이었습니다. 도입부는 비슷했어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시체를 살려내고 그 시체는 난동을 부리고…. 하지만 중후반부터는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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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읽은 『프랑켄슈타인』은 어린이를 위한 영어 교재로 재구성한 얄팍한 컬러 책이었습니다. 도입부는 비슷했어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시체를 살려내고 그 시체는 난동을 부리고…. 하지만 중후반부터는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지요. 프랑켄슈타인의 친구인 클레발은 끝까지 살아남았고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손아귀에서 엘리자베트도 구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클라이맥스는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이 알프스 산맥 어딘가에서 싸우다 추락하는 것이었고요. 나중에 클레발과 엘리자베트는 결혼했고 이 모든 이야기는 이미 노인이 된 클레발의 회상으로 전개되었습니다.

메리 셸리의 팬들은 신성모독이라 생각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이 이야기가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셸리의 이야기가 품은 강렬한 비관주의를 느낄 수 없었고 스케일도 작았지만 『프랑켄슈타인 전설』의 조금 부드러운 또 다른 버전으로는 나쁘지 않았죠. 뭐, 나중에 나온 『프랑켄슈타인』 영화들은 이 어린이 영어 교재보다 원작을 더 많이 훼손했는걸요. 이 정도면 준수하죠.

어린이 축약본 이야기를 하니 생각났는데, 전 에드가 앨런 포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을 딱따구리 그레이트북스에 수록된 『유령선』 버전으로 처음 봤습니다. 그 때문에 나중에 원작을 읽었을 때 어이가 없었죠. 『유령선』 버전에서는 끝까지 살아남았던 캐릭터 하나가 너무나 처참하게 죽고, 『유령선』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에서는 남극 여행이라는 전혀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었으니까요. 하긴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라는 책 자체가 어린이 독자에겐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 아니죠. 『유령선』도 그냥 모험 이야기로 보면 나쁘지 않았고요. 전 해피엔딩 『프랑켄슈타인』을 읽을 때만큼 이 버전에 관대하지는 못합니다만, 그래도 이런 이야기가 있어서 세상이 손해 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전 또 다른 ‘어린이 축약본’을 접했습니다. 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라는 그림책 작가가 쓰고 그린 『햄릿』이었죠. 앞으로 할 말을 간단히 정리한다면, 베히터의 책은 지금까지 제가 본 『햄릿』 각색물 중 가장 과격한 작품입니다.

우선 베히터는 원작에 없는 두 캐릭터를 등장시켰습니다. 햄릿이 가지고 다니는 곰 인형과 어릿광대 인형이죠. 이 설정은 무척 위험해 보입니다.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명작 가이드 역할을 하고자 도입된 티가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베히터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그는 단순히 이 인형을 구경하며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어요. 대신 그들에게 호레이쇼나 유랑극단 배우와 같은 조연 역할을 시키고 심지어 햄릿의 또 다른 자아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합니다.

그러는 동안 원작 『햄릿』의 이야기는 해체됩니다. 베히터는 스토리의 흐름에는 무관심합니다. 그림책이 독자에게 보여주는 건 각각의 독립된 장면이죠. 심지어 원작에도 있었던 권선징악의 결말도 없죠. 베히터의 『햄릿』은 비극적일 뿐만 아니라 비관적입니다. 왕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그림책이 끝날 무렵엔 폴로니어스를 죽인 햄릿은 살인죄로 감옥에 갇히죠. 보통 어린이용 개작본은 원작보다 결말이 더 밝은 편이 아닙니까? 보이지 않는 고뇌의 사슬에 얽혀 지하실에 늘어져 있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끝내지는 않지요.

이 접근법은 옳습니다. 그림책이 죽어라 『햄릿』의 스토리를 따라가 봐야 일러스트북 이상의 의미는 없지요. 하지만 베히터는 스토리를 버리고 캐릭터의 내면에 접근하는 방법을 택했고, 그건 성공적이었습니다. 그가 그린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아주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베히터의 햄릿은 여전히 우리가 아는 햄릿이고 그의 고뇌는 만화처럼 투박하게 그려진 베히터의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베히터는 알았던 거죠. 자신을 잃지 않고 유명한 고전을 각색하는 최선의 방법은 고전에 대한 예의와 존경을 일단 접고 그 고전과 정면 대결하는 것이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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