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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롱 푸리롱' 소동

‘게리롱 푸리롱’은 하나의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대중에 의해 다듬어지고 조작되고 왜곡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이런 현상은 필수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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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1막 4장에서 햄릿이 호레이쇼에게 이르길... “보게, / 그게 자연의 조화든 운명의 장난이든, / 단 한 가지 결함의 딱지를 지님으로, 그들의 미덕이 은총처럼 순수하고 /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더라도, / 바로 그 한 가지 결점으로 말미암아 / 일반인들이 썩었다고 평가할 것이야.”

이 근사한 시구는 여러 가지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948년에 이 역을 연기해서 아카데미상을 받은 로렌스 올리비에는 바로 이게 햄릿 자신을 가리킨다고 생각했죠. 지성, 외모, 무술실력, 가문, 명분을 모두 갖추었지만 그만 우유부단함이라는 치명적인 단점 때문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고요. 전 보다 직설적인 교훈으로 이해합니다. 정말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드러나는 단점 하나만 보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반대인 경우도 있고.

음... 전 사실 지금 과잉 인용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 악명 높은 이지현의 ‘게리롱 푸리롱’에 대해서이니까요. 이 이야기를 하려고 굳이 무덤 속의 음유시인 영감을 억지로 깨울 필요는 없었어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재미있는 걸.

‘게리롱 푸리롱’이 무엇이냐에 대해 여러분에게 설명하는 건 시간낭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혹시 이 글이 몇 십 년 뒤까지 데이터베이스로 남아 오래 전에 망각된 이상한 인터넷 유행을 설명하는 단서가 될 수도 있으니 그래도 간단한 정보는 제공하기로 하죠. 그룹 쥬얼리가 몇 년 전에 모 음악프로그램에서 스파이스 걸즈의 <2 become 1>를 불렀던 모양인데, 멤버인 이지현이 ‘get it on, put it on’이라는 가사를 계속 ‘게리롱 푸리롱’이라고 불렀던 거죠. 그걸 누군가가 잡아내어 인터넷에 올렸고 그게 사람들 사이에 대 히트를 친 거고요.

여기서 재미있는 것. 이지현이 ‘게리롱 푸리롱’을 불렀던 건 벌써 2년 전의 일인가 봅니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공연 녹화를 보고 들었겠죠. 하지만 다들 그냥 ‘참 못 불렀군’이라고 생각하고 넘겼을 뿐, 여기에서 ‘게리롱 푸리롱’을 찾아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겁니다. 당연하죠. 거긴 처음부터 ‘게리롱 푸리롱’이 없었으니까요. ‘게리롱 푸리롱’은 이지현의 발명품이 아니라 그 가사에서 ‘게리롱 푸리롱’을 찾아내 인터넷에 올린 사람의 발명품입니다. 이지현이야 자기 나름대로 ‘get it on, put it on’이라고 했던 거고 발음이 우리가 표준이라고 생각하는 표준 미국영어(General American)는 아니지만, 뭐 사실 스파이스 걸즈의 발음도 그게 아닌 건 마찬가지죠. (지금 세상에 영어 발음의 유일한 표준이 존재하긴 하나요?) 하지만 일단 인터넷에 ‘게리롱 푸리롱’이 뜨자 사람들은 더 이상 그 가사를 다른 식으로 들을 수 없게 됩니다. 마치 저에게 ‘all by myself’라는 셀린 디옹의 노래 가사가 ‘오빠 만세’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처럼요.

‘게리롱 푸리롱’은 하나의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대중에 의해 다듬어지고 조작되고 왜곡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이런 현상은 필수적이죠. 사람이건 집단이건 물건이건, 우린 우리가 접하는 대상들에 대한 모든 지식들을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동차를 수리하려면 부품들의 기능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야겠지만,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죠. 우리에게 쓸모 있거나 믿고 싶은 것만 적당히 골라 취하면 됩니다. 그런다고 그네들이 자동차처럼 우리를 태우고 달리다 중간에 고장 나 애를 먹이는 일은 없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지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대신 이미지를 설명하는 텍스트에 더 의지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더 정보량이 적고 받아들이는 데 머리를 덜 쓰게 되니까요. 순식간에 우린 이미지 자체보다는 얼굴 없는 대중이 조작한 몇몇 설명이 재발명한 이미지를 보게 됩니다. 이미지는 단순해지면서 자연인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갑니다. 만약 이지현이 인터넷이 선정해 재창조한 이미지 그대로라면 오히려 신기한 일이겠지요. 사람이란 그렇게 단순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여기서 권력의 위치는 또 뒤바뀌게 됩니다. 이지현의 경우, 최근 몇 개월 동안 쌓은 괴상한 이미지는 그 사람에게 득이 됩니다. 단순한 몇 줄짜리 텍스트에 의해 재구성된 이미지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그걸 받아들여 ‘모방’하는 것도 쉽거든요. 그 때문에 화보집도 혼자 찍고 불러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며 CF도 더 만들겠죠. ‘게리롱 푸리롱’을 발명하고 그 사람의 이미지를 가지고 놀던 사람들은 저작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이지현의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익명 속에 묻힐 거고요.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바뀐 게 아무 것도 없군요. 애당초부터 ‘게리롱 푸리롱’ 소동 자체가 그 사람이 일부러 만든 기존 이미지에 대중이 장단을 맞춘 거니 권력은 그냥 한 바퀴 돈 것에 불과하잖아요.

참, 지금까지 제가 무단인용한 『햄릿』의 시구는 최종철 교수의 번역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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