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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재생’을 그린 만화 - 『DAWN』

쿠라시나 료가 쓰고, 나카타니 D가 그린 『DAWN』은 일본 경제의 ‘재생’을 그린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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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라시나 료가 쓰고, 나카타니 D가 그린 『DAWN』은 일본 경제의 ‘재생’을 그린 만화다. 80년대의 거품 경기 이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불황기를 겪었지만, 21세기 들어 서서히 성장하는 중이라고들 평가하는 일본 경제. 하지만 『DAWN』은 그런 낙관론을 부정한다. 일본 경제는 성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근본적인 모순과 문제점들을 은폐한 채 달리고 있을 뿐이다. 『DAWN』은 그 모순들을 밝히고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만화다. ‘진정한 리얼 경제 코믹의 탄생’이란 말은 과장이 심하지만,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야하기 타츠히코는 한때 ‘월가의 전설의 사나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인물이다.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며 천재라고 평가받았던 야하기는 어느 날 갑자기 월가에서 사라진다. 2년 후, 야하기는 일본으로 돌아와 노숙자들과 함께 지낸다. 세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이라고 하면서. 그리고 노숙자들을 고용하여 농업회사인 아시안 팜 코퍼레이션을 창립하고, 고등학교 동창인 호사카 히데키가 근무하는 신세기 은행에 10억 엔의 융자를 신청한다. 상식의 눈으로 보면 터무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야하기가 꿈꾸는 일본 재생의 첫 걸음이다.

야하기 타츠히코가 월가를 떠난 것은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외치는 세계화는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게임이었을 뿐이다. “서구인이 만든 룰, 무대에 글로벌리즘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말에 넘어가서 아무것도 모르고… 어느새 세워져서 경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아시아의 현실이야.”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요하며 모든 국가가 전장에 나선 금융전쟁이 시작되었고 결국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금융 위기에 처했다. 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미국의 호경기는 아시아 경제를 날려버린 돈이 흘러들어간 덕이다. “과거에는 중남미를 집어삼켜서 살찌고, 지금은 아시아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아시아는… 브라질이나 칠레, 아르헨티나처럼 미국에 먹힐 뿐이다.” 야하기는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행하는 침략행위를 깨닫고, 2년간 세계의 이면을 본 후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야하기는 미국에 복수하려 한다. 그 첫걸음으로 아시안 팜 코퍼레이션을 세운 것은 선진국 중에서 일본의 식량 자급률이 제일 낮다는 이유도 있지만, 세계 곡물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미국 기업이고 식량이 미국의 전략물자란 속사정도 있다. 미국이 일본을 지배하는 수단을 하나씩 끊어버리겠다는 것이 야하기의 목표다. 다음으로 로우 마트가 일본 유통회사 레온의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자, 야하기가 백기사로 나선다.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들이 일본 회사를 장악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레온 인수를 둘러싼 로우 마트와 야하기의 전투를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긴다’라는 자본주의의 주장이 허튼 것임을 알 수 있다. 로우 마트는 단순하게 주식을 인수하는 것만이 아니라 레온의 약점을 파악하여 언론에 흘린다. 그리고 레온의 경영진을 만나 ‘지금 로우마트에 협조하면 거액의 퇴직금을 주겠다’라고 회유한다. 하나가 더 있다. 미국 상무성 관리를 동석시켜 미국 정부가 뒤에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다. 기업의 인수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미국 정부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야하기가 로우마트에 대항하는 방법은 그가 월가에서 배운 모든 것이다. 자본주의의 첨단인 월가에서 쓰는 방법은 시장논리가 아니라 철저한 모략과 돈이다. 야하기 역시 로우 마트의 약점을 파헤쳐서 스스로 물러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야하기가 신세기 은행을 인수할 때 쓰는 방법 역시 같다. 단지 돈이 아니라 약점을 파헤쳐서 굴복하게 하는 것. 일본 정부가 신세기 은행을 미국기업에 판 이유는 정치계와 은행의 유착관계가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이 싼 값으로 인수하게 하는 대신 모든 비리는 덮어둔다는 조건. 『DAWN』은 미국이 그토록 주장하는 ‘자본주의’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시장’이란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야하기는 거의 슈퍼 히어로급의 주인공이다. 여자에게 약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이 야하기의 의도대로 착착 이루어진다. 너무나 만화적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정도의 단점은 참아줄 수 있다. 『DAWN』의 야심 찬 주장은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DAWN』은 단지 경제전쟁만이 아니라, 경제가 얼마나 정치와 밀접한 것인지를 함께 폭로한다. 결국은 일본의 정치가가 미국에 복종했기 때문에 경제적 문제가 생긴 것이다. “우린 어차피 미국의 꼭두각시 정권이니까”라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정치가의 무능함’ 때문이다. 일본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지만 여전히 낙후한 경제 시스템과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다. 『DAWN』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일본인의 민족성에는 자신의 의견, 생각, 철학이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 명령에 좌우되고 굴복하기 쉽지요. 한 사람의 영웅, 하나의 현상에 대해 아무 생각도 않고 부화뇌동하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선전선동에 쉽게 넘어가고 극단적인 길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모든 ‘형태’를 바꾸어야 한다고, 야하기와 『DAWN』은 말한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자주독립을 해야 하고, 서구의 지배에서 벗어나 아시아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DAWN』이 말하는 것은 이상론이다. 현실의 모순과 부패를 꽤 정확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결코 영웅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으로 인기를 얻은 이시하라 신타로처럼, 일본에서 자주독립을 외치는 이들이 결국 극우파이고 미국의 충복인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일단 실권을 잡은 후에는 철저하게 미국에 달라붙는다. 그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만 『DAWN』이 외치는 이상론은 의미가 있다. 진정으로 아시아가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연대를 하더라도, 일본이나 중국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다툼을 벌이면 곧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그나마 만화라면, 그런 이상론이 실현되는 모습을 잠깐의 몽상으로라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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