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아이의 심리를 재치있게 잘 담아낸 그림책 작가, 케빈 행크스

케빈 행크스의 초기 작품은 직설적이고 그림은 사실적인 어린이들의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스토리가 점점 유머러스하게 변하면서 동물 캐릭터를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19살에 첫 그림책을 발표한 그림책 작가, 케빈 행크스

 

세상에 눈을 뜬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2005년도 칼데콧 메달은 케빈 헹크스의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미 그 전에도 『내 사랑 뿌뿌』로 칼데콧 명예 상을 받은 작가에게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는 두 번째 칼데콧 상이 된 셈이죠. 그 외에도 이 그림책은 Publishers Weekly Best Book, New York Times Best Illustrated Book, School Library Journal Best Book, New York Public Library's "One Hundred Titles for Reading and Sharing", ALA Notable Children’s Book 등에 선정, 수상하였답니다.


그렇담 어떤 책이기에 권위 있는 기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 그림책에는 난생 처음으로 달을 본 아기 고양이가 등장하는데요, 고양이는 달을 우유 접시라고 생각하고는 달을 향해 혀를 내밀어도 보고 펄쩍 뛰어도 보고 쫓아가 보기고 합니다. 이처럼 달을 자신에게 익숙한 동그라미인 우유 접시로 착각한 고양이는 그 와중에 코도 찧고, 귀도 부딪치고, 꼬리도 눌리면서 시련을 겪게 됩니다. 늘 언제나 하늘 한가운데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 만 같은 동그란 달에 대한 가없는 동경은 어린 고양이에게는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밤, 나무를 타고 올라 제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늘 같은 거리를 유지하는 우유 접시가 커다란 호수에 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와, 맛있겠다!’ 고양이는 그 즉시 호수를 향해 뛰어 들어갔지요. 하지만 우리의 불쌍한 고양이는 호수 속에 떠있던 것이 우유 접시가 아님을 깨닫게 되죠. 이제 기운도 빠지고 기분도 엉망진창이 된 고양이는 달을 포기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행이 늘 한결같은 것이 마침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었네요. 진짜 우유를 한가득 담고 있는 커다란 접시, 이제 지치고 굶주린 배도 채웠으니 고양이가 졸다 잠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죠?


작가는 처음 만나는 세상을 신기하게 여기는 아이들의 세계를 아기 고양이를 통해 그리고 있어요. 그림마다 테두리선을 굵게 처리한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정감 있게 다가오는데요, 단색으로 그려졌는데도 고양이의 표정이 생동감이 느껴지므로 전혀 단조롭지 않답니다. 군더더기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고, 깔끔하게 고양이와 달을 중심으로 그려진 그림 속에는 생각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충분히 남겨두었습니다.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고, 또한 그런 자세가 성장 발달 단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과정인 세 살 정도의 아이들은 쉽사리 고양이에 자신을 대입시켜 이야기를 재구성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직 완벽한 언어구사력은 없어도, 작가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그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유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달을 따러 나선 고양이라고 생각하면서 빠져들게 되는 거죠. 간결한 스토리, 깔끔한 그림으로 어린 아이들이 경험하는 신기한 세상 체험을 잘 표현하고 있으므로 필독서로 자리매김을 한 것으로 보이네요.

19살 나이에 그림책 작가가 된 행운의 사나이

케빈 행크스
1960년 11월 위스콘신 주 Racine에서 태어난 케빈 행크스는 어려서부터 화가가 되는 것이 희망이었다고 합니다. 은근 도서관에 자주 가서 삽화를 중심으로 책을 고르곤 했던 그는 특히 가스 윌리엄스(Garth Williams)가 그림을 그린 챕터북(chapter book)을 자주 골라 읽었다고 합니다. 케빈 행크스는 5명의 형제 중 네 번째 아이였습니다. 형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는 케빈 행크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 덕분에 헹크스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신의 작품 속에 반영할 수 있게 되었지요.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이 훗날 화가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2학년 때 작문 선생님이 그의 글을 칭찬해주었고 케빈 행크스는 그에 고무되어 그림과 글을 함께 엮을 수 있는 어린이 책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확실한 미래의 목표를 가지된 된 케빈 행크스는 Racine Public Library(라신느 공립 도서관)의 정규 열람자가 되었습니다. 당시 그곳의 사서였던 낸시 앨스모(Nancy Elsmo)는 케빈의 열의를 즉각 알아차리고 그가 좋아할 만한 책이 도착하면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녀는 행크스에게 동네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위스콘신 대학 내 위치한 Cooperative Children's Book Center(합동 어린이 책 센터)를 일러주어, 그 곳을 자주 방문했던 케빈은 대학을 고를 때 주저하지 않고 매디슨에 위치한 위스콘신 대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름 ‘크리산테넘’을 좋아하지만 그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는 쥐순이 이야기
대학 1학년생 케빈 행크스는 자신의 작품들과 출판사 목록을 들고 뉴욕으로 갔습니다. 여러 출판사에 들러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첫 계약을 성사시켰는데, 얼마지 않아 『All Alone』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이 책은 귀여운 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후기의 케빈 행크스의 책과는 다르지만, 때로는 혼자 있고 싶고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와 감정을 다뤘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지요.

