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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퇴마사의 유령사냥 열전 - 〈수퍼내추럴〉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드라마에 대해서는 〈미디엄〉 덕분에 잠시 방심을 하게 됐습니다.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마음을 놓고 말았더라는 말씀입니다. 별다른 대비책 없이 덥석 〈수퍼내추럴〉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하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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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드라마에 대해서는 〈미디엄〉 덕분에 잠시 방심을 하게 됐습니다.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마음을 놓고 말았더라는 말씀입니다. 별다른 대비책 없이 덥석 〈수퍼내추럴〉이라는 드라마를 시청하게 된 것이지요. “공포는 사치다”라는 태그라인이 무색하게 말랑말랑하고 가벼운 공포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꽤나 으스스하게 보았습니다. 파일럿을 보자마자 떠올렸던 것은 〈전설의 고향〉이었습니다. 느닷없이 유령이 튀어 나오고, 주인공의 등 뒤로 발에 바퀴 달린 것 같은 귀신이 스윽 하고 지나갑니다. 아주 단순하고 친숙한 기법으로 공포감을 안겨주는 것이지요.

미국판 ‘전설의 고향’이라고나 할까요? 〈수퍼내추럴〉
미국 전역을 누비며 각종 악령과 귀신, 폴터가이스트(현상)와 싸우는 사냥꾼들은 젊고 멀쩡하게 생긴 형제입니다. 둘 다 강인한 인상은 아니지만, 〈용감한 형제〉의 하디 보이들보다 훨씬 무서운 사건을 다루면서도 용감함에 있어서는 떠는 모습조차 거의 안 보여주는 강심장의 소유자들이지요. 〈길모어 걸스〉에서 로리의 첫사랑 딘을 연기했던 제어드 페덜레키는 스탠포드를 전액 장학금으로 졸업한 동생 샘 윈체스터로 분하고 있습니다. 그는 운명처럼 지워진 퇴마사의 길을 피해 로스쿨에 들어가 세상 사람들 사는 것처럼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반면에 아버지의 지휘 아래 가업이 된 유령사냥 때문에 학업도 마치는 둥 마는 둥했던 형 딘 윈체스터는 화사한 용모와 달리, 낭랑한 전자기타 소리가 메아리치는 80년대 헤비메탈을 즐겨 듣고 성냥갑처럼 생긴 1960년대 모델의 차를 애지중지 몰고 다닙니다. 다혈질에 작업 기술이 〈프렌즈〉의 조이를 연상케 하는 것이, 무던히도 마초가 되기를 갈망하는 귀여운(?) 인물입니다. 이 두 형제가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아옹다옹하다가도, 악행을 일삼는 유령들을 잡을 때는 의기투합하는 드라마가 2006년 WB 채널에서 신작으로는 유일하게 히트했다는 〈수퍼내추럴〉입니다.

퇴마사의 운명으로 다져진 끈끈한 형제애!
물론 WB에는 〈길모어 걸스〉와 〈스몰빌〉 〈베로니카 마스〉 등이 건재하게 포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큰 물건이 비교적 적었던 2006년 신작 드라마 시장에서 〈수퍼내추럴〉은 상당히 선전을 했습니다. 비록 시즌 1이 끝난 지 2주가 지나서의 일이기는 하지만, 시즌 2 제작도 무난하게 결정되었고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초자연 현상 드라마”에서 다른 드라마들이 부지기수로 쓰러져가는 가운데 〈수퍼내추럴〉이 살아남은 것은 비단 타이틀 롤을 맡은 두 명의 눈에 띄는 용모만은 아닐 것입니다. 청소년의 대변 채널로서 WB가 방영하는 이 드라마에서 청춘 주인공의 역할은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방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성인 대상 드라마는 물론이거니와 아무리 청소년을 주 시청자 층으로 한다고 해도, 미모보다 덜 흔한 것이 연기력과 캐릭터 구성능력이기 때문에 스타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드라마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영화 〈부기맨〉의 각본을 쓰기도 했던 작가 에릭 크립케의 말대로, “매주 브라운관에서 만날 수 있는 저예산 공포영화를 만들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목표였습니다. 과도하거나 어정쩡하게 심리적이고 정신분석학적인 요소를 투입하는 대신, 전형적인 공포영화의 코드를 알뜰하게 구현하며 시청각적인 재미를 안겨주었던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런 가운데, 미국 드라마라면 으레 표현할 수 있는 수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피가 낭자한 잔인한 살육 장면은 공중파 채널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화면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이나 애완동물이 희생된다는 암시는 늘 안전한 드라마투르기를 추구하면서 한 걸음씩 더 떼어놓는 영악함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매회 각각 다른 종류의 공포영화를 선보이겠다는 크립케의 포부가 아주 잘 실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의 적인 “악마”와의 싸움과 실종된 아버지를 찾는 일을 큰 줄기로 해서, 각기 다른 개성의 초자연적 존재를 그리는 단편, 단편의 이음새도 별다른 흠 없이 매끄럽습니다.

〈수퍼내추럴〉과 〈스몰빌〉의 CW 네트워크 2006년 가을 시즌 프리미어 에피소드 포스터...!

각기 다른 개성의 초자연적 존재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은 미국의 공포 민담과 신화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됩니다. 윈체스터 형제는 큰 대륙 안에서 주로 안쪽 주들의 이름 없는 곳을 떠돌며 퇴마 활동을 펼치는데요, 특히 한을 품은 원혼들의 복수 행각이 등골을 서늘하게 합니다. 〈전설의 고향〉이 괜히 떠오르는 것이 아니지요. 또 형제의 퇴마 활동도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인 만큼 주문을 외우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깨지고 까지고 날아다니는 하드보일드 액션이 호러에 더해집니다. 다만 어린 시절의 뼈아픈 기억 때문에 아버지와 동생에게 집착하는 딘의 모습이 〈넘버스〉에서 그렸던 자연스럽고 섬세한 형제애와 비교하면 꽤 노골적이고 거칠게 드러난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2006년 9월 말경 시즌 2 첫 에피소드를 방영하는 〈수퍼내추럴〉의 대전 상대는 현재 미국 드라마계의 선두주자를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CBS의 〈CSI〉와 ABC의 〈그레이스 아나토미〉입니다. 〈수퍼내추럴〉이 최고의 프라임 타임대인 목요일 밤으로 방영 시간을 옮기면서 시청률 경쟁에서는 유례없는 강자를 만나게 된 것이지요. 시청자 층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WB와 UPN이 합병을 했을 때는 언제까지나 틈새 노리기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시청자들이 악몽을 꾸게 만들겠다는 짓궂지만 확실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여 보람을 느꼈다는 〈수퍼내추럴〉의 제작진이 이 도전을 얼마나 큰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가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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