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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의 행복한 결혼!, 오드리 & 돈 우드 부부

『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 해요!』는 존과 오드리 부부에게 칼데콧 상을 안겨다 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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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 자는 봄날, 화들짝 놀란…

봄볕 찬란한 날이면 따듯한 봄볕에 새근새근 잠이 오고, 가랑가랑 잔비 내리는 날이면 속삭이는 빗소리를 헤아리다 꾸벅꾸벅 잠이 오고, 봄날은 그 어느 계절보다 졸음이 쏟아져 내리는 때이지요. 나른한 봄날, 잠의 요정이 있다면 바람 속에 긴 잠옷자락을 나부끼며 귓가에 이렇게 속삭이겠지요. “어서 자요. 어서 자요. 꿈속에서 나와 놀아줘요.” 그렇게 몇 차례 잠의 요정이 속삭이고 나면 스르르 단꿈에 빠져들어 버리게 되지요. “이봐. 또 자?”라며 현실 세계를 지키는 시간 대왕이 시계추를 ‘덩’ 하고 울리면 나른한 단꿈에서 깜짝 놀라 깨게 되는데요, 그때 밀려드는 허무함과 허전함이란! 모두 공감하는 감정이라고요? 예, 좋습니다. 그럼 이번 호에서는 그림책을 통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오드리와 돈 부부의 낮잠이 있는 집 이야기를 함께 보면서 그들의 행복한 그림책 만들기 이야기를 엿보도록 하겠습니다.

밤에 자는 잠의 배경색은 무엇일까요? 짙푸른 남색 연탄처럼 까만 검정색? 그럼 낮잠의 색깔은 무엇일까요? 봄날 하늘처럼 푸른 하늘색? 이건 제 느낌이나 생각이 아니라, 오늘 소개할 책 『낮잠 자는 집』의 표지 바탕색이에요. 마침 시디플레이어에 걸어둔 바하의 음악이 ‘KOMM, SÜSSER TOD’(BWV 478)이군요. 정말 거짓말처럼 딱 이 그림책에 어울리는 고요하고 낭만적인 소품이지요. 우리말로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란 제목에 걸맞게 낮잠은 달콤한 안식의 기능을 하는 것이 맞지요? (저에게만 그런 것인가 싶어져서 질문을 하게 되네요.) 하늘색의 낮잠 속으로 서서히 들어가 볼까요? 그렇지만 겁먹을 것은 없어요. 영원한 안식이 아니라 잠깐 동안의 안식이니까요. 자, 그럼 문을 열어볼게요.

시원한 봄비가 하얀 울타리를 톡톡 치며 내리는 오후인가 봐요. 빠끔히 열린 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가 보니, 미국 남부에서나 볼 수 있는, 온통 흰 페인트칠을 한 커다란 이층집이 보여요. 우람한 나무들은 제법 굵어진 봄비에 당당히 맞서 끄떡 않고 서 있고, 아무도 없는지 빈 마당만 덩그러니 내리는 봄비의 세례에 활짝 기지개를 펴고 있군요. 현관문을 두드리며, “똑똑, 안에 누구 없어요?” 아무도 없나 봐요. 그럼 살금살금 들어가 볼까요. ‘삐걱’ 오래된 집이니까 층계에서 소리가 나는 것은 당연해요. 조심해서 올라가자고요.



오, 이런. 할머니는 침대 위에서 쿨쿨 자고 있어요. 꼬마 아이는 등받이 높은 나무 의자의 손잡이에 머리를 묻고 잠들어 있네요. “저렇게 잠들면 나중에 목 아플 텐데.” “쉬이, 조용히 하라구요.” “꼬마가 우리말을 들었나 봐요. 잠결에 침대로 가고 있잖아요.” “쉬쉬.” 꼬마는 쿨쿨 코까지 골며 단잠을 자는 할머니의 둥근 배 위에 베개를 갖고 올라가 누웠어요. 크크, 인간 이층 침대가 되었네요. ‘음냐 음냐’ 꼬마는 무슨 재미난 꿈을 꾸는 것이기에 잠을 자면서도 빙그레 웃고 있는 것일까요? “잠시만. 이게 무슨 소리죠? 쉬이. 다들 이쪽으로 숨어요.” 자, 이제 벽 쪽에 바짝 붙어서 누가 할머니의 방에 들어왔는지 보도록 할까요? 한 마리 개가 꼬마의 작은 배 위로 올라가 끄덕 끄덕 졸고 있네요.

