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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쟁 영화 연작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아무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 시대 최후의 거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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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아무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 시대 최후의 거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50년대 후반 서부극 TV 시리즈 <로하이드>의 주인공으로 얼굴을 알리고 세르지오 레오네의 60년대 스파게티 웨스턴과 7,80년대의 <더티 해리> 시리즈의 거친 형사 해리 캘러한을 연기할 때까지, 이스트우드는 단순히 깡마르고 키가 큰 액션 히어로로 각인되었을 뿐이다. 감독 데뷔작인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1971> 이후 그의 초기작들 역시 장르 영화의 수작 정도로 취급될 뿐이었다. (물론 그의 초기 영화는 이스트우드가 거장의 지위에 오르자 재평가된다.)

#1. <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의 대지를 뛰어다니며 자신을 찾는 '의무병!'이라는 외침을 뒤쫓는 존 닥 브래들리(라이언 필립). 하지만 존 닥 브래들리의 꿈일 뿐이다.

#2. <아버지의 깃발> : "배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 상륙 작전 직전, 바다에 떨어진 병사를 바라보며 킬킬거리던 병사들은 결코 배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심각해진다. "전우는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젊은이들의 이상은 그렇게 쉽게 부서져 버린다.

#3. <아버지의 깃발> : 인디언 출신의 아이라 헤이즈(아담 비치)의 얼굴은 영화 속에서 자주 클로즈업되며 장면 전환에 사용된다. 그는 전쟁 후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항상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거장이 되었으며, 할리우드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화 제작에 관해 모든 권한을 지닌 감독이다. 특히 최근작 <미스틱 리버, 2003> <밀리언 달러 베이비, 2004> 그리고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어느 것 하나 걸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선보인다. 이스트우드는 스타일을 강조하는 감독이 아니다. 이스트우드 역시 스스로 자신은 철저히 이야기에 집중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최근작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깊은 연민으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 속에서 늘 딜레마에 시달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선택한다. 그러나 과연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직접적으로 신에 대해 언급하지 않지만 어떤 측면에서 종교적이며 본질적이다.

태평양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를 다룬 2편의 연작 영화 <아버지의 깃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역시 그렇다. 40여 일간 3만 명 이상이 전사한 이 전투에서 병사들은 최악의 상황에 처하고 이스트우드 영화의 다른 주인공들이 그렇듯 최악의 딜레마, 바로 사느냐 죽느냐 또는 도망치느냐 싸우느냐의 삶과 죽음의 문제에 시달려야 한다.

#4. <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 섬에서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전쟁 영웅이 되어 버린 세 명의 병사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영웅이 되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고통스러워한다.

#5. <아버지의 깃발> : 연회장에서 제공된 케이크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모델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쏟아지는 붉은 시럽은 주인공들이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기억은 현실을 잠식한다.

#6. <아버지의 깃발> : 영화의 도입부에서 '한 장의 사진이 역사를 바꾸기도 한다'라는 말은 이 영화 속에서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장으로 전쟁 영웅이 되어 버린, 영웅이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반가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DVD 출시!

