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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들꽃같은 글을 쓴다 - 작가 이철환

“들꽃처럼 누가 보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꽃을 피우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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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팔려 어리둥절했던 시간도 있었다. 과분한 축복이라고 생각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일도 겪어야 했다. 큰 성공 앞에 그가 흔들리지 않았던 건 그가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책도 많고, 잘 쓴 책도 많지만, ‘감동적인 책’에 대한 기갈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책이 나오기 전 다섯 군데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베스트셀러 『연탄길』을 비롯해, 『곰보빵』, 『행복한 고물상』을 쓴 이철환 씨의 글들은 그런 기갈을 채워준다. 잠을 자다가도 좋은 글감이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 메모해 둔다는 그는 한 자 한 자 느리게 글을 써내려가는 글쟁이다. 빠르고 화려한 것이 미덕이 된 오늘 날, 몇 년이나 글을 품에 안고 있다가 고치고 또 고쳐서 책을 펴내는 사람이다.

5년 동안 수첩 12권에 메모해 둔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은 『보물찾기』를 출간한 이철환 씨를 쌍문동의 자택에서 만났다. 그 날, 그는 서점에 다녀오는 길에 꺾었다는 쑥부쟁이 두어 송이를 유리컵에 꽂아두었다.

『보물찾기』를 출간한 이철환 씨

들꽃처럼 살고 싶다

작가 ‘이철환’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것은 『연탄길』이다. 무려 300만부 이상이 팔렸고 지금도 한 달에 각 권당 3000부 이상 팔리고 있다.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된 셈이다. 그렇지만 그는 그런 성공에 대해 담담해했다.

“굉장히 찬란했던 시간이, 세월이 지나면 더 아프게 추억될 수 있잖아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 책을 읽고 누군가가 감동받았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연탄길』이 너무 많이 팔려 어리둥절했던 시간도 있었다. 과분한 축복이라고 생각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일도 겪어야 했다. 큰 성공 앞에 그가 흔들리지 않았던 건 그가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호칭을 낯설어 하면서 그는 그저, “옛날에는 책을 내려고 출판사에 제가 전화를 해야 했는데, 요즘은 그쪽에서 먼저 책을 내자고 연락이 와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어쩌다 낸 책 한 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이 아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그는 ‘문학청년’을 자처한다. “제 바람은 작가로 오랫동안 꾸준히 걸어가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김밥 이야기를 꺼냈다. “김밥과 사람살이가 비슷해요. 김밥은 재료가 많이 들어갈수록 빨리 상해요. 사람 사는 것도 그렇죠. 화려할수록 빨리 사라져버리잖아요. 저는 들꽃처럼 누가 보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꽃을 피우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왜 글을 쓰는가?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전 글을 쓸 때, 밥도 안 먹고 물만 마시면서 글을 써요. 사람도 잘 안 만나고, 매일 집에서 있으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읽거나 쓰거나 생각하는데 보내죠. 그렇다고 제가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에요. 이것은 겸손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것이에요. 많이 부족하죠. 그래도 계속 쓰는 이유는 저를 가르치고, 저를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쓰는 글이 스스로를 찍는 도끼가 되길 바랍니다.” 그는 글을 쓰면서 그나마 옛날보다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됐다며 웃었다.

가슴에 담은 사랑의 크기만큼 사랑받을 수 있다

그의 이야기가 따스한 이유는 그가 사람의 선함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잘 보려하지 않는다. “매체에서 보여주는 것이 사회 전체는 아니잖아요. 너무 어두운 쪽으로만 보여주는 것 같아요.” 뉴스를 잠깐만 훑어봐도 가슴 답답한 이야기뿐이다. “사회의 부조리를 밝히는 사람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건 제 몫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슴에 담은 사랑의 크기만큼 타인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글을 통해 독자들의 가슴에 담긴 사랑을 일깨운다.

“사람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분명 어두운 부분이 있죠. 저도 그래요.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봉사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아도 일상에서 가족끼리 주고받는 작은 배려와 사랑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느리지만 분명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믿어요.”

그에게 어떤 사람이 ‘옆집에서 사람이 죽어도 모른다. 세상이 비정하다’라며 투덜거렸다. 그래서 그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사람들이 많은 길에서 누가 쓰러졌다고 하면, 분명 지나가는 사람이 119에 전화를 할 겁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가 도착해 그 사람을 병원으로 싣고 가겠죠. 병원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람을 살리려고 애를 쓸 겁니다. 짐승스럽게 변해가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정이 있다고 전 믿습니다.”

