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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일기> 기자 시사회에서 생긴 일

문제는 그 해부 장면부터 발생했습니다. 배우들의 입과 대사가 맞지 않았던 거예요. <사랑은 비를 타고>에 나오는 그 악몽과도 같은 시사회 장면을 기억하세요? 똑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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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 메가박스에서 했던 <6월의 일기> 기자 시사회에 갔습니다. 그렇게까지 기대하고 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감은 채워야 하니까요. 주변 사람들에게 에릭 사진 찍어주겠다고 약속도 했고.

같이 간 일행과 함께 죽치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감독이랑 배우들이 나왔습니다. 김윤진은 <로스트>를 찍다말고 순전히 이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와이에서 날아왔다고 하더군요. 역은 크지 않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제적인 스타’가 된 뒤 처음으로 찍은 영화이니 개인적으로 중요한 영화였을 겁니다. 문정혁/에릭에게도 이 영화는 첫 주연작이니 기대가 컸을 거고요.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첫 번째 권의 필름이 흘러가는 동안... 사실 전 그렇게 큰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신은경이 자기 페르소나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건 알겠지만 전 이 사람의 오버 액팅이 영화보다는 텔레비전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대사들은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척 하느라 오히려 굳어 있었고요. 두 형사가 상부의 허가도 없이 멋대로 시체를 해부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없었고 초반 살인 장면은 뭔가 빠진 듯 했습니다.

문제는 그 해부 장면부터 발생했습니다. 배우들의 입과 대사가 맞지 않았던 거예요. <사랑은 비를 타고>에 나오는 그 악몽과도 같은 시사회 장면을 기억하세요? 똑같았습니다. 거기서 여자 주인공이 "No! no! no!"라고 외치는 동안 대신 악당의 “Yes! yes! yes!" 대사가 대신 들리는 장면이 있죠? 비교적 비슷했습니다. 소리가 5초 정도 영상보다 빨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흘러갔습니다. 전 뭔가 큰 일이 생겼구나 생각했죠. 싱크가 이렇게 어긋나는 건 극장 실수가 아닙니다. 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한 권을 넘길 생각인가...하고도 생각해 봤습니다. 또 모르잖아요. 다음 권부터는 괜찮을지.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어요. 결국 상영이 중단되고 말더군요. 이 영화는 두 군데에서 시사회를 했으니 분명 한 쪽 상영분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쪽에서는 어떻게든 시사회를 이어나가 보려고 했던 모양인데, 결국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더군요. 강북의 모 극장에서 다시 시사회를 하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시사회는 공식적으로 중단되었습니다. 고민이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2.35:1 시네마스코프 비율이거든요. 메가박스 1관에서 본 첫 권의 시각적 인상이 나쁜 편이 아니라, 악명 높은 서울극장 2관(뻔하죠, 어디겠어요)에서 나머지 권을 볼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가끔 그렇게 잘리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비율에 집착하느냐는 말을 듣는데, 화면비율에서 정말로 중요한 건 잘려나간 영상정보가 아니라 전체적인 화면의 모양 자체입니다. 그걸 깨트리면 영화를 깨트리는 거라고요. 이런 데서 시사회를 하는 건 멀쩡하게 잘 그린 그림을 일부러 칼로 찢어 평론가들에게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나중에 돈 내고 보느냐... 하긴 전 아직 김윤진이 나오는 부분도 못 봤습니다.

결국 그 다음날에 한 시사회는 가지 못했답니다. 갈 수 없었어요. 2시에 <연애> 시사회가 있었는데, <6월의 일기>는 4시 반이었지요. 기자 간담회까지 참석하면 당연히 못 가는 거죠. 여전히 전 고민 중입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반 시사회를 요청하면 갈 수도 있지만 어림없습니다. 한 번 가봐서 그 분위기를 알고 있어요. 더 좋은 극장이 걸릴 가능성도 많지 않고. 왜 감독이 의도한 화면을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보는 게 이리 어렵단 말입니까... 돈 내면 되지 않느냐고요? 하긴요. 그래도 사대문 내에 있는 유명한 극장이 동네 멀티플렉스 정도의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지하철을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실수를 한 당사자가 제작자와 감독에게 발길질당하고 구타당하는 광경을 상상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본 한국 영화의 상하 계급 묘사를 생각해보면 그 상상은 당연합니다. 자동적으로 소름이 끼칩니다. 전 실수가 잦은 편이라 실수를 발견하면 그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이 어떤 험한 꼴을 당할까 걱정부터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상상하는 최악은 늘 현실성의 경계를 넘어섭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전 엔키노에 들러 <6월의 일기>에 대한 첫 번째 기자 시사회 반응을 읽어 봤습니다. 그 정도면 호의적이더군요. 하지만 전 몇몇 사람들이 단점이라고 지적한 부분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 첫 번째 권만 본 영화에 대해 평을 할 자격이 없으니, 여러분은 제 말을 전혀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후반 사건 전개가 의외로 좋을 수도 있지요. 이 영화의 각본은 영화 촬영 전부터 평이 좋았다고 들었거든요.

그러나 <6월의 일기>자체에 대한 관심은 제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져 갑니다. 그러기엔 그날 겪은 소동의 여파가 너무 큽니다. 생각은 아직도 사방으로 뻗어나갑니다. 전 기계적 재현을 통할 수밖에 없는 영화라는 매체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중간에 삽입된 작은 인간적 실수가 기계적 매커니즘에 숨어들어 만들어낸 무정부주의적 난동을 보고 즐거워하기도 하며 직업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본다는 비교적 간단한 체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화를 내기도 합니다. 뻗어나갈 방향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전 이 글에 의미 있는 구조도 제공해주지 못하겠군요. 하긴 언제나 그런 게 필요한 것도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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