아쉽게도 국내에는 <아버지의 깃발>만이 극장 개봉했지만 <아버지의 깃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느슨하게 맞물리면서 듀엣처럼 호응하는 영화다. 두 편의 영화는 따로 떨어졌을 때도 각자의 힘을 지녔지만 두 편을 같이 볼 경우 더 강력한 영화적 힘을 지닌다. 전쟁 영화 대부분이 지닌 근본적인 결점, 즉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함으로써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한다는 약점을, 미군의 이야기를 다룬 <아버지의 깃발>과 일본군의 이야기를 다룬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서로 맞물리면서 특별한 감정의 공명을 전해준다. 그런 점에서 비록 별도의 DVD가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아버지의 깃발>과 같이 출시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DVD는 반갑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야기에 집중한다’고 늘 말하지만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는 감독이 아니다. 그의 영화는 종종 이야기를 멈추고 인물들의 감정을 담아내고 그 이야기의 빈틈 속에는 인물의 생생한 감정이 묻어난다. 몇 명의 각본가를 고용해 끊임없이 가지치기를 거듭하며 스펙터클과 시추에이션만 가득한 여느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각본 작업에서부터 별다른 조율을 거치지 않는다. 폴 해기스가 각본을 썼던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그랬고 그의 전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감독이 일본어로 모든 대사를 하는 배우만으로 촬영한 영화다. 하지만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개개의 캐릭터가 느끼는 깊은 감정의 울림으로 가득하다. 이스트우드 자신이 연기한 <밀꺸언 달러 베이비>의 프랭키가, 병상에 누워 안락사하?를 원하는 메기를 슬픔과 애정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얼굴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둘의 사랑을 모두 설명하는 것처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파도와 전쟁의 고통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7. <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한 장면과 연결되는 이 장면에서 주인공 병사들은 일본군의 옥쇄 후의 모습을 발견한다. 두 편의 영화는 서로 대구를 이루는 몇 장면을 통해 이오지마 전투의 상대편과 전쟁 후까지를 담아낸다.

#8. <아버지의 깃발> : 병사들에 의해서 진정한 영웅으로 기억되는 마이크(배리 패퍼)는 아군의 박격포에 목숨을 잃는다. 영화의 후반부에 연속적으로 배치된 전우들의 전사 장면 기억은 바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원인이 된다.

#9. <아버지의 깃발> : 영화의 앞부분과 이어지는 장면. 병사들은 전쟁 공채 모금을 위해 야구장에 밀집한 대중 앞에서 국기 게양 의식을 재현한다.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이미 많이 파괴된 상태다.

<아버지의 깃발> : 전쟁 영웅들의 후일담

<아버지의 깃발>은 6명의 병사가 이오지마 섬의 수라바치 산에 성조기를 꽂는 유명한 사진으로 출발한다. 이 6명의 병사 중 살아남은 세 명의 병사는 전쟁 영웅이 되어 고향으로 귀환하고 그들은 전쟁 공채 캠페인에 동원되어 바쁜 나날을 보낸다. 외형상 전쟁 영화처럼 보이는 <아버지의 깃발>은 실은 ‘전쟁 후의 인간’에 대한 영화며 ‘영?’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는 영화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영화의 주인공이자 원작자의 아버지이기도 한 초로의 노인 존 닥 브래들리(라이언 필립)는 뒤돌아보며 ‘위생병’이라고 외치는 전우의 외침을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아버지의 깃발>의 오프닝은 평생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전쟁’의 실체를 형상화한다. 그리고 영화는 ‘전쟁’의 고통을 깊이 파고든다. 귀환한 세 명의 병사 중 둘은 자신이 영웅시되는 것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오직 (실은 전투 요원이 아닌) 전령이었던 레니 개그논(제시 브래드포드)만이 얼렁뚱땅 그 사실을 받아들일 뿐이다. <아버지의 깃발>은 대부분 다른 두 병사, 즉 존 닥 브래들리와 아이라 헤이즈(아담 비치)가 느끼는 고통의 실체를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영화는 현재 시점, 즉 애국 공채 캠페인 활동으로 바쁜 귀환 후의 미국과 과거 시점, 즉 상륙으로 시작된 이오지마 전투 상황으로 종종 옮겨져 진행된다.

#10. <아버지의 깃발> : 자신을 따르던 이기(제이미 벨)를 애타게 찾는 존 닥 브래들리. 이기를 잃은 그의 절망감은 평생을 뒤따른다.

#11. <아버지의 깃발> : 울먹이며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말하는 아이라. 그는 자신이 영웅이라는 점을 견디지 못한다.