케빈 행크스의 초기 작품은 직설적이고 그림은 사실적인 어린이들의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스토리가 점점 유머러스하게 변하면서 동물 캐릭터를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장 최근의 책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에서는 단순한 된 표현과 과감한 굵은 선을 선보임으로써 보다 어린 유아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케빈 행크스의 책들은 비단 그림책에만 그치지 않고, 청소년 대상의 책인 챕터북에서 유아 대상의 그림책까지 다양하게 변주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청소년 소설 『올리브의 바다(Olive's Ocean)』로 2004년 뉴베리 명예상을 수상함으로써 글 작가로서의 역량도 유감없이 보여준 바 있습니다. 어린이만의 느낌과 생각을 재치 있게 풀어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가족 간의 정과 자신감, 용기와 창의력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누구나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볼 수 있는 따듯한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케빈 행크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은 그의 홈페이지 //www.kevinhenkes.com 으로 접속해 보세요.

쥐돌이와 쥐순이의 세계

케빈 행크스의 책 주인공으로 쥐돌이와 쥐순이가 등장한 경우는 제법 많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소개할 그림책은 1994년 칼데콧 명예 상의 수상작인 『내 사랑 뿌뿌』입니다.

이불에도 이름이 있다니 정말 재미있는 발상이 아닌가요? 우리의 주인공 오웬(영문판, 즉 저자의 오리지널 판의 책제목은 주인공 이름을 딴 『Owen』입니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끼고 지내온 노랗고 보드라운 담요가 있어요. 그 담요의 이름이 바로 뿌뿌입니다. 문제는 오웬이 늘 뿌뿌를 달고 살아간다는 거죠. 화장실에서도, 식당에서도, 계단에서도,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서도. 그러면서 오웬은 뿌뿌에 자신의 감정 모두를 이입해버려, ‘뿌뿌는 나랑 똑같은 걸 좋아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사실 오웬은 이제 뿌뿌랑 헤어져서 독립해야 할 나이가 되었건만, 결코 헤어질 수 없어 보입니다. 오웬의 엄마 아빠는 요술담요 이야기로 아침이면 뿌뿌가 사라지고, 그 대신 멋진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 오웬을 설득합니다. 행여라도 뿌뿌를 잃게 될까 오웬은 자신의 잠옷바지 속 깊숙이 뿌뿌를 넣고 잠듭니다. 아침에도 멀쩡히 자신의 잠옷바지에 있는 뿌뿌를 두고, 오웬은 거들먹거리며 부모님에게 “요술담요는 오지 않았어요.”라고 말합니다.

더러워진 뿌뿌를 빨려고 해도, 너덜해진 뿌뿌를 손보려 해도 막무가내인 오웬. 오웬에게 뿌뿌는 진정한 놀이 친구이자, 늘 함께 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이지요. 옆집 사는 족집게 아줌마까지 이제 오웬의 뿌뿌에 대한 집착을 걱정해주세요. ‘식초 비법에 대해 들어 봤수?’하며 오웬의 엄마에게 비법을 전수해주죠. 엄마는 오웬이 한 눈을 파는 사이를 이용해서 뿌뿌에 식초를 뿌려놓았죠. 하지만 영악한 오웬은 냄새나는 부분을 빡빡 문질러 빨고 예전처럼 뿌뿌를 끼고 다닙니다. 학교에 가야할 나이가 된 오웬. 과연 어떻게 뿌뿌와 떨어져 지낼 수 있게 되었을까요?