꼬마 위에는 개가 있어요.
끄덕끄덕 조는 개,
그 밑엔 음냐 음냐 꿈꾸는 꼬마,
그 밑엔 드르렁 코고는 할머니,
그 밑엔 푹신푹신한 침대,
낮잠 자는 집에선
모두 낮잠을 자요.

“어휴 졸려. 우리도 이러다 잠에 전염되겠어요. 이 집에는 온통 낮잠 요정이 뿌려놓은 낮잠 향내로 가득한 듯해요.” “나도 졸려요. 그럼 우리 다른 방에 가볼까요?” “엇, 잠깐만요. 또 무슨 소리가 이리로 다가오고 있어요.” 고양이 한 마리가 잠자는 개 위에 철퍼덕 누웠네요. 그리고 찍찍 소리를 내고 쪼르르 쥐 한 마리가 깜박 잠든 고양이 위에 살포시 누웠어요. 이런, 이제는 무려 할머니, 꼬마, 개, 고양이, 쥐로 이어지는 오층 침대가 되어버렸군요. “자. 이제 나가 봐요. 이 방에는 잠의 요정이 뿌려놓은 향내로 졸리기만 해요. 게다가 씩씩, 쌕쌕, 드르렁 드르렁, 마치 체면을 걸어오는 듯 규칙적으로 소리가 들려와요.” “알았어요. 그럼 살며시 저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게 나가자고요.”

바로 이때였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쥐의 몸에 붙어있다 심심해진 벼룩이 잠자던 쥐를 콱 물었습니다. 놀란 쥐가 펄쩍 공중으로 가벼운 몸을 부양했습니다. ‘으악’ 다시 잠들어 있던 고양이 몸으로 떨어진 쥐는 고양이를 놀라게 해버렸습니다. 잠자다 말고 놀란 고양이는 아래에 있던 개를 확 할퀴었고, 개는 밑에 있던 꼬마의 배 위에 털썩 떨어졌습니다. 그 바람에 꼬마는 쿵 할머니와 머리를 부딪쳤습니다. “누구야?” 놀란 할머니의 동그래진 두 눈이 살금살금 양손에 신발을 꼭 쥐고 문 쪽을 향해 나가다 얼어붙은 마녀 일행과 눈이 딱 마주쳐버렸지 뭐예요. 앗~ 이런 꿈이네요.

그만 마녀도 『낮잠 자는 집』의 표지를 넘기고 낮잠 자는 집 현관을 열고 들어가는 대목에서 ‘KOMM, SÜSSER TOD’(BWV 478)에 취해 나른한 낮잠에 빠져버렸나 봐요. 어험. 아직도 졸려요. 하지만 이제는 낮잠 잘 시간이 아니에요. 여러분에게 이 『낮잠 자는 집』을 만든 오드리와 돈 부부 이야기를 전해드려야 하거든요.

글과 그림의 행복한 결혼

지금 누구 약 올리는 거예요? 이 마녀는 아직 제 짝도 못 만나 결혼을 못해봤단 말예요. 『낮잠 자는 집』 뒤표지에 보면, 빅토리아풍 현관 기둥에 기대 선 너무나도 예쁜 아줌마와 그녀를 사랑이 듬뿍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아저씨의 사진이 있어요. 누구냐고요? 누구긴요, 오드리와 돈 우드 부부이지요. 정말 미남 미녀 부부인데요, 마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해리와 샐리 분위기예요. 흥, 더 약이 오르는 것은, 저 두 사람은 신혼여행을 가서도 부인 오드리 우드가 예쁜 목소리로 『북풍의 등에서(At the Back of the North Wind)』라는 어린이 책을 새신랑 돈 우드에게 읽어주었다는 것인데요. 그 후 7년이 지난 뒤 한 팀이 되어 첫 공동 작업을 통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하니 이 노처녀 마녀는 당연히 배가 아프지 않겠어요?

