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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 위주로 공부해!

한 마디로 둘 다 국영수 공부를 안 했습니다. 조금만 했더라도 그들이 다루는 이야기나 설정이 엄청나게 따분하고 규격화된 것이니 그냥 이야기를 그대로 끌고 가는 대신 노력과 아이디어를 조금 더 투여해야 한다는 걸 알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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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동안, 전 <썬데이 서울>이니 <흡혈형사 나도열>이니 하는 최근 한국 영화 개봉작들에 대한 굉장히 따분한 리뷰들을 썼습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요. 반성하고 있습니다. 정말 재미없는 글들이었어요. 그렇다고 그 글들의 논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재미없고 같은 소리가 끝없이 반복되는 글들이었을 뿐이죠.

제 게으름은 인정하지만 전적으로 제 탓은 아닙니다. 세상엔 흥미로운 리뷰들을 끌어내는 영화들이 존재합니다. 그게 꼭 영화의 질과 일치하는 건 아니죠. 형편없는 영화지만 흥미로운 토론의 불을 지피는 영화도 있고 잘 만든 작품이지만 정작 그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재미없는 영화도 있습니다. 물론 영화를 보고 글 쓰는 사람들의 취향이나 의견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죠.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제가 쓴 <썬데이 서울><흡혈형사 나도열>의 리뷰들이 재미 하나 없는 지루한 글들이었을까요? 일단 제 최근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이에요. 아마 십중팔구 이런 상태로 2월을 넘길 겁니다. 가끔 있는 일이라 잘 알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이 두 영화들은 모두 했던 이야기를 또 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요. 이런 영화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성적 문제로 상담 교사를 찾은 학생에게 “국영수 위주로 공부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맞는 말이죠. 하지만 수백 명쯤 되는 학생들을 상담하며 모두에게 “국영수 위주로 공부해”를 반복하다보면 정말 지치게 됩니다. 처음 며칠은 열의가 남아 있을지 몰라도 그게 언제까지 가지는 않죠. 세상엔 반복되는 자명한 말처럼 따분한 소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걸 거부하는 반항아들이 쿨하게 보이는 거죠. 사실 그런다고 특별히 쿨할 것도 없지만요. 반항아들의 패턴은 모범생들의 행동만큼이나 규격화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국영수 위주로 공부해” 외에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썬데이 서울><흡혈형사 나도열>은 모두 간신히 기본기만 하는 성의 없는 영화들이었습니다. <썬데이 서울>은 남들이 몇 백 번 정도 다 해본, 별 것 아닌 따분한 아이디어 몇 개를 마치 굉장히 독창적인 무언가로 착각하는 영화였고 <흡혈형사 나도열>은 남들이 다 하는 두 장르의 결합을 마치 엄청난 것인 양 착각하는 영화였지요. 한 마디로 둘 다 국영수 공부를 안 했습니다. 조금만 했더라도 그들이 다루는 이야기나 설정이 엄청나게 따분하고 규격화된 것이니 그냥 이야기를 그대로 끌고 가는 대신 노력과 아이디어를 조금 더 투여해야 한다는 걸 알았을 거예요.

“너 자신을 알라”고 소크라테스가 말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명언’들이 그렇듯, 이 간단한 말도 맥락 속에서 읽어야 제대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거지만, 전 그냥 그대로 인용하렵니다. 쓸 만한 말이에요. 특히 머리 쓰기 싫어하는 장르 영화 제작자들을 비판하는 데엔 말이죠. 장르는 만만한 게 아니에요. 수천, 수만의 선배들이 이미 온갖 길들을 다 실험해 본 동네에서 살아남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 것 같습니까? 왜 다들 이런 작업을 건성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전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을 만들면서 뭔가 대단한 시도라도 한 것처럼 착각하고 우쭐거리는 감독들을 계속 보고 싶지는 않아요. 겸손을 배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 거만함에 맞는 내용을 담으라는 거죠. 그러기 위해 천재가 될 필요는 없어요. 그냥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만 해도 됩니다. 그 쪽도 장르의 벽을 뛰어넘는 걸작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잖아요.

그러나 누가 이 말을 신경 써서 들을까요. 아무도 안 들을 겁니다. 결국 지금까지 쓴 간청도 “국영수 위주로 공부해”의 또 다른 변주에 불과하거든요. 저라도 한 귀로 흘리고 잊어버릴 겁니다. 그리고 또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빙글 빙글 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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