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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가지 키워드로 풀어본다! - 〈24〉Part ①

네티즌이 만들어가는 사전 사이트인‘Urban Dictionary’에서 드라마 〈24〉를 정의하는 설명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잭 바우어 파워 타임, 하루를 가장 흥미롭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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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미

네티즌이 만들어가는 사전 사이트인 ‘Urban Dictionary’에서 드라마 〈24〉를 정의하는 설명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잭 바우어 파워 타임, 하루를 가장 흥미롭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9/11 테러가 발생하자마자 얼마 안 있어 파일럿을 방영했던 이 TV 드라마는 미국을 위협하는 각양각색의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리스트와 그에 맞서 자국내 테러를 저지해야 하는 미국간의 숨 막히는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모든 대결의 하나하나가 24시간 안에 벌어지고 해결되어야 한다는 유례없는 초긴박감에 전무후무한 액션으로 버무려진 드라마가 바로 〈24〉입니다. 굳이 설명하고 예증하고 풀어 쓸 필요조차 없이 일단 보기 시작하면 그 재미가 사람 잡습니다.

#2. 리얼 타임

〈24〉는 제목 그대로 하루 24 시간에 걸쳐 일어난 일을 한 시간씩 잘라서 일주일에 한 에피소드씩 방영하는 구성의 드라마입니다. 리얼 타임 드라마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아주 긴 세월 동안 벌어진 일을 몇 시간 남짓 되는 시간 안에 밀도 있게 그려내기도 힘든 일이지만, 단 한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똑같은 한 시간에 극도의 긴장감을 안겨주며 촘촘하게 그려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왜, 일상은 지리멸렬하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리얼 타임 구성을 시도한 드라마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은 극히 드물다는 점이 그 방증이 아닐까 합니다. 〈24〉는 리얼 타임 드라마의 가능성과 구성의 재미를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이끌어내는데 거의 최초로 성공한 드라마입니다.

#3. 의식주

24시간 안에 벌어지는 일이므로 공간의 이동이 제한될 수 있고, 배우들의 의상도 바뀌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인 잭 바우어는 캐릭터 설정상 옷 갈아입기를 매우 좋아하는 인물로 나옵니다. 그는 현장에 나갔다가 사무실로 돌아오기만 하면 옷을 갈아입습니다. 약간 궁여지책인 듯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극중에 등장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원톱 주연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드리는 서비스라고나 할 수 있을까요? 스물네 개의 에피소드가 전파를 타는 기간은 5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제작 기간은 그 기간을 훨씬 상회할 것이므로 역시 같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 놓고 촬영한다고 합니다. 극중 진행 시간과 상영 시간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 영화 〈스피드〉에서는 배우들이 겹겹이 옷을 입어서 한 꺼풀씩 벗어나가는 것으로 변화를 주었더랬지요.

그리고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24〉에서 테러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요원들이 피곤에 지쳐 잠을 자는 장면이나 배고프다고 뭐라도 요기를 하는 장면 같은 것은 결코 없습니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그깟 하루쯤이야 잠 안 자고 몇 끼 안 먹는 게 대수랴, 이해하시고 그냥 넘어가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부분에 포인트를 맞춘 기막힌 광고가 있답니다. 잭 바우어 역의 키퍼 서덜랜드는 2005년 일본의 오오츠카 제약에서 만든 밸런스 영양식의 광고 모델이 되었답니다. 광고는 일본에서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도쿄에 온 잭 바우어가 스와트팀과 함께 헬리콥터를 타고 임무를 떠나기 전에 초고밀도 영양식인 “칼로리 메이트”를 한 입 베어 물고 허기를 때운다는 설정이랍니다. 피곤에 지친, 하지만 대사를 앞둔 현대인들의 위장을 위로하겠다는 제품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일본인들의 상상력이란 좀 웃기면서도 앙증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4. 시청률

실시간과 방영 시간이 같다 보니, 재미나 완성도에 비해 시청률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드라마가 〈24〉입니다. 일회적인 사건을 다루며, 일종의 단막극을 표방하는 수사극과는 달리 〈24〉의 이야기는 다음 에피소드로, 다음 에피소드로 계속 넘어갑니다. 한 에피소드를 놓치면 다음 에피소드를 이해하기 힘들고, 집중력 있게 시청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불어 지난번 에피소드의 줄거리가 생각나지 않기도 쉽습니다.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궁금함을 너무 심하게 자극하다 보니 오히려 못 보겠다, 안 보고 말겠다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지요. 모름지기 〈24〉는 몰아서, 식음을 전폐하고 보는 것이 맛입니다.

