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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한 살 그녀들의 달콤쌉싸름한 성장기,『달콤한 나의 도시』의 소설가 정이현

작가로서의 바람, 계속 소설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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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담론이 유행처럼 많이 씌어지고 있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쓰면서 30대 담론이라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내가 바로 서른한 살을 얼마 전에 통과했고, 그래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썼던 거죠.”

작년 늦여름에서 올해 초여름까지 서른한 살의 ‘오은수’와 동거한 소설가 정이현을 강남역 근처에서 만났다. 국민 절반이 휴가를 간다는 8월 첫 주, 『달콤한 나의 도시』를 출간한 그녀에게 휴가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연재가 4월에 끝났다. 초여름까지 연재 원고를 책으로 내느라 바빴다. 책이 나온 후에는, 문예지 원고마감 때문에 분당 작업실에서 글을 쓰느라 바빠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고.

“연재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힘들었죠. 일주일에 원고지 50매를 써야했으니까요. 매일 마감이었어요. 어제 일러스트를 그린 권신아 씨를 만났거든요. 그런데 권신아 씨가 ‘끝나고 보니 생각보다 할 만했다’라고 말해, 제가 ‘연재할 때 매일 도망가고 싶다’고 서로 한탄하던 거 다 잊었냐고 그랬어요.(웃음)”
“일러스트는 처음부터 권신아 씨를 염두에 두신 건가요?”
“네. 제가 예전부터 권신아 씨 그림을 좋아해서 연재하기 전에 이 사람이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신문사에서도 권신아 씨를 생각하고 계셔서 쉽게 결정이 났어요.”
“소설 분위기와 권신아 씨 그림이 참 잘 어울려요.”
“권신아 씨 그림 덕을 많이 봤죠.”
“책 나오고 좀 쉬셨어요?”
“아니요. 저 밤새고 인터뷰 나온 거예요. 문예지 마감이 닥쳐서.”
“그런 것 치고 너무 생생해 보이는데요.(웃음) 원래 마감 닥쳐서 글 쓰는 스타일이신가요?”
“그런 건 아니고, 일이 너무 갑자기 몰려서요.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연재 끝나고 쉴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달콤한 나의 도시』를 출간한 정이현

첫 장편 소설을 쓰다

2002년 단편 ‘낭만적 사랑과 사회’로 제1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은 후, 2004년에는 ‘타인의 고독’으로 이효석문학상을 받았고, 2006년에는 ‘삼풍백화점’으로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계속 단편을 써온 그녀에게 『달콤한 나의 도시』는 첫 번째 장편이자, 처음으로 신문에 연재한 소설이기도 하다.

“장편 소설도 처음이고, 신문 연재도 처음인데,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연재 시작하기 전에 부담이 심했어요. 10월이 연재 시작이라 9월부터 준비를 해야 했는데, 중압감이 커서 준비가 잘 안될 정도였어요.”
“언제쯤 편해지셨어요?”
“2~3주 지나면서 안정이 되었어요. 연재 시작할 때에는 ‘정이현’이라는 소설가가 누구냐, 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에 노출이 되어서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니까 저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등장인물들과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는 그 뒤부터 은수 뒤에 숨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녀는『달콤한 나의 도시』를 통해 독자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다. ‘한국 소설이 왜 안 팔리냐’는 질문을 지겹도록 많이 들어온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의 젊은 문학이 이런 식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잠재된 문탇 독자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어요. 문화생활은 예전보다 많이 하잖아요. 천만 관객이 드는 영화가 있을 정도니까요. 저는 그렇게 문화생활을 하는 분들이 다 소설의 잠재적인 독자라고 생각해요. 그 분들이 한국 소설이 재미있구나, 읽어볼만하구나 그렇게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한국 소설이 재미없다’고 많이 이야기하고, ‘문학이 위기’라는 말도 많이 하시는데요. 지금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읽어보면 재미있는 소설이 많아요. ‘소설이 잘 안 팔린다’는 이야기는 납득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다양한 주제를 담은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 ‘소설이 재미없다’는 말에 동의하기 힘들었어요.”


서른한 살 여성들의 달콤 쌉쌀한 성장 이야기

정이현이 생각할 때 『달콤한 나의 도시』는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은수뿐만 아니라 은수의 친구인 재인도 유희도 모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사람 모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성격도, 세계관도 변해요. 인물들은 이야기 끝에서 아주 조금씩 변하게 되죠. 아주 조금 다른 내일을 맞이하게 되요.” 그녀의 말처럼 세 여자는 그리 변한 구석이 없다. 현실도 여전히 구질구질하다. 결혼도 일도 꿈도 아직 그녀들에게는 멀고먼 낙원이다.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기 위해 노란 벽돌길에 선 도로시 일행처럼 세 명의 여성은 여전히 길 위에 서 있다. 그녀들에게는 마법사도 착한 요정도 없다.

『달콤한 나의 도시』의 남자 주인공 영수는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인 인물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영수보다는 연하 남자친구 태오나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 서있는 유준에게 더 끌렸다. “영수는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에요. 소설 처음에 보면 영수는 너무나 평균적이고 평범한 인물로 나오지만 엄청난 비밀을 안고 있는 사람이었죠.”

