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샤말란 감독이 <레이디 인 더 워터>에서 영화평론가를 벌한 이유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레이디 인 더 워터>엔 밥 발라반이 연기한 영화 평론가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부정적인 캐리커처로 그려진 인물이지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레이디 인 더 워터>엔 밥 발라반이 연기한 영화 평론가 캐릭터가 나옵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부정적인 캐리커처로 그려진 인물이지요. 그는 지금까지 본 영화에서 찾아낸 관습과 법칙을 현실 세계에 대입하다 자신과 남들에게 심각한 해를 끼칩니다.

솔직히 전 이 캐릭터가 좀 불쌍했습니다. 거만하고 생각이 좁긴 해도 그에겐 악의는 없었어요. 그가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린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따지면 처음에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조언을 요청한 주인공에게 잘못이 있지요. 그의 태도가 좀 재수 없긴 했지만 뻔한 영화를 보기 싫은데도 의무감으로 봐야하는 영화평론가들에겐 이해가 가는 태도이기도 해요.

그런데도 샤말란은 그를 바보/악당 취급하며 가장 끔찍한 벌을 내렸습니다. 네, 벌이에요. 샤말란이 그를 싫어하고 경멸하고 그렇기 때문에 처참한 벌을 준다는 게 보입니다. 너무 자명해서 감출 수가 없어요. 샤말란의 경력 전체를 통해 이렇게 노골적인 조롱의 표적이 되는 사람은 그 영화 평론가밖에 없어요.

이유는? 충분히 상상 가능하죠. <식스 센스>의 엄청난 성공 이후, 샤말란과 비평가들의 관계는 아슬아슬했어요. <언브레이커블> <싸인>은 흥미로운 영화들이었지만 늘 <식스 센스>와 비교 대상이 되었고 <빌리지>는 혹평일색이었죠. 샤말란도 인간인지라, <빌리지>의 혹평엔 쉽게 견디지 못했던 게 분명합니다. 그러다 결국 반격에 나선 거겠죠.

문제는 그게 별로 좋은 수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일단 <레이디 인 더 워터>는 몇몇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빌리지>보다도 못한 영화였어요. 전 <빌리지>는 어느 정도 옹호할 수 있지만 <레이디 인 더 워터>는 정말 대책이 없더군요. 게다가 이런 식으로 작정하고 비평가들을 욕하는 건 비평가들의 호평이 절실하게 필요한 슬럼프에 빠진 영화감독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에요. 비평가들의 신경을 거스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수가 너무 뻔하고 유치하기 때문이죠. 샤말란은 시치미 뚝 떼고 무표정하게 굴어야 성공하는 장르에 속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속내를 드러내면 약점을 그대로 폭로하는 셈이죠.

M. 나이트 샤말란(M. Night Shyamalan) 감
저는 그를 여전히 이해합니다. 전 지금까지 샤말란과 비평가들이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의 영화엔 늘 그런 구석이 있죠. 시치미 뚝 뗀 농담과 같은 느낌요. 샤말란은 지금까지 어처구니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말하는 사람이 너무 심각하고 기술적 완성도도 높아서 쉽게 웃지도 못하는 그런 부류의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전 그 영화들이 모두 계산된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즐겼지만 또 모르죠. 하여간 샤말란 식으로 담담한 영화들은 감독의 의중을 알기가 좀 어렵습니다. 당연히 감독이 보기에는 바보 같은 평론들도 많을 거예요. 그 바보 같은 논리에 따라 악평을 쓴 사람들도 많을 거고요. 전 샤말란이 영화평론가 캐릭터에게 벌을 내렸을 때 낙제생을 벌주는 학교 선생과 같은 심정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에 자신의 계산을 맞추는 것도 역시 예술가가 할 몫이죠. 어떻게 보면 비평가들은 관객들에게 영향을 직접 주는 존재라기 보다는 관객들의 견본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는 조금 더 풀기 까다로워지죠.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조금 잃어도 조금 친절해질 것인가? 아니면 보다 직설적인 구두 반격으로 평론가들에게 맞설 것인가, 아니면 다음에 그가 하고 싶었던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소통을 시도해 볼 것인가.

어느 쪽이건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샤말란이 자기 영화에 슬럼프에 빠진 미래의 위대한 작가/사상가로 직접 출연한 것도 그 때문이겠죠. 그에겐 <레이디 인 더 워터>라는 영화가 앞뒤가 꽉 막힌 상황에서 그를 구해주는 인공적인 뮤즈와 같은 존재였을 겁니다. 하지만 뮤즈는 자기가 직접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죠. 아무리 블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근사하게 그 역할을 해냈다고 해도요.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의 만남

김초엽 소설가와 김원영 변호사는 공통점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손상된 신체를 보완하는 기계(보청기와 휠체어)와 만났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사색을 통해 사이보그가 그려갈 미래를 논한다. 사이보그의 존재론과 윤리에 관한 두 사람의 통찰이 빛난다.

사라진 엄마, 아빠를 찾아 자정의 세계로!

영화화가 검토되고 있는 해리포터를 연상시키는 아동 판타지 문학. 사라진 엄마 아빠를 찾아 헤매던 소녀가 자신을 쫓는 정체 모를 존재를 피해 자정을 울리는 빅벤의 종소리가 울려퍼질 때 밤의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마법과 비밀, 낮과 밤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에밀리의 여정이 펼쳐진다.

우리에게 두 번째 날은 없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CEO부터 직원까지 2년간의 집중 인터뷰를 통해 발견한 그들의 생존 전략. 거대 기술 기업에겐 둔화와 정체라는 비즈니스 주기가 적용 되지 않는다. 하나를 성공할 때마다 다시 ‘첫 번째 날’로 돌아가 다음을 준비하기에 성장만이 있을 뿐이다.

나는 울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릴 거예요.

캐나다를 대표하는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케이트 그리너웨이상 수상 작가 시드니 스미스의 그림이 만나, 전 세계 평단과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 아름다운 그림책. 굽이치고 부딪치고 부서져도 쉼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아픔을 딛고 자라나는 아이의 눈부신 성장 이야기.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