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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하나 여자 셋의 발칙한 연애소설 『걸프렌즈』의 이홍

한 남자 때문에 만나게 된 세 여자의 연애에 대한 발칙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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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생. 올해 나이 서른. 결혼을 했고, 네 살 된 아들의 엄마기도 한 이홍은 처음 완성한 장편으로 제31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작년까지 그는 수많은 작가지망생 중 하나였지만 이젠 꽤 산뜻하게 출발한,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다.

처용은 한이불을 덮은 다리 넷을 보고 노래 부르며 물러났다지만 『걸프렌즈』의 주인공 한송이는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했을까? 예브게니 플루센코처럼 키스를 잘하는 남자친구가 자신만의 연인이 아니었다. 남몰래 만나는 여자친구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다.

이 능력(?) 좋은 남자의 걸프렌즈는 한 남자를 공유한 인연으로 만나 차도 마시고 춤도 추고 잡담도 나누고 사업도 같이한다. 오래 사귄 친구처럼 질투도 하고 속도 끓이지만 그들의 남자 공유는 꽤 그럴듯하게 이어져간다. 그들은 연애에 목숨을 건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는 연애일 뿐이다.

한 남자 때문에 만나게 된 세 여자의 연애에 대한 발칙한 이야기, 『걸프렌즈』의 작가 이홍을 만났다.


거짓말로 쓴 일기에서 시작된 글쓰기에의 열망

78년생. 올해 나이 서른. 결혼을 했고, 네 살 된 아들의 엄마기도 한 이홍은 처음 완성한 장편으로 제31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작년까지 그는 수많은 작가지망생 중 하나였지만 이젠 꽤 산뜻하게 출발한, 주목받는 젊은 소설가다.

“어떤 소설가는 자기 이름이 찍힌 책을 보는 순간 ‘아, 내가 소설가가 됐구나’ 하고 실감했다는데 이홍 씨는 어떠신가요?”

“아직 실감이 안 나요. ‘너는 십 년째 글 쓴다면서 도대체 책은 언제 나오냐?’ 하는 친구들 구박은 안 받게 되어서 좋아요.(웃음)”

“데뷔작이 장편인 건 이례적인데요, 이번 소설이 본격적으로 글을 쓰신 첫 작품인가요?”

“아뇨. 글은 꾸준히 썼지만 완성을 못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작가가 꿈이셨어요?”

“어렸을 때 꿈은 종군기자였는데 공부를 엄청 잘해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어요.(웃음) 저를 끔찍하게 예뻐해 주신 할아버지가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그 후부터 매일 일기를 썼는데, 보통 그 나이 때는 일기 쓰는 거 지겨워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굉장히 길게 썼어요. 겪지도 않은 일을 내가 겪었던 것처럼 거짓말도 많이 했고요. 글 쓰는 게 제 적성에 맞다는 걸 그때부터 알았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는 한국무용을 했어요.”

“특이한 경력이네요.”

“좋아하진 않았는데 입시 때문에 한국무용을 했어요. 무용으로 예고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우연히 입시요강을 살펴보다가 문예창작과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까지 저는 고등학교에 문예창작과가 있다는 것도 몰랐거든요. 문예창작과라는 글씨를 보는 순간 ‘내 미래는 이거야’ 싶었어요. 어머니는 제가 무용을 전공해 무용수가 될 줄 아셨기에 충격이 크셨어요. 맞기도 했어요.(웃음)”


전업 작가라는 황홀한 팻말을 달다

『걸프렌즈』의 작가 이홍
“대학 졸업 후에도 계속 글을 썼어요. 친구들이 그때 저를 ‘1인 독자 시스템’이라고 놀렸어요. 제가 쓰고 제가 읽으니까. 제 글을 읽으면서 혼자 흐뭇해하고….”

“공모전이나 신춘문예 같은 데 글을 내본 적은 없나요?”

“없어요. 솔직히 자신이 없었어요. 대학 다닐 때 한 번 공모전에 낸 적이 있었는데 당연히 떨어졌죠. 그래서 그 뒤부터 혼자서 쓰다 말고 쓰다 말고 하다가 완성을 못 했어요. 단편을 쓰다 보면 항상 3분의 2 정도 지점에서 멈춰 버렸어요.”

“이번 작품은 단편보다 쓰기 어려운 장편인데 용케 끝을 내셨네요.”

“작년 여름에 작품 구상이 떠올라서 겨울 동안 글을 썼어요. 이 작품은 친구 두 명이 작품을 읽어주고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준 덕에 다 쓸 수 있었어요. ‘너, 십 년 동안 만날 글 쓴다면서 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문예지에 실리는 것도 아니고 너 도대체 뭐 하는 거야?’라고 친구들이 그랬는데 이번 책 보고 ‘네가 뭔가 하긴 했구나’ 하고 말해줬어요. 기뻤죠. 작가지망생에서 전업 작가라는 황홀한 팻말을 달았잖아요.(웃음)”

“작가가 되고 뭔가 달라진 것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작가라면 항상 어디 멋진 카페에 앉아서 원고지에다 글을 쓰는 그런 이미지가 있었어요. 작가가 되면 저렇게 글을 쓸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작가지망생과 작가는 다르잖아요. 작가지망생은 마음 편하게 어디 나가서 글을 못 써요.”