#12. <아버지의 깃발> : 원작자의 아버지였던 존 닥 브래들리는 자신의 전쟁 경험을 살아생전 아들에게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의 기억이 그 자신을 얼마나 괴롭혔을지는 영화를 통해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외형상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식의 미스터리 구조를 채용하지만 <아버지의 깃발>에서 사건의 진실 따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영웅이 되기를 거부한 영웅을 통해 과연 현대적인 미국의 영웅은 어떻게 탄생?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에서 전우를 잃은 병사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회의하는 것에 비해서 관료와 군대는 계산된 논리로만 그들을 이용한다. 이들은 일종의 대중 스타로서 대중과 관료 그리고 기업가에게 소비되지만 늘 낯선 곳에 서 있는 듯한 생경함으로 가득하다.

연회장에서 성조기를 꽂는 자신들의 모습을 모델로 한 케이크 위에 새빨간 딸기 시럽이 부어지는 걸 보고 주인공들이 피와 고통으로 얼룩진 전장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는 장면에서 보듯 전쟁의 기억은 주인공들을 괴롭힌다. 이스트우드는 <아버지의 깃발>에서 표현된 전장의 현장을 무심한 듯 그려나간다. 주인공들의 곁을 지키다 사라져가는 병사들은 대개 유언 한마디 제대로 남기는 법이 없다. 뛰어난 리더였던 마이크(배리 페퍼)는 아군의 박격포를 맞고 전사하고 존 닥 브래들리를 따르던 이기(제이미 벨)의 주검에서 느끼는 비참함은 단지 존의 얼굴 표정으로만 가늠할 뿐이다. 영화 속 주검은 끔찍하지만 이스트우드는 음악도 자제하고 특별한 효과도 없이 무심하게 담아낸다. 그리고 그 끔찍한 고통을 지켜봤던 사람들의 마음으로 전쟁을 이야기한다. 그 억눌린 감정 위에서 비릿한 인간애가 느껴지는 영화가 <아버지의 깃발>이다.

#1.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사이고의 내레이션. 이 영화는 편지로 시작해 편지로 끝이 난다. 대부분 돌아오지 못한 평범한 군인들에 대한 기억.

#2.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토(나카무라 시도우)는 군국주의 일본을 대표하는 무지막지한 군인 중 하나다. 이 영화의 여러 주인공 중 하나인 그의 모습을 뒤쫓는 것도 영화의 재미 중 하나.

#3.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쿠라바야시(와타나베 켄)와 니시(이하라 쯔요시)는 진정한 의미의 우정을 나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이들은 모순된 논리가 지배하는 일본군 내에서 다른 의미의 피해자기도 하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전쟁과 인간

이스트우드는 DVD 서플먼트에서 ‘미군의 가족들은 군인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일본군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이오지마 전투에서 미국이 6,000명 남짓 병사를 잃는 동안 일본군은 약 2만의 병사를 잃었다. 그리고 상당수는 포로가 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옥쇄'를 통해 삶을 마감한다. 마침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는 그런 일본군의 옥쇄 장면이 등장한다. 자신의 철모에 수류탄을 부딪혀 뇌관을 작동하여 수류탄을 품에 안은 채 차례로 죽어가는 일본 병사들과 그렇게 죽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강요하는 장교의 모습. 하지만 죽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은 깊은 번뇌와 절망만이 가득할 뿐이다. 이렇게 죽어간 일본군의 모습은 <아버지의 깃발>에도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목격한, 옥쇄를 선택한 일본군의 모습은 끔찍하게만 느껴진다. 두 편의 영화에서 대구를 이루는 이 장면을 통해 이스트우드는 국가주의가 지닌 비극성을 비판한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는 크게 두 개의 일본군 장교 집단이 등장한다. 미국 유학파 출신의 쿠라바야시 중장(와타나베 켄)과 올림픽 승마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니시 중령(쯔요시 이하라)이 합리적인 지휘자라면, 이토 중위(나카무라 시도)와 타니다 대위(타쿠미 반도)로 대변되는 고집스럽고 잔혹한 부정적인 장교 집단이 있다. 일본군의 비극은 전쟁 상황에서 인간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부정적인 장교 집단에서 비롯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일반 병사, 사이고(니노미야 카즈나리)와 시미즈(카세 료)는 그런 부조리한 상황을 체감하는 인물이다. 이 영화의 많은 등장인물 중 회상 장면이 등장하는 쿠라바야시 중장과 사이고와 시미즈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니시 중령은 일종의 전쟁 피해자에 가깝게 묘사된다.