나를 지지하는 두 가지 - 신앙과 책

그에게 그런 믿음을 준 것은 신앙이고, 그 다음은 책들이다. “여기 꽂혀있는 책의 저자들이 다 저의 선생님이에요. 제가 원래 그릇이 크지 못한 인간이라 제 글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담았다면 다 저분들 덕입니다.”

그를 작가로서 분발하게 만든 것은 열등감이다. 그는 열등감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 열등감 때문에 그는 책을 읽었고, 자신의 글을 엄격하게 다듬었다. “전 글에 대한 열등감이 많아요. 그 열등감이 글 쓰는 사람을 존경하게 했고, 작가들이 쓴 글을 통해 채워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함민복 시인을 제가 참 좋아하는데, 그 분 시를 읽으면서 참 좋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상상력이 참 놀랍다, 감탄하다보면 내 안에 글이 들어와요.” 그러면서 그는 함민복 시인의 시 구절을 읊어주었다. “술집에 있으면 할머니들이 와서 껌을 팔잖아요. 그걸 이렇게 표현했어요. ‘껌이 내게로 와서 할머니를 200원에 팔고 갔다’ 정말 이런 것이 문학의 힘이죠.”

20대 후반에서 지금까지 밥을 먹듯 책을 읽고 있다. 함민복 시집, 김용택 시집, 이외수 선생님의 소설, 박민규의 소설. 좋아하는 책들을 손가는 대로 꺼내서 읽고 있다. “글 쓰는 사람에게는 읽는 것이 쓰는 것과 같아요. 읽는 것이 더 재미있지만.” 요즘은 기형도 시집을 외우고 있었다. ‘빈집’을 외우고 있었다며, 더듬거리며 암송해주었다. 읽을거리가 떨어지면 산을 두 개 넘으면 있는 동네 책방에 간다. 인터넷 서점이 편하지만 그는 작은 서점의 사람 냄새와 책 냄새가 좋다고 했다. 작가인 그를 알아본 서점 주인은 가끔 녹차를 대접하기도 한다고.

닮고 싶은 선생님 두 분 - 권정생, 이외수

그가 좋아하는 작가는 권정생 선생님과 이외수 선생님이다. 이 두 분은 문학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꼭 닮고 싶은 분이라고 했다. “권정생 선생님은 휘둘리지 않는 분이시죠. 한 공중파 방송에서 책을 선전해서 읽히는 방송이 있었잖아요. 그 프로그램에서 어느 날 선생님에게 책이 선정되었다고 연락을 하셨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왜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선택해서 읽는 거지 왜 텔레비전에서 읽으라마라 하냐’라고 말씀하셨대요. 그런 분이 있기 때문에 문학이 죽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만약 그런 제의가 왔다면 ‘수락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리고 이외수 선생님. 그는 이외수 선생을 ‘사랑이 참 많으신 분’이라고 표현했다. “선생님은 모든 분에게 열려있는 분이에요. 독자들에게 자기를 그만큼 열어주는 작가는 많지 않죠. 대부분의 작가들이 성에 갇혀 있잖아요. 작품을 쓴다는 것이 사실 그런 작업이기도 하고.” 이외수 선생님 곁에는 누구든 갈 수 있다. 독자들의 마음을 듣기 위해 항상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 두었다. 사람에게 실망도 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그치지 않는다.

“싫은 사람도 있고 이해하기 힘들 일도 많은데, 선생님은 그렇지 않으세요. 그럴 수 있다고 그러시죠. 그래서 더 넓은 곳을 더 높을 곳을 보시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는 ‘빛 너머의 빛, 소리 너머의 소리’라는 『월든』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글을 쓰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저 너머를 가는 작업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아직도 초보죠. 어줍지 않은 실력으로 걸음을 뗀 것에 불과해요.”