『내 사랑 뿌뿌』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인 쥐돌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아이들이 현실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인 어린 시절의 물건에 대한 집착, 분리 불안 등을 코믹하게 엮어내고 있는 책으로, 생동감 넘치는 오웬과 부모님의 행동 묘사와 심리 묘사를 재치 있는 그림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동물 캐릭터지만 동작 하나하나, 감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기 때문에 오웬과 같은 유아기적 물건에 집착을 보이는 아이들은 쉽사리 자신을 오웬에 투영할 수 있게 되는 것이겠죠. 어른이 봐도 그림이 상당히 매력적이고 상황 설정 또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대화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군요. 특히 아직도 어린 시절 덮고 잔 작은 담요를 끌고 온 아이라면 말이죠.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웬델과 주말을 보낸다고요?』입니다. 아이들은 친구 집에서 잠을 자거나 그 반대로 친구가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게 되면 무척 흥분하게 되죠. 저만해도 어렸을 때 어쩌다 친구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을 때에는 며칠 전부터 마음이 들떠 시계만 계속 쳐다본 경험이 있으니까요. 이 책에서 다룬 것은 바로 그런 아이들의 심리에요.

소피네 집에 웬델이 며칠 묵게 되었어요. 당연히 소피는 즐거운 마음으로 웬델을 기다렸지요. 그런데 웬델은 소피의 기대와는 달리 엄청난 장난꾸러기였어요. 무엇이든 자신의 뜻대로 하려고 하는 웬델은 소꿉장난을 할 때도 자신이 엄마, 아빠, 아이들 노릇을 도맡아 하고, 병원놀이를 할 때도 의사, 환자, 간호사 노릇 뿐 아니라 환자 노릇까지 도맡아 합니다. 소피는 그저 책상 위에 놓인 시계일 뿐이죠.

소피는 웬델에게 점점 짜증이 났어요. 소피뿐 아니라 골칫거리를 떠맡은 소피의 부모님도 웬델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기다리지만, 생색을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장난꾸러기 웬델은 손전등으로 잠에 든 소피의 얼굴을 비춰보기도 하고, 식탁보 밑으로 기어들어가 소피의 다리를 꼬집기도 하고, 햇볕에 소피의 크레용을 죄다 녹여버리기도 합니다. 소피가 부모님께 또 묻습니다. “웬델은 언제 가요?” 그렇지만 엄마 아빠의 답은 언제나 한결같죠. “금방.” 심지어 웬델은 장난전화를 걸어 자신이 일요일에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거짓말도 칩니다. 모두들 혀를 내두르지만, 웬델의 장난기는 그칠 줄 모릅니다. 면도크림으로 소피의 머리에 장난질을 치고 치약을 짜서 거울에 자신의 이름을 써놓기도 했습니다.



얌전하고 사려 깊은 소피도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웬델에게 소방수 놀이를 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죠. 자신이 소방수를 하는 것이었어요. 웬델은 불난 집에서 뛰어 내려와야 했고요. 드디어 지금까지 당하기만 했던 억울함을 돌려줄 수 있던 소피는 웬델에게 웬델이 자신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재미있니?” 웬델이 재미있을 턱이 있나요? 당연히 없지요.

서로 미워하면서도 함께 놀던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웬델이 집으로 돌아갈 날이 왔습니다. 지긋지긋하면서도 어쩌지 못한 소피의 부모님은 반색을 하며 말합니다. “이제 갈 시간이다.” 그런데 소피는 은근히 웬델에게 정이 들었는지, 웬델이 자신의 집으로 간 후 우울해집니다. 그런 소피가 엄마, 아빠에게 묻습니다. “웬델은 언제 또 와요?” 그렇지만 부모님은 단호한 어조로 말합니다. “절대로 안 올 거야!” 집으로 돌아간 웬델, 가방을 풀고 있는데 쪽지 하나를 발견하죠. “빨리 널 또 만나고 싶어!”란 글귀가 짤막하게 적힌 소피가 쓴 쪽지예요.

어른들은 어이들이 자신들의 일상에 끼어들어 어지르고 난리를 피우고 떠들썩하게 구는 것을, 사회적 입장 때문에 싫다고 내색하지는 않지만 사실 견뎌내지 못합니다. 놀이와 유희의 마음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면서 싸우면서 살아가는 것을 즐기게 됩니다. 즉 아이들에게는 친구와 토닥거리면서 앙갚음하면서 사회성을 키워나가게 되는 것이죠. 그런 기회를 차단하려는 부모들의 심리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더 넓은 기회를 갖고자 언제나 바라지요.

당장은 당하는 것 같지만, 그러면서 새롭게 전략과 전술을 익히고, 사이좋게 되어가는 어린이들의 사회성에 요즈음 어른들은 너무 많은 개입을 합니다. 늘 이기라고만 가르치죠. 아이들 스스로도 이기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피가 웬델에게 보낸 편지는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방수 놀이를 제안함으로써 개구진 웬델의 짓궂음을 웬델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한 소피의 영리함, 그러면서 서로 마음을 열고 대등해진 아이들. 그렇게 커나가는 것이죠. 케빈 행크스 자신이 오형제의 넷째로서 겪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잘 녹아난 그림책이고, 저 역시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성장통이었기에 유머러스한 그림책 속에서도 강한 메시지를 받게 되는군요.

