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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D 애니메니션이 극장가로 돌아올 날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사실이었던 걸까요? 아뇨, 사실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3D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들이 2D 장편들을 극장가에서 밀어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극장이 애니메이션의 주 시장이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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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우린 2D 애니메이션이 붕괴한다는 소문을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셀 애니메이션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꾸준히 대체되어 왔고, 2D 애니메이션의 명가라고 할 수 있는 디즈니에서는 극장용 장편 2D 애니메이션 제작 자체를 포기해버렸죠. 심지어 DVD 시장에서도 그들은 신성모독에 가까운 짓을 했습니다. 미키 마우스나 도널드 덕과 같은 그들의 2D 주인공들을 3D 애니메이션에 출연시킨 것이죠. 모두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훌륭한 구식 미디어 하나를 날려 버렸다고 서글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사실이었던 걸까요? 아뇨, 사실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3D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들이 2D 장편들을 극장가에서 밀어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극장이 애니메이션의 주 시장이었던가요? 애니메이션의 주 시장은 텔레비전입니다. 그리고 한 번 아무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이나 틀어 보세요. 주를 차지하는 건 여전히 2D 애니메이션입니다.

물론 2D라고 해서 꼭 아날로그라는 말은 아니죠. 카툰 네트워크에서 방영하는 <상상 속 친구들의 모험>은 2D지만 컴퓨터 그래픽입니다. 플래시로 만들었거든요. 그러나 플래시로 만들었다고 해서 이 작품이 기존의 2D 애니메이션 영화들과 성격이 특별히 다른 건 아닙니다. 기술적인 테크닉이 조금 바뀌었고 낭비되는 셀이 사라졌을 뿐이죠.

이 세계에서는 3D로 만들었다고 해서 특별히 더 쿨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당장 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작품들은 <팻 에일리언>과 <천재 소년 지미 뉴트론> 정도인데, 이 작품들이 방영되는 네트워크에서 최고의 인기작인 건 아니죠. 물론 다들 장점이 있는 작품들이고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요.

극장판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식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일단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여전히 2D가 강세이고 한동안 그게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상 애니메이션 부분에는 CG 영화가 단 한 편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요. 디즈니 영화는 아니지만 아주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영화인 <큐리어스 조지>가 다시 극장가에 등장했습니다. 3D CG 영화들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이런 영화들은 픽사의 작품들이 그렇듯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진 A급 영화들이었죠. 요샌 아닙니다. 곧 개봉된다는 <빨간모자의 진실>을 보세요. 대충 급하게 만든 티가 역력해요. 그만큼 만들기 쉬운 매체가 된 것이기도 하고 그러는 동안 이전의 희소성을 잃어버렸다는 말도 되지요. 그건 관객들이 이 매체가 주는 시청각적 공습에 슬슬 면역이 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2D 애니메이션에겐 이득이죠.

여기서 저는 매체의 기술적 발전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영화처럼 첨단기술에 의존하는 매체는 언제나 기술의 발전에 의지하게 마련입니다. 그 증거로 우린 영화의 발전사를 기술의 발전사로 보고 있지 않나요? 흑백 무성 영화, 흑백 유성 영화, 컬러 유성 영화, 와이드 스크린 유성 영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영화의 표현폭도 넓어졌습니다. 타라의 평원을 빨갛게 물들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과 같은 건 흑백 영화에선 어림없었겠죠. 니콜라스 레이의 <실물보다 큰>의 장려한 광기도 와이드 스크린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고요. 그러나 이 과정은 표현 수단의 증가이지 표현 수단의 대체는 아닙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3단 테크닉 컬러의 화면은 아름답지만 그게 <카사블랑카>의 단아한 흑백 화면보다 우월한 건 아니죠. 표현 수단의 측면에서 둘은 평등합니다.

무성 영화는 어떠냐고요? 최근 캐나다의 감독인 가이 매딘은 훌륭한 20년대 가짜 무성 영화들을 만들고 있는데, 성과가 아주 좋습니다. 얼마 전에는 H.P. 러브크래프트 팬들이 디지털 카메라로 <크툴루의 부름>을 각색한 아마추어 영화를 만들었는데, 매딘의 작품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역시 썩 좋았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보면 즐거워요. 20년대 무성 영화의 그 몽환적인 느낌은 세월이 흘렀다고 포기하기엔 여러모로 아까우니까요.

여전히 극장가에서 3D 애니메이션은 대세입니다. 한동안 그래도 상관없을 거예요. 아직 젊은 매체이고 여전히 새로운 기술과 테크닉을 추구하는 단계니까 기회가 필요하죠. 그래도 전 다시 2D 애니메니션이 극장가로 돌아올 날을 기다립니다. 극장 스크린 위에 영사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그 풍성한 질감이 요샌 그립군요. DVD로는 그런 느낌이 잘 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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