#4.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사이고(니노미야 카즈나리)의 회상 장면. 사이고는 일본에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온 기억을 끄집어낸다.

#5.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오지마 전투를 이끌었던 쿠라바야시는 일본군 내에서 '친미파'로 통했던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불합리를 고쳐나가는 데 주력하는 인물이다.

#6.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영화 속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인 옥쇄 장면. '국가를 위해 죽으라'는 명령을 따르기는 하지만 병사들의 모습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내레이션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자 전장을 벗어나고픈 마음을 들려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이고의 회상은 주로 두고 온 아내 하나코(유키 나에)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다. ‘하나코, 여기서는 파기만 해’라고 말하는 사이고의 편지 내용으로 영화는 시작하고, 그것은 애절하게 생을 마친 군인들이 대부분 가족을 남겨두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한다.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쿠라바야시 중장 역시 마찬가지다. 쿠라바야시의 내레이션은 군인으로서의 의지와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나타낸다. 하지만 사이고의 회상 장면이 전적으로 가족에 관한 것이라면 쿠라바야시의 회상 장면은 대부분 미국에 머물렀던 시절에 관한 것이다. 다분히 쿠라바야시의 회상 장면은 정치적이다. 한 장면에서 쿠라바야시는 미군 장교의 부인에게 ‘당신과 나의 남편이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쿠라바야시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쿠라바야시는 합리적인 지휘관이지만 국가를 위해 죽어갈 준비가 된 국가주의자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말처럼 그의 ‘국가’는 실체가 없다. 특히나 그건 전직 헌병인 시미즈의 회상 장면에서 증명된다. 시미즈는 헌병 시절 시끄럽다는 이유로 개를 사살하라는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사지로 내몰린다. 그건 갑작스럽게 들이닥쳐 징병을 통보하는 폭력적인 사이고의 징집 장면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7.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헌병대 출신의 시미즈(카세 료)와 사이고는 서로 적대시하지만 죽음의 위기를 넘기면서 서서히 가까워진다. 다른 전쟁 영화였다면 '비겁자'로 통할 이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들에게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8.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쿠라바야시의 회상 장면. 그는 미국의 친구에게 권총을 선물 받는다. 전쟁 시절이 아닌 그의 기억 속 과거는 한층 화사한 톤으로 표현된다.

#9.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니시는 죽은 미군 병사가 지닌 편지를 읽어준다. 니시의 부하들은 미군과 자신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다. 영화가 후반부로 진행할수록 영화의 색감은 점점 엷어진다. 죽음의 시간으로 향하는 병사들.

<아버지의 깃발>처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 특유의 느릿한 템포로 진행된다. 이 영화에서 전쟁의 물리적 폭력성은 전투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하는 <아버지의 깃발>에 비해 그다지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 대부분을 동굴 속에서 지내는 인물들의 모습만으로도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전장의 무시무시함을 표현해낸다.

이야기로서 논리적 완결성을 지닌 <아버지의 깃발>에 비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더욱 정서적인 영화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죽음을 맞이할 것을 우리는 이미 안다. 이스트우드는 그렇게 죽어가는 개개 인물의 안타까움을 절절히 들려주는 데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버지의 깃발>처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역시 종종 인물들의 회상 장면을 통해 그들의 과거를 들려주지만 그 이야기를 묘사하는 장면은 오히려 현재 시점의 장면보다 감정적으로 덜 고양된다. 이스트우드는 전쟁 자체가 그리움이나 이별의 아쉬움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감정을 무덤덤하게 표현하는 듯한데 그 감정의 깊이가 만만치 않은 영화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다.

