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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 중에도 가장 가난한 이를 위하여

마더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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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데레사의 수도명은 리지외의 데레사에서 따온 것이다. 알바니아 출신의 아녜스 곤히아 브약스히야는 2년간의 수련기간을 마치고 1931년 5월 25일 첫 서원을 하면서 ‘예수 아기의 성녀’ 이름을 수도명으로 정했다.

테레사가 아니라 데레사다. 새로운 정보를 재빨리 따라잡는 편은 아니어서 카톨릭→가톨릭, 유태인→유대인으로 표기를 통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불과 몇 달 전에야 알았다. 내가 정보의 변화에는 둔감해도, 일단 알고 나면, 새 정보에의 적응은 빠른 편이다. 첫 문장은 어느 출판사 편집자가 귀띔한 바뀐 외래어 표기 방침을 응용한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요즘 나온 책들은 197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하나같이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Mother Teresa, 1910-1997)로 적는다. 예전에는 두 가지 우리말 표기가 함께 쓰였는데 스페인의 작가 겸 기자 호세 루이스 곤잘레스-발라도가 엮은 마더 데레사 선집은 그 단적인 보기라고 하겠다. 딱 1년 간격으로 나온 두 권은 지은이 이름 표기가 다르다. 『즐거운 마음』(김순현 옮김, 오늘의책, 2003)은 ‘마더 테레사의 생활 명상집’을 부제로 삼았으되, 이 책의 속편 격인 『아름다운 영혼, 행복한 미소』(김순현 옮김, 오늘의책, 2004)의 지은이는 마더 데레사이다. 콜카타는 새로운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른 인도의 땅이름이다. 캘커타→콜카타.

제목에도 이런 경우가 있지만, 고유명사인 책제목은 예전의 표기법을 존중해야 한다. 신홍범이 엮은 『마더 테레사』(두레, 1997)는 영국의 성직자 로저 로일이 지은 『Mother Teresa, A Life in Pictures』와 인도 고위 관료 나빈 차울라가 지은 『Mother Teresa』를 뼈대로 한다. 여기에다 데레사 수녀의 신앙 생활과 영성적 측면을 전달하기 위해 도로시 헌트가 엮은 마더 데레사의 일일 묵상집 『사랑은 철따라 열매를 맺나니』(문학숙 옮김, 민음사)에 빚을 지기도 했다.

가톨릭에는 데레사 성녀가 여럿 있는데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와 아빌라의 데레사가 대표적이다. ‘소화(小花) 데레사’라고도 하는 프랑스 태생인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1873-1897)는 특별한 활동이나 업적을 이뤄 존경받는다기보다는 평범한 일들을 비범한 사랑으로 수행해 성인으로 추앙 받는 분이고, ‘대(大) 데레사’라고도 하는 아빌라의 데레사는 16세기 스페인에서 수도생활의 쇄신과 개혁을 실행하고 교회에 뛰어난 업적을 남겨 성인이 되었다.

마더 데레사의 수도명은 리지외의 데레사에서 따온 것이다. 알바니아 출신의 아녜스 곤히아 브약스히야는 2년간의 수련기간을 마치고 1931년 5월 25일 첫 서원을 하면서 ‘예수 아기의 성녀’ 이름을 수도명으로 정했다. 1997년 9월 5일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마더 데레사는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3년 10월 19일 시복(諡福)되었다. 시복이란 가톨릭에서 “교황이 뛰어난 신앙이나 순교로 이름 높은 이에게 ‘복자(福者)’ 칭호를 내리고 모든 교회에서 그를 공경하도록 선언하는 일”을 말한다.

가난한 자를 위한 성녀의 주된 활동 무대가 되는 ‘사랑의 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는 데레사 수녀가 피정을 하러 히말라야 산맥 기슭의 휴양지 다르질링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이 계기가 되었다. 부르심이 뜻하는 바는 단순했다. 소속된 수도원을 떠나 하느님을 따라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 속에 들어가 하느님을 섬겨야 한다.”

새로운 수도회 ‘사랑의 선교회’는 1950년 10월 7일 로마 교황청의 인가를 받았다. ‘사랑의 선교회’ 회헌은 ‘총장’을 ‘마더’로 부르기로 하여 이 날부터 데레사 수녀(Sister Teresa)는 마더 데레사가 되었다. 마더 데레사는 가난한 이를 받들어야 하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예수님 같다고 여기면서 섬겨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그들이 예수님이기 때문에 섬겨야 합니다.” 또 가난한 사람의 굶주림이란 비단 밥의 굶주림만을 일컫진 않는다. 사랑과 말씀의 굶주림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절실한 것이다.

