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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수술 하고 싶은 날 읽는 책

성형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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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이 가장 적절하게 아름다운 순간의 묘사를 해본다면 이렇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은 과거를 달래주고 미래도 달래줄 수 있다! 사랑하는 몸은 과거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의 경험이 될 수 있다.

부제 - 얼굴과 입, 몸 그리고 발에 빅뱅이 일어난다면?

사랑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나는 발이 가렵다. 나는 테이블 밑으로 신발을 벗는다. 나의 발은 타인의 몸을 지향한다. 하지만 첫날은 참는다. ‘듣고 있나요, 당신? 천국에 홀로 있는 당신을 애도할 겁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참는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나의 맨발은 참느라 바닥에 문지른 나머지 무좀 환자의 발처럼 거칠게 갈라진다. 하지만 언제든지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언제든지 신발을 벗을 수 있도록 나는 사계절 내내 가지각색의 여름 샌들을 신고 다닌다.

사람의 몸이 가장 적절하게 아름다운 순간의 묘사를 해본다면 이렇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은 과거를 달래주고 미래도 달래줄 수 있다! 사랑하는 몸은 과거에 영향을 미치는 미래의 경험이 될 수 있다. 그걸 알려주는 책이 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다. 『연인』의 소녀의 얼굴과 몸은 이렇다.

“열다섯 살 때의 내 얼굴은 관능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나는 관능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그런 식으로 시작되었다. 눈에 띄는 얼굴, 초조한 표정, 눈자위에 거무스레한 무리가 진 조숙한 눈 때문에 경험은 시작되었다. 내 머리카락은 숱이 많고 부드럽고 찰랑거렸으며 구릿빛 머리채가 엉덩이까지 닿았다. 사람들은 곧잘 내 몸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머리카락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찬사가 결국 내 얼굴이 예쁘지 않다는 뜻임을 이해했다. 열다섯 반, 날씬한, 오히려 연약하다고 할 수 있는 육체, 어린 젖가슴, 연한 분홍빛 분과 루주를 바른 얼굴.”


이렇게 생긴 소녀가 메콩강 물의 레몬 빛을 온몸으로 받은 채, 난간에 팔꿈치를 괴고 갑판 위에 홀로 서 있다. 그녀는 강물을 보면서 모든 것은 태평양을 향해 가고 어떤 것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강물에 실려 갈 뿐이고 모든 것은 강이 지닌 힘의 표면에 매달려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안개와 열기의 희미한 빛 속에서 그녀는 검은색 리무진을 탄 부유한 중국인 청년을 만난다. 첫 순간부터 그가 그녀의 마음대로 움직이리라는 것을 소녀는 안다. 그날은 빨리 와서 그녀는 어느 목요일 그를 따라 그의 독신자 아파트로 간다. 경험을 한다. 그녀에겐 경험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있다.

“욕망은 그것을 충동질한 여자의 몸 안에 있다. 첫눈에 벌써 욕망이 솟아나든지 아니면 결코 욕망이란 존재하지 않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성욕과 직결된 즉각적인 지성이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의 살갗은 놀랄 만큼 부드럽다. 그의 몸은 마르고 힘이 없고 근육도 없다. 그의 몸에는 털도 없고 남성적인 데가 없다. 그들이 사랑을 나누고 났을 때 그는 소녀가 뜨거운 여자라는 것을 알았고, 앞으로 사랑의 행위를 즐기게 될 것이고, 그를 배신하게 될 것이고 그런 식으로 모든 남자를 배신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녀를 항아리의 찬물로 씻어주고 다시 안아준다. 소녀는 이렇게 생각한다.

“온몸에 퍼붓는 입맞춤이 나를 울게 만든다. 그 입맞춤이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날 그 방에서 눈물은 과거를 달래주었고 미래 역시 달래주었다. 우리는 연인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또다시 나를 껴안는다. 나는 그의 인생의 애첩이다.”

 

어느 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우리 회사 여직원들 사이에 귀족 성형 수?과 몽고주름 트기 눈 성형 수술이 화제가 되었을 때 나는 아직도 뒤라스의 『연인』을 천천히 읽고 있었다.