#10.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영화의 도입부에서는 강성 장교의 전형으로 보였던 이토는 결국 자신이 말한 바를 지키지 못한다.

#11.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깊은 고민 속에서 어렵게 삶을 선택한 시미즈. 하지만 전쟁은 자신만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2.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오지마 병사들을 응원하는 어린이들의 노래를 듣는 쿠라바야시. 하지만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군국주의를 응원하는 내용처럼 들리지 않는다.

‘보수주의자’로 잘 알려진 이스트우드니만큼 이 두 편의 영화는 결코 반전(反戰)을 주제로 다루지 않는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전쟁 자체를 부정적으로 살피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며 심지어 국가주의자인 쿠라바야시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는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가장 슬픈 장면은 쿠라바야시가 본국의 어린이들이 부르는 군국주의 노래를 듣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매우 역설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아무리 살펴봐도 쿠라바야시가 가사에 감명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서다.

<아버지의 깃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폭력이 상황 자체를 지배하는 전쟁에 잠식당하는 인간에 관한 영화다. 이스트우드가 동정하는 것은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한 인간이다. 그건 DVD 서플먼트에서 ‘그들(죽어간 병사들)을 잊어서는 안된다’라고 자주 말하는 스태프와 배우들의 목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는 바다. 물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전쟁의 당위성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두 편의 영화 속에서 전쟁은 어쨌든 참혹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곳이다. 모순된 말이기는 하지만 이스트우드는 전쟁을 옹호하지도 전쟁을 반대하지도 않는 영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아버지의 깃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윤리학이다. 그토록 모호한 영화가 그토록 처연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

<아버지의 깃발> 메인 메뉴

<아버지의 깃발> 장면 선택 메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메인 메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장면 선택 메뉴

#13. <아버지의 깃발> : 아이라는 성공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 병리학적으로는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그의 인생은 서글프기 짝이 없다.

#14. <아버지의 깃발> : 영화의 마지막에서 존 닥 브래들리는 이오지마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전해준다.

#13.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영화의 후반부에서 쿠라바야시는 미국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자신을 기억한다. 그 역시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가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14.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사이고.


전쟁의 묵직함이 표현된 영상


<아버지의 깃발><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모두 2.40:1 아나몰픽의 영상을 지원한다. 두 편 모두 인물의 질감이나 윤곽선의 표현력은 우수한 편이나 색감 자체는 채도가 높지 않아 그다지 깨끗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모두 감독이 의도한 색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편 중에서는 비교적 저예산(두 편의 제작비 규모는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색감이 더욱 어둡게 느껴지는데, 기본적으로 동굴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인 데다가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흑백과 흡사한 영상을 선보여서다. 곽경택의 <친구>에서도 선보였던 '블리치 바이 패스' 기법을 사용한 만큼 색감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 하지만 최신작답게 전반적인 영상의 표현력은 꽤 우수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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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적인 음향 표현력


두 편 모두 돌비 디지털 5.1 채널을 지원한다. 음향의 임팩트는 전투 장면이 많은 <아버지의 깃발>이 아무래도 더욱 두드러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작곡한 음악은 먹먹한 감정을 일으키며 영화 자체에 충실한 편인데 어쿠스틱 사운드가 잘 살아 있는 편이다. 음향 효과의 표현은 강력함을 강조하기보다는 현실적이며 차가운 느낌의 사운드 디자인이 두드러진데 전투 장면의 방향감은 잘 살아 있는 편이다. ★★★