『가난한 마음 마더 데레사Faith and Compassion』(이순영 옮김, 생각의나무, 2003)는 나빈 차울라의 또 다른 전기로 권말부록에 노벨상 수락 연설문이 실려 있다. 『마더 데레사: 순결한 열정, 가난한 영혼』(생각의나무, 2005)은 이 책의 양장본이다. T.T. 문다켈의 『소박한 기적- 마더 데레사의 삶과 믿음Blessed Mother Teresa: Her Journey to Your Heart』(황애경 옮김, 위즈덤하우스, 2005)은 1998년 인도 최고의 전기물로 뽑혀 ‘카카세리상’을 받았다고 한다.

『마더 데레사 자서전MI VIDA POR LOS POBRES』(송병선 옮김, 황금가지, 2005)은 데레사 수녀가 직접 쓴 책은 아니다. 데레사 수녀의 편지?강연?인터뷰를 바탕으로 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발라도가 정리했다. “이 책은 오직 그분이 말씀하신 것만을 토대로 그 살아온 흔적을 되살렸다는 점에서 자서전이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송병선 교수(울산대 스페인중남미학과)는 옮긴이 후기에서 책을 번역하면서 느낀 남다른 감회를 표명하기도 한다. “이 책을 옮기는 내내 나는 ‘감동’을 느꼈다. 많은 책을 옮겼지만, 옮기는 도중에 감동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것은 아무리 ‘감동적’ 혹은 ‘심금을 울리는’과 같은 수식어가 붙어 있는 책이라도, 옮긴이에게는 감동의 대상이 아닌 ‘작업’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의 대상임에도 감동에 사로잡힌 채 옮기게 하는 그런 책이다.” 송 교수는 이어 마더 데레사의 기도문 「나를 해방시켜 주소서」를 소개한다. 그리고는 기도문이 “마더 데레사의 영혼과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경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칭찬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명예로워지려는 욕망으로부터 찬양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선택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조언을 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망으로부터 인기를 끌려는 욕망으로부터 모멸받는 두려움으로부터 경멸받는 두려움으로부터 질책당하는 고통의 두려움으로부터 비방당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잊히는 두려움으로부터 오류를 범하는 두려움으로부터 우스꽝스러워지는 두려움으로부터 의심받는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소서. (이하 생략)

『마더 데레사 자서전』은 “생명과 사랑과 희망을 주는 새해의 선물”이라는 문구와 함께 “올리비아 허시 주연 영화 〈마더 데레사〉 공식 협찬 도서”임을 알리는 띠지를 두르고 있다. 책과 영화의 공동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줄리엣’이 데레사 수녀로 분한 영화의 흥행은 별로였다. 마더 데레사의 집에서의 봉사 활동이 바탕이 된 조병준의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그린비?박가서장, 1998) 역시 독자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우리 출판에서 처음으로 책 한 권을 출판사 두 곳에서 나눠 펴낸 우정어린 출간 방식도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마더 데레사 관련서는 전기?평전류보다는 기도?묵상집에 대한 호응이 훨씬 높다. 특히, 이해인 수녀가 옮긴 책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뜨겁다. 이는 번역자의 지명도와 신뢰도, 관련 종교에서의 일정한 수요 창출, 부담 없는 분량 등이 복합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학박사 앤터니 스턴이 엮은 영성 생활 기도집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Everything Starts from Prayer』(이해인 옮김, 황금가지, 1999)는 다양한 내면의 길을 걷는 사람뿐만 아니라 아직 분명한 길을 찾지 못한 사람에게까지 폭넓게 다가서기 위해 마더 데레사의 초기 저술에서 말씀을 가려 뽑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성 생활 기도집은 종파를 초월하는 관대함이 돋보인다. “우리가 속해 있는 종교가 그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다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힌두교인이든, 이슬람교인이든, 그리스도교인이든 상관없이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서 신앙의 증인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이 책을 엮은 앤터니 스턴은 책의 내용이 “전례적이고 공동체적인 기도라기보다는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기도에 더 가깝다”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 기도하기를 배워야만 합니다./ 기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침묵입니다.” 데레사 수녀의 명함에 새겨진 문구는 침묵과 기도의 참된 의미를 일깨운다.

침묵의 열매는 믿음입니다. 믿음의 열매는 기도입니다. 기도의 열매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열매는 봉사입니다. 그리고 봉사의 열매는 침묵입니다.

아울러 엮은이 말대로 책에는 “집에서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일련의 명상 자료”가 담겨 있다.