“정말이지 사람들이 너무나 나를 보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여자들처럼, 아름다운 다른 여자들처럼 예쁘다고 착각할 뻔했고 그렇게 믿을 뻔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고 다른 것, 그렇다. 다른 어떤 것. 이를테면 기질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나타내고 싶은 대로 나를 나타낼 수 있었다. 사람들이 내가 아름답기를 원하면 아름다워질 수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모든 것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믿었다. 난 내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믿었다. 나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여인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것은 화장술도, 보석도 장신구도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다. 여자들 스스로가 초래한 결핍감은 내가 보기엔 항상 일종의 실수라고 생각되었다. 욕망을 외부에서 끌어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성형수술을 포기하는 대신, 나는 뒤라스의 소녀처럼 사람들이 나에게 원하는 모든 것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사무실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타원형 테이블에 앉아 알코올 냄새 풀풀 나는, 언제나 늙은, 황폐한, 도도한, 노골적인, 외설을 참는 뒤라스를 읽는다. 책을 읽는 틈틈이, 읽기엔 벅차도 운동은 될 것 같은 두툼한 책을 들고 아령 들듯이 팔 운동을 한다. 1891년 엔젤 클레어가 테스에게 키스한 곳은, 테스의 팔에 흐르는 정맥이었단 걸 생각하면 운동을 멈출 수 없다. 사무실의 타원형 테이블을 빙글빙글 돌면서 뒤라스를 읽는다. 그 순간 행복하다. 행복감이란 내가 말하고 있는 그곳에 얼마쯤은 내가 없는 듯한 느낌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너처럼 될 수 없다는 것, 그게 내가 아쉬워하는 그 무엇이지.” 이 말은 사랑에 관한 한 최고다. 이 말을 들어본 일이 있다. 회사 앞 전철역 코너에 새로 생긴 맥줏집에서 흑맥주잔을 앞에 두고. 그때 믿어지지 않아서, 정말 좋아서 깔깔깔 웃었다. 이 말 하나만을 가슴에 품고 버티며 빵빵한 프라이드에 넘쳐 살아온 시절이 있는 나는, 언제나 뒤라스의 사랑 고백에 귀를 기울인다. 여든이 넘은 그녀는 마흔 살 차이의 젊은 연인 얀에게 늘 말한다. ‘이게 다예요.’ 그녀의 책 『이게 다예요』란 말 앞에는 육체적 그리움이 넘실댄다. 나는 모든 문장에 ‘이게 다예요’를 넣어서 복창한다. 그렇게 하면 모든 감정이 최대치로 절절해진다. 몸의 구석구석에 ‘이게 다예요’란 말을 붙여본다. 그렇게 하면 내 몸은 그 자체 고유한 아름다움을 부여받는다. 『이게 다예요』에 나오는 뒤라스의 문장은 몸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두 손의 아름다움, 그래 바로 그거예요. 당신에게 입맞춤을 보냅니다. 이 흐트러진, 부드럽지만 뜨거운 맵시를 파괴할 사람을 기다리듯 나는 당신을 기다려요.
(나는 대담하게도 어디에든 손을 갖다 댔고 나한테 권리가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말했던 건 앙드레 지드였을 거다. 여인의 맵시는 세월이 아니라 이런 손에 의해서 파괴된다.)

*함께 있는다는 것, 그것은 사랑이고 죽음이고 말이고 잠자는 것이다.(이게 다예요.)

*그는 아주 아름답다, 그에 대해 얘길 시작하노라면 더 이상 멈출 수가 없다.(이게 다예요.)

*내가 죽을 때까지 난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너무 일찍 죽지 않도록 힘써 볼게요.
내가 해야 할 건 그것뿐이에요.(이게 다예요.)

*날 어루만져줘요. 날 따라 내 얼굴 속으로 오세요, 빨리 오세요.
(침묵. 이게 다예요.)
(샤갈이 생각난다. 샤갈과 벨라는 공중에 떠올라 키스를 나눈다. 입술이 입술을, 몸이 몸을, 얼굴이 얼굴을 따라간다. 사랑은 운동하게 만든다.)

*난 널 지독히 사랑해. 우리들 사이의 너무도 큰 사랑, 공포에 이를 만큼(이게 다예요.)

*마지막 입맞춤이란 없어.(이게 다예요.)
(최대한 벌어진 입술. 그 입에 키스했어. 기쁨, 나는 그것을 먹었어. 기쁨, 싱싱한 생기, 삐죽 튀어나온 그녀의 입술, 부드럽고 따뜻한 고무 젤리 같은 입술. 이렇게 말한 건 『율리시스』에서 조이스다. 내게 다시 입맞춤을 해주시오, 그러나 눈은 보지 마세요, 라고 말한 건 캐서린인가? 히드클리프인가? 어쨌든 『폭풍의 언덕』에서 일어난 일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눈먼 사랑은 어느 경우 아주 우아하다고 생각한다.)

