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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세련된 향기가 묻어나는 곳, 프린스턴 스퀘어

북 카페, 어른들만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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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매주 채워지는 신간으로 구비된 5,000권이 넘는 양서와 또 그 책을 사랑해주시는 이 카페의 손님들이죠.” 매니저의 이야기가 정말 빈말이 아닌 듯 이곳 손님들은 아주 예전부터 이곳을 이용한 단골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그 분위기에 전혀 낯설지 않다.

황사가 심하다는 보도를 듣고도 아이들과 주말에 그냥 집에 있기가 너무 아까워서 일단 오전에 미술관에 들렀다. 막바지의 ‘르네 마그리트’전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엄마, 이렇게 사람 많은 곳 말고 좀 한가하고 그런 곳 없어?”

공기도 공기려니와 아이들은 많은 사람에 벌써 지쳐버렸다. 황사 덕에 바로 앞 시청의 시원한 분수도 그림의 떡이 되어버리니, 정말 한가하게 마음을 쉴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때 둘째가 지나가는 말로
“여기 근처에는 북 카페 뭐 그런 곳 없어?”라고 말한다.

옳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래서 지난번 초방에 갔다가 그냥 간판만 보고 돌아선 프린스턴 스퀘어에 가보기로 했다.


프린스턴 스퀘어

“너희, 프린스턴이란 대학이라고 들어봤니?” 내 질문에 두 아이 모두 눈만 끔뻑한다. “하버드는 들어 봤는데….” 하기야 아직은 공부보다 뛰어놀 거리에 더 흥미가 있는 아이들인지라 국내 대학 이름도 잘 모르는 판에 하물며 외국 대학이라니.

“하버드만큼 미국에서 유명한 대학이래, 소윤아. 너랑 생일이 같은 제임스 매디슨이라고 미국 대통령도 이 대학 출신이래.”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프린스턴 스퀘어 앞까지 갔다. “어? 여기도 프린스턴이네.” 아이들이 북 카페의 간판을 보자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프린스턴 스퀘어 앞에서

그런데 북 카페에 들어선 아이들이 왠지 다른 때와는 달리 반응이 조용하다.

“엄마, 여기는 어른들만 오는 곳인가 봐.”

세련된 인테리어에 빛이 쏟아져 들어올 것만 같은 전면 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벽 한쪽을 모두 체리나무 책꽂이로 장식한 카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커다랗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고 책 속에 빠진 사람들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그렇지만 이내 카페 도우미의 친절한 안내로 카페 이용법을 듣고 각자 마시고 싶은 음료를 시켰다, 갓 구운 듯 맛난 과자와 함께 나온 차를 마시며 천천히 카페를 둘러보니 그제야 여러 가지 카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차를 마신 다음 각자 카페 탐험을 시작했다.

둘째는 입구에 있던 인터넷 부스로 달려갔다. 프린스턴 스퀘어는 1층과 지하로 구분되어 있는데 층마다 무료 인터넷 이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무료기는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들의 암묵적인 약속으로 뒷사람을 생각하여 너무 오래 이용하지 않는 것을 예의로 한다고 한다. 둘째에게 그 점을 이야기해주고 큰아이가 있는 지하공간으로 내려가 보았다.

1층에 마련된 인터넷 공간

지하의 공간은 뭐랄까… 1층의 카페테리아 같은 분위기보다 훨씬 자유롭고 산뜻했다. 낮은 칸막이로 구분된 공간이 있고 한쪽에 바와 인터넷 공간이 있었으며 또 16인용, 10인용, 8인용 등 회의 공간과 각각 화이트보드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 공간은 미닫이문으로 공간을 나눌 수도 있고 또 전체 80명분의 세미나실로 만들 수도 있는 유용한 공간이었다.

지하 세미나실 전경

1층처럼 커다란 책꽂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친구 집 거실에라도 온 것처럼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책꽂이에 책이 한 아름 꽂혀있었는데 한쪽 구석에서 정신없이 책을 읽는 큰 녀석을 발견했다. 아는 척할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한참 책 속 주인공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표정의 아이에게, 이 순간은 어쩌면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의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말이다.

간단한 보드게임도 할 수 있다
세미나실의 인터넷 공간
독서 삼매경에 빠진 아이


나는 다시 1층으로 올라와서 책꽂이에서 뽑아든
보물섬』의 첫 페이지를 펼쳤다.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일요일 오후에 『보물섬』을 읽고 있으니 나 자신이 어린 시절로 타임슬립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의 자랑은 뭐니 뭐니 해도 매주 채워지는 신간으로 구비된 5,000권이 넘는 양서와 또 그 책을 사랑해주시는 이 카페의 손님들이죠.” 매니저의 이야기가 정말 빈말이 아닌 듯 이곳 손님들은 아주 예전부터 이곳을 이용한 단골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그 분위기에 전혀 낯설지 않다.

“실제로 매일 오시던 손님이 어느 날부터 이곳 프린스턴 스퀘어의 식구가 되어서 함께 일하기도 하고 그래요.” 근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 손님이지만 가끔은 명사도 이곳을 찾는데 최근에는 손석희 아나운서가 왔었다고 살짝 귀띔해준다.

1층에는 책이 가득한 책장과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가 있다

하지만 북 카페라고 마냥 ‘내 집처럼 편안하게’라고 생각하면 낭패다. 이곳에도 엄연히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입구에 쓰인 ‘외부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말에 나도 가방에 담아갔던 빵을 꺼내보지 못했지만 번화가도 아닌 곳에, 더구나 음료 하나 시키면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온종일 읽든 말든 상관 않는 공간이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을 리가 없다. 또 주말에는 3시간 이상 이용고객에게는 1,000원의 부가요금을 받는다.

그리고 전 공간이 금연이지만 흡연자도 배려해놓았는데, 지하에 마련된 흡연공간은 탈취제와 환풍기까지 마련되어 있어서 ‘고립’이 아닌 ‘배려’라는 말이 이보다 어울리는 곳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책은 기본적으로 대출할 수 없지만 오래된 단골손님에게는 대출도 한다고 하는데, 아주 가끔 책이 분실되는 일도 있다고 하니 보던 책은 제자리에, 그리고 책을 소중하게 다루는 마음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서로 책을 읽는 분위기다 보니 강제성은 아니더라도 ‘정숙’은 기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하에 흡연자를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과 책을 읽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어 버렸다. 서로 아쉬운 마음으로 책꽂이에 책을 꽂고 집으로 향했다. 달라진 신촌 기차역과 이대 앞의 북적거림을 지나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 아이들이 말한다.

“엄마, 우리 하버드는 못 가봤어도 프린스턴은 가본 거네.”

하하 녀석들, 언젠가 사진으로만 본 프린스턴 대학 내의 아동도서관에 아이들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런 날도 올까?

프린스턴 스퀘어에서는 책을 교환하거나 기증받기도 한다니 다음번에 아이들과 갈 때는 읽을 만한 어린이 책을 한번 가져가 봐야겠다. 나처럼 아이들을 데려오는 부모에게는 혹 반가운 책이 될지도 모르니까.


[Tip]
프린스턴 스퀘어(
//www.princetonsquare.co.kr/index.htm)
- 운영 : 매일 오전 10시~밤 11시(연중무휴/설, 추석 제외)
- 위치: 이대 후문 맞은편 금화췅널 가기 전 다미 분식 골목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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