돈 우드(Don Wood) 아저씨

캘리포니아 The Great Central Valley의 어느 농가에서 태어난 돈 아저씨의 집은 복숭아, 고구마, 아몬드, 포도, 오렌지를 재배하는 농장이었습니다. 농장에서 자라는 것은 늘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여름 동안에는 일주일 내내 쉬는 날도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일을 해야 했지만, 일한 만큼 삯을 받아 옷을 사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쓸 수 있었다고 합니다. 6학년이 된 돈은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부모님은 돈의 결정을 크게 못마땅해 하셨답니다.

여름철에는 바쁜 농장 일을 도와야했기 때문에 돈은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땅히 그림을 그릴 만한 크기의 종이를 구할 수 없었던 돈에게 어머니가 세탁물 싸는 종이를 내어주신 덕분에 돈은 그 꼬깃꼬깃한 종이를 다리미로 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돈은 산타 바바라에 있는 University of California를 다녔고, California College of Arts and Crafts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후 버클리에서 공부를 하는 동안 오드리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당시 돈은 삽화 일을 하고 있었고, 오드리는 어린이 책에 글을 쓰고 있었으니,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어린이 그림책이 탄생하게 된 것은 글과 그림이 결혼한 셈이기도 하겠네요.

오드리 우드(Audrey Wood) 아줌마

오드리 우드는 비교적 젊은 아버지를 두었습니다. 그녀가 한 살이었던 때 미술학교에 재학 중이던 그녀의 아버지는 서커스단 벽화를 그리는 일로 가족을 부양했다고 합니다. 한 살 시절을 기억하는 오드리는 서커스 단원들이 자신의 친구라고 말합니다. 아기 오드리를 돌봐준 사람은 옆 트레일러에 살던 난쟁이 가족이었고, 그 가족은 자신들과 함께 공연을 가진 코끼리 엘더, 고릴라 가르간투아, 침팬지 치치 등의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모든 것을 금세 배우는 신통한 재주를 지닌 그녀이기에 그녀의 어머니는 장차 오드리가 커서 ?중 그네 묘기를 할 것이라 기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밑에 두 여동생이 생겼고, 그녀들은 모두 춤과 음악, 그림, 연극 등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작은 아씨들처럼 지하실에 백열등을 켜놓고 먼지 수북한 붉은 카펫 커튼으로 작은 무대를 꾸며서 연극을 공연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초등학생이 된 오드리는 아버지처럼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게는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소질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학창 시절, 그녀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닥터 수스(Dr. Seuss)의 글에서 작가의 이름을 지우고, 자신의 이름인 오드리 브루어(Audrey Brewer)를 썼다 크게 봉변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오드리의 가계를 살펴보면 운명적인 예술가로서의 자질이 상속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대대로 직업 화가였으니까요.

우드 부부는 결혼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을 통해 서로의 재능을 더욱 공고하게 다져나갑니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브루스가 두 살 때, 그녀가 브루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남편인 돈에게, 함께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하면서 그들의 그림책 사랑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답니다.