<아버지의 깃발> 서플먼트

두 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아버지의 깃발> DVD에서도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음성 해설을 하지 않는다. 다만 두 번째 디스크 첫 머리의 소개 영상과 몇몇 인터뷰 클립을 서플먼트에 담았을 뿐이다. 묵직한 메인 테마를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는 서플먼트의 내용물은 꽤 튼실해 영화의 여러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모든 서플먼트가 아나몰픽을 지원한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 하지만 미국인의 애국주의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인터뷰 대상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전사자에 대한 애도'가 조금은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재미보다는 진지한 느낌의 서플먼트가 두 번째 디스크를 주로 메우고 있으며 아래 소개되는 서플먼트 외에도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다. ★★★


<아버지의 깃발> Disc 2의 메인 메뉴

스페셜 피처 메뉴 1

스페셜 피처 메뉴 2


An Introduction by Clint Eastwood (05:06)

제목처럼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소개 영상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개인적으로 <아버지의 깃발>에 많은 감명을 받았으며 어떻게 관객에게 접근할 것인지를 고민했다고…. 하루뿐이었지만 직접 이오지마 섬을 방문했던 이스트우드의 사진과 이오지마 전투에 관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



Words on the Page (17:01)

영화의 주인공인 존 닥 브래들리의 아들이자 원작이 된 책 『아버지의 깃발』의 저자 제임스 브래들리, 각본에 참여함 윌리엄 브로이스 주니어, 폴 해기스 등이 인터뷰를 통해 어떤 과정을 거쳐 각본을 쓰게 되었는가를 들려준다.



Six Brave Men (19:51)

배우들이 자신이 연기했던 실존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영화 속에서 젊은 병사를 연기했던 배우들 대부분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연기를 펼쳐보였던 그들의 고민을 접해볼 수 있는 메뉴.



The Making of an Epic (30:11)

메이킹 필름. 제작 초기부터 캐스팅, 프로덕션 디자인, 촬영, 편집 등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살펴보는 메뉴다. 특히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타계한 전설적인 프로덕션 디자이너 헨리 범스테드의 사망 전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으며 노장 감독과 베테랑 스태프의 촬영 현장 모습도 잠시나마 체감해 볼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과 인연이 깊은 스태프를 계속 고용하는 것으로 이름 높은데, 그런 이스트우드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Raising The Flag (03:25)

태평양 전쟁 승리를 상징하던 이오지마 섬에 성조기를 꽂을 당시의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역사 속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한 영화 속 장면 제작 과정을 담고 있다.


Visual Effects (14:54)

영화 속에 사용한 컴퓨터 특수 효과에 관한 메뉴.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어비스> 등으로 유명한 '디지털 도메인'이 특수 효과를 담당했는데, 특히 물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회사라서 선택되었다고 한다. 비행기 조종사의 시점 샷이나 상륙 작전 당시의 수많은 배와 장갑차 등은 모두 '디지털 도메인'의 솜씨.


Looking Into The Past (09:26)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이오지마 전투와 전쟁 공채 모금 활동에 관한 뉴스 릴을 모아 놓았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실제 모습과 참혹했던 전장의 실제 모습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서플먼트

<아버지의 깃발> DVD에 비하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DVD의 구성은 단출한 편이다. 자막도 한국어만 지원한다는 것도 특이한 점. 출시 자체가 <아버지의 깃발>과 묶어서 판매되므로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듯하다. 메이킹 필름 역시 20분 정도로 그다지 길지 않고 캐스팅 과정을 다룬 메뉴 정도를 제외하면 메인 서플먼트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비록 아나몰픽 화면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일본에서 열린 월드 프리미어 당시의 무대 인사 장면과 기자 회견 장면이 비교적 긴 분량으로 담겨 있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서플먼트 메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서플먼트 메뉴 2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Disc 2 언어 선택 메뉴


Red Sun, Black Sand : The Making of Letters from Iwo Jima (20:59)

오랜 조사 과정을 통해 두 편의 영화를 만들기로 한 제작진이 어떻게 일본인들이 중심인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제작하기로 하고 영화를 어떻게 완성하는가를 다룬 메이킹 필름. 이 클립의 제목 'Red Sun, Black Sand'는 각본가인 아이리스 야마시타가 쓴 초고의 이름이다. 일본 쪽에는 생존자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 각본은 일본이 참여한 여러 전투의 에피소드를 참조하여 썼다고 한다. 각본 작업에 관한 것 외에도 미술, 의상, 촬영 등 영화 제작 전반에 관한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다.



