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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의 결혼식

전도연이야 결혼한다고 심은하처럼 휙 은퇴해버릴 사람이 아니니 제가 특별히 그 때문에 걱정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요. 이 모든 건 그냥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결혼식 자체가 아니라 결혼식을 둘러싸고 일어난 무의미한 소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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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영화배우 전도연이 결혼했습니다. ‘인륜지대사’라고들 하니 저도 축하해 주어야겠지요. 전도연이야 결혼한다고 심은하처럼 휙 은퇴해버릴 사람이 아니니 제가 특별히 그 때문에 걱정을 해야 할 필요도 없고요. 이 모든 건 그냥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결혼식 자체가 아니라 결혼식을 둘러싸고 일어난 무의미한 소동입니다.

전도연은 결혼식을 철저하게 개인적으로 진행했지요. 사진도 공개하지 않았고 결혼식에 기자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처럼 조용하게 식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전에도 말한 적 있으니 그 말을 그대로 지킨 거죠. 아니, 지켰다기보다는 그냥 한 겁니다. 정상적인 세계에서라면 당연히 넘어갔을 일이죠. 결혼식이란 기본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입니다. 남이 뛰어들어 참견할 일이 아니죠. 초대를 받지 않았다면 더욱더 그렇고요.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
물론 그렇다고 기자들이 전도연과 남편을 가만히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만한 일이긴 하죠. 원래부터 하던 일을 계속 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신랑의 정체를 탐정처럼 파헤치고, 몰래 잠복했다가 신부의 사진을 찍고, 직접 들어갈 수 없는 결혼식장 앞을 지키고 서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고를 듣고…. 솔직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식이라는 게 다 똑같은 거 아닙니까? 그런 첩보를 동원해 시청자에게 시시콜콜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할 이유는 뭐가 있답니까?

하지만 그것까지는 괜찮습니다. 늘 하던 일을 안 할 수도 없으니까요.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면 관성 때문에 고꾸라지게 마련이죠. 솔직히 그런 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전혀 없으라는 법도 없고. 한 장 찍힌 전도연 웨딩드레스 사진도 꽤 장사가 잘되었을 겁니다.

문제는 그들이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한동안 포털 사이트 대문에 떡하니 붙어 있던 모 기사는 전도연과 심은하를 일대일로 비교하면서 (제목이 뭐였던가요. “심은하도 이러지 않았다”던가?) 전도연의 비밀 결혼식을 비난했지요. 웨딩 사진을 돌리지 않고 비밀로 진행한 것이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던가? 설마요.

여기서 한번 원론으로 돌아가 보기로 합시다. 가장 기초적인 원론은, 개인사는 당사자만의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많은 유명인사가 자신의 결혼이나 출산 같은 개인사를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공개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그래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이미지 팔기가 직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이건 예의도 아니고 의무도 아닙니다. 그냥 상호 동의한 상부상조인 거죠. 이걸 자기네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기자들의 괴상한 판타지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과대평가하는 거예요. 어느 순간부터 인권 개념이 흐릿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아, 원래 연예인에겐 인권이 없던가요?

사실 이런 불평은 서구 파파라치의 행위보다 더 어이가 없습니다. 적어도 그들은 파리 떼처럼 유명인사를 공격하더라도 그들에게 정통으로 얻어맞지 않는 한 그들의 행동에 ‘충고’하는 일은 없습니다. 전도연 결혼식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고요? 그럼 그들은 게임에서 진 겁니다. 그냥 패자로서 조용히 물러나면 되지요. 웨딩 사진도 보여주지 않고 비밀로 진행했다는, 정말로 당연한 개인적 선택을 물고 늘어지며, 그게 마치 대단한 죄라도 되는 양 투덜거릴 필요는 없다는 거죠. 여기서부터는 그냥 염치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염치라는 건 그들이 말하는 ‘예의’의 기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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