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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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로저 이버트 칼럼에서 꽤 재미있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버트가 비디오 게임이 원작인 영화<둠>을 언급하면서, 게임이 영화나 책과 같은 깊이를 가진 예술이 되지 못할 거라고 했던 거죠. 당연하지만 이버트의 그 주장을 반박하는 수많은 메일들이 날아들었습니다. 그 중 정선된 일부를 이버트의 게시판에서도 읽을 수 있어요.

비디오 게임은 예술일까요? 물론 그렇겠죠. 상상력과 재능, 기술이 들어가는 창작 작품이니까요. 이버트 자신도 그걸 인정하고 있죠. 하지만 게임이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나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과 같은 깊이를 지닌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그건 쉽게 답변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물론 기준은 여럿 있습니다. 스필버그는 게임을 하면서 레벨 17을 깨고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거기에선 성취감의 눈물은 당연히 제외해야 할 겁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고 해서 마라톤을 예술로 부르지는 않는 것처럼요.

가능한 일일까요? 얼마 전에 피터 잭슨의 새 영화 <킹콩>에 기반을 둔 새 콘솔 게임이 나왔는데, 그거 홍보 멘트가 ‘감동적인’ 게임이라는 것이더군요. 과연 플레이어들이 진짜로 그 게임을 하면서 감동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궁금하니 나중에 사서 해 보면 되겠지요. 하지만 정말 그게 그렇게 ‘감동적인’ 게임이라고 해도 전 그 과정이 그렇게까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게임은 관객들이 완전히 수동적인 입장에 있는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유의지를 완벽하게 휘두를 수 있는 실제 세계도 아닙니다. 조금 시니컬하게 말하면 통제된 유원지와 같죠. 직접 뭔가를 할 수 있어 보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자의 간섭을 받아야만 뭔가를 할 수 있는 곳 말입니다. 차라리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더 적극적일 수 있을 겁니다. 내용을 간섭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러는 동안 자신의 감수성과 이성을 스크린 위에 벌어지는 이야기에 충돌시키거나 조화를 이룰 수는 있지요. 훌륭한 영화를 보거나 훌륭한 책을 읽는 과정은 결코 수동적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비디오 게임은 아직 원시적인 수준에 있습니다. 앞으로 기술적으로 더 발전할 거고 그러는 동안 다른 표현법과 형식이 개발되겠지요. 제가 예상할 수 있는 건 엉성하게 영화 스토리를 흉내 내는 지금의 비디오 게임의 형식이 앞으로도 주류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겁니다. 지금의 비디오 게임은 은근히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유행한 회화주의 사진들을 닮았습니다.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선배 매체와 대결하기 위해 그를 흉내 내고 있는 거죠. 뭐, 사진이라는 매체의 성격이 확립된 지금 와서 보면 회화주의 사진에도 나름대로 멋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그게 주류가 되길 바라지는 않겠죠.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그것들은 늘 인정을 받기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지금은 당당한 예술로 취급받는 영화나 사진도 그 단계를 통과하기 위해 수많은 토론과 사유 과정을 거쳐야 했지요. 게임은 지금 그 중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게임 제작자들이 예술가라는 자의식을 갖고 그 자의식을 지키기 위해 투쟁 중이고요.

문제는 투쟁 방향입니다. 기존 매체를 흉내 내는 스노비즘적인 작품을 낼 것이냐, 아니면 매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전혀 새로운 형식을 발명할 것이냐. 물론 진짜로 생산적인 건 후자겠죠. 문제는 그 후자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의 영역 안에 들어가느냐는 것입니다. 체스는 훌륭한 게임이지만 우린 그걸 예술이라고 하지 않잖아요? 진짜로 진화된 게임들은 예술의 형식에서 벗어날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런 완성된 게임에서 예술은 주변부에만 머물지 모르죠. 아름다운 체스판과 체스말은 예술이고 체스 자체는 예술이 아닌 것처럼요. 괜히 발끈해서 ‘예술’이라는 단어에 집착만 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의 영역은 훨씬 넓어집니다.
40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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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2009.03.02

가끔 해보면 예술이라고 느끼는 게임들이 있지요
점점더 그렇게 될지도 몰라요 게임은 예술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는 거 같으니까요 . 정말 개인주관과 주장성 없는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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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슨

2006.08.09

글 제목하고 참 잘 어울리는 글이군요. 투덜이 스머프가 생각나네요... 게임을 단순한 유흥거리로 치부하며 말씀하시는 부분이 안타깝습니다. 김치맛을 모르고, 냄새나는 쓰레기취급하는 외국인을 보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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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탐

2006.02.15

'예술'이라면 일렉트로 플랑크톤이 훌륭하지요. 코딱지만큼 팔렸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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