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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가 우리 정신에 미치는 영향

제가 쓰는 글은 주로 SF에 한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피투성이 장면이 꽤 많이 나오는 편이죠. 짜증나고 화가 나면 전 만만한 희생자를 골라 그들의 사지를 찢어발기거나 목을 자릅니다. 그러고 나면 기분은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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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쓰는 글은 주로 SF에 한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피투성이 장면이 꽤 많이 나오는 편이죠. 짜증나고 화가 나면 전 만만한 희생자를 골라 그들의 사지를 찢어발기거나 목을 자릅니다. 그러고 나면 기분은 좋아져요. 세상엔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있는데, 제 경우는 타이프 살인인 거죠.

많은 사람에게 호러물은 이와 비슷한 스트레스 해소 도구입니다. 스크린 위에서 펼쳐지는 난도질 장면을 보고 비명을 질러대다 보면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지요. 요새 유행인 고문학살극 영화를 보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는 수도 있지만, 그건 결국 개인차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슬래셔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유원지의 롤러코스터도 그렇죠.

대표적인 슬래셔 무비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 사건> <나이트메어> <13일의 금요일>

그런데 이게 옳은 일일까요? 슬래셔 무비를 찍어도 사람은 안 죽습니다. 제가 아무리 타이프를 치면서 목이 잘려나가고 가죽이 벗겨진 시체를 상상해도 아무도 안 죽죠. 적어도 우리 눈앞에서는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직 이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여기에 대한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이죠. 어떤 사람들은 호러나 액션 영화의 폭력이 관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수치가 과장되었거나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후자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호러 팬이에요. 당연한 일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주장의 근거는 약해지죠. 좋아하는 걸 응원하는 건 심심할 정도로 당연한 일이니까요.

근데 정말 이런 식의 오락이 우리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없을까요? 아마 전 실제 세계에서 사람을 죽이거나 하지는 못할 겁니다. 겁이 많고 육체적으로 그렇게 강인하지 않으며 게으르니까요. 하지만 세상엔 저보다 겁이 없고 육체적으로 강건하고 부지런한 호러 영화 팬도 많죠. 그들 중 누군가가 픽 하고 정신이 끊어져 영화 속의 살인을 모방하지 말라는 법은 어디 있겠어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이미지로서의 폭력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니 거기에 둔감해질 수도 있는 거고요. 사실 따지고 보면 장르 영화보다 더 무서운 건 신문이나 텔레비전, 인터넷이지만 그런 식으로 발뺌할 수는 없는 겁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외부 세계의 사람이 실제로 죽어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 대한 폭력과 죽음을 상상하는 것도 그렇게 건전한 행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누가 압니까? 제가 이런 식으로 써 갈기는 이야기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어떤 평행우주에 투영되어 그 세계 사람들에겐 끔찍한 현실로 다가올지도요. 게다가 이런 글을 쓸 때마다 제 정신은 조금씩 시꺼메지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배우고 발전해야 할 건 관용과 이해지, 난도질 살인을 꾸미는 방법이어서는 안 되지요. 난도질 살인은 모든 걸 너무 쉽게 만들어요.

그렇다고 제가 앞으로 사람 죽는 이야기를 쓰지 않고 호러 영화도 보지 않을 것인가?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즐기는 오락의 컴컴함을 부정하지도 않을 거예요. 아마 우리가 이런 피투성이 장르를 옹호해야 한다면, 단순히 그것이 무해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될 겁니다. 좋건 싫건 그건 우리의 일부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 중 일부는 그 영역을 탐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야겠죠. 물론 그러는 동안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고 정신 한구석이 감염되어 시꺼메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걸 눈 딱 감고 무시해서는 안 되겠지요. 결국 누군가가 책임을 지긴 져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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