은수는 영수를 ‘마지막 보루’로 여긴다. 그렇지만 그는 은수가 생각했던 것만큼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영수라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을 통해 ‘평범’과 ‘상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영수가 왜 그렇게 인기가 없었을까요?”
“어떤 기자 분이 영수를 독자들이 싫어하는 건 당연하다. 주변에 널려있는 모습이니까, 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구질구질한 현실을 다루는 드라마가 인기가 없는 것처럼요?”
“네. 그렇죠. 저는 평범이라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선택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한 여자는 현실에서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을, 불안하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거죠. 은수가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은수는 너무 운이 좋은 거 아닌가요. 연하 애인에 편한 남자 친구에 어쨌든 겉으로 보기엔 성실한 남편감처럼 보이는 맞선남까지 있잖아요.”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나는 주변에 남자가 없는데 은수에겐 괜찮은 남자가 많은 거 아니냐고, 그거야 말로 판타지다, 라고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너무 잘 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주변에 꽤 괜찮은 사람이 있어도 ‘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잘 안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귈 사람이 없는 거 아닐까요.”
“은수는 어떤 인물인가요?”
“은수는 선택을 계속 유예해온 인물이에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선택으로부터 배제당하죠.”
“결말은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신 건가요.”
“네. 그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소설이 끝났는데, 저는 서울 어딘가 은수가 자기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은수에게 결혼은 어늶 것일까요?”
“은수에게 결혼은 이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는 것, 제도 안에 들어가는 것, 남들처럼 사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결혼한 후에도 여전히 쉽지 않을 듯해요. 세상에는 ‘오지라퍼’들이 너무 많잖아요.”
“결혼하고 나면 애는 언제 낳을 거냐, 그러겠죠.”
“맞아요, 애를 낳고 나면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고 묻겠죠.(웃음)”


오직 지금 이 순간만 쓸 수 있는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미국 드라마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를 말하지 않더라도 어느 때보다 30대 여성의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30대 여성이 무엇을 느끼는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문화 상품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런 유행에 편승해서 30대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을 쓴 것은 아니다.

“30대 담론이 유행처럼 많이 씌어지고 있지만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쓰면서 30대 담론이라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내가 바로 서른한 살을 얼마 전에 통과했고, 그래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썼던 거죠.” 앞으로 『달콤한 나의 도시』의 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면 전혀 시각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서른한 살 동갑내기인 은수, 재인, 유희를 30대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여성으로 그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저는 은수나 재인, 유희가 30대를 대표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나름대로 자기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어요. 길이 하나라고 생각할 때가 있고, 자기 나이가 가장 힘들고 자기 나이가 무엇을 시작하기에 가장 늦은 것 같다고 생각을 할 때가 많은데, 그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구요.”

그리고 성장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성장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성장은 단계를 밟아가는 것도 아니구요. 실패하는 것도,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상처받는 것도 저는 다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게는 이혼이 성장이 될 수 있겠고, 결혼이 성장이 될 수 있듯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는 일괄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채록하는 사람이다

많은 독자들은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작가의 분신이라고 추측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는 처음 소설을 쓸 때부터 자기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소설을 실증적으로 쓰는 편이에요. 소설을 쓰기 위해 인터뷰도 많이 하고 자료조사도 열심히 해요.”
“첫 번째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내고, 소설 속 인물과 닮지 않았냐는 질문 많이 받지 않으셨나요?”
“많이 받았어요. 친구들도 ‘그거 니 이야기지?’하고 많이 물어 봤어요.”
“소설 속 인물들과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처음 소설을 쓸 때 전 제 이야기는 소설에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굳이 내 이야기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소설가가 자기 이야기를 쓰는 건 왠지 제살 뜯어먹는 것 같았어요.”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작가가 인물을 보는 시선이 냉정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어요.”
“그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그녀들의 이야기’에요. 그 소설을 쓸 때 인물에게 쿨했고, 내 소설에 대해 쿨했던 것 같아요.”
“거기에 비해,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인물들에게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요.”
“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내가 창조한 인물에 대해서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 이전에는 내가 만든 인물들을 인간적으로 사랑한다거나 친구로 여긴 적이 없었거든요. 그 인물을 만든 입장에서, 우월한 입장에서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이었다면 『달콤한 나의 도시』는 인물과 내가 분리가 안 될 정도였어요. 나중에는 그런 것이 문제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했어요.”
『달콤한 나의 도시』에 나오는 남성 인물들은 전형적인 남성성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제가 그런 남자를 좋아해요. 남성적이지 않는 남자가 좋아요.”
“남성성의 어떤 점을 싫어하시나요?”
“줄을 세우려는 것, 짱이 누군지를 밝히려는 것, 질서 안에서 약자를 배제하는 것. 그런 것이 싫어요.”


작가로서의 바람, 계속 소설을 쓰고 싶다

처음엔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후 평범한 사회인 생활을 하다가 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실패한 시인이 소설가가 된다’는 말처럼 소설을 쓰게 되었다.

상도 받았고, 주목도 받았다. 그렇지만 상이 받고 싶어 몸이 달은 적도, 나를 알아달라고 목을 매달았던 것도 아니다. 소설가로서의 바람은 딱 한 가지. 그저 계속해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 소설을 쓰겠다, 그런 말을 하는 건, 건방지다고 생각해요. 판매부수나 평판에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요. 책 한 권 쓰고 그만둘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도 소설을 창작하고 계신 박완서 선생님처럼, 그렇게 저도 계속 소설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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