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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순정>이 보여주는 둔감함

비슷한 논리로, 특별히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번 KBS 일일 연속극 <열아홉 순정>이 논란의 대상이 될 거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시리즈의 주연배우인 구혜선의 태도와 발언이 힌트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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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문승욱의 <로망스>가 촬영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 영화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는데, 그건 주연 배우 중 한 명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시나리오와 캐릭터의 문제점에 대해 계속 불평해왔기 때문이죠. 영화 절반을 책임지는 주연배우가 작품에 확신이 없고 거기에 대해 침묵하지도 않는다면 그건 꽤 큰일이 아니겠어요? 결과는 ‘역시나’였죠.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떠들어댔는지 아주 잘 이해하겠더군요.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출연했니?”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잖아요.

비슷한 논리로, 특별히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번 KBS 일일 연속극 <열아홉 순정>이 논란의 대상이 될 거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시리즈의 주연배우인 구혜선의 태도와 발언이 힌트였지요. 자기가 하는, 그리고 우리가 옌볜 억양이라고 생각하는 말투가 진짜가 아니라 북한말에 가깝다는 정보를 가장 먼저 제공한 사람은 바로 구혜선 자신이었어요. 지금의 옌볜 사람들이 우리의 고정관념과 <열아홉 순정>이 그리는 것과 같지 않다고 말한 사람도 구혜선이었고. 기자들이 다 보고 듣는 공공장소에서 아직 몸조심해야 하는 신인 배우의 이러한 행동은 사과일 수도 있고 면죄부를 얻으려는 시도일 수도 있고 소극적인 반항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 시리즈는 동포 차별의 논란에 휩싸였지만요. 그쪽 게시판에 가보세요. 난리도 아닙니다.

궁금해서 저도 몇 편을 봤습니다. 어땠느냐고요? 일단 이런 식의 국제결혼에 대한 책임감 없는 태도는 불쾌했습니다. <하노이 신부> 정도는 아니었지만요. 하지만 전 구혜선의 억양에 대해서는 정말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더군요. 옌볜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역시 할 말이 없죠. 아마 그건 거기에 여행이라도 다녀온 사람들이 더 잘 알겠죠. 살다 온 사람들은 더 잘 알겠고. 전 말 못합니다. 당연히 방송국 게시판에서 벌어지는 장황한 토론에 참가할 능력도 없고요. 그도 당연한 것이, 옌볜에 대한 저의 지식은 모두 대한민국 매스컴을 통한 것이거든요. 전혀 믿을 수 없는 소스인 것입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방영 초에 구혜선의 사투리가 어쨌느니 하는 사람들 대부분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고요. 우린 너무나도 쉽게 아무것도 모르는 대상에 대해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죠.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할 능력이 없으니, 이제부터는 기초적인 원론을 짚어보죠.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한 집단이나 국가를 다룰 때, 우린 늘 선택을 해야 합니다. 사실적으로 그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머릿속에 품고 있는 이미지를 따를 것인가. 이 둘 사이에 간격이 없으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죠. 우리가 아무리 ‘정치적으로 공정’해지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태도는 진실에서 어긋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허상의 이미지와 사실 사이에 분명한 간격이 있고 그걸 만드는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면 사실을 따르려 노력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리고 <열아홉 순정>을 만드는 사람들은 분명히 그 간격을 인식하고 있었어요. 설마 그게 구혜선 혼자만 알고 있는 정보였을까요? 그럴 리가 있겠어요? 그렇다면 우린 꽤 자신 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옌볜 사람들에 대해 품고 있는 고정관념과 사투리를 제공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건 그렇게까지 옳은 일이 아니라고요. 소위 ‘공익’을 생각하는 공영방송에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물론 그들은 그러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뭘까요? 그건 우리가 아직도 외부의 비판과 이웃의 의견에 둔감한 작은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겠지요. 전 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후폭풍을 거의 예측하지 못했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바로 그 둔감함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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