1986년 부부가 공동으로 작업을 한 『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 해요!』로 칼테콧 상을 받은 것을 필두로 그 후 발표한 많은 작품을 통해 크리스토퍼 어워드, 패런츠 초이스 아너 상 등 많은 상을 받으면서 이제는 세계가 인정하는 그림책 작가 부부가 되었습니다. 돈과 오드리 부부의 그림책에서 커다란 특징을 뽑아낸다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 줄 한 줄 반복 되거나 쌓여가는 라임(rhymes)를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그들의 책 『I am as Quick as a Cricket』에서 “I am as slow as a snail”(나는 달팽이처럼 느려요) 다음에 “I am as small as an ant”가 등장하고, 이런 식으로 같은 문형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한 줄 한 줄 반복되는 라임(repetitive rhymes)이 그 한 가지고, 『낮잠 자는 집』에서 보여주듯이, 침대 위에 할머니가 있는 그림과 글이 있던 페이지를 넘기면, 침대 위에 할머니와 소년이 있는 그림과 앞 장에서 나온 문구가 거듭되고 그 위에 소년이 있는 문구가 덧붙여지는 글이 나오고, 또 다시 페이지를 넘기면 침대 위에 할머니와 소년, 그 위에 개가 있는 그림과 앞 페이지의 문구 위에 개가 더해진 문구가 나오는 식으로 앞의 내용이 반복되며 새로운 글이 도입되는, 말하자면 쌓여가는 라임(cumulative rhyme)이 또 다른 라임의 예입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정형화된 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이야기의 소재에 따라 그림의 스타일이 바뀌는 다양성을 들 수 있습니다. 『Silly Sally』에서 보여주는 경쾌하고 밝은 느낌의 화풍은, 『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 해요!』에서는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고전적 양식의 화풍으로 바뀌어 자못 그린 이가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도 합니다. 이처럼 오드리 우드와 돈 우드 부부는 끊임없이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어린이들에게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찰하여 그것을 작품으로 옮기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 정말 멋진 작가 부부입니다.

임금님을 꿈쩍 하게 하는 것?

목욕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한 임금님이 있었어요. 목욕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해가 뜨기 전 새벽부터 달님이 조는 한밤까지 욕조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 그런 임금님이죠. 시동이 “여러분, 큰일 났어요! 임금님이 목욕통 안에서 꿈쩍도 안 해요! 누가 임금님 좀 나오게 해주세요!”라고 외치자, “에헴, 내가 하지!” 하고 기사가 기세등등하게 나섰지만 결국 임금님과 함께 욕조에서 전투놀이를 합니다.

이제 해는 중천에 떠서 쨍쨍 비추는데, 시동 아이는 여전히 똑같이 외칩니다. “여러분, 큰일 났?요! 임금님이 목욕통 안에서 꿈쩍도 안 해요! 누가 임금님 좀 나오게 해주세요!” 왕비가 나섰지만 임금님과 함께 욕조 안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됩니다.

이처럼 시동 아이는 “여러분, 큰일 났어요!”라고 밤늦도록 외쳐야 했고, 공작이 나섰지만 목욕통 안에서 낚시를 해야만 했고, 신하들이 우르르 나섰지만 목욕통 안에서 임금님과 함께 춤을 춰야 했습니다.

달이 환히 비치자, 하루종일 욕조를 들락거리며 “여러분, 큰일 났어요! 임금님이 목욕통 안에서 꿈쩍도 안 해요!”라고 외친 시동 아이는 잠이 왔는지 “내가 할게요!”라고 말하며 욕조의 마개를 쑥 잡아당겼습니다. 임금님도 물 빠지는 욕조 속에서는 어찌할 수 없었는지, 후다닥 중요 부분을 가리고 욕조 밖으로 서둘러 나왔지요. 임금님을 욕조 밖으로 꿈쩍하게 할 수 있던 시동 아이, 왜 진작 욕조 마개를 쑥 잡아당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임금님이 꿈쩍도 안 해요!』는 존과 오드리 부부에게 칼데콧 상을 안겨다 준 작품이기도 하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그림책입니다. 왕비와 신하들의 화려한 의상과 거만한 표정,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벌거벗은 몸으로 욕조에 앉아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임금님은 멋진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왕비와 신하의 세계가 딱딱한 규율에 얽매인 현실의 1차 세계라고 하면, 전쟁놀이, 무도회, 낚시 등등 모든 것이 가능한, 임금님이 있는 욕조 속의 세계는 판타지가 허용된 2차 세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극적인 대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우드 부부는 환상적이면서도 과장된 등장인물의 표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는 어린이들의 마음에 있는 놀이와 상상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무뎌지고 굳어진 상상력과 어린이의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경직성을 이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인 것도 같군요.

