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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작은 도서관'을 아시나요?

오늘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서울숲으로 나들이를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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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 서울숲으로 나들이를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공원을 돌고 나면 출출할지도 몰라 동네 떡집에서 맛난 인절미와 타래과자를 사서 가방에 넣고 옷도 두둑이 챙겨 입고 나선 길은 마지막 가을 단풍이 반갑게 맞아주었지요. 지하철 2호선 뚝섬역에 내려 에스콰이어 빌딩 샛길로 쭉 걸어가면 바로 서울숲을 만나게 되는데요,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뚝섬 정수장에 와보았던 기억이 나는지 그때 이야기를 하네요. 정수장이 숲으로 바뀌고 나서는 처음 가보는 것이라 아이들도 저도 설렘으로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일단 방문자센터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공원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는데 아이들은 방문자센터 옆에 설치된 자전거 대여소를 보고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성화네요. 그런데 그때 제 눈에 띈 것은 바로 방문자센터 옆에 자리한 [숲속 작은 도서관]이었어요. 책 좋아하는 제게 이 공간의 발견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보물을 찾은 느낌이랄까요?

숲속 ‘작은 도서관’의 귀여운 간판


숲속 ‘작은 도서관의 책수레 도서 반납대


도서관 앞에는 두 개의 야외 도서대가 있었어요. [책수레]라고 이름 붙은 공간입니다. 숲에 놀러 와서 자연과 함께 어울려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곳이었어요. 낙엽이 지고 서서히 겨울 준비를 하는 한가로운 공원에서 바쁜 일상을 벗어나 책 한 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런 공간은 정말 반가운 곳이겠지요? 외국 영화를 볼 때마다 넓은 도심 속 공원에서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서 늘 영화 속에서나 있는 일이지,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시간을 정해서 책을 자유로이 빌려가서 보고 가져오면 되는 시스템이어서 누구나 책과 함께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답니다.

한쪽에는 커다란 책을 올려놓은 나무 조형물이 있었어요. 뭐하는 곳일까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나 책 수레에 자율반납이 어려운 분들은 그곳에 책을 넣어두고 가면 된다고 하네요. “혹시 책을 그냥 가져가는 분은 없을까요?” 괜한 걱정의 질문을 하자 맘씨 좋아 뵈는 자원봉사자 분은 “글쎄요… 책을 다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그런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요?” 하시네요.^^

숲속 ‘작은 도서관’ 앞의 책수레


숲속 ‘작은 도서관’ 앞의 책수레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아이


아이들과 함께 [숲속 작은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작은 공간이었지만 참 맘에 들었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과 신발 벗고 들어가서 배 깔고 엎드려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아이들과 천천히 책장을 넘겼습니다. 살짝 열어놓은 창 밖 너머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아, 이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있을까?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나 봐요.”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이 책을 정리하며 이야기를 건네셨습니다. “네, 이 공간이 꽤 편안한가 봐요. 그런데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나요?” 휴관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 [숲속 작은 도서관]은 주중에는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단체 방문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고 주말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많이 찾는다고 하시며 가끔 책 읽어 주는 프로그램도 하고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소개하는 자원봉사자 분의 말씀을 들으며 나도 시간이 된다면 이런 곳에서 자원봉사를 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내친김에 어떻게 해서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시게 되었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사실 전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집에만 있었어요.” 수줍어하시며 말문을 연 자원봉사자 분은 이제 아이들 다 키우고 나니 오히려 집에만 있는 엄마보다는 사회활동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원하더라, 하시면서 큰딸의 적극적인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오전이나 오후 시간을 선택해서 이곳에 나와 책도 정리하고 청소도 하고 책 읽으러 오는 아이들에게 책도 권해주고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하셨습니다.

“꼬마들이 재잘거리다가도 도서관에 들어오면 다들 책 속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볼 땐 어찌나 귀엽고 예쁜지 몰라요.” 동네 작은 서점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 주고 꼬맹이들의 아지트도 만들어주고 싶지만 당장은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서 뒤로 미루어 둔 채 꿈만 꾸는 하루에게 그분의 이야기는 꼭 내가 주인인 서점을 만들지 않아도 그런 일이 가능한 공간은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하며 안일한 생각을 깨우쳐 주는 작은 충고 같았어요.

도서관 내부 풍경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


“엄마, 우리 숲 속 놀이터랑 말 보러 가요.” 책을 다 읽은 아이들은 활기찬 바깥공기 속으로 뛰어나가고 싶은가 보네요. 그래서 저도 도서관 바깥의 책 수레에서 책 한 권을 꺼내들고 앞서 달려가는 아이들을 따라 숲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숲 속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기도 하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벤치 아래서 책을 보기도 하고 환경 놀이터 쪽에서 열리는 곤충사진전과 수서식물 전시회를 구경하고 나니 금방 시간이 지나갔어요. 짧은 겨울 해를 아쉬워하며 아이들은 다음에 꼭 다시 오자, 하고 손가락 걸며 약속을 하네요.

다음에 방문했을 때 좀 더 서울 숲을 잘 돌아보려고 방문자센터에서 구입한 책이 있어요. 『공원에서 자연과 놀자』라는 시리즈 책인데 방문자센터에 비치되어 있는 무인 책 판매대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큰아이는 “엄마, 아무도 안 보는데 그냥 가져가는 사람은 없을까?” 하고 물어봅니다. 에구, 너도 엄마 닮아서 그런 생각부터 하는구나. ㅎㅎ 아이에게 우리가 구입한 책값만큼 무인판매대에 돈을 넣게 한 다음 “지키면 한없이 떳떳해지는 것이 바로 양심이란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집이 멀어 늘 방문할 수는 없겠지만 내년에는 아이들과 이 책을 들고 계절에 한 번은 꼭 방문해서 서울 숲의 일 년을 아이들과 느껴보려고 합니다. “엄마, 우리 집에 우리가 이제는 안 보는 책 있잖아. 그거 숲속 작은 도서관에 기증하면 어떨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큰아이가 말합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구나. 엄마가 한번 알아볼게.”

공원의 낙엽길 벤치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


아이들에게도, 또한 저에게도 오늘 [숲속 작은 도서관]은 보물처럼 소중하게 자리 잡은 것 같네요. “나는 다음번에 책 읽으러 갈 때는 창 밖에 눈이 왔으면 좋겠다. 그럼 책도 읽고 눈싸움도 하고, 재미있겠지, 그치 언니?” “정말, 눈이 오는 날에 우리 꼭 다시 가요!”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날 숲속 작은 도서관에서 『눈사람 아저씨』를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TIP]
* 서울숲 홈페이지 02-460-2905 / 방문자 센터 02-460-2929 //parks.seoul.go.kr/seoulforest
* 서울숲 자원봉사문의 (서울숲 사랑모임) 02-462-0253 //www.seoulforest.or.kr
* 서울숲 가는 길
 - 지하철: 2호선 뚝섬역 8번 출구(도보 10분)/ 1호선 응봉역 2번 출구(도보 20분)
 - 자전거 도로: 광화문->청계천->중랑천->한강시민공원->용비교->서울숲 지하통로
 - 한강유람선: 여의도->서울숲->잠실 (유람선 승선안내 02-3271-6900)
* 숲속 작은 도서관 개장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무)
* 자전거 대여: 오전 9시~밤 9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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