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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말란 감독이 <레이디 인 더 워터>에서 영화평론가를 벌한 이유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레이디 인 더 워터>엔 밥 발라반이 연기한 영화 평론가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부정적인 캐리커처로 그려진 인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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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레이디 인 더 워터>엔 밥 발라반이 연기한 영화 평론가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부정적인 캐리커처로 그려진 인물이지요. 그는 지금까지 본 영화에서 찾아낸 관습과 법칙을 현실 세계에 대입하다 자신과 남들에게 심각한 해를 끼칩니다.

솔직히 전 이 캐릭터가 좀 불쌍했습니다. 거만하고 생각이 좁긴 해도 그에겐 악의는 없었어요. 그가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린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처음에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조언을 요청한 주인공에게 잘못이 있지요. 그의 태도가 좀 재수 없긴 했지만 뻔한 영화를 보기 싫은데도 의무감으로 봐야하는 영화평론가들에겐 이해가 가는 태도이기도 해요.

그런데도 샤말란은 그를 바보/악당 취급하며 가장 끔찍한 벌을 내렸습니다. 네, 벌이에요. 샤말란이 그를 싫어하고 경멸하고 그렇기 때문에 처참한 벌을 준다는 게 보입니다. 너무 자명해서 감출 수가 없어요. 샤말란의 경력 전체를 통해 이렇게 노골적인 조롱의 표적이 되는 사람은 그 영화 평론가밖에 없어요.

이유는? 충분히 상상 가능하죠. <식스 센스>의 엄청난 성공 이후, 샤말란과 비평가들의 관계는 아슬아슬했어요. <언브레이커블> <싸인>은 흥미로운 영화들이었지만 늘 <식스 센스>와 비교 대상이 되었고 <빌리지>는 혹평일색이었죠. 샤말란도 인간인지라, <빌리지>의 혹평엔 쉽게 견디지 못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러다 결국 반격에 나선 거겠죠.

문제는 그게 별로 좋은 수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일단 <레이디 인 더 워터>는 몇몇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빌리지>보다도 못한 영화였어요. 전 <빌리지>는 어느 정도 옹호할 수 있지만 <레이디 인 더 워터>는 정말 대책이 없더군요. 게다가 이런 식으로 작정하고 비평가들을 욕하는 건 비평가들의 호평이 절실하게 필요한 슬럼프에 빠진 영화감독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에요. 비평가들의 신경을 거스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수가 너무 뻔하고 유치하기 때문이죠. 샤말란은 시치미 뚝 떼고 무표정하게 굴어야 성공하는 장르에 속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속내를 드러내면 약점을 그대로 폭로하는 셈이죠.

M. 나이트 샤말란(M. Night Shyamalan) 감
저는 그를 여전히 이해합니다. 전 지금까지 샤말란과 비평가들이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의 영화엔 늘 그런 구석이 있죠. 시치미 뚝 뗀 농담과 같은 느낌요. 샤말란은 지금까지 어처구니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말하는 사람이 너무 심각하고 기술적 완성도도 높아서 쉽게 웃지도 못하는 그런 부류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전 그 영화들이 모두 계산된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즐겼지만 또 모르죠. 하여간 샤말란 식으로 담담한 영화들은 감독의 의중을 알기가 좀 어렵습니다. 당연히 감독이 보기에는 바보 같은 평론들도 많을 거예요. 그 바보 같은 논리에 따라 악평을 쓴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전 샤말란이 영화평론가 캐릭터에게 벌을 내렸을 때 낙제생을 벌주는 학교 선생과 같은 심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에 자신의 계산을 맞추는 것도 역시 예술가가 할 몫이죠. 어떻게 보면 비평가들은 관객들에게 영향을 직접 주는 존재라기 보다는 관객들의 견본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는 조금 더 풀기 까다로워지죠.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조금 잃어도 조금 친절해질 것인가? 아니면 보다 직설적인 구두 반격으로 평론가들에게 맞설 것인가, 아니면 다음에 그가 하고 싶었던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소통을 시도해 볼 것인가.

어느 쪽이건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샤말란이 자기 영화에 슬럼프에 빠진 미래의 위대한 작가/사상가로 직접 출연한 것도 그 때문이겠죠. 그에겐 <레이디 인 더 워터>라는 영화가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그를 구해주는 인공적인 뮤즈와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하지만 뮤즈는 자기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죠. 아무리 블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근사하게 그 역할을 해냈다고 해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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