쟁이는 몸을 쉬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초조해하지 않는다. 그것이 20대의 그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천의무봉의 글 솜씨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초초해하지 않는 것. 끝까지 갈 수 없더라도 그것이 내 그릇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세월이 힘이죠. 그리고 꿈을 꾸면 그 언저리까지는 갈 수 있다고 믿어요.” 그의 책꽂이에는 이런 말을 써 붙여두었다. ‘쟁이는 몸을 쉬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거기에 전부 걸지 말 것을 젊은이들에게 충고했다. “먼 길을 가야하니까요. 전부를 건다고 해서 걸어지는 것도 아니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걸어야 할 때도 있지만 물러서야 할 때도 있어요. 젊었을 때 걸 수 있는 전부는 아주 작아요. 살아가면서 점점 걸 수 있는 무엇이 내 안에 쌓이는 거죠.” 이 말은 그가 자신에게 하는 말일지도 몰랐다. 그 역시 문학이라는 먼 길을 여전히 걷고 있는 중이니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자연이다. 그의 서재 창문으로 커다란 밤나무가 보인다. 그와 17년 동안 친구사이로 지내온 밤나무다. 그는 밤나무를 보면서 날짜를 가늠한다. 잎이 돋고, 꽃이 피고, 초록색 밤송이가 열리고, 가을이 깊어져 익은 밤이 떨어진다. “날짜까지 정확하게 맞추진 못해도 17년 동안 저 밤나무를 보고 살아서, 언제쯤인지는 알아요.”

또 다른 달력 친구들이 있다. 9월은 쑥부쟁이를 만나는 달이고, 4월은 사과 꽃을 만나는 달이다. 모과나무, 산수유나무도 그에게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고마운 벗이다. “시계도 필요 없어요. 밤에 어두워지면 소쩍새가 울기 시작하는데, 어느 순간 소쩍새 소리가 크게 들릴 때가 있어요. 자라는 소리죠.”

자연은 그가 기댈 수 있는 곳으로, 매일 2시간씩 자연 속에서 지내며 평온함을 얻는다. “10년, 20년, 30년이 지나도 글 쓰는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연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언어는 바뀌지 않고, 항상 인간과 손을 잡고 있으니까요. 과학과 세태는 시간을 견딜 수 없지만 자연은 시간의 흐름 그 자체이죠.” 그가 앞으로 쓸 테마는 그래서 자연이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 감동을 원고지에 옮기고자 한다.

고통의 섬에서 겪은 힘겨운 시간들

아빠를 향해 달려오는 작은 딸을 안아주며, 아이에게 연신 입맞춤을 해주는 그. 누가 보아도 단란한 가정의 행복한 아빠의 모습이다. 돌아오는 길, 그가 사인을 해서 선물해 준 『곰보빵』을 읽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그가 한때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1999년부터 지금까지 ‘이명’(귀울림)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렇게 씌어져 있다.

「7년 동안 단 1초도 쉬지 않고 제 양쪽 귀에서는 고막이 찢어질 듯 쇠 깎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이명과 함께 동반되는 병이 어지럼증, 우울증, 불면증, 심한 경우는 자살충동이라고 의사들은 말합니다. (중략) 이명으로 인한 심한 우울증을 앓으며, 저는 깊고 푸른 바다에 외로운 섬으로 떠 있었습니다. 통통배 한 척 올 수 없는 그 고통의 섬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늘 죽음을 생각했으니까요.」

책 이야기, 좋아하는 시인 이야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들꽃처럼 아름다운 아내와 구슬처럼 고운 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가끔은 맞장구도 치고, 웃기도 하는 그 시간동안 그의 귀에는 내게는 들리지 않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지나가는 소리처럼 ‘한 때 우울증을 앓았다’를 했지만 실상은 ‘어머니’라는 말을 제대로 발음할 수 없는 날들, 어린 두 딸을 마음껏 사랑할 수도 없는 그런 날들이었던 것이다. 충분히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는 그 시절을 내색하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글이 왜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에 앞서 그에겐 삶이 있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들풀 같은 그의 글

어쩌면 그가 말한 대로, 그는 대단한 문학의 대가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는 화려한 장미보다, 누가 돌아봐주든 그렇지 않든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쑥부쟁이 꽃이 더 좋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인간이,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글, 자기 자신을 좀더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글, 어제보다 좀더 나은 내일을 만들게 하는 글, 주변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하는 글, 가슴 깊이 간직한 아픔의 얼음 조각들은 녹아내리게 하는 글은 그밖에 쓸 수 없을지 모른다. 장미는 아름답다. 그러나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낮은 자리든 높은 자리든 가리지 않고 찾아가 강인한 생명력으로 그곳을 생명이 살 수 있는, 젖과 꿀이 흐르는 대지로 만들어 주는 들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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