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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플러스>에 제안합니다

언어는 어쩔 수 없이 유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를 통해 발전하고 어휘를 늘려가는 거죠. 지금 <상상플러스>의 <올드 앤 뉴>에서 다루고 개발하는 어른들의 말들 상당수도 시작은 그랬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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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상상 플러스> (출처: KBS)
노현정 시절 <상상 플러스> 때 깔깔이 이야기가 나온 적 있었습니다. 그 때 이휘재가 군필자의 자존심을 과시하며 노현정에게 이렇게 물었었죠. “이게 뭔지 압니까?” 노현정은 대답합니다. “압니다.” 남자들은 놀라서 묻습니다. “그럼 뭐라고 합니까?” “군용 방한 내피라고 합니다.” 여기서 분위기는 싱거운 안티클라이막스로 떨어집니다. 노현정의 대답은 맞습니다. 하지만 누가 그걸 군용 방한 내피라고 부르나요? 설명 중간에 깔깔이라는 별명이 삽입되어야 그게 정상인 거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전 과연 노현정이 그걸 ‘군용 방한 내피’라고 불렀는지도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조금 다른 공식 명칭일 수도 있죠. 제가 이걸 기억하지 못하는 건 그 단어의 힘이 약했다는 증거입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만만치 않게 싱거운 <상상플러스> 장면이 있습니다. 진행자가 “요새 청소년들은 이런 상황일 때 어쩌구 저쩌구라는 비어를 쓰는데, 이럴 때는 뭐뭐라는 올바른 표현을 사용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죠. 이 형식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어쩌구 저쩌구’가 아무리 조악하고 천박하고 저열한 언어 파괴라도 생동감과 유희정신이 넘치지만 ‘뭐뭐’는 따분하고 지루한 보편적인 기술일 경우가 많다는 거죠. 아무리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노현정이나 백승주의 팬이라도 여기에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설득력이 없어요. 재미가 없거든요.

언어는 어쩔 수 없이 유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를 통해 발전하고 어휘를 늘려가는 거죠. 지금 <상상플러스>의 <올드 앤 뉴>에서 다루고 개발하는 어른들의 말들 상당수도 시작은 그랬을 겁니다. 요새 이를 통해 다시 살아나고 주목받으며 심지어 어느 정도 인기를 끌기 시작한 깜냥이나 천둥벌거숭이 같은 단어들도 시작은 말장난이었어요. 그리고 이런 식의 말장난은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의 언어 파괴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죠.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그 언어는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비교는 아주 올바르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한국어는 단순한 언어 파괴뿐만 아니라 외래어의 유입과 남용에 따른 정체성 위기도 함께 겪고 있으니까요. 이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지금의 청소년 언어가 문제시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모르는 어른들의 말’에만 치중하고 그 단어들의 복권에만 집착하는 건 재미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퇴행적이기까지 하죠. 언어의 세대 격차를 줄인다는 <올드 앤 뉴>의 원래 목적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고요.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잔인무도한 모국어 난도질을 통해 국적불명의 비어를 만들어내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새로운 조어법과 언어유희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어른들이 썼다가 중간에 잊혀진 말들을 다시 배우는 것도 좋죠. 하지만 그만큼이나 청소년들이 우리말의 역동성을 익히고 그 안에서 놀게 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유희가 일반화된다면 한국어의 조어 능력도 전체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다음 세대는 더 풍부한 우리말 어휘를 갖게 될 것입니다. 외래어의 감염도 상대적으로 덜 걱정하게 될 거고요. 일차적으로는 언어의 가능성을 극단적으로 탐구하는 문학 장르인 시가 훌륭한 교재 또는 참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 플러스>가 따르고 있는 교사 - 학생의 구도를 깨고 보다 역동적이고 민주적인 형식을 도입해야 하겠지만요. 그러면 더 이상 <상상플러스>가 아니라고요? 하긴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부코너에 변화를 주는 건 가능할 겁니다. 그게 맘에 안 든다면 프로그램을 아주 새로 만들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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