The Faces of Combat: The Cast of Letters from Iwo Jima (18:36)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에서 오랜 기간 캐스팅 담당자로 일했던 팰리스 허프만은 불치병에 걸려 병상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그의 아들 맷 허프만이 일본계 미국인인 유미 다카다를 섭외하면서 캐스팅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이 메뉴는 영화의 캐스팅에 관한 메뉴로 캐스팅 과정과 배우들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제작진은 애초부터 와타나베 켄을 쿠라바야시 중장역으로 점찍어 놓은 상태에서 캐스팅을 진행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유, 무명 배우가 뒤섞인 오디션 테이프를 보며 의견을 내놓았다고. 그중 사이고 역을 연기한 카즈나리 니노미야는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 카즈나리 니노미야는 '늘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이 자신과 사이고의 공통점'이라며 익살을 떤다. 시미즈 역을 맡은 료 카세와 니시 역의 쯔요시 이하라 역시 일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우며 조역을 연기한 히로시 와타나베, 타쿠미 반도 등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라고 한다. 하나코 역의 나에 유키 역시 일본의 유명 배우로 현재는 LA에서 산다고…. 다만 이토 중위 역을 연기한 나카무라 시도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다소 의외.


Images from the Frontlines : The Photography of Letters from Iwo Jima (3:25)

말 그대로 이미지 갤러리. 처연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여러 이미지를 배경음악과 함께 선보인다.


11/15/2006 World Premiere at Budo-kan in Tokyo (16:06)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작년 11월 15일 일본 무도관에서 월드 프리미어가 열렸는데, 그 현장에 나온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각본가인 아이리스 야마시타 그리고 와타나베 켄을 비롯한 배우들의 무대 인사 모습을 담은 메뉴.


11/16/2006 Press Conference at Grand Hyatt Tokyo (24:27)

월드 프리미어 다음 날에 열린 일본의 기자 회견 장면을 담은 메뉴.


<아버지의 깃발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CE 한정판>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라이언 필립, 아담 비치, 와타나베 켄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2.40:1
음향 Dolby Digital 5.1

더빙 (아버지…) 영어, 태국어, (…편지) 일본어

자막 한국어, 영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상영시간 (아버지…)132분, (…편지) 141분

지역코드 Dual Layer / Region 3

                                        제작년몶 2006년
                                        출시일자 2007-06-05


Special Feature

[아버지의 깃발]
- An Introduction By Clint Eastwood ( 5분 6초)

- Words On The Page ( 17분)

- Six Brave Men ( 19분 50초)

- The Making Of An Epic ( 30분 10초)

- Rasing The Flag ( 3분 26초)

- Visual Effects ( 14분 54초)

- Looking Into The Past ( 9분 26초)

- Theatrical Trailer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Red Sun, Black Sand : The Making Of Letters From Iwo Jima ( 20분 14초)

- The Face Of Combat : The Cast Of Letters From Iwo Jima ( 18분 24초)

- Image From The Frontline : The Photography Of Letters From Iwo Jima( 3분 15초)

- 2006 World Premiere at Budo-kan in Tokyo ( 15분 29초)

- 2006 Press Conference at Grand Hyatt Tokyo ( 24분 28초)

- Theatrical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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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뒤바꾼 역사의 진실.. '거짓'일 수 밖에 없었던 조 로젠탈의 사진 한 장 1945년 2월 19일, 이오지마에 상륙한 미해병 5사단은 수라바치산 점령에 나섰다. 침략 닷새째 미군은 엄청난 사상자를 냈지만 일본군을 섬의 동굴로 후퇴시키는 데 성공했다. 전투에서 피 흘렸던 수많은 군인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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