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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리진』 신경숙

너무나 비범했던 19세기 여인, 리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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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무대를 직접 돌아보는 건 근사한 경험이다. 그 소설을 쓴 작가와 함께 소설의 무대를 돌아보는 건 더욱 특별한 경험이리라. 소설 『리진』의 작가 신경숙과 독자들이 경복궁에서 만나 리진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만남을 하였다.

소설의 무대를 직접 돌아보는 건 근사한 경험이다. 그 소설을 쓴 작가와 함께 소설의 무대를 돌아보는 건 더욱 특별한 경험이리라. 소설 『리진』의 작가 신경숙과 독자들이 경복궁에서 만나 리진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는 만남을 하였다.

사실은 소설보다 더 기이할 때가 있다. 궁녀이자 궁중무희였던 여인이 프랑스 공사관의 여자가 되었다. 여자는 남자를 따라 파리로 건너가 민주주의와 제국주의를 동시에 경험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녀의 뛰어난 재능에 감탄했고,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했지만 파리도, 한양도 그녀에게 안주의 땅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는 역사의 참혹한 부침 속에서 한 번도 제 뜻대로 날지 못한 채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여인, 리진의 일대기다.

신경숙은 소설을 통해 서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짧은 인생을 살다 간 리진을 불러냈다. 역사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숨어 있다가 이제 그 형체마저 희미해진 리진이라는 인물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 기록으로만 존재했던 여인은 따뜻한 피가 도는 사람으로 책장 속에서 거닐고 있다.


경복궁에서 잊혔던 여인 리진을 만나다

신경숙과 독자들이 만난 날, 우산을 쓰기에도 쓰지 않기에도 성가신 비가 내렸다. 작가와 독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조선의 정궁 경복궁을 거닐었다. 간간이 걸음을 멈추고 작가는 소설의 무대를 설명했고, 가끔은 소설 구절을 직접 찾아서 읽어주기도 했다. 궁궐 담 밖은 2007년이었지만 작가와 함께하는 공간만은 리진과 콜랭, 명성황후가 살았던 19세기 그때처럼 느껴졌다.

경복궁에 들어서면 가장 처음 눈길을 사로잡는 근정전 앞. 그 앞에서 리진과 콜랭은 운명적인 첫 만남을 했다. 남자는 첫눈에 여자에게 매혹당했지만 여자에게는 낯선 이와의 조금 특별한 스쳐 지나감에 불과했다.

소설의 분위기를 독자들이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하려는 배려에서 리진과 콜랭의 첫 만남을 배우들이 재연했다. 독자와 함께 그 장면을 보고 나서 작가는 “못 들었지만 아마 지금 둘 다 ‘봉주르’라고 인사했을 거예요.(웃음) 리진은 생몰연대가 없습니다. 작가가 생몰을 만들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아름다울 때 콜랭과 만나게 해주고 싶어서 열여덟 살로 설정했어요”라고 말했다.

문과 건물이 끝없이 이어진다. 몇 개의 문을 지나치고 나면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미로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서 어린 리진이 길을 잃은 것도 당연하다. 근정전과 사정전, 강녕전을 거쳐 명성황후와 리진이 처음 만난 교태전 뒤 아미산 굴뚝 앞에서 작가는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리진은 처음으로 명성황후를 만납니다. 길을 잃은 리진에게 황후는 ‘너는 누구냐’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명성황후는 유산을 거듭해 아이를 잃었고, 딸이 있었는데 일찍 죽었습니다. 그래서 공주와 비슷한 나이였던 리진에게 더 애틋한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죠.”

아비와 어미를 잃어 이름도 성도 없는 가여운 아이와, 아이를 잃고 시아버지에게 핍박을 받는 외로운 여인이 만났다. 배고픈 아이에게 젖을 먹이듯 명성황후는 손수 리진에게 배의 속살을 파 먹인다. “명성황후는 리진에게 정신적 어머니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황후와의 첫 만남을 리진은 절대 잊지 못합니다.”

리진이 이곳에 있었을 때처럼 아미산 굴뚝 근처엔 풀과 꽃이 기세 좋게 하늘을 향해 자라나고 있었다. 서양의 열강과 일본이 조선의 이권을 야금야금 먹어치우고 있을 그때, 이곳의 건물과 담과 문과 기왓장은 그 모든 것을 묵묵히 보고 있었을 것이다. 교태전에 있는 모든 것은 아기 나인이던 리진을 보았고, 사향을 풍기는 노루처럼 매혹적이던 리진을 보았고, 왕비를 위해 춘앵무를 나비처럼 추었던 리진을 보았으리라.

