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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가 뭔지 궁금하시다구요? - 『현시연』

시모쿠 키오의 『현시연』은 오타쿠의 세계를 그린 만화다. 오타쿠? 오타쿠가 뭐지? 얼마 전 읽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와 『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인터뷰에는 ‘오타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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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쿠 키오의 『현시연』은 오타쿠의 세계를 그린 만화다. 오타쿠? 오타쿠가 뭐지? 얼마 전 읽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공각기동대』의 감독 오시이 마모루의 인터뷰에는 ‘오타쿠’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요즘에는 해외에서 온 외국인들이 자신을 자랑스럽게 오타구라고 말한다’라고. 거기에는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 일본어로 오타쿠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에 극단적인 애착을 보이는 사람을 말한다. 지금은 이 단어가 일상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처음 이 단어가 쓰였을 때는 일종의 경멸을 담고 있었다.

90년대 초반 일본에서 여자아이를 납치하여 살해한 사건의 범인이 잡히고, 가택수색을 했을 때 경찰이 본 것은 방안을 가득 메운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과 포르노 비디오였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는, 그 남자는 거의 집 바깥을 나가지 않았다.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에 열중하는 사람.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높여 부르던 ‘お宅’라는 말에 착안하여 붙여진 오타쿠는 집단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상의 세계에 빠져 지내는 사람들을 칭하는, 일종의 편견이었다. 머리는 길고 지저분하고, 운동을 하지 않아 뚱뚱한 사람들이 많고, 현실의 여성 대신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만족하는 오타쿠는 언제 범죄를 일으킬지 모르는 위험인물로 간주되었다. 혹은 덜떨어진 사회부적응자로.

하지만 ‘오타쿠’는 무언가에 열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오타쿠 - 21세기 문화의 새로운 지배자들』을 쓴 오카다 토시오는 오타쿠가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자신도 오타쿠이기 때문에, 오타쿠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도쿄대에 ‘오타쿠학’ 강의를 열기도 한 오카다 토시오는 오타쿠의 열정이 문화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있다. 자신이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하여, 자신이 보고 싶었던, 그러나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만화와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어냈던 안노 히데아키처럼, 오타쿠의 열정은 새로운 기운을 작품에 불어넣는다. 홍콩영화와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던 워쇼스키 형제는, 『매트릭스』에 홍콩의 액션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상과 주제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워쇼스키 형제 또한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부른다.

이미 오타쿠라는 단어는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오타쿠를 보는 일도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오타쿠라는 단어는 낯설 수밖에 없다. 오타쿠라고 부를만한 소수의 만화,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대체 그들은 어떻게,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현시연』은 그런 궁금증을 단번에 풀어준다. ‘현시연’은 모 대학에 있는 현대시각문화연구회라는 동아리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아리 이름은 거창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냥 오타쿠들의 집단이다. 만화연구회나 애니메이션 연구회는 각자의 영역만 다루지만, 현대시각문화연구회의 구성원들은 그 모든 것에 열정을 보이는 인간들이다. 그래서 따로 동아리를 만들었지만, 비판자의 말처럼 그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현실문화연구회는 만화연구회처럼 동인지를 만들지도 않고, 애니메이션 연구회처럼 고스프레를 한다던가 작품을 만들지도 않는다. 오타쿠는 무엇인가를 만들기 이전에, 무엇인가를 맹렬하게 소비하는 사람들이다.

『현시연』은 현대시각문화연구회에 들어간 신입생 사사하라 칸지의 시각에서, 오타쿠의 일상을 보여준다. 사사하라 칸지는 막 오타쿠의 길에 들어선 초심자다. 동아리에 들어서야 겨우 동인지의 세계에 입문하고, 컴퓨터가 없어서 에로 게임을 할 수는 없지만 다른 회원의 집에서 플레이를 해 보고 캐릭터에게 애정을 품기도 한다. 반면 같은 신입생 회원인 코사카는 이미 오타쿠의 모든 경지를 섭렵한 최고수다. 그런데 외관상으로 볼 때, 코사카는 오타쿠의 전형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잘 생겼고, 깔끔하고,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여기에 코사카를 짝사랑하는, 그러다가 연애에 이르는 여자 사키가 끼어든다. 사키는 오타쿠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코사카를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씩 오타쿠의 세계에 말려들어가게 된다. 오타쿠의 세계를 조금씩 관찰하며 고수가 되어가는 사사하라의 모습을 통해 『현시연』은 오타쿠란 무엇인지, 그들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사실 오타쿠의 세계는, 보통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키가 그들을 보면서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것처럼, 오타쿠의 세계는 자신만의 취향으로 구축된 견고한 세계다. 같은 오타쿠이지만, 그들이 관심을 갖는 영역은 서로 다르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에서도 빠져드는 영역이나 캐릭터가 각각 다른 것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해봤자 취미생활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은, 오타쿠의 사고체계나 생활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애초에 오타쿠는 타인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오타쿠의 취향이란 것은, 철저히 사적인 영역에서 결정된다. 에로 게임의 캐릭터가 나오는 걸개그림을 9만원을 주고 사는 것을, 오타쿠가 아니라면 감히 누가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현시연』의 재미는 바로 그런 것이다. 오타쿠의 기묘한 세계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오타쿠 - 21세기 문화의 새로운 지배자들』에서 글과 약간의 삽화로 유추했던 오타쿠의 세계를 생생하게 바라보는 즐거움은 꽤 각별하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빠져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시연』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세계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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