거인이 되고 싶은 빌리 이야기

아빠처럼 엄마처럼 키가 큰 어른 행세를 해보고 싶은 것이 아이들의 심리입니다. 아침에 콘택트렌즈를 눈에 넣다 문득 어린 시절 제 생각이 나더군요. 사촌 오빠가 시력이 좋지 않아 콘택트렌즈를 하고 다녔는데, 초등학생이던 저는 그것도 부러워서 렌즈와 비슷하게 생긴 작은 플라스틱 투명판을 눈에 집어넣으려 애를 썼죠. 눈물이 절로 줄줄 흘렀지만, 일단 성공은 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일인지 뒤늦게 아찔함을 느꼈겠습니다.

이 책 속의 빌리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해요. 혼자서는 아직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지만, 빌리는 큰 키를 이용해 부엌 찬장에서 컵도 자유롭게 꺼내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키 때문에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있음이 빌리로서는 유감스러운 것이지요. 빌리는 사소한 것이라도 어른들이 하는 것은 꼭 해보고 싶어 해요. 어른 입장에서는 귀찮은 설거지까지 해보고 싶어 하니까요. 그런 빌리에게 엄마, 아빠는 “우리 빌리가 이만큼 컸네”하면서 빌리가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고 부추깁니다. 새 신발도 사야하고, 새 바지도 사야하고, 빌리의 성장을 확인시켜주는 여러 가지 것을 해주고 싶어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고 키도 크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간절하고 성급하지요. 빌리는 단순히 엄마 아빠만큼만 크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능가하고 싶은 거예요. 비행기도 탈 필요 없이 성큼 걸어서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목마르면 호수 물을 마시고, 배고프면 사과 한 상자를 다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빌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거인을 꿈꿉니다. 이 책에서는 거인이 된 빌 리가 해를 가지고 공놀이를 하고, 반달로 콧수염을 달고, 무지개로 목걸이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갖고 있는 빨리 성장하고 싶은 모습을 시각적 이미지로 과장되게 묘사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지요. 이 때부터 이 그림책은 묘한 매력을 보여줘요. 빌리의 엄마가 빌리에게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너는 딱 네 나이만큼 크단다.” 그리고 빌리의 아빠도 엄마의 말에 맞장구를 칩니다. “그렇지!” 하지만, 2층 침대로 올라가는 빌리는 간신히 다리를 뼏어 침대에 누웠지만 결코 자신이 키 큰 어른이 되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못함을 보여줍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달, 손으로 잡아 보니 겨우 알사탕만한 크기거든요.

이 책의 백미는 바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빌 리가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심리의 시각적 묘사의 장들과 딱 제 나이만큼만 큰 빌리의 현재 모습을 일깨워주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 장, 그럼에도 빌리는 키 큰 어른이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에 있습니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빌리를 통해 살펴보는 재미.... 케빈 행크스는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옛 모습을 돌이켜보도록 하는 글과 그림을 만드는 재치 넘치는 그림책 작가가 분명 맞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사람을 남기는 독서와 인생 이야기

손웅정 감독이 15년간 써온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김민정 시인과 진행한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독서를 통해 습득한 저자의 통찰을 기본, 가정, 노후, 품격 등 열세 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강인하지만 유연하게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손웅정 감독의 인생 수업을 만나보자.

쉿, 우리만 아는 한능검 합격의 비밀

한국사 하면 누구? 700만 수강생이 선택한 큰별쌤 최태성의 첫 학습만화 시리즈. 재미있게 만화만 읽었을 뿐인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마법! 지금 최태성 쌤과 함께 전설의 검 ‘한능검’도 찾고, 한능검 시험도 합격하자! 초판 한정 한능검 합격 마스터팩도 놓치지 마시길.

버핏의 투자 철학을 엿보다

망해가던 섬유공장 버크셔 해서웨이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과정을 보여준다. 버크셔의 탄생부터 버핏의 투자와 인수 및 확장 과정을 '숫자'에 집중한 자본 배분의 역사로 전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담아 가치 투자자라면 꼭 봐야 할 필독서다.

뇌를 알면 삶이 편해진다

스트레스로 업무와 관계가 힘들다. 불안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싶다. 이런 현대인을 위한 필독서. 뇌과학에 기반해 스트레스 관리,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수면과 식습관에 관해 알려준다. 처음부터 안 읽어도 된다. 어떤 장을 펼치든, 삶이 편해진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