“물질이 우리의 주인이 되었을 때/ 우리는 참으로 빈곤한 사람들입니다.” “성실함이란 바로 겸손을 뜻합니다./ 굴욕을 받아들임으로써만/ 우리는 겸손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만/ 사소한 일들을 즐겨하는 이들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Mother Teresa: In The Heart of The World』(베키 베니나트 엮음, 이해인 옮김, 샘터, 2001)은 일화 위주로 데레사 수녀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담은 책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빵」과「바구니 속의 약」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다.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의 집에서는 하루에 9천 명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느 날 먹을 것이 떨어졌다. 데레사 수녀도 할 말을 잃고 있던 차에 아침 9시가 되자 빵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사랑의 선교회 수녀원으로 들어 왔다. 인도 정부는 각급 학교의 결식 아동에게 매일 빵 한 조각과 우유를 공급했는데 이 날 모든 학교가 쉬는 걸 모르고 시 당국이 준비했던 빵을 수녀원으로 보낸 것이다.

아버지가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약을 구하는 이야기는 더 극적이다. 어떤 남자가 수녀원으로 달려와 의사가 자신의 아이에게 처방한 약을 구해 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사랑의 선교회에는 그 약이 없었다. 그런데 때 맞춰 어떤 사람이 약품 한 바구니를 들고 나타났고, 그 바구니의 오른쪽 꼭대기에 아이의 아버지가 찾았던 그 약이 놓여 있었다.

이 책은 『따뜻한 손길』(샘터, 1997)을 새로 펴낸 것인데 신판의 옮긴이 서문에는 ‘데레사 효과’가 언급된다. 데레사 효과란 “데레사 수녀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서 유래한 것으로 봉사와 선한 일을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착해지고, 우리 몸도 영향을 받아 신체 내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물질 lgA가 생긴다는 미국 하버드 의대의 보고서에서 인용된 용어다.”

앞서 언급한 호세 루이스 곤잘레스-발라도가 엮은 마더 데레사 선집 두 권도 기도?묵상집의 성격이 짙다. 『즐거운 마음Heart of Joy』은 가난에 대한 성찰이 돋보인다.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의 동정심이나 연민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주는 것보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아름다운 영혼 행복한 미소Loving Jesus』에서는 책 말미의 인터뷰가 눈길을 끈다. 일을 하면서 종교적인 문제의 비중은 어느 정도냐, 는 호세 루이스 곤잘레스-발라도의 물음에 마더 데레사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을 보고 돕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실만 보고 도울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돕는 사람들의 종교적 신념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절박한 필요에만 의미를 둡니다.”

마더 데레사는 우리와 동시대의 인물이다. 1981년과 85년 두 번에 걸쳐 우리나라를 다녀가기도 했다. 신홍범의 표현을 빌면 “그런 인물과 같은 시대에 살면서 그 인격을 만나고 그 위대한 삶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며 축복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측면은 마더 데레사 관련서에서도 하나의 특징을 이룬다. 마더 데레사에 관한 책들은 비주얼하다.

신홍범 엮음의 『마더 테레사』에는 화보가 80쪽에 걸쳐 있고, 『가난한 마음 마더 데레사』에도 인도의 사진가 라구 라이가 찍은 사진이 빼곡하다.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 그 끝없는 사랑과 봉사의 현장을 찾아서』(눈빛, 2005)는 부제목이 말하듯 콜카타에 있는 마더 데레사 하우스의 삶을 포착한 김경상의 사진집이다.

마더 데레사 관련서는 수십 종이 나왔다.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책이 더 많은 셈이다. 그 밖에 서지사항이 드러난 일반 출판물은 『사랑의 등불 마더 테레사』(루신다 바디 엮음, 황애경 옮김, 고려원미디어), 『그들과 함께 하소서- 마더 테레사의 자전적 고백록』(공홍택 옮김, 눈빛), 『마더 테레사 말씀』(호세 루이스 곤살레스-발라도 엮음, 황애경 옮김, 디자인하우스) 등이 있다.

종교 계통 출판사가 펴낸 것은 적어도 10여 종이 넘고, 어린이?청소년 전기물도 그만큼은 된다. ‘공부가 되는 위인전’ 시리즈로 나온 『사랑을 그리는 하느님의 몽당연필』(김남석 글?장선환 그림, 해와나무, 2004)의 제목은 마더 데레사가 남긴 명언에서 따온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어렵기 그지없는 모든 일을 하시고 계십니다. 그 일을 돕기 위해 그분의 손에 쥐어진 나는 작지만 조금은 쓸모가 있는 몽당연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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