여담이지만 실제 시간이 아니라 어느 짧은 순간을 극도로 늘여서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포츠 만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경우인데요. 『슬램 덩크』에서는 전 경기도 아니고, 전반전이나 후반전 하나를 다루면서도 심지어 약 세 권에 걸쳐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슬램 덩크』를 다시 읽다가 한 권을 빼먹었는데도 모르고 지나간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손을 부르르 쥐게 하는 만화 『슬램 덩크』를 보면서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겠는가 할 수 있지만서도, 3분 정도의 시간이 한 권에 그려지는 일도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깜빡 하는 경우도 있더랬습니다. 허나 한 시간 안에도 몇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할지 모르는 〈24〉를 보면서 그랬다가는 도저히 앞뒤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태에 봉착합니다.

#5. 몰아보기/한 방 시청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우리 보통 사람들은 이 드라마 〈24〉를 놓고 차분하게 다음 에피소드 시청을 뒤로 미루고 하던 일을 끝마치지는 못 합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몰아보기를 시도하게 됩니다. 좋습니다. 어찌 됐든 마음을 굳게 먹고 몰아보기로 결정하셨다면, 되도록이면 평일에는 보기 시작하지 마십시오. 평일 저녁에 퇴근 도장을 찍고 나와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보기 시작했다가는 다음날 출근길이 몹시 고될 수가 있습니다. 딱 한 편만 더 보고 자자, 했다가 창 밖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것을 바라보며 낭패를 겪으실 수 있으니까요. DVD로 한꺼번에 보시기로 하셨다면, 주말을 택하십시오. 주 5일 근무 또는 등교하신다고 치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만에 시즌 하나쯤은 다 보실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6. 중독

중독성이 강한 미국 TV 드라마는 아주 많습니다. 감기에 심하게 걸려 일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고, 오늘은 쉬면서 드라마나 보며 자야겠다고 하며 보기 시작한 〈그레이스 아나토미〉 시즌 1은 훌쩍훌쩍 코를 풀어대며 아홉 개 에피소드를 앉은 자리에서 연이어 시청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웨스트 윙〉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일해야 하는데, 일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예닐곱 개 이상씩 주욱 봐버리고, 이러면 안 돼 하며 단호하게 TV를 끄고 남편과 함께 자리에 누웠다가, 또 얼마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가, “딱 하나만 더” 하며 다시 박차고 일어나 또 열 개 정도를 더 보게 되곤 했던 것이지요. 이 정도쯤 되면 바야흐로 중독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중독의 혈투 속에서도 정점에 위치한 드라마가 바로 〈24〉입니다. 보통 이상의 이성과 자제력이 있지 않다면 결코 끊을 수 없습니다. 다음 에피소드를 한 방 맞아주지 않는 이상 약도 없을 뿐더러, 섣부르게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재활치료를 시도해 본다한들 듣지도 않습니다. 단 하나의 즉효약이 있다면 그건 바로 1년을 기다려서 〈24〉 다음 시즌으로 시도해 보는 방법밖에는 없답니다.

#7. 키퍼 서덜랜드 & 잭 바우어

영화판에서 한때 성공을 거두었다가 꾸준히 가지 못하고, TV로 방향을 돌려 재기에 성공한 사례는 꽤 됩니다. 명배우 도널드 서덜랜드의 아들이며 〈유혹의 선〉 등에서 청춘스타로 군림할 뻔했으며 줄리아 로버츠와 염문을 뿌리기도 했던 키퍼 서덜랜드도 〈24〉에서 배신자와 협잡꾼, 관료주의자들이 난무하는 연방조직에서, 자신은 그저 소모품이라고 주장하며 제 한 몸 절대 돌보지 않으나 정말로 다이 하드한 원 톱 주인공을 맡아 성공적인 한 시즌, 한 시즌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대 테러본부의 최종병기로서 전형적인 독고다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잭 바우어 역에 이제 키퍼 서덜랜드 말고 어울릴 만한 다른 배우는 달리 상상하기 힘들 것입니다.

#8. 대통령 데이빗 팔머

실제로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은 백인 여자 대통령이 나올 가능성보다 훨씬 낮다고 해도 무방할 듯합니다. 최근 ABC에서 방영을 시작한 〈커맨더 인 치프〉라는 정치 드라마에서 지나 데이비스가 미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으로 출연하지만, 그나마 이는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 사망으로 그 직위를 승계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24〉에는 데니스 헤이스버트가 분한 매력적인 흑인 대통령 데이빗 팔머가 나옵니다. 일신의 안위와 출세만을 바라는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아내에게서조차 자신의 신념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주인공인 잭 바우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캐릭터도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외로움이라는 동병상련과 우정을 나누는 둘의 모습이 끊임없는 긴장과 액션에 작은 감동을 보탭니다.