“왜요?”

“제가 그렇게 안 보이는데 굉장히 소심해요. 작가가 아닐 때는 글을 쓰면 누가 옆에서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마’ 그러잖아요. 왠지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작가가 되었으니까 글을 써도 ‘아, 일하는구나’ 그럴 거니까요. 당당해진 것 같아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집필하시나요?”

“아직 아기가 어려요. 열 시부터 두 시까지 놀이방에 다니는데, 그 시간에 글을 쓰고, 아기가 아홉 시 지나면 자니까 그때부터 또 글을 써요.”

“남편분이 많이 도와주세요?”

“지금은 시작했으니까 열심히 해라고 해요.”

“실질적인 도움은요? 집안일을 한다든지 하는.”

“그런 건 전혀 없어요.”

“남성 작가 분들은 부인이 해주는 밥을 먹으면서 창작을 하는데 여성 작가 분들은 남편 밥을 해주면서 글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아이 키우랴, 집안일 하랴, 작품 쓰랴 많이 힘드시겠어요.”

“아무래도 완벽한 엄마나 완벽한 아내에서는 멀어지게 되죠. 그래도 싹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고 하는 일이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나쁜 엄마는 되지 말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교차하니까. 사실 모든 게 중요해 지고 모든 게 힘들어지죠. 글을 쓸 때나 인터뷰나 출판사 일 때문에 나와 있을 때는 왠지 아이에게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할 때 ‘글을 열심히 써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고 그래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집중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무척 소중하잖아요. 절박하기도 하고요.”


지금 나이에 쓸 수 있는 것을 즐기면서 쓴다

“첫 작품은 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 특별하잖아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쓸 건지 첫 작품에서 감지할 수 있으니까요. 『걸프렌즈』가 독자들에게 너무 가벼운 인상만을 남길지도 모른다는 불안 같은 건 없으셨나요?”

“있었죠. 제가 ‘창작은 괴로운 길이지만 나는 즐겁게 하고 싶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어떤 독자분이 ‘창작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게 아니냐’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어요. 저도 창작은 열심히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한두 편 쓰고 말 것도 아니니까요. 『걸프렌즈』를 쓰면서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앞으로 다양한 걸 할 수 있겠죠. 나이를 먹어 가면 삶에 대한 다른 시선이 분명히 생기잖아요. 예를 들어 결혼 전과 후의 생각이 다른 것처럼.”

“동시대적인 것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지난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는 건 아닌데. 지금은 제가 동시대적인 것에 시선이 머물게 돼요. 다른 주제보다 동시대적인 것에 좀 더 깊게 파고들게 되더라고요.”

『걸프렌즈』는 일종의 연애소설이잖아요. 연애 안 해 본 사람이 연애소설을 많이 읽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연애소설을 쓰는 건 어떨까요?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이 연애소설을 잘 쓸까요?”

“연애는 해봤죠.(웃음)”

“연애소설은 많이 읽으셨나요?”

“저는 고전적인 연애소설을 좋아했어요. 『제인 에어』나 제인 오스틴 소설을 즐겨 읽었어요.”

『걸프렌즈』를 읽다 보면 여성의 심리를 꿰뚫는 구절이 많이 나오는데요, 그런데 뜻밖에 문체는 남성적인 속도감이 느껴져서 재미있었습니다.”

“제 성격이 여성적이지 못해요. 털털하다고 할까, 섬세함이 부족하다고 할까. 그런 것이 문체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저를 잘 모르는 친구들은 ‘너한테 이런 면이 있는지 몰랐다’면서 깜짝 놀라더라고요. 특히 남자 분들이 작품을 읽은 후에 제 얼굴을 제대로 못 보시더라고요.(웃음)”

“성적인 묘사 부분이 아주 리얼했죠.(웃음) 도대체 예브게니 플루센코의 스케이팅 같은 키스는 어떤 키스일까요?”

“하하하. 여자들이 내면 중심적인데 제 작품이 시각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시각적으로 묘사를 하니까 더 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남자들은 시각적인 것에 반응을 하잖아요. 그래서 남자들이 낯 뜨거워하는 것 같아요. 여자 분들보다.”


구질구질하지 않은, 재미있는 연애

“동시대적인 연애와 연애의 유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걸프렌즈』를 쓰면서 제일 공을 들인 부분은 어디인가요?”