“이곳에서 리진은 무참하게 살해된 명성황후의 죽음을 제대로 알리려고 자살을 선택합니다. 기록에는 금종이를 먹고 자살했다고 하는데 저는 기록을 좀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리진에게 불어를 가르쳐준 블랑 신부님이 자신이 직접 필사한 불한사전을 리진에게 선물하는데요. 종이가 오래되면 노래지잖아요. 그래서 제 작품 속에서 리진은 이 사전에 독을 묻혀서 그 종이를 먹고 죽는 것으로 그렸습니다.”

슬픔에 잠겨 죽음을 택한 리진이 아미산 굴뚝 앞에 앉아 있었다. 궁녀복을 단정하게 입은 리진이 배우인 것을 알면서도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가슴 한구석이 아파져 오는 듯했다. 한 여인이 짊어지기엔 너무나 가혹한 운명이었다.


경회루 앞에서 춘앵무를 감상하다

발걸음은 명성황후와 리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교태전에서 자경전 쪽을 향했다. 자경전은 리진이 처음 궁 생활을 한 곳이다. 이곳에서 리진은 젊은 나이에 대비가 되어 쓸쓸하게 살아가던 철인 대비에게 어린아이다운 온기를 전해 주었다. 리진이 어려서부터 궁 생활을 한 것으로 만들고자 작가는 철인 대비와 리진을 만나게 했다.

“굳이 리진이 어릴 때부터 궁 생활을 했던 것으로 설정한 건 리진이 몸에 익힌 것이 어려서부터 제대로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어요. 이곳에서 리진은 대비에게 글을 배우고 몸가짐을 배우고 춤을 배우게 됩니다.”

콜랭과 리진이 두 번째로 만나는 경회루 앞에서 독자들은 춘앵무를 감상했다. 리진이 춘 춘앵무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춘앵무를 보아도 독자들은 신경숙이 글로 써 내려간 리진의 춘앵무만큼 아름다운 춤은 볼 수 없으리라-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춤을 직접 보는 즐거움이 대단했다.

저 부드러운 몸놀림을 신경숙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금빛 모래의 흩어짐에, 흐르는 물에 떨어진 꽃잎에 비유했구나. 노란 옷깃이 몸짓에 따라 우아하게 퍼지는 춘앵무는 봄 꾀꼬리의 수선스러운 몸놀림보다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나비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했다.

“경회루에 한 번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좋았습니다. 정말 꼭 한 번 올라가 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곳에서 콜랭은 리진이 추는 춘앵무를 보고 크게 감탄합니다. 리진과 콜랭의 아름다운 연애를 묘사하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작가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그 글을 쓰면서 느꼈던 행복감을 독자들과 함께 이곳에 다시 찾아오면서 새롭게 느끼는 듯했다.


건청궁, 그 치욕의 현장

다음 목적지인 건청궁에서는 작가와 독자 모두 기분이 가라앉았다. 건청궁 앞 수련이 핀 향원지에 아담하게 서 있는 향원정의 고운 자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곳은 명성황후가 일본의 자객에게 무참하게 살해된 곳이기 때문이다.

건청궁은 경복궁의 다른 건물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궁궐 속의 궁이라 불리는 건청궁은 고종이 친정을 시작하며 지은 궁으로, 사대부의 기와집과 많이 닮았다. 아직 개방을 하지 않는 건청궁의 모습을 담 너머로 엿보면서 작가와 독자는 끔찍했던 그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청궁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저 장한당이라는 현판은 보이시죠? 초식동물처럼 쫓기던 왕비가 저 장한당 뜰에서 칼에 맞아 세상을 떠납니다. 일본인들은 왕비의 시신을 이불로 싸서 불태워버렸죠. 황후의 시신은 제대로 수습되지도 못해서 유언비어만 흉흉하게 돌았다고 합니다. 어느 전각 밑에 뼛조각이 묻혀있더라, 하는 소문이요. 일본은 끝까지 자기네가 죽이지 않았다고 했고, 왕비가 살아있다는 소문을 퍼뜨렸어요. 죽은 지 2년이 지나 겨우 장례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건청궁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기가 들어온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설 속에 그 이야기를 생생하게 옮겨 두었다. 향원지 주변을 걸어가면서 작가는 전기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건청궁은 조선에서 처음으로 전등이 불을 밝힌 곳입니다. 이 향원정의 물을 이용해 건청궁에 전등을 켰다고 해요. 왕비는 파리에서 돌아온 콜랭과 리진에게 ‘에디슨이 발명한 지 9년 만에 조선에 전등이 들어왔다’고 말합니다. 왕비는 그 점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죠. 옛날에는 전기를 물불이라고 했대요.”

