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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여자 김주하를 만나다

지금의 김주하를 만든 9할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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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인질 피랍 사건이 터진 주말을 지난 월요일, 첫 번째 책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를 낸 김주하를 만났다. 활동하기 편한 옷차림에 운동화. 어디로든 뉴스거리가 있으면 날쌔게 취재를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차림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피랍 사건이 터진 주말이 지나간 월요일. 김주하는 약속시간에서 약 40분이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 워낙 상황이 바쁘게 돌아가서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고 했다.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했으니 월요일은 휴일이 아닐까 했는데 “저는 휴일이 없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활동하기 편한 옷차림에 운동화. 어디로든 뉴스거리가 있으면 날쌔게 취재를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차림이었다.

김주하는 현장에서 뉴스를 만들고 그것을 최종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기자 겸 앵커가 직업인 사람답게 단어 하나 조사 하나도 섬세하게 가려 쓰는 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부분도 꼭 짚어서 그 뜻을 정확하게 한 다음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며 이것도 역시 직업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의 여자 김주하, 뉴스로 책을 쓰다

첫 번째 책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를 읽고 많은 독자는 ‘기대한 것과 다른 이야기를 읽었다’는 평을 했다. 한국에서 제일 잘나간다 해도 과언이 아닌 전문직 여자, ‘여대생이 닮고 싶은 여성’ 설문조사에서 몇 년째 1위에 랭크되는 김주하가 쓴 책의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이 아니라 그가 가장 사랑하는 뉴스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제의는 뉴스데스크 진행한 지 1년쯤 되었을 때부터 들어왔어요. 처음엔 부끄러웠죠. 조금 알려졌다는 이유로 상업적인 책을 내는 한 사람이 되는구나, 우울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런 제의를 다 거절했어요. 마흔 넘기 전에는 책 안 쓸 겁니다, 그랬어요.”

책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잘나가는 여자 김주하를 포장지로 할 수 있으면 어떤 책이든 괜찮다는 제안도 있었다. “책은 내가 뭔가 쓸 이야기가 생기면 그때 쓰는 거잖아요. 그런데 책을 쓰자고 한 다음에 뭘 쓸지 고민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흔이 되기 전 첫 책이 나왔다. “내 이야기는 쓸 수 없을 거라고 했어요. 내 이야기를 쓰는 건 자서전인데, 이제 삼십대 중반에 무슨 자서전을 쓸 수 있겠어요? 반도 안 산 사람이 그런 책을 쓴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내용의 책은 다 거절했는데, 요번 책은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사실, 뉴스에 근거를 둔 내용이라 쓸 수 있었어요. 책 속에 ‘내’가 들어간 부분은 뉴스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고민 정도입니다.”

글을 쓰면서 어려움도 있었다. “계약하고 나면 다들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언제까지 다 써야 하는데 이러면서. 그런데 원고를 넘기고 세 번 정도 손을 봤는데 그때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내 십 년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책이 많이 팔리고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좋지만 내 지난 십 년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이 책을 쓰면서 가장 감사한 점이었습니다.”


뉴스의 최종 전달자 앵커에 매력을 느끼다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를 펴낸 김주하
뉴스가 좋아 아나운서가 되었고, 뉴스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내시험을 통해 기자가 되었다. 많은 여성은 앵커의 멋진 모습을 동경한다. 그러나 김주하는 앵커가 하는 일에 더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앵커는 뉴스의 최종 전달자잖아요. 그 점이 매력 있었어요. 뉴스를 전달할 때는 조사 하나가 달라져도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것은 다르다’와 ‘이것만은 다르다’는 전혀 다른 의미잖아요? 그런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부러웠어요. 앵커가 멋있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한 사람 몫을 하는 앵커가 되고자 부단히도 노력해야 했다. “남들 한 번에 가는 대학도 저는 두 번을 갔어요. 제가 워낙에 돌아가는 스타일이거든요. 저는 남들보다 힘들고 어렵게 목표를 달성해서 거기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을 정도입니다. ‘한번 해 봤는데 됐어요’ ‘친구 따라갔는데 우연히 됐어요’ 이런 말 정말 싫어해요. 노력한 사람들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죠. 그 심정을 아니까. 난 쉽게 됐다는 사람이 달갑지 않아요.”