“제일 공을 들인 부분은 세 여자가 만났을 때 느끼는 미묘한 감정… 사람이 단순하면 좋은데,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잖아요. 그 무수한 감정이 소통을 하면서 관계를 형성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 친분도 생기고, 거리감도 생기잖아요. 또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부분도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세 여자가 공유를 하면서까지 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이 남자의 매력이 뭘까요?”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이죠. 요즘에는 따뜻하게 배려해주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잖아요. 그런 남자를 그려보고 싶었죠.”

“혹시 이런 식으로 남자를 공유해 보고 싶다는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있죠.(웃음) 모든 여자의 머릿속에 있는 로망 아닌가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연애를 하다가 어느 선을 지나면 남자들이 독선적이 되잖아요. 그런 것을 제거한 남자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죠.”

“그런데 묘하게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남자에요, 소설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도 프러포즈를 받았어도 선뜻 결혼하겠다는 마음이 안 생기잖아요.”

“결혼하고 싶진 않지만 계속 만나고 싶은 남자에요, 중독된 것처럼. 잠깐잠깐 만나고는 싶지만 전부는 걸고 싶지 않죠. 책에서 여자가 아무 계산 없이 마음 가는 대로 남자와 사귀잖아요. 그걸 이상하게 여기는 독자도 계신데요. 여자는 전부를 걸 상대에게 계산을 한다고 봐요. 전부를 걸 상대가 아니기에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거죠.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생기면 여자는 완전히 돌변하잖아요. 머리 쓰는 거 보면 진짜 깜짝깜짝 놀라요.”

“물밑작업부터 전쟁이 따로 없죠.”

“제가 결혼을 일찍 해서 연애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한창 연애가 재밌을 때가 이십 대 중반에서 후반이잖아요. 이십 대 초반에는 그저 좋아서 마음 끌리는 대로 가지만 더 나이를 먹으면 물밑작업도 하고 나름의 계산도 생기잖아요. 작업의 형태가 이십 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생기는 건데 저는 이런 걸 못해 봤어요. 도덕을 제거한 연애, 그런 연애가 오히려 이야기가 풍만해지고 재미있고 그래요. 왜 그렇게 불륜 이야기가 많겠어요?”

『걸프렌즈』 여자들의 연애는 심각하지 않은 것 같아요.”

“심각해지는 순간 연애가 구질구질해지잖아요. 재미없어지죠. 동시대적인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동시에 연애가 지닌 유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이전 작가 분들과 굉장히 다른 시각인 것 같아요. 연애에 대한 여자들의 시각이 이만큼 달라졌구나 하는 것이 느껴질 만큼. 쇼핑하듯 연애한다고 할까.”

“요즘 여자들은 굉장히 솔직히 연애하?아요. 결혼에 대한 시각도 많이 달라졌고요. 예전에는 여자들이 결혼의 희생양이었다면 요즘 여자들은 영리하게 결혼을 이용한다고 할까요.”

“그런데 모범적으로 잘 사는 분들이 이런 도발적인 이야기를 쓰시는 것 같아요.(웃음)”

“모범적은 아닌데요.(웃음) 연애라는 게 연애 중인 사람은 쓰기 어렵잖아요. 남의 연애편지를 쓰는 게 더 쉽잖아요. 내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처지라서 누가 연애를 한다고 하면 굉장히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요. 대리만족이라고 할까. ‘자기는 결혼해서 애까지 낳고 잘 살면서 이런 글을 쓴다’라고 한 독자 서평도 있더군요.(웃음)”

“소설 속 이야기와 작가의 실제 삶을 동일시하는 분도 많으니까요. 배신감을 느낀 분이 있을지도 모르죠. 소설 속 인물과 자신과 어느 정도 닮았나요?”

“버릇이나 취향은 닮았을지도…. 글을 쓰다 보면 그런 부분은 나도 모르게 반영이 돼요. 여자 주인공 한송이가 추어탕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건 제가 그렇거든요.”

『걸프렌즈』는 박현욱 씨의 『아내가 결혼했다』와 정이현 씨 소설과 비교되는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두 분 다 저보다 뛰어난 작가 분들이시잖아요. 신인 작가인 제가 그분들과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저는 경력으로는 한참 후배잖아요. 영광이지만 짐이기도 해요. 내 나름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느껴요.”

“부담스럽진 않으세요?”

“신인 작가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기존 작품보다, 기존의 작가보다 반 보 앞서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죠. 반 보 이상 앞서고 싶다는 그런 부담을 다 안고 작품을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첫 장편소설을 낸 신인 소설가의 마음은 운동화끈을 꽉 졸라매고 출발선에 선 마라토너의 심정과 비슷하다. 이미 수많은 선배 작가가 그의 앞에서 뛰고 있고,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그의 뒤에 서 있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이홍은 기존의 한국 소설보다 적어도 ‘반 보’ 앞서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포부처럼 자기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한국 소설에 새로움을 계속 더해주길 바란다. 그의 말처럼 즐기면서 즐겁게 소설을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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