서양 여자처럼 차려입은 리진과 콜랭이 향원정을 바라보며 걷고 있었다. “파리에서 돌아온 리진은 드레스를 입습니다. 그녀 내면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파리에서 돌아온 날 친정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자듯 리진과 명성황후가 한 방에서 나란히 누워 잠자리에 듭니다. 명성황후는 자는 척하는 리진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죠. 명성황후는 우리 역사에서 다시 다뤄져야 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설 속에 명성황후의 새로운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향원지 산책을 끝으로 경복궁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독자분들과 함께 경복궁에 오니 소설을 새로 쓰는 기분입니다. 이곳이 무척 생생하게 느껴져요. 여러 번 이곳에 왔음에도 이번처럼 즐거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와 본 경복궁. 이번만큼 진심으로 경복궁 구경을 재미있게 한 적은 없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저 멋진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 아로새겨진 슬픈 사연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풍에 참가한 독자들에게 경복궁은 그저 아취 있는 옛 궁궐이 아니라 리진과 명성황후, 콜랭이 거쳐 갔던 장소로, 역사와 소설의 살아있는 무대로 기억될 것이다.


『리진』의 또 다른 주인공, 명성황후를 찾아서

작가와 독자는 버스를 타고 『리진』의 또 다른 주인공 명성황후의 자취를 찾아 떠났다. 고종과 함께 명성황후가 묻힌 홍릉과 여주에 있는 명성황후 생가가 목적지였다.

홍릉은 조선시대 여러 왕의 무덤과 여러모로 다른 곳이다. 홍살문을 넘어서자마자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짧았던 대한제국의 유산으로, 중국 황제의 능처럼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홍살문을 지나면 문인석과 무인석을 비롯한 석물이 양옆에 서 있고 거대한 능을 침전 건물이 가로막고 있다. 침전 너머에 리진만큼이나 삶이 고난으로 점철된 비범한 여인, 누구보다 외로웠던 명성황후가 잠들어 있다.

홍릉을 돌아보고 버스는 여주 명성황후 생가로 향했다. 명성황후의 생가는 인현황후의 아버지 민유중의 묘막으로, 황후는 이곳에서 여덟 살까지 살았다고 했다. 그녀의 운명을 점지한 듯한 야담이 이곳에 전해 내려오고 있다. 명성황후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부엉이가 어떻게 우는지를 물었다. 황후는 ‘부엉이가 부원군, 부원군 하고 운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총명했고, 책을 좋아했고, 특히 『춘추』를 좋아해 수없이 읽었다는 명성황후.

“명성황후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합니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여인으로 묘사하는 사람도 있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했고, 지략이 뛰어난 여인이었다고 평가한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명성황후를 새로운 모습으로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명성황후에 대해 선입견이 생길까 봐, 제가 귀가 얇거든요, 뮤지컬 ‘명성황후’도 보지 않았어요. 박제된 이미지가 아니라 속살을, 내면을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왕비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게 하고 싶었어요.”

신경숙은 명성황후를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마음에 펜을 가져갔다. 신경숙은 『리진』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불면은 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고통을 준다. 리진은 사경에 한 번, 오경엔 두 번 왕비가 몸을 일으키는 기척을 느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왕비는 어둠 속에 오래 앉아 있었다. …” 파리에서 돌아와 하룻밤을 함께 자는 장면이다. 고립무원으로 고통의 세월을 인내한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굉장히 여러 날 고민한 부분입니다. 왕비의 입을 통해 부정적인 부분을 토로하게 했죠. 소설을 쓰면서 그런 부분은 피해갈 수 없다고 보았어요. 그래서 왕비의 고백과 그것을 바라보는 리진의 눈을 통해 그려내고자 했죠.”