김주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보기 드문 재능을 지녔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든 타인에 대해서든 과장이 없다. 아들에 대해서도 객관적이라고 남편이 서운해 할 정도다. “저는 너무 현실주의자라 주변 사람을 서운하게 할 때가 많아요. 남편이 ‘우리 아들 정말 예쁘지?’ 그러면서 동의를 구하고 싶어 하는데 나는 ‘괜찮은 정도지 뛰어난 건 아니야. 착각하지 마’ 그래요.(웃음) 남편은 ‘우리 아들 훌륭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데 그걸 못 하는 게 내 병이에요. 부모님이 싸우셨을 때도 너무나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니까 두 분 다 싫어하세요(웃음).”

이런 객관적인 시각이 지금의 김주하를 만들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객관적이었어요. 내게 이 정도 능력이 있고 이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나는 남보다 덜 해서 되는 애가 절대 아니라는 걸 알았죠.”


극복하는 데 삼십 년은 걸릴 것 같은 목소리 콤플렉스

김주하의 목소리는 저음이다. 특히 전화 목소리는 남자로 착각할 만큼 낮다. 많은 사람이 김주하의 매력 중 하나를 지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목소리로 꼽지만, 정작 자신은 그 목소리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 왔다.

“목소리에 대한 건 한이 맺힐 정도예요. 아직도 네티즌들이 ‘목소리 이상해’라고 하면 가슴이 쿵덕쿵덕 뜁니다. 지금은 그래도 꽤 많이 나아졌어요. 이 콤플렉스는 삼십 년 된 것이니까 고치려면 삼십 년이 걸리지 않을까요.(웃음) 제 목소리를 신뢰감이 간다고 표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정말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해요.”

아나운서를 지망했을 때부터 목소리는 걸림돌이었다. 노력해도 목소리만큼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고난 건 어쩔 수 없잖아요.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강연회에서 만난 현직 아나운서 분들에게 ‘목소리가 안 좋아도 괜찮습니까?’만 몇 번씩 물었어요. 얼마 전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을 때 저의 첫 뉴스데스크 오프닝을 들려줬어요. 너무 예쁜 척하면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때까지도 콤플렉스가 여전했구나, 마음이 아팠죠.”

김주하가 처음 아나운서로 입사했을 때 선배들이 내린 평가는 혹독했다. “선배들이 저에게 ‘이도 저도 아니다’라고 말했는데 정말 충격을 받았죠.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나는 이도 저도 아니구나, 하고요. 그래서 내 나름대로 하느라 예쁜 척하면서 목소리를 냈는데 ‘주하 오빠 목소리 좋아요’라는 편지를 받을 때도 있었어요. 충격이 오죽했겠어요.(웃음)”


임계점을 참아내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지금의 김주하를 만든 9할은 노력이었다. 지독하게 노력한 끝에 아나운서가 되었고, 지금도 사실을 제대로 전하는 기자가 되고자 지독하게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노력하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노력하기 싫을 때는 없었을까 하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노력했는데 앞이 안 보일 때가 힘들었어요. 이건 해 본 사람만 아는 괴로움입니다. 이만큼 하면 이만큼 앞이 보이고 또 이만큼 하면 다시 이만큼 보이면 괜찮아요. 노력했는데도 앞이 캄캄할 때가 있어요.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빛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가장 힘들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싫거나 힘들진 않았어요.”