작가 소개를 하면서도 살짝 다룬 돈과 오드리 부부 그림책의 특징인 라임은 이 책에서도 역시 등장한답니다. 제가 줄거리를 소개하면서도 몇 차례 반복했던 시동 아이의 말 “여러분, 큰일 났어요! 임금님이 목욕통 안에서 꿈쩍도 안 해요!”는 처음 이 그림책을 접하는 아이들도 다음 상황으로 전환되었을 때 똑같이 외칠 수 있는 예상 가능한 말이 됩니다. 아이들은 반복적인 텍스트를 통해 이미 다음 장면에서 전개될 내용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 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의태어와 의성어를 통해, 글 읽기가 아직 매끄럽지 못한 어린 아이들에게도 정겹게 들릴 수 있도록 충분한 리듬감을 살리는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쿵쾅 쿵쾅 쿵쾅’, ‘뻐끔 뻐끔 뻐끔’ 등의 세 번씩 반복되는 의성어와 의태어는 공감각적 느낌으로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되어 줍니다.

나한테는 꼬마 돼지들이 모두 열 마리 있어!

숫자를 배울 때, 우리들은 손가락을 씁니다. 하나, 둘, 셋… 그런 식으로 손가락을 꼽으면서 숫자를 익히지요. 왼손과 오른손 엄지를 굽히면서 하나, 하나, 그럼 몇 개? 그러면 아이들은 헷갈려 하지요. 아직 하나씩을 더해 두 개를 이루는 개념이 제대로 인지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자, 이제 오드리 우드와 돈 우드는 어떻게 두 개의 개념을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있는지 함께 보도록 할까요?

손가락 인형이 아마도 돼지 모양인가 봐요. 둘은 뚱뚱이, 둘은 똘똘이, 둘은 장다리, 둘은 까불이, 그리고 나머지 둘은 꼬맹이… 어쩌면 손가락의 크기대로 이름도 그럴싸하게 붙였네요.

나한테는 말이야, 뚱뚱이 꼬마 돼지가 둘 있어. 똘똘이 꼬마 돼지도 둘, 장다리 꼬마 돼지도 둘, 까불이 꼬마 돼지도 둘… 이렇게 차근차근 두 개 두 개가 이어져 갑니다. 그러면서 손가락 위에 서 있는, 각기 개성이 다른 꼬마 돼지의 모습이 왼쪽 페이지의 왼손 위에 한 마리씩, 오른쪽 페이지의 오른손 위에 한 마리씩 늘어가는 거예요.


이 책은 어떤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보다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숫자의 개념을 익히도록 하는 데 주안점므 두고 있습니다. 이때 돈과 오드리 우드 부부는 역시 반복을 통해 학습의 효과를 강화할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고, 반복의 지루함을 덜어내고자 돼지들의 모양을 익살맞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반복은 아동 문학에서 매우 중요하답니다. 특히,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너무나도 중요한데요, 반복은 딱 세 번이 적당하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손가락이 모두 열 개이니 『꼬마 돼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섯 번 반복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음, 이 『꼬마 돼지』는 마녀의 조카 지아처럼 세 살 정도 된 아이들을 무릎 위에 앉히고 큰 소리로 그림을 콕콕 짚어가면서 읽어주면 어떨까 제안하고 싶습니다. 전 당장 우리 조카 지아에게 멋진 소리로 읽어주렵니다.

최근 이 마녀가 공부하고 있는 어린이 책과 동화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든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이야기는 눈으로 보며 읽는 이야기가 아니라, 귀로 듣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구연동화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동화가 되기 위해서는 한 문장 한 문장에 생명력이 있어야 하며, 아이들의 어휘 발달 수준에 맞는 적절한 단어와 문형을 갖추어야만 하고요. 저는 그래서 오드리와 돈 우드 부부에게 우수한 어린이 책에 주어지는 상이 돌아간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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