*빨리 오세요, 빨리 내게 당신의 힘을 조금 주세요.
내 얼굴 속으로 오세요.(이게 다예요.)

*네게 또 다른 갈망들이 있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지. 네가 슬프다는 걸 난 잘 알고 있지. 그렇지만 내겐 상관없어, 네가 날 사랑한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해, 나머지는 내게 상관없어, 내가 알게 뭐람.
(사랑하는 순간에 그가 어떤 사람인가가 정말로 중요한 순간이 있었을까? 나에겐 없었다.)

*너는 모든 것의 저자야.
모든 걸 네가 쓴 거야, 네가 지닌 육체가.(이게 다예요.)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다른 식으로 돌려 말하길 좋아한다. 너는 모든 것의 저자야. 내 몸을 지은이는 너야.)

*와서 날 사랑해줘요, 오세요… 난 네게 내 살갗을 주지.
오렴 빨리.
(여인의 살갗에 대한 묘사 중에서 나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에 나오는 그린란드 사냥꾼인 스밀라 엄마의 살갗에 대한 묘사를 좋아한다. 그녀의 피부는 겹겹이 니스 칠을 한 것 같다!는 문장이 눈앞에 출렁거린다. 인간은 자신의 피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피부는 10만 개의 털과 솜털 이상이다. 프루스트의 마르셀은 목덜미와 배의 피부를 애무당하자 안감이 보이도록 뒤집힌 천 조각처럼 살 속이 바깥으로 드러난 것처럼 느꼈다.)

*난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니야.
난 이제 입도 없고 얼굴도 없어.
(사랑하지 않는 입, 사랑하지 않는 얼굴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게 맞다. 아름답지도 않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욕망해야만 그것은 가치가 있다. 테스가 떠오른다. 정열이 조금이라도 있는 젊은 남자라면 그녀의 붉은 윗입술 중간이 살짝 들려있는 걸 보고 마음이 산란해지고 얼이 빠졌었지만 그 입술은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말들을 할 줄 아는 뒤라스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는 본보기가 있어 본 적이 없다. 나는 복종하면서 불복종했다.” 복종하면서 불복종한다는 말은 에로틱한 힘이 있다.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됨이요. 이 두 문장만이 세계를 연다.”
(이 문장은 뒤라스가 「로마」란 단편에서 쓴 다른 문장을 연상시킨다. 사라질 육체를 가진 우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 문장은 이렇다. “당신의 미소와 같은 것이지만 짓고 나면 사라져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의 육체와 같은 것이지만 사라질 것이고 사랑과 같은 것이지만 당신도 없고 나도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연인』의 그는 독신자 아파트인 그의 방 침대에 누워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그녀가 보인다. 이 육체는 다른 몸들과 달리 무한하다. 침실 안에서 그녀의 육체는 점점 확대된다. 육체는 매 순간 생성되어 그가 보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이 육체는 유연하여 마치 성숙한 여자의 육체처럼 완벽한 쾌락에 빠진다. 그녀의 육체에는 속임수가 없다. 놀라운 감각을 지닌 육체이다.” 소녀는 그가 소녀의 몸을 즐기는 것을 바라본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누리는지를 바라본다. 그런 식으로 육체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얼굴과 손과 입과 몸은 사랑을 만나기 전에는 꿈과 같은, 혹은 단순한 잠재적 가능성의 상태일 뿐이다. 사랑을 한 후에만 깨어나 매 순간 생성되고 유희와 죽음을 향해 간다. 우주와도 같다. 빅뱅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주는 잠재적으로 멈춰 있던 가능성의 운무였다. 하지만 빅뱅이 일어났다. 모든 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혼란을 겪으며 아름다워졌다. 대폭발이란 말 좋지 아니한가?

몸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은, 이제는 우리는 우리 자신을 우리 자신의 예술로 가질 때가 되었다고 말하는 듯하다. 사람은 사랑을 통해 자연이나 과학, 정치 형식과 마찬가지로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고유한 법칙으로 작동되는 예술의 영역을 자신의 몸에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몸과 얼굴이 불만족스러운 날, 성형수술 하고 싶은 날, 섹시해지고 싶은 날은 『연인』의 소녀처럼 하면 된다.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고 다른 어떤 것!을 찾아서. 자신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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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혜윤 (C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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