소설에서 처음부터 명성황후의 비중이 컸던 것은 아니다. “처음 집필할 때는 작품 속에서 이렇게 강력한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작품을 써 갈수록 명성황후의 비중이 계속 커졌습니다. 명성황후에게 연민이 발동되었어요.” 이렇게 해서 명성황후는 콜랭과 리진의 사랑과 함께 소설을 지탱하는 한 축이 되었다.


소설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독자의 몫

ㅁ자 기와집 가운데 나무로 만든 평상이 놓여 있었다. 작가는 평상에 앉고 독자들은 마루에 앉아 『리진』과 신경숙에 대해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맞이했다.

작가와 리진이 닮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신경숙 작가는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웃었다. “아니요. 저하고 리진은 하나도 안 닮았어요. 제가 리진을 많이 사랑했죠.”

4년 전 우연히 리진의 사연을 읽었을 때는 궁중 무희와 프랑스 공사의 사랑이 너무 화려하게 느껴져 집필을 오히려 주저했다. “그런데 근대를 일찍 본 한 여자가 겪는 격랑이 눈에 들어왔어요. 지성과 관능을 겸비한 여인이 프랑스에서 겪어야 했던 몸과 마음의 고통이 느껴졌어요. 그녀가 그곳에서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원숭이에게 인간 옷을 입혀놓은 것 같았다’라고 씌어 있었어요. 이 말이 제 마음을 후려쳤습니다. 과거에서 리진을 끄집어내 현세에서 살게 해주어야겠다는 소설가로서의 욕구가 생겼습니다.”

책을 쓰면서 관념적으로 알았던 조선 역사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이 짊어진 역사의 무게가 눈에 들어왔다. “나라가 패망을 눈앞에 둔 시점에 『리진』을 단순히 사랑 이야기로만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리진의 삶은 쇠락해가는 조선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근대와 전근대에서 방황하고 좌절하며, 민주주의의 세례를 받으면서 동시에 제국주의의 그늘을 함께 경험한다.

그렇다고 역사소설을 쓰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제 소설을 읽고 역사의식이 없다고 비판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역사를 알고 싶으면 그 시대의 기록이나 논문을 보면 되죠. 소설은 생생한 재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사람의 이야기죠. 시대 속에서 사람이 어떤 부침을 겪었는지, 역사가 사람을 어떻게 내쳤는지, 몰아붙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리진은 뭔가를 이룬 인물이 아니다. 서른 해도 되지 않는 짧은 삶. 그나마도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리진의 좌절은 개인의 좌절이 아닙니다. 역사의 폭력을 당한 것이죠. 만약 리진이 그 폭력을 딛고 일어서 뭔가를 이루었다면 소설을 쓰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저는 리진의 좌절을 바라보고 싶었고, 그 좌절이 오늘날을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은 리진의 자살을 마음 아파했다. 거기에 대해 질문하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콜랭은 리진을 두고 떠납니다. 리진이 자살한 것은 좌절 때문이 아닙니다. 다시 궁녀로 돌아가 감금된 삶을 살아야 하는 걸 비관해서가 아닙니다. 제가 그린 리진은 자살을 선택합니다. 명성황후의 시해 사건을 제대로 알리고자 스스로 목숨을 끊지요. 지금까지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풍문만 무성합니다. 소설에서도 리진이 목숨을 걸고 그것을 알리고자 했지만 그녀의 연인이었던 콜랭은 리진이 보낸 편지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진실이 담긴- 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독자와의 만남을 마치면서 작가는 리진이 계속해서 우리 마음에 살아남아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항상 소설을 끝내고 나면 허탈했습니다. 그런데 『리진』은 달랐어요. 허탈하기보다 힘이 났어요. 『리진』을 쓰면서 행복했고 쓰고 난 지금도 마음이 벅차요. 리진이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소설은 읽는 분과 함께 간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완성은 독자의 몫입니다. 소설의 마침표는 작가가 찍는 것이 아니라, 소설이 독자의 마음에 어떤 무늬를 그리면서 찍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처럼, 『리진』의 마침표는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다.


『리진』의 작가 신경숙과 독자의 만남

경복궁을 찾은 신경숙 작가와 독자들

소설 속 리진이 선보였던 궁중무용 '춘앵무'를 재현하였다

『남한산성』의 작가 김훈 씨는 독자로서 이 행사에 참가하였다

여주 명성황후 생가에서 『리진』을 낭독하는 신경숙 작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신경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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