#9. 셰리 팔머

〈엑스 파일〉의 시가렛 맨 이후 가장 강력한 악역 캐릭터가 〈24〉에서의 데이빗 팔머의 부인 셰리 팔머에게서 실현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녀는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 굳게 믿으며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서는 멈출 수 없는 권력욕을 불태웁니다. 권력을 위해서는 어떤 짓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짜증을 한껏 돋우며 늙은 여우 취급을 받는 역할이지요. 정말 이만큼 독특하면서도 밉살맞은 영부인 캐릭터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연예계에서 너무나 좋아하는 힐러리 클린턴 희화하기의 극단을 보는 듯한 느낌도 안겨주고요. 〈24〉에서 사건의 진행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역할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 아줌마, 저거 어떻게 좀 못해!” 싶은 분노와 흥분이 몰려드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24〉에서 진정한 악역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오히려 셰리 팔머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10. 니나 마이어스

영부인 셰리 팔머가 추하게 권력을 쫓으며 짜증을 이끌어낸다면, 오로지 돈을 위해 잔악한 행동을 일삼는 테러 용병 니나 마이어스는 서늘한 공포감마저 안겨줍니다. 주인공 잭 바우어와의 개인적인 관계가 극적 재미를 끌어올리는 포인트가 되며, 동시에 믿음과 배반이라는 〈24〉의 중요한 축을 이끌어가는 데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이기도 합니다. 〈24〉의 시즌 5 방영을 미국 현지 시간으로 한 달 여 앞두고 공개된 시즌 4 DVD 서플먼트에 담긴 시즌 5 예고편에 잭 바우어를 쫓는 의문의 검은 헬멧 오토바이 맨이 등장하는데, 〈24〉 광팬들은 벌써부터 이 의문의 오토바이 맨이 제발 니나 마이어스였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표현하고 있답니다.

#11. 위성

테러에 대항하는 내용을 다루는 이 드라마에는 대 테러 작전에서 사용되는 온갖 첨단 기술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위성을 이용해 테러리스트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이 아주 중요하게 등장하는데요. 위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잭 바우어는 스컬리 없는 멀더요, 마샬 없는 시드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 어쓰를 찬탄과 경이의 마음으로 검색해 본 경험이 있으시다면, 침투할 곳의 지형 청사진과 실시간 교통 정보를 PDA를 통해 받으며 테러범을 쫓는 장면에 좀더 큰 감정이입을 해보실 수 있으리라고 사료됩니다.

#12. 음악

〈24〉는 일반적인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전형적인 효과음을 제외하고는 배경음악이 전무하다고 말할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주요한 두 효과음으로서 쇼의 시작을 알리는 “삐릭, 삐릭, 삐릭, 삐~빅! 삐릭, 삐릭, 삐릭, 삐~빅!” 하는 효과음과 시간의 경과를 알리는 “띵까당 띵까당 띵까당 띵! 띵까당 띵까당 띵까당 띵!” 하는 효과음은 짧지만 강력합니다. “띵까당” 하는 부분은 시간의 경과를 알리기도 하거니와, 광고 때문에 끊어진 부분을 이어주는 역할도 합니다. 즉 〈24〉는 디지털 초침이 강렬한 박동음과 함께 두둥거리면서 시간의 경과가 표시되는데, 첫 번째 박동음과 두 번째 박동음 사이에 비어 있는 약 5분간의 시간이 광고 시간이라는 의미입니다. 말 그대로 리얼 타임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장치인데, 이 “띵까당, 띵까당”하는 효과음을 듣고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엄지를 들어올리며 왼쪽, 오른쪽 어깨를 들썩이는 마사루식 아이원츄 동작을 취하게 되고는 한답니다. 한마디로 시청각적 몰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요.

- 다음주에 Part ②로 계속 됩니다

『 24 시즌 3 박스세트 (7disc) (24 Season 3) 』 스티븐 홉킨스, 윈리히 콜베/키퍼 서덜랜드, 엘리샤 쿠스버트 | 20세기 폭스 | 2004년 11월
실시간으로 사건을 추적하는 독특한 설정으로 긴장과 스릴의 진수를 전해주는 리얼 타임 액션 스릴러 “24” 세번째 시즌. 13:00시에서 다음날 13:00시까지 24시간 동안 펼쳐지는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 타이틀은 키퍼 서덜랜드를 비롯한 배우들의 인터뷰와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멀티 앵글 스터디 등 총 7개의 디스크로 구성되었다. 1시즌의 대통령 후보 암살사건, 2시즌의 폭탄 테러전에 이어 이번 3시즌에서는 제3의 전쟁이 될 ‘생물학 테러전’의 공포를 소재로 한 스토리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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