노력해도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 ‘임계점’을 생각하며 버텼다. “모든 일에는 임계점이 있어요. 죽 올라가다가 그대로 정체되는 기간이 있어요. 그게 임계점이죠. 조금만 버텨서 거기서 벗어날 수 있으면 괜찮은데 임계점은 점점 올라갈수록 길어져요. 요즘 젊은 분들은 특히 이걸 못 참아내시는 것 같아요. 내가 운이 좋은 건 다른 길을 못 본다는 점이에요. 이게 안 되면 다른 거 할까, 이걸 전 못해요. 방향을 틀 줄 모르죠. 오직 지금 가고 있는 이 길밖에 보이지 않아요.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저에게 맞아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노력하기 전에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자신에게 맞는지 꼭 확인하라고 충고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아무리 노력해도, 설사 옷을 찢어 새로 꿰매도 마지막 단추는 잠글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첫 단추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첫 단추가 뭐냐면 ‘하고 싶다’와 ‘그 일이 나와 맞는가’는 다른 문제임을 아는 거예요. 그 차이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꿈꾸면 된다는 말을 김주하는 믿지 않는다.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제2의 김주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는 이런 조언을 남겼다. “앵커나 기자를 꿈꾸는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보는 것과 남들이 보는 것이 다르다는 걸 느껴요. 다들 이 자리, 메인 뉴스 앵커 자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라는 환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으로는 얼마 못 가요. 어려움을 거쳐야 진실한 자리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하는 백조의 비유를 들었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의 모습은 우아하지만 물 밑에서 정신없이 헤엄을 친다. “위에 있는 모습만 본다면 꿈을 접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신없이 발을 저어서 상처가 나고 토할 만큼 힘이 들고 기절할 만큼 피곤해도 이 직업을 사랑한다면 한 번 욕심을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긴장 속에서 느끼는 희열, 그 맛에 기자로 산다

김주하는 1997년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한 후 2000년 5월부터 뉴스데스크 여성 앵커를 맡았다. 그러다 2004년 사내 기자 시험에 합격해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변신한다. 다들 그 변신을 궁금해 했다. 아나운서도 힘든 일이지만 기자는 더 힘든 일이다.

“피곤하고 힘든 거 다 알아요. 오죽하면 기자가 단명하는 직업이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야만 진짜 뉴스를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 한구석에서 ‘너 미쳤니?’ 그러는데도 기자가 되었어요. 부모님은 그냥 아나운서 계속했으면 이 고생 안 할 텐데, 하시며 안쓰러워하시죠.”


기자는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얼마 전에 9시 17분에 들어가는 뉴스를 9시 15분까지 편집을 했어요. 그러면 사람이 거의 미쳐 있죠. ‘악악’ 소리를 지르면서 편집을 하고 뛰어서 테이프를 전달해요. 그럴 때는 ‘내가 왜 이 일을 한다고 했을까, 미쳐 미쳐’ 그래요. 그런데 뉴스가 짠 하고 제대로 나가는 걸 보면 저도 모르는 엔돌핀이 막 솟아요. 앵커로 일하면서도 그런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많아요. 뉴스를 한참 하고 있는데 속보가 들어와요. 입으로는 뉴스를 읽으면서 머리로는 속보 내용을 정리하는 거죠. 심장이 쿵쾅거리고 속이 터질 것 같죠. 그런데 피디가 ‘잘했어’라고 한마디 해 주면 희열을 느껴요. 그 맛으로 사는 것 같아요. 이런 희열은 저만이 느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기자로 살면서 ‘진실’에 대한 강박감이 생겼다. 자신이 진실을 전달하는 것은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템을 선정할 때부터 진실을 추구하기 시작된다. ‘아직도 어렵고, 가야 할 길이 많다’고 김주하는 말했다. “나이가 먹어도 계속 현장에서 뛰는 기자이고 싶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 나이에 굳이 전직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게 기자와 앵커로 맹렬하게 살면서 희생한 것도 있다. “가족에 대한 부분은 포기하고 있어요. 저는 알파걸은 없다고 생각해요. 설사 지금 그렇다 하더라도 얼마 못 갈 거예요.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는 일적으로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가정적으로는 젬병이에요. 그렇지만 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에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그랬다면 아마 머리가 터져버렸을 걸요. 혹시 이런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이 있으면 못하는 건 과감하게 버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김주하의 목표는 ‘저 사람이라면 내 말을 곡해하지 않고 전달할 사람일 것이다, 저 사람이라면 제대로 진실을 전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고 평가받는 기자이자 앵커가 되는 것. 그래서 오늘도 앵커 코멘트의 조사 하나에도 사실과 진실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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